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6.
《골목안 풍경》
김기찬 사진, 눈빛, 2023.3.3.
커피콩을 볶는다. 슬슬 석석 삭삭 젓는다. 쑥잎·감잎·뽕잎을 덖을 때처럼 우묵이(웍) 바닥을 살짝 채워서 볶는다. 한 판에 250그램쯤을 볶는다. 마당에 나가서 ‘볶은콩 털기’를 하는데 작은아이가 하늘을 보더니 “오! 매다!” 하고 외친다. 참매 둘이 빙그르르 돈다. 우리 집 마당 위도 빙글춤으로 지나간다. 겨울을 앞둔 가을이면 매나 조롱이가 고흥으로 온다. 이즈음은 높녘이 추울 테니 마녘으로 찾아오지 싶다. 《골목안 풍경》이 새로 나왔다. 여섯 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반가우면서 아쉽다. 책값이 너무 세다. 이제는 ‘사진책은 아주 끝’이다. 누구나 손전화로 슥슥 담아내는 이즈음, 따로 찰칵이를 쥐고서 우리 삶을 담아내는 사람은 확 줄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진밭이 확 기울거나 주저앉았어도 ‘사진문화·사진예술’을 하는 분들은 구름을 타고앉은 웃님 같다. 되도 않는 ‘서양이론 + 일본말씨’를 범벅해서 ‘사진비평 아닌 주례사’를 늘어놓더라. 그저 그들끼리 주례사만 쏟아내지만,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김기찬 님은 골목빛을 아름답게 담았다. 그러나 골목은 ‘살림빛’일 뿐, ‘풍경’일 수 없다. 이 대목을 안 느낀다면, 김기찬 사진조차 바래리라. 제발, 넋을 차리자. 풍경도 예술도 집어치우자. ‘삶’을 보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