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어디까지 아니? -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식물 이야기 탐험하는 고래 1
박연 글.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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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노래를 듣다

[내 사랑 1000권] 13. 박연 《식물, 어디까지 아니?》



  국민학교를 다니는 동안 해마다 식물채집 숙제를 내야 했습니다. 방학숙제 가운데 하나인데, 여름방학을 맞이하면 식물채집이나 곤충채집 가운데 하나를 골라서 해야 했지요. 도시에서는 여러 가지 벌레를 찾아내어 잡기가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이러다 보니 거의 모든 아이들이 식물채집을 고르는데요, 막상 식물채집을 제대로 해서 내는 동무는 찾아볼 수 없어요. 하나같이 풀을 모르고, 풀을 알려 하지 않으며, 풀을 아랑곳하지 않거든요.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터라 풀을 잘 모르지만, 어머니한테 여쭈면 이 풀은 뭐고 저 풀은 뭐라는 말씀이 바로 나옵니다. “이야, 어머니는 척척박사네요! 식물박사예요!” 하고 외치곤 했어요. 그런데 저는 어머니한테서 들은 풀이름을 이내 잊습니다. 이 풀하고 저 풀이 뭐가 어떻게 다른가를 가려내지 못해요. 코앞에서 들으면 아하 그렇구나 하면서도 발걸음을 옮기면 옆자리에서 돋은 풀이 무엇인지 헷갈립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식물채집 숙제를 내지 않습니다. 이러면서 풀이름 살피기가 어느새 뚝 끊어집니다. 비록 다섯 학기만 다니다 그만둔 대학교이기는 한데요, 대학교에 한동안 다닐 적에도 풀이름에 마음을 안 썼어요. 대학교를 그만두고 신문배달을 할 적에도, 신문배달을 그만두고 출판사 일꾼으로 들어간 뒤에도 풀이름에 그리 마음을 안 기울입니다.


  풀이름에 마음을 둔 때는 제가 나고 자란 인천을 떠났다가 이곳 인천으로 돌아온 2007년부터입니다. 골목마실을 하는데 골목밭이며 골목숲에서 마주하는 온갖 풀이 더없이 싱그러우면서 고왔어요. 골목마실을 제대로 누리고 싶어서 도시에서 새롭게 풀살림을 처음부터 배웠어요.


  만화가 박연 님이 빚은 《식물, 어디까지 아니?》는 무척 알찹니다. 만화가 길하고 흙지기 길을 함께 걷는 박연 님은 어린이와 푸름이가 풀하고 동무가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쓰고 그렸어요. 우리 밥이 되어 주고, 우리 이웃이 되어 주며, 우리 보금자리가 되어 주는 풀노래를 책 한 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2017.6.2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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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폭력이다 - 평화와 비폭력에 관한 성찰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조윤정 옮김 / 달팽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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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뭔데?

[내 사랑 1000권] 12. 레프 톨스토이 《국가는 폭력이다》



  레프 톨스토이라는 분이 쓴 《국가는 폭력이다》라는 책을 처음 읽은 2008년 여름을 떠올려 봅니다. 1890년대에 쓴 글이라고 하는데, 이 글은 백 해를 가로질러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도 뜻깊게 읽을 만할 뿐 아니라, 가슴에 새길 만하네 하고 느꼈어요. 삶과 살림을 꿰뚫을 줄 알 때에 이처럼 나라 얼거리를 읽을 수 있구나 싶었고, 사람과 사랑을 헤아릴 줄 알 적에 이렇게 나라 틀거리를 바로볼 수 있구나 싶었어요.


  《국가는 폭력이다》를 세 번쯤 다시 읽을 무렵 레트 톨스토이 님이 쓴 짧은 글이 떠올랐어요. 한 사람한테 땅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가를 다룬 글인데요, 이 글은 1930년대에 한국말로 옮겨진 적이 있어요. 서슬퍼런 일제강점기에 뜻있는 분이 이 얘기를 옮기셨더군요.


  우리한테 땅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다 보면 저절로 한 나라란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제대로 짚을 수 있어요. 한 사람하고 한 나라는 똑같아요. 한 사람은 스스로 보금자리를 지어서 가꿀 수 있을 만한 땅을 누려야 합니다. 한 나라는 사람들이 아름답고 사랑스레 어우러질 수 있을 만한 길을 걸어야 하지요.


