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11 취재



  글을 쓰거나 책을 내기 앞서, 흔히들 ‘취재·사전조사’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둘 다 안 할 노릇이라고 말합니다. “취재(取材) : 작품이나 기사에 필요한 재료나 제재(題材)를 조사하여 얻음”이요, ‘사전조사(事前調査) : 표본 조사를 행하기 이전에 소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하여 실시하는 예비 조사”입니다. ‘취재·사전조사’는 잘못 쓰거나 틀리게 쓰거나 치우쳐 쓰지 않도록 살피는 일로 여기지만, 막상 이 두 가지는 ‘삶·살림·사랑·숲’을 담아내는 길하고 동떨어집니다. 글을 쓰든 책을 내든 ‘스스로 살아낼’ 노릇입니다. ‘취재·사전조사’는 ‘구경꾼 눈길’이거든요. 너랑 나는 딴나라에서 산다는 마음이기에 ‘취재·사전조사’로는 ‘이웃이 살아가며 살림하고 사랑하는 숲이란 보금자리’를 들여다보는 눈으로 가지 않습니다. 숱한 글(문학·기사)은 글쓴이 삶이나 오늘이 아닌, 구경꾼으로 어쩌다가 들여다본 남들 이야기에 그칩니다. 낱말책은 더더욱 살아내고 살림하며 사랑할 노릇입니다. 아기랑 살지 않고서 ‘아기’란 낱말을 어떻게 풀이할까요? ‘이웃’이 아니고서 어떻게 이 낱말을 다룰까요? 사랑을 하지 않고서 ‘사랑’을 풀이하지 못합니다. 구경꾼 눈길로는 겉훑기조차 허술하며 속은 아예 못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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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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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10 사그락



  먹물을 묻히는 붓을 쥐면 스윽스윽 부드러이 번지는 소리가 싱그러이 감도는 이야기로 태어납니다. 까만 돌가루를 길게 뭉쳐 나무로 품은 붓을 쥐면 사각사각 사그락사그락 가볍게 퍼지는 소리가 푸르게 맴도는 이야기로 피어납니다. 붓은 나무를 바탕으로 털빛이나 돌빛을 품습니다. 종이는 나무가 우거진 숲빛을 푸르게 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 한 줄에는 여러 빛살이 어우러집니다. 때로는 서둘러야 해서 후다닥 쓰면서 씽씽 센바람을 맞이합니다. 때로는 느긋하면서 조용히 쓰면서 산들바람이며 봄바람을 맞아들입니다. 스윽스윽 글소리로 하루를 다독입니다. 사각사각 사그락사그락 글소리로 오늘을 달랩니다. 호미로 홈을 파듯 톡톡 쪼는 손길에서는 살림을 여는 소리가 구슬땀에 맺힌 즐거운 이야기로 돋아납니다. 도마를 놓고 부엌칼을 통통통 놀리노라면 밥차림으로 잇는 가벼운 소리가 신나는 노랫가락으로 거듭나면서 넉넉한 이야기로 자라납니다. 우리말은 소리말(의성어)하고 몸짓말(의태어)이 수두룩합니다. 낱말풀이를 할 적에 소리말하고 몸짓말은 쉽지도 어렵지도 않으나, 어쩐지 즐겁습니다. 글을 쓰고 말을 나눌 적에 우리말빛을 살리는 소리말하고 몸짓말을 푸짐히 엮으면 한결 멋스러우면서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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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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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

