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2.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김탁환 글, 해냄, 2020.8.28.



새삼스레 고구마를 굽겠노라는 작은아이. 마당에서 불을 피우며 노니 재미나고, 불을 피우며 놀 적에 고구마를 구울 수 있으니 더 신나고, 불놀이를 마칠 즈음에는 모락모락 익은 고구마가 나오니 더더욱 즐거웁겠네 싶다. 오늘은 부드러운 바람이며 햇볕이기에 ‘불을 피우며 고구마를 굽는 놀이’를 누릴 만하겠네 싶다. “즐겁지? 맛있지?” 나는 어릴 적에 고구마를 구워서 먹을 길이 없었다. 인천이란 큰고장 어디에서 고구마굽기를 하겠는가. 불을 피울 데도 없지. 드넓어서 어른이 기웃할 일이 없는 빈터가 있으면 모르되, 어른이 찾지 않을 만한 깊은 멧자락이 있으면 모르되,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큰고장에서도 하얀김이 새지 않도록 막으면서 몰래 불을 피우고 고구마를 굽던 개구쟁이가 있지 않을까?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를 읽었는데, 글쓴님이 너무 얌전빼기로 구는구나 싶더라. 스스로 글사슬(글감옥)에 갇히기 싫다고 밝히면서, 왜 막상 책은 ‘갇힌 글결·몸짓’이기만 할까? 더구나 책이름이 너무 뻔하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라기보다 “즐겁게 놀면 저절로 아름답”다. 꼭 뭘 해내야 하지 않다. 반드시 뭘 알려야 하지도 않아. ‘글사슬’이 아닌 ‘글놀이’라면 글쓰기가 얼마나 신나면서 아름다울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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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3.


《소년 탐정 김전일 10》

 카나리 요자부로 글·사토 후미야그림/이현미 옮김, 서울문화사, 1997.3.30.



오늘은 바람이 제법 씽씽 분다. 올가을은 바람이 자다가 불다가 갈마든다. 재미있고 고마운 날씨이다. 그저 바람이 자기만 하다면, 또 바람이 그냥 세차게 분다면, 한켠으로만 간다면 고단한 날씨이기 마련이다. 삶도 늘 이와 같지. 왼길로만 갈 수 없고, 오른길로만 갈 수 없다. 우리는 왼길도 가고 오른길도 간다. 두 길을 나란히 가는 셈이요, 곰곰이 보면 “길을 갈” 뿐이다. 삶도 나라도 아이들 놀이도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길’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왼켠하고 오른켠은 늘 만난다. 둘은 한통속이 된다. 왼날개(좌익·좌파)하고 오른날개(우익·우파)는 힘꾼(기득권)이라는 자리에서 만나 끼리질을 하면서 “길을 갈” 사람들을 가로막거나 괴롭힌다. 이는 바로 오늘날 우리 벼슬판(공공기관 및 정부)에서 쉽게 엿볼 만하다. 바람이 좀 불기에 모처럼 반소매를 걸친다. 이제 민소매는 집어넣는다. 《소년 탐정 김전일 10》을 새삼스레 편다. ‘김전일’ 꾸러미가 요즘 새로 나오기에 문득 예전 판을 들추는데, 요즘판보다 예전판이 훨씬 낫구나 싶다. 다만, ‘코난’도 그런데 자질구레한 보탬말이 너무 길다. 둘 다 ‘말발’로 줄거리를 이끄네 싶구나. 그림꽃책에 말발만 가득하다면, 그림을 볼 일이 없을 테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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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1.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아로마》

 이민희 글, 스토리닷, 2020.11.5.



순천마실을 다녀오려고 여러 날 용을 썼다. 혼자 우리말꽃을 쓰면서 시골집 살림을 돌보자니 일거리가 수북수북. 말꽃을 쓰는 자리엔 책이 가득가득. 물을 마신다. 뒷골에서 흘러내리는 숲물을 거르개를 거쳐 파란병에 담고서 해를 먹인 다음에 마신다. 이 햇볕물을 마시면 더위나 추위가 싹 가신다. 이 햇볕물을 받아들인 뒤부터 한여름조차 찬물을 안 마신다. 여러 해 앞서 곁님이 ㅍㄹㅅ(RSE, Ramtha's School of Enlightenment)를 다녀오고서 풀꽃물을 처음 만났다. 나는 ‘spruce’ 풀꽃물이 매우 잘 듣고, 곁님한테는 ‘rose’ 풀꽃물이 잘 듣는다. 풀꽃물 한 방울을 1000들이 물에 타서 한나절을 가만히 재운 다음 마시면 배가 고플 일이 없기도 하다. 이래저래 풀꽃물을 곁에 두고 살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아로마》를 차근차근 읽으면서 반갑다. 풀꽃물님(아로마 테라피)으로 일하면서 이 풀꽃내음으로 마음을 달래고 몸을 다스리는 길을 풀어놓는데, 모든 풀꽃물이 숲에서 오는 줄 헤아린다면, 우리가 삶터나 마을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가를 깨닫겠지. 잿빛집 아닌 마당을 누리면서 나무를 심어 돌보는 집을 누려야 한다. 씽씽이는 덜 달리면서, 맨발로 풀밭에 서서 나무를 안고 해바라기를 해야 할 테고. 숲은 모든 앙금을 씻어 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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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10.


