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2022.9.22.

나는 말꽃이다 104 사투리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한자말 ‘육아(育兒)’를 “어린아이를 기름”으로 풀이합니다. ‘기르다’는 “2. 아이를 보살펴 키우다”로, ‘키우다’는 “2. 사람을 돌보아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하다”로, ‘돌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다”로, ‘보살피다’는 “1. 정성을 기울여 보호하며 돕다”로 풀이합니다. 끝없는 돌림·겹말풀이인데, 막상 아이한테 무엇을 어떻게 할 적에 ‘육아’이거나 ‘기르다·키우다·돌보다·보살피다’인지를 제대로 알기 어렵습니다. 우리말꽃(국어사전) 뜻풀이는 왜 이다지 엉터리일까 하고 돌아보면, 말글지기(국어학자) 스스로 아이 곁에 있지 않은 탓이라고 느껴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함께 살림을 짓는 하루를 보내었다면 ‘육아’란 한자말이건 ‘기르다·키우다·돌보다·보살피다’란 우리말이건 알맞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레 풀이할 테지요. 사투리는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지으며 살아가는 수수한 사람들 입에서 저절로 샘솟는 말”이라고 느낍니다. 먼 옛날부터 누구나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지으며 말도 이런 숨결로 지어서 썼듯, 오늘날에도 우리 나름대로 저마다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지으며 말 한 마디하고 글 한 줄을 여미는 새길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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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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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103 굳이



  어릴 적부터 둘레에서 흔히 묻는 말 가운데 하나는 ‘굳이’입니다. “굳이 그쪽을 골라야 해?”부터 “굳이 안 먹어야 해?”라든지 “굳이 그 길을 가야 해?”라든지 “굳이 그 책을 읽어야 해?”라든지 “굳이 그 말을 알거나 써야 해?”처럼 묻는 말이 끝없습니다. 짝을 맺을 적에는 “굳이 잔치(혼례식)를 안 해야 해?”처럼 묻고, 아이가 집에서 놀도록 품으면 “굳이 배움터(학교)를 안 보내야 해?”처럼 묻고, 쉰 살이 가깝도록 걸어다니니 “굳이 부릉이(자가용)를 안 몰아야 해?”처럼 묻고, 서울·큰고장을 떠나니 “굳이 시골로 가야 해?”처럼 묻고, 여태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일을 한다니 “굳이 네이버 찾아보기 아닌 종이꾸러미(종이사전)를 엮어야 해?”처럼 묻습니다. ‘굳이’를 앞세우는 모든 분한테 “저는 굳이 하지 않아요. 할 일이고 갈 길이니 즐거이 맞이합니다. 이웃이 짓는 살림을 안 바라보며 굳이 이렇게 따지면 즐겁나요?” 하고 되물어요. 남들이 보면 ‘굳이 뜻풀이를 새로 붙이’고 ‘굳이 말밑(어원)을 캐내려 용쓰’고 ‘굳이 새말을 지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려 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말꽃은 굳이 여미는 꾸러미일 수 없어요. 낱말 하나하고 얽힌 살림을 즐겁게 헤아려 사랑으로 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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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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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102 날개랑 사슬



  어린이는 높낮이를 안 가립니다. 누구한테나 말을 놓습니다. “말을 놓는다”고 했는데, “마음을 놓고서 생각을 놓으려고 다가서고 마주한다”는 뜻입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길들인 뒤부터 나이가 많거나 몸집이 큰 이들 앞에서 ‘높임말’을 쓰도록 짓눌리지요. 어린이가 오직 기쁨과 보람과 사랑으로 자라난다면 겉모습(나이·힘·돈/지위·권력·재산)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마음으로 말을 놓아 생각을 잇는 길”에 서서 놀려고 합니다. 어린이 살림길은 늘 놀이하는 노래가 바탕입니다. 이 숨결을 고이 이어 어른이 될 적에 비로소 사랑이에요. 놀이하는 노래가 없으면 사랑이 아니에요. 살을 부비거나 섞는 일은 사랑이 아닙니다. 살부빔과 살섞기일 뿐이지요. ‘아이말’은 “품위 없애는 말 = 굴레·사슬·높낮이가 없이 어깨동무하면서 놀고 노래하고 춤추는 기쁘며 보람차고 사랑스러운 말”입니다. ‘아이말 = 날개말’이에요. ‘어른말 = 사랑말’이지만, ‘늙은말(권력 언어) = 사슬말, 스스로 굴레에 갇히며 이웃을 사슬에 가두는 말”입니다. 우리 어른은 아이들이 배울 만하고 물려받을 만한 말을 쓸 노릇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참어른답게 사랑이 빛나는 말을 배우면서 물려받을 노릇이에요. 주고받을 말이란 ‘날개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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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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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01 책집



