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9.


《상자세상》

 윤여림 글·이명하 그림, 천개의바람, 2020.11.1.



늘 시골에서 살고 언제나 시골에서 바라보니 곧잘 잊는데, 오늘날 거의 모두라 할 사람들은 서울이나 서울 곁에서 산다. 어림잡으면 99퍼센트가 서울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쓰는 글이나 책은 ‘서울사람한테 맞추는 길’이 아닌, 그렇다고 ‘시골사람한테 맞추는 길’마저 아닌, ‘숲동무로 나아가는 길’이다. 나는 서울도 시골도 바라지 않는다. 숲을 바란다. 서울에서 살더라도 숲동무가 될 만하고, 시골에서 살지만 숲동무가 아니기도 하다. 사는 자리가 서울이라 나쁘거나 시골이라 좋지 않다. 이 대목을 읽을 줄 안다면, 우리는 한결 느긋하면서 차분하게 스스로 삶을 사랑으로 돌아보는 눈길이 되지 않을까? 이 대목을 자꾸 놓아 버리기에 “저는 서울에서 회사원인데 숲동무가 될 수 있나요?” 하고 물으리라. 무슨 일을 하건 어디에 있건 마음이 숲이면 모두 숲동무이다. 숲에 깃들었어도 마음이 숲하고 동떨어지면 서울내기일 뿐. 《상자세상》은 오롯이 서울사람 삶길에 맞추어 나온 어른스러운 그림책이로구나 싶다. 나쁜 그림책이 아니다. 살며시 아쉬운 그림책일 뿐.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은 ‘매듭!(결과·주제·교훈)’보다는 ‘그래서?(대안·미래·희망)’를 들려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로 안 가고 ‘매듭!’으로 가니 아쉽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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