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28.


《나무 하나에》

 김장성 글·김선남 그림, 사계절, 2007.5.7.



아이한테 묻는다. “이제 춥구나. 춥니?” “음, 아닌데요?” “그런데 손은 왜 이리 차갑고 몸을 떠니?” “음, 그냥.” “그러면 옷을 더 입어. 손이랑 몸이 말해 주는 소리를 들으렴.” 두 아이는 무럭무럭 커서 큰아이는 어머니 옷을 같이 입고, 아버지 옷도 입는다. 아버지 옷은 아직 큰아이한테 크지만 한두 해만 지나면 꼭 맞을 듯하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입던 옷을 넉넉히 두를 만하다. 큰아이가 지난해에 두르던 두툼옷을 이제 작은아이가 두르고, 큰아이는 어머니하고 아버지 두툼옷을 물려받는다. 문득 생각한다. 앞으로 두 아이가 무럭무럭 더 크면 두 아이한테서 어머니랑 아버지가 옷을 물려받겠네? 《나무 하나에》가 태어난 지 열 몇 해가 지났다. 잘 빚은 그림책은 오래오래 사랑받을 만하다. 그림책을 빚는 어른들이여, 나무처럼 숲처럼 들꽃처럼 이야기를 엮어 주면 좋겠다. 나무가 살아가는 나이만큼 사랑받을 그림책을 그리면 좋겠다. 배움터나 배움수렁 이야기를 다뤄도 나쁘지 않지만, 그런 이야기는 쉰 해나 백 해만 지나도 낡은 자취가 되겠지. 나무를 바라보고 사랑하면서, 시골이며 서울 어디에나 푸르게 물결치는 노래가 흐르도록 그림책을 여미면 좋겠다. 다만, 빛꽃(사진)스러운 그림 아닌, 오롯이 그림스러운 그림으로.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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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27.


《도라에몽 0》

 후지코 F.후지오 글·그림/장지연 옮김, 대원씨아이, 2020.10.31.



쇠날을 맞이할 적마다 다음 이틀 동안 우체국이 쉬니, 부칠 글월이 있으면 부쳐야지 하고 생각한다. 이러면서 하루를 보내다가 글월이나 책꾸러미를 꾸리기 빠듯하면 다음 달날로 넘긴다. 읍·면 우체국 모두 가깝지 않은 길이니까. 몇 해 앞서까지는 부랴부랴 서둘렀다면, 해가 갈수록 ‘느긋이 하자’고 생각을 돌린다. 틀림없이 글자락을 더 살펴야 하니까, 이모저모 더 챙겨야 하니까, 쇠날보다는 달날이나 불날에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이 나으리라. 《도라에몽 0》에 나오는 이야기는 도라에몽하고 노비타(진구)가 처음 만나는 대목을 다 다른 눈높이로 그려낸 줄거리를 보여준다. ‘진구·이슬이·퉁퉁이·비실이’ 같은 이름을 꽤 잘 옮겼다고 생각하면서도 ‘노비타’란 이름이 늘 살짝 아쉽더라. 노비타가 나무를 심으면서 왜 제 이름이 ‘노비타’인가를 깨닫는 대목이 있으니까. 늘 제 이름을 못마땅히 여기다가 ‘노비노비타’란 말이 입에서 터져나오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삶을 확 바꾸는 아이가 노비타(진구)이다. 이름이란 얼마나 값진가. 어버이는 아이한테 어떤 이름을 붙여서 날마다 그 이름을 불러 주는가? 그리고 이름을 비롯해 어떤 말로 이야기를 이슬처럼 엮어서 나날이 속삭여 주는가? 말이란 마음인데, 사랑 담은 빛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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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11-30 13:29   좋아요 0 | URL
도라에몽 꿈을 키워주는 만화같아요( ╹▽╹ )

숲노래 2020-11-30 21:55   좋아요 0 | URL
한켠으로는 꿈을 키우고
한켠으로는 꿈을 꺾는달까요...
그래서 재미있지요 ^^;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26.


《선생님 경제가 뭐예요》

 배성호·주수원 글, 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20.11.13.



