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23.
《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글/이한중 옮김, 돌베개, 2003.7.14.
책숲종이 〈책숲 1006〉을 글자루에 담는다. 큰아이가 거든다. 우리 둘은 마당에서 햇볕을 듬뿍 쬐면서 손을 놀린다. 받는곳을 쓰고, 책숲종이를 넣고, 풀을 바르고, 차곡차곡 놓는다. 일을 마친 뒤에는 두바퀴를 달린다. 슬금슬금 달린다. 바큇살 하나가 부러지기도 했고, 서두를 마음이 없다. 나래터(우체국)에 글자루를 부치고 돌아오는 길에 매 두 마리를 본다. 들판에서 꽤 낮고 빠르게 맴돌이를 한다. 사냥감을 보았다는 뜻일까. 사냥감을 따라 하늘에서 윽박지르는 셈일까. 《울지 않는 늑대》를 되읽는다. 스무 해 앞서 처음 읽던 때에도 두근두근했고, 오늘 되읽으면서도 찌릿찌릿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무지 구경할 수조차 없는 글이다. 늑대부터 구경할 수 없으니 이런 글을 못 쓴다고도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숲지킴이(산림감시원)’로 일하면서 숲살림을 찬찬히 아로새겨서 쉽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풀밥(채식)이나 짐승빛(동물권)만 외치기보다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갈 들빛과 들짐승과 헤엄이가 어떤 살림길인지 차근차근 짚고서 이야기할 줄 알아야지 싶다. 대단하거나 놀라운 이야기를 써야 하지 않다. 땅강아지 이야기를 쓸 줄 알면 된다. 쥐며느리 이야기를 쓰면 된다. 매미와 풀무치 이야기도 얼마든지 아름답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