  한 사람이 보금자리를 이룰 만한 땅을 거의 못 누리거나 지나치게 많이 거머쥘 적에는, 바로 이 한 사람부터 고달픕니다. 한 나라가 사람들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길이 아닌 돈이나 권력에 이끌린다면, 또는 사람들이 사랑스레 어깨동무하는 길이 아닌 군대와 경찰과 막삽질에 끌려간다면, 이는 바로 독재로 이어지고 말아요.


  우리는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아름다운 시골에는 군대도 전쟁무기도 경찰도 없어요. 사랑스러운 숲에는 대통령도 시장도 군수도 없지요. 스스로 삶을 지으면 돼요. 스스로 밭을 가꾸면 돼요. 스스로 아이를 돌보며 가르치면 돼요. 스스로 하루를 짓고 기쁨을 지으면 돼요. 《국가는 폭력이다》라는 책은 우리한테 있는 특권부터 우리 스스로 떨쳐내어 홀가분한 사람이 될 적에 비로소 한 나라도 아름답게 달라진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2017.6.2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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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하니 - 전4권 - 바다어린이만화
이진주 글 그림 / 바다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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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달리는 아이

[내 사랑 1000권] 11. 이진주 《달려라 하니》



  아이들은 달리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저도 어린이라는 나이를 살아가는 동안 달리기를 대단히 좋아했어요. 마을에서 으레 달리면서 살았어요. 심부름을 할 적마다 4층부터 1층까지 펄쩍펄쩍 뛰어내리고는, 가게까지 냅다 달음질을 했어요. 집하고 학교 사이를 오갈 적에 한 번도 안 쉬고 달려 보기도 했고요.


  달리기는 어른이라는 몸을 입은 뒤에도 좋아합니다. 요즈음은 짐을 잔뜩 짊어지고 다니느라 좀처럼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온갖 짐을 짊어지고 아이를 한 팔로 안은 채 달리기도 해요. 재미있거든요.

  달릴 적에는 바람을 가릅니다. 매우 빨리 달려야만 바람을 가르지 않기에, 가볍게 달려도 바람을 가를 수 있어요. 이리 달리고 저리 달릴 적에는 몸을 이리저리 옮기며 달리는 맛이 새롭습니다. 한참 달리며 땀이 방울져서 톡톡 떨어질 적에는 땀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이 새삼스러워요.


  달리기를 하면서 문득 생각해 보는데, 어쩌면 사람은 걷는 재미와 달리는 재미가 있어서 날지는 않을 수 있겠다 싶어요. 걷거나 달리는 재미를 넘어서 새로운 재미를 찾으려 한다면 어쩌면 사람도 새처럼 하늘을 날며 바람뿐 아니라 구름을 가를 수 있을는지 몰라요.


  이진주 님이 빚은 만화책 가운데 《달려라 하니》는 한국에서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 1986년과 1988년에 치른 커다란 운동경기 때문에 어린이 만화에서도 운동경기를 자주 많이 다루기도 했습니다만, 《달려라 하니》는 예나 이제나 한국에서 인기가 없다는 달리기에 눈길을 두면서 이야기를 풀어내요. 작은 아이 마음속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꿈을 달리기로 풀어내고, 작은 아이 가슴속에 불꽃처럼 피어나고 싶은 사랑을 달리기로 담아내지요.


  첫째가 되려는 달리기가 아니라 바람처럼 달리며 눈물을 바람에 실어 날려 보내는 달리기를 보여주는 《달려라 하니》입니다. 으뜸이 되려는 달리기가 아니라 바람처럼 달리는 동안 웃음을 바람에 얹어 훨훨 날려 보내는 달리기를 보여주는 《달려라 하니》예요. 2017.6.2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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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길벗어린이 문학
엘리너 파전 지음, 에드워드 아디존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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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꿈을 씨앗으로 심는 글

[내 사랑 1000권] 10. 엘리너 파전 《작은 책방》



  제가 어릴 적에 읽은 책은 몇 가지 없습니다. 이 가운데 오늘까지도 또렷하게 떠올리는 책이 하나 있으니 《보리와 임금님》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 읽은 《보리와 임금님》은 그때에는 몰랐고, 나중에 스물 몇 살이 되어 출판사에서 일할 무렵 헌책방을 다니다가 일본에서 나온 해묵은 어린이책을 보고서 알아차렸는데요, 한국에서 나온 웬만한 ‘세계명작’은 일본책을 고스란히 베끼거나 훔친 판이었더군요. 제가 어릴 적에 읽은 《보리와 임금님》도 판짜임이나 책꾸밈을 일본 책을 그대로 베끼거나 훔쳤을 뿐 아니라, 영어가 아닌 일본말 번역을 한국말로 다시 옮긴 책이었어요.


