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7.
《DP 개의 날 3》
김보통 글·그림, 씨네21북스, 2015.12.19.
볕날이 이어간다. 옷살림을 마당에 내놓아 말린다. 늦은낮에 두바퀴를 달려 골짜기로 간다. 아이들이 스스로 두바퀴를 익히면 같이 올 테고, 여름볕을 듬뿍 받고 거닐면서 들길과 멧길을 누리고 싶어도 함께 올 테지. 골짝물에 가만히 몸을 담그며 돌아본다. 요즈막에 주호민·한수자라는 이름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아이 곁에서’가 아닌 ‘아이를 앞세워’ 바보짓을 일삼았다고 여길 만하다. 아이가 하루하루 무엇을 배우며 살림을 돌볼 적에 아름답게 자라는가를 잊었다고 해야겠지. 글그림(문화예술)은 대수롭지 않다. 그림을 좀 팔고 이름을 꽤 얻었대서 우쭐거리면 그저 바보일 뿐이다. ‘사람 좋은 느낌’하고 ‘참사람’은 다르다. 《DP 개의 날 3》을 읽었다. 싸움판(군대)은 어디나 어렵게 마련이다. 죽고 싶지 않고, 맞고 싶지 않고, 사람이고 싶어 싸움판에서 미쳐버린 젊은이가 달아난(탈영)다. 달아난 젊은이를 붙잡는 노릇이 ‘디피(DP)’라는데, ‘너희(땅개·육군보병)가 힘든 줄 다 알아. 그렇지만 말이야’ 하는 눈으로 내려다보는 듯싶어 거북하다. 그러나 이렇게 ‘다 안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눈’이 그림(만화·영화)으로 나온다. 땅개(육군보병)로 뒹군 수수하고 작은 사람들 이야기는 글로도 그림으로도 안 나온다.
· ‘군인’이 되면 어느 곳이든 고단하게 마련이지만, ‘뭔가 다른(특별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그려야 군대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고 여기는 마음이 짙은 듯싶다. 군대 얼거리를 보면, ‘말단 중대’보다도 ‘사이에 빠져나가는 널널한 군대’가 꽤나 많기도 하더라, 정작 ‘여느사람이 갈 수밖에 없는 막장 같은 말단 중대에서 소대원’으로 구르는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기만 해도, 군대문제와 인권문제를 낱낱이 밝힐 만한데, 이런 ‘말단 중대’로 끌려간 이들치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이는 너무 드물거나 없다시피 하다. 《디피》가 못 그린 만화는 아니지만, 정작 군대 문제로 파고들지 않고 자꾸 샛길로 빠지면서 딴청을 부리기만 하는구나 싶더라. 군대 문제를 잘 다뤘다고 말하는 분이 많아서 읽기는 했으나, 다 읽고 난 내 마음으로는 비추천도서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