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노래 삶노래 . 한마을



우리 마당 흰민들레에

꽃 피고 지며 씨 맺으면

바람 타고

너희 집에 날아가


너희 텃밭 당근에

꽃 피고 지며 씨 맺으면

바람 따라

우리 집에 날아와


우리 뒤꼍 무화과나무에

열매 소담스레 굵으면

소쿠리에 담아

너희 집에 나들이


너희 뒷밭 뽕나무에

오디 알록달록 익으면

체반에 담아

우리 집에 마실



2017.4.29.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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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풀


할머니 할아버지
그렇게 재채기하고
부스럼 나는데
굳이 마늘밭 텃밭 고추밭
온통 농약물결입니다

농약 먹은 것들은
도시로 간 딸아들 모두
손사래 치는데
애써 논이고 길섶이고
모두 농약비입니다

풀은 풀이면서
이 땅이 튼튼한지 망가졌는지
또렷이 밝히는
길잡이풀입니다

풀은 바람 따라 한들거리다가
햇볕 먹고 흙에 뿌리내려
이 땅이 늘 촉촉 까무잡잡
싱그럽도록 가꾸는 도움이풀입니다


2017.4.11.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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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책



 “이 책 봐도 돼?”

― 보고 싶니?

 “응.”

― 기다리렴.

 아버지가 먼저 살필게.

 “왜 먼저 살펴?”

― 이 책이 우리 어린이한테

 알맞을 만한지 봐야 하거든.

 “알맞은 게 뭐야?”

― 우리 어린이가 알아들을 만한지

 너무 어려운지

 잘못된 줄거리가 있는지

 아직 때가 이르다든지

 여러 가지를 보아야 해.

 “왜 그래?”

― 책을 짓는 어른 가운데

 책을 누구나 스스럼없고

 기쁘게 읽을 만하도록 안 하고

 어떤 것을 팔려고 하거나

 엉뚱한 이야기로 길들이려 하는

 그런 사람이 있어.

 “그러면 어른이 먼저 살펴?”

― 응.

 어린이는 책에 적힌 얘기가

 참인지 거짓인지 안 가리고

 그대로 믿거나 받아먹을 수 있어.

 “알았어.

  그럼 얼른 살피고서 알려줘.”



2017.3.16.나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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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온마을



이 마을에서

처음 꽃 한 송이 피면


이 꽃씨는

새랑 벌이랑 나비랑

풀벌레랑 바람이랑

아이들 바지나 치마를

살며시 거쳐


저 마을에

새롭게 깃들어

어느 날 문득

고요히 깨어나


온마을이 다 같이

꽃마을로 피어나



2017.4.29.흙.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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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노래 삶노래 . 옆마을



우리 옆마을에

미사일이 들어선다면

핵발전소가 선다면

쇠가시울타리를 두른다면

화학공장을 세운다면

비좁은 닭우리 크게 짠다면

고속도로가 지나간다면

골프장을 닦는다면

군부대가 들어온다면

아파트로 빼곡하다면

우리 마을이 살 만할까.


또는

우리 마을이 저렇게 된다면

옆마을은 살 만할까.



2017.4.30.해.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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