  아무튼 어릴 적에 읽은 책 가운데 잊히지 않는 《보리와 임금님》이에요. 어릴 적에는 이 책에 깃든 이야기를 잘 알아채지 못했지만 무척 재미있다고 여겨서 한달음에 빨려들었어요. 어린 저는 대단한 개구쟁이였기에 몇 초만 꼼짝을 않으면 어쩔 줄 모를 만큼 좀이 쑤셨어요. 한 자리에 얌전하게 앉는 일이란 꿈조차 꿀 수 없었어요. 학교에서 수업마다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요. 얌전하게 책상맡에 앉아서 입을 꼭 다물고 선생님 뒷통수만 쳐다보아야 했으니까요.


  이런 개구쟁이가 《보리와 임금님》을 손에 쥘 때만큼은 그저 빨려듭니다. 시간이 흐르는 줄 잊고, 배고픈 줄 잊어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조차 잊어요. 이러다가 어느새 마지막 쪽까지 넘기는데, 마지막 쪽을 넘기고 책을 덮으니 시간이 무척 많이 흘렀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안 먹고 책만 읽었네 하고 깨닫지요.


  《작은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새로운 번역으로 나온 엘리너 파전 님 문학은 그냥 문학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꿈을 씨앗으로 심는 문학이라고 느껴요. 더구나 이 문학은 사랑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꿈을 씨앗으로 심어요. 게다가 이 문학은 즐겁게 노래하면서 하루를 짓는 사랑으로 가득한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꿈을 씨앗으로 심지요. 어릴 적에 엘리너 파전 님 글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앞으로 글을 쓴다면 이런 글을 써야 즐겁고 아름답겠네’ 2017.6.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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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집 시리즈 전9권 세트/노트+수첩 증정/개정판
비룡소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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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진 시골 놀이순이

[내 사랑 1000권] 9. 로라 잉걸스 와일더·가스 윌리엄스 《초원의 집》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시골을 어떻게 여길까요? 아무래도 낯설면서 두렵겠지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도시를 어떻게 볼까요? 아무래도 낯설면서 무섭겠지요. 때로는 시골이 잘 들어맞는 도시 아이가 있어요. 때로는 도시가 잘 어울리는 시골 아이가 있지요.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습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큰길에서는 매우 시끄러워서 동무하고 말을 섞기가 참 힘들다고 느꼈어요. 이러다가 마을로 들어서면 이 시끄러운 소리가 사라져요. 고작 몇 걸음을 골목 안쪽으로 옮길 뿐이지만 감쪽같이 조용합니다. 마을 깊이 들어서면 자동차 소리는 하나도 안 들리고 안 느끼지요.


  어릴 적에 살던 마을에는 자동차를 모는 분이 거의 없었어요. 요새는 자동차 없는 마을이나 아파트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테지만, 제가 어릴 적에는 한밤에도 자동차나 엘리베이터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일이 없었어요. 이런 것이 없었으니까요. 도시 한복판에서도 아주 고요하게 꿈을 꾸었어요. 비록 비둘기하고 참새뿐이지만 아침에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나요. 때로는 갈매기를 보았고요. 해오라기나 왜가리를 만나면 오늘은 어쩐지 좋은 날이 되겠네 하고 여겼어요.


  《초원의 집》은 책보다 연속극으로 먼저 만났습니다. 연속극으로 만난 《초원의 집》을 볼 적마다 이 연속극에 나오는 가시내들이 개구지게 뛰어노는 모습이 몹시 반갑고 재미있었어요. 어릴 적에는 다른 모습이 안 들어왔어요. 너른 들판이나 벌판은 어릴 적에 못 봤어요. 어릴 적에는 오직 놀이를 보고 놀이동무를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어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문학으로 《초원의 집》을 마주하니, 개구진 시골 놀이순이를 가르치고 일깨운 슬기로운 두 어버이 모습이 환하게 보입니다. 어쩜 이렇게 씩씩하면서 다부진 어버이일까요. 어쩜 이렇게 슬기로우면서 힘찬 어버이일까요. 아이들한테 살림을 보여주고 함께 짓고 물려주니, 이 아이들은 어버이처럼 아름답게 자라면서 어버이가 하지 못한 글쓰기를 펼쳐서 엄청난 책을 남겼어요. 2017.6.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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