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4.


《몰리는 할머니가 좋아요》

 레나 안데르손 글·그림/김희정 옮김, 청어람아이, 2018.7.21.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이틀을 쉬며 조금은 숨을 돌렸다. 지난 보름 사이에 눈붙일 틈이 없이 여러 고장을 오갔다. 가시아버지(장인)는 이제 하늘 품에 안겨서 느긋이 새길을 그리시겠지. 천천히 거닐고, 등짐을 질끈 짊어진다. 시골이더라도 읍내에서는 가을빛을 못 느끼지만, 마을에는 나락내음이 넘실거린다. 다만, 해가 갈수록 나락빛이 줄어든다. 할매도 할배도 들일을 하기 버겁고, 예전처럼 마당이나 길에 나락을 널어서 말리는 손길이 확 줄었다. 요즈막 시골은 흙수레(농기계)가 웬만한 일을 다 한다. 봄에도 가을에도 들에는 사람 그림자가 드물다. 밤하늘 별잔치를 누리면서 《몰리는 할머니가 좋아요》를 곰곰이 읽는다. 나이만 먹기에 할머니이지 않다. 어질고 참하면서 아름답기에 할머니이다. 나이만 먹으며 할아버지가 될 수 없다. 꼰대질을 버리고서 슬기롭고 착하면서 눈망울을 빛내기에 할아버지이다. 요새는 누가 할머니이고 할아버지일까? ‘국민연금·노인연금’을 받는 분은 부쩍 늘었는데, 얼마나 참하거나 착한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젊은이는 어떤가? 젊거나 나이든 사람들 모두 얼마나 아름답게 말을 하고 살림을 짓고 생각을 나누는 하루일까? 어질기에 어른인데, 어질기보다 어리석고 철을 잊는 굴레이지 않은가.


#MollanOchMormor #LenaAnderso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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