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4.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한영수 사진, 한선정 엮음, 한영수문화재단, 2020.12.1.



어제 안경을 잃었다. 어디서 잃었을까? 작은아이하고 밤마실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눈이 허전해서 짚으니 안경이 없네. 이튿날 낮인 오늘, 눈을 찾으러 나선다. 길바닥을 곰곰이 본다. 길바닥에는 안 흘렸다. 바퀴에 안 밟혔겠구나. 어제 들른 가게에 가서 묻는다. 이곳에 있네. 이 겨울에 치마반바지를 두르고 달림이를 몬다. 바람을 가른다. 뭐 달림이를 몰 적뿐 아니라 이불빨래를 할 적에도 깡똥바지를 입어야지. 우리 팔다리는 햇볕을 쬐고 싶어한다. 우리 팔다리는 맑게 흐르는 물을 맨살로 누리고 싶다. 우리 팔다리는 풀잎을 바람결을 빗방울을 고스란히 맞아들이고 싶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를 넘긴다. 속에 깃든 빛꽃은 까망하양이지만, 책낯은 배롱꽃빛이다. 진달래빛이요, 코딱지나물꽃빛이다. 온누리에 이 바알간 빛깔인 꽃이 참 많다. 꽃빛을 담고 싶어 배롱꽃빛 치마를 저고리를 옷을 지어 입었으리라. 이 고운 빛살은 가시내한테도 어울리지만 사내한테도 어울린다. 누구한테나 어울린다. 진달래가 바알간 꽃송이를 터뜨린대서 놀리는 사람이 없다. ‘코딱지나물’이란 이름이어도 이 꽃빛이 얼마나 고운가 들여다보면 좋겠다. 가을날 살살이꽃도 이 바알간 꽃으로 물들곤 한다. 바알갛게 영근 빛꽃책에 ‘눈뜨다’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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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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