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7.


《야마시타는 말하지 않아》

 야마시타 겐지 글·나카다 이쿠미 그림/김보나 옮김, 청어람미디어, 2023.3.18.



읍내 나래터(우체국)로 가려고 시골버스를 탄다. 면소재지 푸름이(고등학생)가 잔뜩 탔다. 이 아이들은 버스가 떠나가라며 시끄럽다. 곰곰이 보면, 어린이도 푸름이도 배움터부터 무리지어 시끄럽다. 길잡이나 어버이가 하는 말을 안 듣는다. 스스로 바보에 얼뜨기로 뒹굴면서도 얼마나 바보에 얼뜨기인가를 잊거나 모르는 셈이다. 가볍게 저잣마실까지 하고서 다시 시골버스를 탄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는 거의 할매할배만 탄다. 조용하다. 이 할매할배는 앞으로 몇 해나 더 시골버스를 탈까? 머잖아 시골에서 할매할배는 감쪽같이 사라질 텐데, 그무렵에는 시골버스도 사라질까? 《야마시타는 말하지 않아》를 읽었다. 배움터에서는 도무지 목소리를 내지 않는 아이를 들려준다. 집에서는 엄마아빠랑 조잘조잘 말을 잘 한다고 한다. 숱한 아이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학교’가 ‘수용소·감옥’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엄마아빠가 보내어 억지로 다닌다고 밝힌다. 이 대목을 눈여겨보는 어른은 몇이나 있을까? 일본하고 우리나라는 배움터를 ‘수용소·감옥’하고 똑같은 틀로 지었고, 똑같은 굴레로 굴린다. 배움길(진도·수업)은 나이에 따라 배움책만 들려주기에 끝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도 배워야 하고, 어린이 곁에는 참어른이 있어야 한다.


#山下賢二 #中田いくみ #こんな子きらいかな #やましたくんはしゃべらな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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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6.


《샤크 레이디》

 제스 키팅 글·마르타 알바레스 미구엔스 그림/정수진 옮김, 청어람아이, 2018.8.1.



면사무소에 글자락(서류)을 떼러 간다. 귓돈(수수료)을 제법 떼리라 여겼는데, 가난살림(저소득계층)은 글자락을 떼는 값을 안 받는다고 한다. 그런가? 스스로틀(자판기)로 뽑으면 돈을 냈는데. 다같이 면소재지에 나온 김에 마당비를 사고, 낫을 새로 장만하고서 택시를 부른다. 집까지 걸어가기에는 왼무릎이 좀 시큰거린다. 저녁나절에 가볍게 빗방울이 듣는 듯싶었으나 이윽고 별이 쏟아진다. 오늘은 몇날 만에 포근한 저녁이다. 요사이 풀벌레 노랫소리가 잠들었나 싶더니, 날이 포근하니 새삼스레 풀벌레가 노래를 베푼다. 《샤크 레이디》를 읽었다. ‘상어순이’뿐 아니라 ‘상어돌이’도 많겠지. 틀림없이 뜻깊은 그림책이되, 아무래도 ‘순이가 했기에 대단하고 훌륭하다’고 여기는 줄거리가 자꾸 늘어난다. 순이가 하든 돌이가 하든, 새길을 열면서 이웃을 이웃으로 품는 숨결을 글과 그림과 이야기로 여밀 적에 아름답다. 이런 그림책은 어깨동무보다 외려 갈라치기로 기울기 쉽다. 요즈음 여러 어린배움터로 이야기꽃을 펴러 다니는데, 고작 열 살 어린이인데 순이돌이가 무시무시하게 서로 미워하면서 싸운다. 틀림없이 ‘서로 아끼기(존중)’를 가르칠 텐데, 도리어 더 불티나게 싸우거나 맞서거나 밉말을 퍼붓는구나 싶다. 그러면, 뭔가 어긋나게 가르치는 셈이지 않나? ‘함께 일하는 살림’부터 밝혀야 한다.


#SharkLady #TheTrueStoryofHowEugenieClarkBecametheOceansMostFearlessScientist

#JessKeating #MartaAlvarezMiguens #EugenieClark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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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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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5.


《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시민건강연구소 밑틀, 철수와영희, 2023.9.23.