나는 말꽃이다 109 흔히



  흔히 쓰는 말이어도 낱말책에 안 오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쓰기는 하되, 그리 우리말스럽지 않다면 말이지요. 자주 쓰는 말이라도 낱말책에 안 담기도 하지요. 사람들이 자주 쓰지만, 아무래도 손질하거나 손보면서 우리말빛을 살펴야 하다면 말이에요. 흔히 쓰는 말이기에 말밑이나 말결을 더 안 살피고 그냥그냥 쓰기도 합니다. 자주 쓰는 말이라서 말빛이나 말느낌을 더 안 헤아리고 가볍게 쓰기도 해요. 문득 돌아보면 어떨까요? 곁에 아름다이 흐르는 숨빛을 읽기에 크기를 떠나 언제나 즐거이 하루를 짓습니다. 흔히 쓰고 자주 쓸 만큼 손이며 입이며 눈이며 귀에 익은 말씨가 참으로 ‘우리말다운’가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빛나는 우리말’인가 아닌가 곰곰이 짚어 보기를 바라요. 어린이·푸름이라면 어버이한테서 이어받아 ‘새롭게 가꿀 만한 우리말’인가 아닌가 찬찬히 어림하기를 바라요. 아이를 낳지 않은 어른이라면 ‘이웃 아이’가 ‘어른인 나한테서 들을 즐거우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우리말’인가 아닌가 낱낱이 다시 보면서 말매무새를 가다듬을 만합니다. 말장난은 재미없으나 말놀이는 재미있습니다. 반짝반짝 즐거울 놀이로 나아갈 말빛하고 글빛을 되새깁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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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꽃 2022.10.25.

나는 말꽃이다 108 연속극



  낱말책을 엮는 일꾼은 ‘연속극’을 안 봅니다. ‘연속극이 나빠서 안 보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이든 이웃나라이든 ‘연속극은 으레 막장에 빠지기 때문에 안 봅’니다. ‘막장 연속극’은 으레 ‘우리나라 창피한 민낯’을 보여준다고 여길 만하되, ‘창피한 민낯 바라보기’를 하다 보면 ‘창피한 민낯 생각하기’로 잇다가 ‘창피한 민낯 나무라기’로 뻗고, 이 ‘세 가지(바라보기·생각하기·나무라기) 되풀이’에 갇히더군요. 낱말책은 낱말풀이를 가두는 꾸러미가 아닙니다. 쓰임새하고 결을 넓히고 새로 태어나기도 하는 낱말을 언제나 새삼스레 바라보고 느끼고 헤아리면서 ‘사람들 누구나 스스로 말뜻·말결을 저마다 다르면서 새롭게 살리도록 북돋우는’ 꾸러미입니다. 그래서 낱말책을 엮는 일꾼은 ‘창피한 민낯’을 살펴서 알아차리되, ‘새롭게 지으며 사랑으로 꽃피울 살림길’을 마음에 품고 돌보고 펴는 길로 나아가려고 해요. 낱말책 일꾼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즐거운 어린이책·그림책·만화책’을 곁에 둡니다. 어린이하고 어른이 어깨동무하면서 손수 새롭게 지을 살림꽃을 이야기로 여미는 책을 즐겨읽지요. ‘창피한 민낯’은 알아두기만 하고서 ‘새로운 사랑꽃’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지으려고 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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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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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꽃/숲노래 말빛 2022.10.19.

나는 말꽃이다 107 손빛 (+ 장정일 손글씨)



  지난날에는 쪽종이에 깨알같이 손글씨를 적으면서 낱말책을 여미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쪽종이를 곧잘 쓰지만 이제 거의 안 씁니다. 다들 셈틀로 낱말책을 여미지요. 셈틀을 쓰기 때문에 낱말을 살피거나 엮는 일이 한결 수월하고, 보기글을 훨씬 많이 모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셈틀이 이바지하더라도 ‘사람이 손으로 하나하나 가다듬고 추스르고 갈무리합’니다. 그리고 셈틀로 낱말책을 여미더라도 늘 글꾸러미를 챙겨요. 자리맡에서는 셈틀을 켜지만, 걸어다니거나 돌아다니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나 낱말은 곧장 손으로 붓을 쥐어 종이에 남기거든요. 낱말책을 여미려는 사람이라면 손글을 날마다 숱하게 씁니다. 늘 자리맡에 앉아서 일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말은 삶을 그리는 소리입니다. 삶을 모르거나 등진 채 말만 붙잡는다면 낱말책이 허술해요. 살림을 안 가꾸거나 안 지으면서 말만 다룬다면 낱말책이 후줄근합니다. 손수 바람결을 느끼고, 스스로 집안일을 하고, 맨손에 맨발로 풀꽃나무를 헤아리면서 흙이며 빗물이며 햇볕이며 별빛을 쓰다듬기에, 낱말 하나에 담는 모든 숲빛과 사랑과 꿈과 마음을 알아가면서 뜻풀이하고 보기글을 돌아봅니다. 손으로 빚으면서 손길이 빛날 적에 비로소 낱말책 하나가 태어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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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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