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8.


《점과 선, 쉬운 수학으로 로맨스를》

 노턴 저스터 글·그림/이미림 옮김, 분도출판사, 1982.2.1.



오늘도 볕날이다. 빨래를 신나게 해서 말린다. 볕을 쬐면서 쉰다. 땀이 송글송글 돋으면 후박나무 밑에 서서 그늘바람을 누린다. 새끼 지네를 잡는다. 풀밭으로 내놓는다. 우리 집 매미가 깨어난다. 우리 집 매미는 서울(도시)이나 다른 곳처럼 우렁차게 울지는 않는다. 크게 울었다가는 곧장 새한테 잡힐 테니까. 저녁에는 별이 살짝 돋는다. 한여름은 한바탕 볕과 바람과 구름과 노래로 흘러간다. 《점과 선, 쉬운 수학으로 로맨스를》을 되읽는다. 어릴 적에는 이 그림책을 몰랐고, 스무 살이 넘고서야 비로소 처음 만났다. 이렇게 ‘티’랑 ‘금’을 맞물리면서 바라보는 눈길이 재미있었다. 오늘 우리는 ‘수학’이란 한자를 쓰지만, 우리말로는 ‘셈’이다. ‘셈 = 세다 = 헤다 = 생각’이다. ‘생각’이란 낱말이 ‘헤다·헤아리다’를 거쳐 ‘셈·세다’가 되기도 하고, 거꾸로 ‘세·헤·새’가 처음부터 한동아리였는데, 셋으로 다르게 가리킬 대목이 있어 다른 꼴에 조금씩 다른 뜻으로 자리잡았다고 여길 수 있다. 처음 컴퓨터가 퍼질 즈음 ‘셈틀’이란 낱말을 여민 사람들 마음이란, 이 틀(기계)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셀 수 있으니 쉽다. 헤아리면서 풀어낸다. 생각하기에 새롭다. 이 셋은 다르면서 하나이다.


#NortonJuster #TheDotAndTheLin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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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7.


《DP 개의 날 3》

 김보통 글·그림, 씨네21북스, 2015.12.19.



볕날이 이어간다. 옷살림을 마당에 내놓아 말린다. 늦은낮에 두바퀴를 달려 골짜기로 간다. 아이들이 스스로 두바퀴를 익히면 같이 올 테고, 여름볕을 듬뿍 받고 거닐면서 들길과 멧길을 누리고 싶어도 함께 올 테지. 골짝물에 가만히 몸을 담그며 돌아본다. 요즈막에 주호민·한수자라는 이름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아이 곁에서’가 아닌 ‘아이를 앞세워’ 바보짓을 일삼았다고 여길 만하다. 아이가 하루하루 무엇을 배우며 살림을 돌볼 적에 아름답게 자라는가를 잊었다고 해야겠지. 글그림(문화예술)은 대수롭지 않다. 그림을 좀 팔고 이름을 꽤 얻었대서 우쭐거리면 그저 바보일 뿐이다. ‘사람 좋은 느낌’하고 ‘참사람’은 다르다. 《DP 개의 날 3》을 읽었다. 싸움판(군대)은 어디나 어렵게 마련이다. 죽고 싶지 않고, 맞고 싶지 않고, 사람이고 싶어 싸움판에서 미쳐버린 젊은이가 달아난(탈영)다. 달아난 젊은이를 붙잡는 노릇이 ‘디피(DP)’라는데, ‘너희(땅개·육군보병)가 힘든 줄 다 알아. 그렇지만 말이야’ 하는 눈으로 내려다보는 듯싶어 거북하다. 그러나 이렇게 ‘다 안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눈’이 그림(만화·영화)으로 나온다. 땅개(육군보병)로 뒹군 수수하고 작은 사람들 이야기는 글로도 그림으로도 안 나온다.


· ‘군인’이 되면 어느 곳이든 고단하게 마련이지만, ‘뭔가 다른(특별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그려야 군대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고 여기는 마음이 짙은 듯싶다. 군대 얼거리를 보면, ‘말단 중대’보다도 ‘사이에 빠져나가는 널널한 군대’가 꽤나 많기도 하더라, 정작 ‘여느사람이 갈 수밖에 없는 막장 같은 말단 중대에서 소대원’으로 구르는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만 해도, 군대문제와 인권문제를 낱낱이 밝힐 만한데, 이런 ‘말단 중대’로 끌려간 이들치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는 너무 드물거나 없다시피 하다. 《디피》가 못 그린 만화는 아니지만, 정작 군대 문제로 파고들지 않고 자꾸 샛길로 빠지면서 딴청을 부리기만 하는구나 싶더라. 군대 문제를 잘 다뤘다고 말하는 분이 많아서 읽기는 했으나, 다 읽고 난 내 마음으로는 비추천도서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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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1.


《야생 거위와 보낸 일 년》

 콘라트 로렌츠 글/유영미 옮김, 한문화, 2004.1.6.