가란 무엇인가 1》

 파리 리뷰 엮음/김진아·권승혁 옮김, 다른, 2014.1.31.



11월로 접어들며 ‘빛꽃’이란 낱말을 지어서 써 본다. 처음 ‘사진’을 배우던 1998년 무렵에 ‘빛그림’이란 말을 들었는데, 이 낱말을 조금 쓰다가 어쩐지 혀에 녹아들지 않아서 잊었다. 2020년이 되어 만난 분들이 ‘빛박이’란 낱말을 쓰시기에 살짝 아리송하다가 아하 하고 알아챘다. 재미난 말씨로구나 여기면서도 그리 손에 붙지 않는다. 그냥 ‘사진’이란 한자말을 쓰려다가 ‘사회’란 일본말도 바꾸어 냈는데 ‘사진’을 못 바꾸겠느냐고 며칠 생각한 끝에 “빛을 꽃처럼 담아서 새롭게 꽃으로 피우는 길”이란 뜻으로 ‘빛꽃’을 지었다. 아무튼 《책숲마실》을 내놓고 나서 오랜만에 마을책집 빛꽃을 종이로 뽑았다. 처음에는 서울 〈꽃 피는 책〉에서 나눌 빛꽃만 뽑았는데, 어느새 이웃 책집에 드리고픈 빛꽃이 있고, 이러다가 자꾸자꾸 뽑고 빛꽃판을 꾸민다. 1998년부터 마을책집을 빛꽃으로 담아왔으니 꽤 되었구나 싶은데, 《작가란 무엇인가 1》를 읽으며, 지음이(작가)란 남이 하든 안 하든 스스로 즐겁게 노래하는 길이라고 새삼 돌아본다. 나한테 글이며 그림이며 빛꽃은 모두 즐겁게 하루를 노래하는 꽃송이요, 내가 지어서 둘레에 나누는 글이나 그림이나 빛꽃이라면 한결같이 꽃씨가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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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9.


《상자세상》

 윤여림 글·이명하 그림, 천개의바람, 2020.11.1.



늘 시골에서 살고 언제나 시골에서 바라보니 곧잘 잊는데, 오늘날 거의 모두라 할 사람들은 서울이나 서울 곁에서 산다. 어림잡으면 99퍼센트가 서울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쓰는 글이나 책은 ‘서울사람한테 맞추는 길’이 아닌, 그렇다고 ‘시골사람한테 맞추는 길’마저 아닌, ‘숲동무로 나아가는 길’이다. 나는 서울도 시골도 바라지 않는다. 숲을 바란다. 서울에서 살더라도 숲동무가 될 만하고, 시골에서 살지만 숲동무가 아니기도 하다. 사는 자리가 서울이라 나쁘거나 시골이라 좋지 않다. 이 대목을 읽을 줄 안다면, 우리는 한결 느긋하면서 차분하게 스스로 삶을 사랑으로 돌아보는 눈길이 되지 않을까? 이 대목을 자꾸 놓아 버리기에 “저는 서울에서 회사원인데 숲동무가 될 수 있나요?” 하고 물으리라. 무슨 일을 하건 어디에 있건 마음이 숲이면 모두 숲동무이다. 숲에 깃들었어도 마음이 숲하고 동떨어지면 서울내기일 뿐. 《상자세상》은 오롯이 서울사람 삶길에 맞추어 나온 어른스러운 그림책이로구나 싶다. 나쁜 그림책이 아니다. 살며시 아쉬운 그림책일 뿐.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은 ‘매듭!(결과·주제·교훈)’보다는 ‘그래서?(대안·미래·희망)’를 들려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로 안 가고 ‘매듭!’으로 가니 아쉽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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