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9 바닷내음



  ‘망울’이 있고, ‘멍울’이 있습니다. ‘방울’이 있고, ‘방글·벙글’에 ‘방긋·벙긋’이 있습니다. 다 다른 여러 낱말은 살몃살몃 얽힙니다. 꽃하고 잎이 ‘꽃망울·잎망울’로 맺으면서 터지고, 눈물에 이슬에 빗물이 ‘눈물방울·이슬방울·빗방울’로 동글동글 맺습니다. 바다는 끝없이 물결치면서 물방울을 튕깁니다. 바다가 튕기는 물방울이라면 ‘바닷방울’입니다. ‘바닷방울’이란 낱말을 문득 떠올린 사람이 이따금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낱말풀이까지 한 사람은 아직 없어요. 바닷가에서 아이하고 놀다가 문득 터져나온 ‘바닷방울’이란 낱말을 갈무리해서 올림말로 삼습니다. 꽃한테서는 꽃내음이 나고, 풀한테서는 풀내음이 납니다. 사람마다 사람내음이 다르고, 글에는 글내음이 있으니, 바다에는 ‘바닷내음’이 있어요. 우리 삶자리를 나타내거나 우리 마음을 담아낼 모든 낱말을 올림말로 삼아서 낱말책에 싣자면 너무 많을 수 있습니다. 굳이 다 실어야 하지 않습니다. 말을 엮어 생각을 그릴 틀을 짚어 주면 넉넉합니다. 누구나 즐겁게 우리말꽃을 지필 실마리를 톡톡 건드릴 낱말책입니다. 바닷물이 흐르는 바닷길이 있고, 바다를 가르면서 나아가는 바닷길이 있어요. 바닷바람을 마시면서 바다살림을 헤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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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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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8 오래



  아이한테 안 수수하거나 안 쉬운 말을 쓰면 아이는 못 알아들어요. 아이가 영어나 한자말을 나불나불할 적에 “거 참 똑똑한 아이일세!” 하고 치켜세우시겠습니까? “이 아이 참 되도 않는 말을 하네!” 하고 혀를 차겠습니까?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차다 : 1. 일정한 공간에 사람, 사물, 냄새 따위가 더 들어갈 수 없이 가득하게 되다”로, “가득하다 : 1. 분량이나 수효 따위가 어떤 범위나 한도에 꽉 찬 상태에 있다”처럼 다룹니다. 뜻풀이 첫말부터 턱 막힐 만하고 겹말풀이인데다가, 옮김말씨를 쓰니 얄궂습니다. ‘차다’는 ‘가득하다’하고 비슷하되 다릅니다. 모자라지 않으면서 넘치지 않는 결이 ‘차다’예요. 아주 많다 싶도록 있는 결이 ‘가득하다’입니다. 낱말풀이는 쉽고 수수한 낱말로 부드러이 결을 가를 노릇입니다. 오래오래 쓴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을 누구나 오래오래 헤아리면서 오래오래 누리도록 추스르기에 낱말책이에요. 누구나 노래할 말을 누구나 서글서글 익히면서 나긋나긋 나누도록 길을 찾아내어 참으로 수수하고 쉽게 엮습니다. 오래 읽히는 글은 수수하면서 쉽게 가다듬은 말이 어우러진 글이지 싶어요. 오래 못 읽히는 글은 수수하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말이 춤추는 글이지 싶고요.


[숲노래 우리말꽃]

차다 : 1. 비거나 모자라거나 넘치거나 지나치지 않도록 있다. 더 넣거나 들어갈 만하지 않다. 빈틈이 없다고 할 만하고,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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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7 한 줄