  책을 다루는 곳을 놓고서, 지난날 한문을 쓰던 이들이 엮은 ‘서점·서림’이나 ‘글방·책방’이란 이름을 쓰는 분이 있으나, 수수하게 ‘책가게’나 ‘책집’이라고 말하는 분이 있어요. 가게이거나 집이니까요.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글이라 하면 ‘한글이 아닌 한자’였기에 한자말 이름을 고스란히 쓰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는 글이라고 하면 ‘한자가 아닌 한글’입니다. 한자말을 쓰는 사람은 아직 많으나 ‘굳이 한자를 쓰는 사람’은 드물어요. 이제는 누구나 ‘즐겁게 한글로 글을 씁’니다. 이러한 삶결이라면 책을 다루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이름을 붙일 만합니다. 바로 ‘책가게’하고 ‘책집’입니다. 사고파는 살림을 두며 사람 사이를 잇는 곳이기에 ‘가게’이고, 사고파는 살림을 두면서 삶·살림을 스스로 짓는 길을 스스로 나누도록 포근히 이끌어 사람 사이를 잇는 곳이기에 ‘집’입니다. 낱말책은 “삶을 짓는 생각으로 가도록 낱말로 이끌고 이어 주는 징검다리”입니다. 새롭게 피어나는 살림에 맞게 낱말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삶터를 새롭게 가꾸어 가기를 바랍니다. 집살림도 책집살림도 즐겁게 돌보고, 낱말도 낱말책도 알뜰살뜰 여밉니다. 포근하게 두면서 서로 이어가는 자리가 바로 ‘집’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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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빛/숲노래 말꽃

나는 말꽃이다 100 숲



  우리를 둘러싼 숲을, 우리가 포근히 감싸는 마음이 될 적에 그림책도 글책도 그림꽃책(만화책)도 빛꽃책(사진책)도 태어나지 싶습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어린이랑 노는 하루를 ‘어린이라는 책’을 마음으로 읽는 눈빛”이지 싶고, 우리가 어린이라면 “어린이랑 어울리는 하루를 ‘어른이라는 거울’을 마음으로 헤아리는 눈망울”이지 싶습니다. 숲에 깃들면 무엇을 보나요? 숲을 이루는 풀꽃나무를 보는지요? 숲에서 노래하는 새를 느끼는지요? 숲에서 피어나는 푸른바람을 맞이하는지요? 숲은 사람한테 딱히 바라지 않으나 가만히 기다립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른 뜻으로 이 별에 찾아온 뜻이란 오롯이 사랑을 펴는 살림인 줄 스스로 느껴서 숲빛을 고이 품기를 바라면서 기다리는구나 싶습니다. 모든 삶도 살림도 사랑도 숲에서 깨어나고 자라서 피어납니다. 사람이 쓰는 모든 말은 ‘삶·살림·사랑’을 고스란히 담으니, 어느 나라 말이건 바탕은 ‘숲말’입니다. 숲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퍼지는 말입니다. 숲을 곁에 두고 돌보기에 말빛을 북돋웁니다. 숲을 멀리하거나 꺼리기에 말빛이 흐립니다. 숲하고 등지기에 막말이나 거친말이 불거져요. 숲을 품기에 꽃말에 푸른말이 싹터요. 수수하게 오늘을 보고 아끼는 마음이 숲말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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