미국 나라지기를 뽑는 일을 놓고 우리나라 새뜸은 어쩐지 제대로 이야기를 안 들려준다. 영어로 된 글이나 밑감을 스스로 찾아나설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꽤 많은 듯하다. 어느덧 우리나라 새뜸은 왼켠도 오른켠도 없이 모두 힘켠(기득권)에 섰구나 싶다. 여기에 돈켠·이름켠까지 붙든다. 스스로 왼켠이나 오른켠인 척하지만 알고 보면 힘·돈·이름을 거머쥐어 사람들을 뒤흔드는 무리일 뿐이기 일쑤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에서는 우편투표를 하는 종이를 ‘1,823,148’을 보냈다는데, 막상 우편투표를 한 사람은 ‘2,589,242’라고 한다. 버젓이 드러난 거짓값인데 미국 새뜸 가운데 이 대목을 짚는 곳은 둘쯤 있지 싶다. 《선생님 경제가 뭐예요》를 읽으며 욱씬욱씬한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어린이·푸름이한테 어떤 살림(경제·정치·사회·문화·역사·가사노동)을 들려줄 만한 어른일까? 우리는 제대로 살피고 슬기롭게 사랑하는 살림을 어린이한테 물려주거나 들려주려는가, 아니면 어느 힘켠이나 돈켠이나 이름켠에 서서 외곬을 보여주려는가? 옛말에 “나눌수록 커진다”고 했다. 미움이건 사랑이건 나눌수록 커진다. 덧붙이자면 종살이도 사랑살림도 나눌수록 커질 테지. 어른이라면 모름지기 오직 ‘어린이켠’에만 서야지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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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25.


《별이 되고 싶은 가로등》

 하마다 히로스케 글·시마다 시호/고향옥 옮김, 이마주, 2016.6.15.



오래도록 책시렁에 묻어 놓은 책을 들춘다. 다 읽은 책이어도 그 책에 적힌 말을 살펴서 우리말꽃에 담을 보기글로 옮기지 못했으면 하염없이 쌓는다. 혼자 다 하기에는 꽤 많이 쌓였을까. 그렇다고 집에서 빼내어 책숲으로 갖다 놓지도 못하네. 그림책 《별이 되고 싶은 가로등》을 본다. 어, 이 책을 언제 사서 읽었더라 하고 어림하니 세 해가 넘는다. 어디에 놓은 줄도 잊은 채 다른 책에 깔려 한켠에서 얌전히 손길을 기다렸구나. 이 책도 저 책도 매한가지이다. 둘러쌓인 책은 둘러쌓은 꾸러미요, 두루두루 돌아볼 이야기일 테지만, 좀처럼 추슬러 내지 못했네.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일하는 자리에 쌓은 즈믄 자락이 넘는 책을 하루에 다섯이나 열씩 날마다 갈무리하자. 하루하루 기운을 내어 추스르면 우리 보금자리가 조금은 넓어질 테지. 별이 되고 싶은 거리불도 한 걸음씩 내딛었다. 서두르지 않되 미루지 않는다. 내달리지 않으나 미적거리지 않는다. 꿈을 바라보고 걸어가면 된다. 스스로 빛을 길어올리면 된다. 하늘에 있어도 별이고, 땅에 있어도 별이다. 저 높이 있어도 아름답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도 곱다. 앉은뱅이 봄꽃은 늦가을에도 돋는데 얼마나 씩씩하고 아름다운지 모른다. 이 늦가을꽃 곁에 냉이꽃도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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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24.


《마치다 군의 세계 3》

 안도 유키 글·그림/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17.5.15.



길고도 짧은 하루를 보냈다. 해가 떨어진 밤이 되어서야 숨통을 튼다. 새벽부터 글감을 여미었고, 아침에 작은아이하고 마을빨래터를 치웠고, 낮에는 뒤꼍 땅값을 사려고 치러야 하는 남은돈(잔금) 200만 원을 보냈고, 읍내 우체국 더하기 저잣마실까지 했으며, 저녁에 집으로 돌아와 곁밥 한 가지 마무리. 1초조차 쉴 겨를이 없이 보낸 하루는 그림꽃책 《마치다 군의 세계 3》을 곁에 두면서 푼다. 뒤꼍 74평을 드디어 우리 손에 품는 길이 열렸다. 열 해를 기다렸다. 땅임자 집안에서 ‘주민등록 말소’에 걸린 분이 있기에, 그 실타래를 풀기까지 기다렸으니 ……. 올해에는 어찌저찌 그 땅값 남은돈 200만 원도 어찌저찌 벌어서 모아 놓았다. 다 차린 저녁을 아이들이 누리는 소리를 귓결로 들으며 책을 보다가 까무룩 잠든다. 아무리 재미난 그림꽃책조차 고단한 졸음을 밀어내지는 못하는구나. 그래, 좀 누워서 쉬고서 다시 펴든 새 일감을 붙잡든, 오늘치 우리말꽃을 더 쓰든 하자. 별이 쏟아지는 밤에 마당에 살짝 서다가, 뒤꼍에 올라 맨발로 풀밭을 밟는다. 별바라기를 하는 이 땅을 누릴 수 있기에 오늘도 즐거이 보낼 만하다. 이 땅은 별을 비롯해 풀꽃도 나무도 넉넉히 품는 고마운 자리이다. 그래, 보금자리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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