  무엇을 하고 생각하며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고 돌아보면서, 오늘을 스스로 새롭게 가꾸는 즐겁고 다부진 마음으로 나아가도록, 가만히 이바지하는 숨빛을 스스로 찾는 손길하고 발걸음으로 적는 글 한 줄이지 싶습니다. 글에 앞서 말이니, 오늘을 어떻게 헤아리며 하루를 맞이하는가 하고 되새기면서, 언제나 스스로 새롭게 짓고 즐겁고 당찬 눈빛으로 살아가도록, 차곡차곡 노래하고 춤추는 숨결로 스스로 누리고 나누면서 흐르는 말 한 마디이지 싶어요. ‘삶·살림·사랑·숲·사람’을 담는 말이기에, 이 말을 글로 옮기면서 저마다 오늘 이 하루를 새록새록 돌아보면서 스스로 기운을 차리는 밑바탕을 이루리라 느껴요. 대단해야 할 말글이 아닌, 삶이기에 넉넉한 말글이고, 살림이기에 즐거운 말글이요, 사랑이기에 싱그런 말글이며, 숲이기에 푸른 말글에, 사람다이 착하고 참하며 어질게 빛날 말글이지 싶습니다. 비가 오면 빗소리하고 빗살을 담는 말글입니다. 해가 지면 어둠하고 밤빛을 그리는 말글입니다. 새벽이면 이슬을 굴리는 말글이요, 아침이면 기지개를 켜며 활짝 웃는 말글입니다. 올림말 하나는 삶을 간추린 이름입니다. 뜻풀이 한 줄은 살림을 이야기하는 마음입니다. 보기글 한 줄은 사랑을 속삭이며 숲을 품는 사람들 넋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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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꽃이다 136 힘



  ‘힘주다’라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한자말로는 ‘강조·신신당부’쯤일 텐데, 돋보이기를 바라거나 내세우려 할 적에 ‘힘주기’를 합니다. 남보다 잘 보이려 하거나 앞에 나서려는 마음이 ‘힘주기’인데, 힘을 자꾸 주면 오히려 억지스럽거나 지나쳐 보여요. 힘을 빼면 수수합니다. 힘을 주려니 부풀립니다. 힘을 빼기에 차분합니다. 힘을 주기에 내버티려 합니다. 힘을 빼는 결은 스스로 고요히 빛나는 길로 가고, 힘을 주는 결은 더 크거나 빠르거나 많아 보이려고 겉치레를 하는 길로 갑니다. ‘글에 힘을 뺀다 = 글을 억지스레 부풀리거나 꾸미거나 자랑하거나 내세우거나 장난치거나 덧씌우거나 치레하거나 거짓을 보태지 않는다’입니다. 글에는 힘을 얹거나 싣거나 더할 노릇이 아닙니다. 글에는 오롯이 삶을 얹고 살림을 싣고 사랑을 더할 노릇입니다. 삶이 없이 힘만 잔뜩 들어간 글은 얼핏 멋져 보이지만 속이 비어요. 살림이 없이 힘줌꼴로 그럴듯이 꾸민 글은 두고두고 되읽을 곁글하고는 동떨어져요. ‘글을 잘 써야 할 텐데’ 하고 걱정하기에 그만 ‘잘 쓴 글처럼 보이려’고 덕지덕지 꾸미거나 다른 사람 글을 흉내내거나 베끼거나 훔칩니다. 낱말풀이하고 보기글은 힘주어 쓰면 망가집니다. 삶글은 어깨힘이 들어가면 일그러집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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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꽃이다 135 꾸밈글



  “꾸미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처럼 생각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분이 제법 많습니다만, 낱말책에 담는 뜻풀이는 꾸며서 쓰면 어울릴까요? 한자말 ‘설명문’이란 이름을 붙일 적에는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풀어서 쓰는 글”이라고 하되, ‘문학’이라 하면 “보기에 좋도록 꾸며서 쓴 글”로 여겨 버릇합니다. ‘예술’도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빛”이 아닌 “보기에 좋도록 꾸며서 나타내는 빛”으로 바라보기 일쑤입니다. ‘꾸밈’을 영어로 옮기면 ‘디자인’입니다. 똑같은 알맹이여도 겉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둘레에서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지니, 더 널리 보아주기를 바라면서 꾸민다고들 합니다. 글(문학)도 살림(예술)도 꾸며야 좋다고 여기곤 합니다. 그런데 “속을 가꾸지 않고, 겉만 꾸민다”고 한다면 “알맹이는 그대로인데, 겉모습으로 속이는 길”로 흐르게 마련입니다. 낱말풀이뿐 아니라 모든 글은 구태여 꾸미기보다는 가꿀 노릇 아닐까요? 가꾸는 마음이 사라지고 꾸미는 손짓만 늘면서 허울좋은 글이 넘치지 않나요? “꾸미면 꾸밈글”이요, “삶·넋·생각·마음·사랑·살림·숲을 그대로 담으면 글”이라고 느낍니다. 꾸밈글은 돈을 꾸듯 억지로 빈자리를 채우는 눈가림입니다. 글은 그대로 사랑하는 참빛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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