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5.


《グリ-ンマン》

 Gale E. Haley 글·그림/あししの あき 옮김, ほるぷ出版, 1981.10.15.



겨울이면 으레 긴옷 차림이 된다만, 우리 집에서는 다르다. 스스로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새벽이나 밤에는 긴옷이 어울린다면 해가 오르는 낮에는 반바지가 어울리지. 그러나 나는 새벽이고 밤이고 낮이고 그냥 반바지이다. 왜? 여기는 고흥이거든. 게다가 풀꽃나무가 감싸는 보금자리이고. 한겨울에도 맨발로 바스락바스락 풀밭을 밟고 걷다가 바위에 서서 눈을 감고 해바라기를 하면 얼마나 싱그럽고 포근한지! 이웃님한테 맨발에 맨몸에 맨손으로 냇물을 떠서 마시고 풀밭을 거닐며 나무를 타고 올라 해바라기를 해보시라고 얘기하고프다. 하루에 10분이나 20분이라도 이렇게 해바람을 누린다면 우리 몸은 대단히 튼튼할 수 있다고 들려주고 싶다. 1983년에 《그리인맨》이 한글판으로 나온 적 있고, 일본에서는 1981년에 《グリ-ンマン》이 나왔으며, 미국에서는 1979년에 나온 《Green Man》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놀랍도록 아름답고 눈부시면서 사랑스럽게 ‘숲사람’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영어 그림책은 도무지 장만하기 어려운데, 일본판을 일본에 있는 이웃님이 덥석 장만해서 보내 주셨다. 아, 얼마나 고마운지! 섣달잔치를 기리며 보내 준 빛줄기를 품고서 숲으로 나아가는 즐거운 걸음걸이를 헤아린다. 난 이쪽도 저쪽도 싫으나 숲길은 좋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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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4.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한영수 사진, 한선정 엮음, 한영수문화재단, 2020.12.1.



어제 안경을 잃었다. 어디서 잃었을까? 작은아이하고 밤마실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눈이 허전해서 짚으니 안경이 없네. 이튿날 낮인 오늘, 눈을 찾으러 나선다. 길바닥을 곰곰이 본다. 길바닥에는 안 흘렸다. 바퀴에 안 밟혔겠구나. 어제 들른 가게에 가서 묻는다. 이곳에 있네. 이 겨울에 치마반바지를 두르고 달림이를 몬다. 바람을 가른다. 뭐 달림이를 몰 적뿐 아니라 이불빨래를 할 적에도 깡똥바지를 입어야지. 우리 팔다리는 햇볕을 쬐고 싶어한다. 우리 팔다리는 맑게 흐르는 물을 맨살로 누리고 싶다. 우리 팔다리는 풀잎을 바람결을 빗방울을 고스란히 맞아들이고 싶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를 넘긴다. 속에 깃든 빛꽃은 까망하양이지만, 책낯은 배롱꽃빛이다. 진달래빛이요, 코딱지나물꽃빛이다. 온누리에 이 바알간 빛깔인 꽃이 참 많다. 꽃빛을 담고 싶어 배롱꽃빛 치마를 저고리를 옷을 지어 입었으리라. 이 고운 빛살은 가시내한테도 어울리지만 사내한테도 어울린다. 누구한테나 어울린다. 진달래가 바알간 꽃송이를 터뜨린대서 놀리는 사람이 없다. ‘코딱지나물’이란 이름이어도 이 꽃빛이 얼마나 고운가 들여다보면 좋겠다. 가을날 살살이꽃도 이 바알간 꽃으로 물들곤 한다. 바알갛게 영근 빛꽃책에 ‘눈뜨다’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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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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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3.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글/김난주 옮김, 비채, 2020.10.26.