퉁퉁 부은 왼무릎을 쉰다. 어제 지나치게 걸었구나. 쉬자. 숨을 쉬고 몸을 쉬자. 푸른바람을 마시면서 마음을 쉬자. 판 끊긴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를 받는다. 펴냄터에서 남은 책을 보내었다. 진작부터 이 책을 안 파는 줄 알았지만 잠자코 기다렸다. 글삯(인세)을 열 해 즈음 안 주다가 며칠 앞서 갑자기 보내더라. 이오덕 어른 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고 애썼지만 덧없는 일이다. 이곳은 ‘숲노래가 찍은 사진’을 열 몇 해째 그냥 쓰면서 ‘저작권’을 제대로 안 밝힐 뿐더러, 사진삯을 1원조차 안 치렀고,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안 알렸다. 돈이 대수롭겠는가? 마음이 가난하면 책길이 이지러질밖에 없다. 바람이 곧잘 힘차게 불며 구름이 흩날린다. 빗방울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하늘이 말끔하다. 오늘도 별잔치로구나. 2004년부터 “할밖에 없다”란 말씨를 쓴다. ‘-밖에’를 붙이는데, 이오덕 어른 말씨이다. 《야생 거위와 보낸 일 년》을 되읽었다. 스무 해 앞서 처음 읽을 적에는 꽤 재미있지 싶었는데, 오늘 되읽자니 여러모로 서툴고 아쉽고 엉성하다. 무엇보다 ‘들거위’를 ‘거위 눈길’이 아닌 ‘사람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결이 짙다. ‘로렌츠 심부름꾼(조수)’이 헤엄옷을 입은 모습이 자꾸 나오는 대목도 껄끄럽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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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0.


《알래스카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사진·글/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13.2.20.



새벽에 여수로 간다. 오늘치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편다. 이야기를 마친 뒤 여수에서 네 사람 옷이랑 여러 가지를 장만해 본다. 등짐을 짊어지고서 고흥으로 돌아오는데, 순천부터 갑자기 붐빈다. 옆에 독일 마실손이 앉으면서 ‘도글리시’를 쓴다. 고흥에 닿아 15시 30분에 봉서마을로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천천히 들길을 걷다가 “끼이이이!” 하고 큰소리로 울부짖는 소리를 듣는다. 이제 너덧 살쯤 되었을까 싶은 젊은 개가, 목띠까지 있는 곱상한 개가, 입으로 피를 한창 쏟으면서 길바닥에 뻗었다. 아! 쇳덩이(자동차)한테 치인 지 얼마 안 되었구나! 조금 앞서 옆을 스치고 지나간 쇳덩이 둘 가운데 하나가 친 듯싶다. 길바닥에 흥건하게 퍼지는 핏물을 보니 어림할 만하다. 그들(집개를 치고 내뺀 자동차)은 왜 멈춰서 개를 읍내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지 않는가? 적어도 이 개를 풀밭에라도 옮겨야 하지 않는가? 집에 닿아서 늦은 한끼를 먹고서 이내 곯아떨어진다. 왼무릎이 몹시 저리고 결리다. 자면서 끙끙 앓는다. 짐을 많이 지고서 퍽 오래 걸었구나. 《알래스카 이야기》를 되읽으며 눈시울이 젖는다. 호시노 미치오 님 글하고 빛꽃은 언제 보아도 슬프면서 아름답다. 울부짖는 죽음을 본 오늘을 고요히 마무리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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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9.


《포도밭 편지》

 류기봉 글, 예담, 2006.8.28.



볕날이 잇는다. 읍내 나래터(우체국)로 나간다. 아무래도 다리를 쉬고 싶어서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간다. 마침 밖에 있는데 책숲으로 손님이 오셨단다. 비록 책숲을 열지 못 하되, 읍내 한켠에서 손님맞이를 한다. 고흥은 우리나라에서 오지게 깊은 시골이다. 이곳까지 책빛을 누리러 오는 분은 이미 마음새가 대단하다. ‘더 많이’나 ‘더 이름난’이 아닌 ‘오롯이 책’을 읽을 마음이기에 먼마실을 기꺼이 할 수 있다. 시골에서는 저녁 네 시가 넘으면 저잣거리를 닫는다. 손님을 배웅하고서 부랴부랴 감을 사러 읍내 저잣거리로 간다. ‘남새 할매’가 아직 계시다. 감자루를 장만하며 생각한다. ‘앞으로 남새 할매를 얼마나 더 뵐 수 있을까?’ 구름이 많이 낀 하늘을 보며 집으로 돌아온다. 감자루를 내려놓고서 일찍 눕는다. 《포도밭 편지》를 모처럼 되읽는다. 포도밭을 일구는 손길로 노래(시)를 쓴 글은 퍽 살뜰했다. 좀 멋부린 대목도 있으나, 흙을 만지는 손으로 노래를 쓰고 글을 여미는 이가 대단히 적기에 무척 반가웠다. 둘레 글바치를 보라.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글(문학·기사·비평)을 여미는 이가 몇이나 되나? 아이 곁에서 살림을 꾸리는 쪽틈으로 글을 짓는 이는 얼마나 있나? 모든 글은 손빛이자 숨빛이자 마음빛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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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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