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집 시리즈 전9권 세트/노트+수첩 증정/개정판
비룡소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개구진 시골 놀이순이

[내 사랑 1000권] 9. 로라 잉걸스 와일더·가스 윌리엄스 《초원의 집》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시골을 어떻게 여길까요? 아무래도 낯설면서 두렵겠지요.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는 도시를 어떻게 볼까요? 아무래도 낯설면서 무섭겠지요. 때로는 시골이 잘 들어맞는 도시 아이가 있어요. 때로는 도시가 잘 어울리는 시골 아이가 있지요.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라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습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큰길에서는 매우 시끄러워서 동무하고 말을 섞기가 참 힘들다고 느꼈어요. 이러다가 마을로 들어서면 이 시끄러운 소리가 사라져요. 고작 몇 걸음을 골목 안쪽으로 옮길 뿐이지만 감쪽같이 조용합니다. 마을 깊이 들어서면 자동차 소리는 하나도 안 들리고 안 느끼지요.


  어릴 적에 살던 마을에는 자동차를 모는 분이 거의 없었어요. 요새는 자동차 없는 마을이나 아파트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 테지만, 제가 어릴 적에는 한밤에도 자동차나 엘리베이터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일이 없었어요. 이런 것이 없었으니까요. 도시 한복판에서도 아주 고요하게 꿈을 꾸었어요. 비록 비둘기하고 참새뿐이지만 아침에는 새소리를 들으면서 일어나요. 때로는 갈매기를 보았고요. 해오라기나 왜가리를 만나면 오늘은 어쩐지 좋은 날이 되겠네 하고 여겼어요.


  《초원의 집》은 책보다 연속극으로 먼저 만났습니다. 연속극으로 만난 《초원의 집》을 볼 적마다 이 연속극에 나오는 가시내들이 개구지게 뛰어노는 모습이 몹시 반갑고 재미있었어요. 어릴 적에는 다른 모습이 안 들어왔어요. 너른 들판이나 벌판은 어릴 적에 못 봤어요. 어릴 적에는 오직 놀이를 보고 놀이동무를 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어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문학으로 《초원의 집》을 마주하니, 개구진 시골 놀이순이를 가르치고 일깨운 슬기로운 두 어버이 모습이 환하게 보입니다. 어쩜 이렇게 씩씩하면서 다부진 어버이일까요. 어쩜 이렇게 슬기로우면서 힘찬 어버이일까요. 아이들한테 살림을 보여주고 함께 짓고 물려주니, 이 아이들은 어버이처럼 아름답게 자라면서 어버이가 하지 못한 글쓰기를 펼쳐서 엄청난 책을 남겼어요. 2017.6.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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