어둑어둑한 저녁. 겨울이 깊어가니 어둠은 일찍 찾아온다. 하루하루 눕는 햇살이니, 12월 끝자락까지 이 ‘눕햇살’과 ‘깊저녁’을 누린다. 이제 바깥은 조용할 듯하다. 오늘로 우리나라 배움수렁이 끝나지 않겠지만, 이 하루를 지나니 좀 조용하겠지. 작은아이하고 밤빛을 누리려고 달림이를 몰기로 한다. 밤빛을 보고, 밤별을 본다. 뒷불만 켜고 앞불은 안 켠다. 천천히 달리면서 우리 둘레로 별이 얼마나 흐드러지는가를 느낀다. 《고양이를 버리다》를 읽었다. 꽤 짧고 수수한 이야기이다. 굳이 무라카미 하루키 아닌 누구라도 쓸 만한 이야기이다. 하루키를 좋아한다면 읽을 만할 테지만, 하루키를 딱히 안 좋아한다면 건너뛰어도 좋으리라. 왜냐하면 ‘우리를 낳은 아버지’ 이야기를 아버지한테서 바로 들으면 되니까. 이웃님이 이런 글쓰기를 하면 좋겠다. 글감을 먼발치에서 찾지 말고, 이웃님 어머니랑 아버지 이야기를 쓰고, 이웃님 할머니랑 할아버지 이야기를 쓰고, 이웃님 아이들 이야기를 쓰기를 바란다. 수수하게 쓰면 된다. 살아오고 겪고 느끼고 생각하며 사랑한 모두를 그대로 쓰면 된다. 우리가 쓴 우리 이야기는 펴낼 곳을 따로 안 알아봐도 된다. 손수 내면 되지. ‘혼책(독립출판물)’으로 내놓아 이웃 사이에 나누면 즐겁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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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2.


《할머니의 좋은 점》

 김경희 글, 자기만의방, 2020.6.2.



면사무소에서 12월 3일에 경운기도 자동차도 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알린다. 그래그래, 나쁘지 않은 알림말이긴 한데, 푸름이한테 더 마음을 써야 한다는 뜻인 줄은 알겠는데, 어른으로서 여태까지 배움수렁(입시지옥)을 그대로 둔 일을 조금이라도 뉘우치거나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배움수렁을 없애지 않고서 무엇이 달라질까? 앞배움길(대학입시)이라면 그야말로 앞으로 가는 배움길이 되어야 한다. 서로 치고받으면서 동무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면 배움길이 아니다. 마침종이(졸업장) 하나를 흔들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하니, 다들 악을 쓰면서 싸우지 않을까? 즐겁게 일하고, 힘껏 일하며, 듬직히 일하는 누구나 고르게 일삯을 받는 나라가 되도록 어른으로서 땀흘릴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의 좋은 점》을 보면서 생각한다. 할머니란, 얼마나 슬기로운 눈빛일까. 그리고 할아버지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눈길일까. 아, 푸름이가 배움수렁에서 헤매지 말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삶하고 살림을 배우면 좋을 텐데. 교원자격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길 말고, 슬기로운 삶하고 사랑스러운 살림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도록 새길을 열면 좋을 텐데. 나는 할머니 품을 거의 모르고 자랐지만, 우리 집 두 아이들한테는 두 할머니가 있으니 좋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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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

 최아록 글·그림, 샨티, 2020.11.25.



12월 1일 저녁에 치마반바지를 두르고서 작은아이랑 달림이를 몰고서 저녁마실길. 여름에는 치마반바지를 두르든 말든 딱히 무어라 하는 말은 조금만 들었는데, 겨울에도 치마반바지를 두르니 “안 추워요?” 하고 모두들 묻는다. 난 빙그레 웃으며 “안 더워요?” 하고 되묻는다. 가만히 서거나 앉으면서 따뜻하게 덥힌 집에만 있다면 두툼옷을 걸치고도 바깥바람이 춥겠지. 아이랑 달림이를 몰면서 길을 씽씽 달리면 추울 일이 없다. 더구나 반바지여야 발판을 구를 적에 안 걸린다. 《모유 수유가 처음인 너에게》를 재미나게 읽는다. 아기를 낳아 젖을 물린 온날(100일)을 그림하고 글로 갈무리한 책인데, 더없이 마땅하지만 먼먼 옛날부터 젖물리기(모유 수유)는 할머니한테서 어머니로 이어온 살림길이다. 책이나 배움터로는 알 길이 없다. 집에서 살림을 짓는 따사로운 사랑으로 물려주고 이어받는 젖물리기요 아이돌봄이지. 다만 요새는 할머니 할아버지하고 함께 사는 젊은 가시버시가 꽤 적으니, 할머니 할아버지한테서 살림빛을 보고 듣고 배울 겨를이 적다. 더구나 열린배움터(대학교)라든지 일터(회사)를 다니며 살림빛하고 등진 나날이기 일쑤. 그저 사랑으로 젖을 물리면 되고, 누구보다 아저씨(사내)가 곁에서 잘 돌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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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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