여수에서 이른아침을 맞는다. 어린배움터(초등학교) 건너 쉼터에 앉아 생각을 추스르는데 이웃일꾼 세 사람이 바로 옆에 앉아서 얘기를 하더니, 누구한테 손전화를 건다. 이웃일꾼 손전화를 거쳐 이들한테 막말을 마구 퍼붓는 우리말 소리가 들린다. 글읽눈(문해력)을 배우는 열 살 어린이들한테 물었다. “이웃나라에서 우리나라로 와서 일하는 사람을 어떤 이름으로 가리키나요?” “노숙인이요.” “노숙인? 누가 그렇게 말하든가요?” “엄마아빠가 그렇게 말해요.” 멍했다. “한자말 노숙인은 길에서 잠을 자는 사람을 가리켜요. 우리말로는 한데서 잠을 자기에 ‘한뎃잠이’라고도 하고, 집이 없이 떠돌기에 ‘떠돌이’라고도 하고, 집을 떠나서 돌아다닌다고 하는 ‘나그네’라는 이름이 있어요. 우리나라로 일하러 오는 사람은 ‘이웃’입니다.” “아니에요! 이웃 아니에요! 노숙인이에요!” 《선생님, 건강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를 읽었다. 몸을 튼튼히 돌보는 길을 차곡차곡 짚는다. 나쁜 줄거리는 없지만, 어쩐지 붕뜬다. 갈수록 ‘시민사회단체’가 펴는 말글이 우리 삶하고 많이 멀구나 싶다. 미리맞기(백신)를 높이 띄우는 대목도 안 달갑다. 마음이 찌든 채 몸만 튼튼할 수 있을까? ‘이웃’이란 말을 누가 모르는 셈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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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4.


《귀로 보고 손으로 읽으면》

 호리코시 요시하루 글/노수경 옮김, 김영사, 2023.8.4.



밤새 왼무릎을 실컷 앓고서 새벽에 길을 나선다. 왜? 오늘 여수로 ‘긁읽눈’을 가는 터라, 잘 걷고 잘 서서 얘기를 하려고 밤새 왼무릎을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면서 달래었다. 천천히 걷기도 하고 달려 보기도 한다. 일찌감치 여수남초등학교에 닿아 해바라기를 하면서 밑글을 쓴다. 이 손글을 어린이들한테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마치고서 〈낯가리는 책방〉에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마침 불날(화요일)은 쉼날이네. 길손집으로 간다. 15시부터 받는다고 해서 두 시간을 기다린다. 《귀로 보고 손으로 읽으면》을 읽었다. ‘보다’는 “눈으로 느끼다”를 나타내되, “눈으로 어떤 모습을 알아차리다”뿐 아니라, “마음이 흐르고 바람이 춤추는 결을 봄빛으로 받아들이다”를 품는다고 여길 만하다. 잘 읽히기를 바라는데, 책은 훌륭하되, 옮김말은 매우 아쉽다. 우리말을 하늘빛으로 볼 수 있기를 빈다. 우리글을 숲빛으로 다듬을 수 있기를 빈다. 밤하늘에 구름이 한 조각조차 없지만 별은 한 톨도 안 보인다. 까만 밤이다. 고이 잠드는 밤빛이다. 눈으로 보고 듣는 틈을 낸다면, 이 밤을 울리는 별빛소리를 알리라. 마음으로 말하고 쓰는 길을 연다면,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는 하루를 지으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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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3.


《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글/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3.7.14.



책숲종이 〈책숲 1006〉을 글자루에 담는다. 큰아이가 거든다. 우리 둘은 마당에서 햇볕을 듬뿍 쬐면서 손을 놀린다. 받는곳을 쓰고, 책숲종이를 넣고, 풀을 바르고, 차곡차곡 놓는다. 일을 마친 뒤에는 두바퀴를 달린다. 슬금슬금 달린다. 바큇살 하나가 부러지기도 했고, 서두를 마음이 없다. 나래터(우체국)에 글자루를 부치고 돌아오는 길에 매 두 마리를 본다. 들판에서 꽤 낮고 빠르게 맴돌이를 한다. 사냥감을 보았다는 뜻일까. 사냥감을 따라 하늘에서 윽박지르는 셈일까. 《울지 않는 늑대》를 되읽는다. 스무 해 앞서 처음 읽던 때에도 두근두근했고, 오늘 되읽으면서도 찌릿찌릿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무지 구경할 수조차 없는 글이다. 늑대부터 구경할 수 없으니 이런 글을 못 쓴다고도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숲지킴이(산림감시원)’로 일하면서 숲살림을 찬찬히 아로새겨서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풀밥(채식)이나 짐승빛(동물권)만 외치기보다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갈 들빛과 들짐승과 헤엄이가 어떤 살림길인지 차근차근 짚고서 이야기할 줄 알아야지 싶다. 대단하거나 놀라운 이야기를 써야 하지 않다. 땅강아지 이야기를 쓸 줄 알면 된다. 쥐며느리 이야기를 쓰면 된다. 매미와 풀무치 이야기도 얼마든지 아름답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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