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9.
《포도밭 편지》
류기봉 글, 예담, 2006.8.28.
볕날이 잇는다. 읍내 나래터(우체국)로 나간다. 아무래도 다리를 쉬고 싶어서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간다. 마침 밖에 있는데 책숲으로 손님이 오셨단다. 비록 책숲을 열지 못 하되, 읍내 한켠에서 손님맞이를 한다. 고흥은 우리나라에서 오지게 깊은 시골이다. 이곳까지 책빛을 누리러 오는 분은 이미 마음새가 대단하다. ‘더 많이’나 ‘더 이름난’이 아닌 ‘오롯이 책’을 읽을 마음이기에 먼마실을 기꺼이 할 수 있다. 시골에서는 저녁 네 시가 넘으면 저잣거리를 닫는다. 손님을 배웅하고서 부랴부랴 감을 사러 읍내 저잣거리로 간다. ‘남새 할매’가 아직 계시다. 감자루를 장만하며 생각한다. ‘앞으로 남새 할매를 얼마나 더 뵐 수 있을까?’ 구름이 많이 낀 하늘을 보며 집으로 돌아온다. 감자루를 내려놓고서 일찍 눕는다. 《포도밭 편지》를 모처럼 되읽는다. 포도밭을 일구는 손길로 노래(시)를 쓴 글은 퍽 살뜰했다. 좀 멋부린 대목도 있으나, 흙을 만지는 손으로 노래를 쓰고 글을 여미는 이가 대단히 적기에 무척 반가웠다. 둘레 글바치를 보라. 집안일을 하는 틈틈이 글(문학·기사·비평)을 여미는 이가 몇이나 되나? 아이 곁에서 살림을 꾸리는 쪽틈으로 글을 짓는 이는 얼마나 있나? 모든 글은 손빛이자 숨빛이자 마음빛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