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순이 15. 가을잎 비질순이 (2014.10.29.)


  후박나무는 가을이나 겨울에는 가랑잎을 거의 안 떨구지만 곧잘 톡톡 떨군다. 마당을 거닐다가 가랑잎을 보면 손으로 주워서 나무 둘레로 옮기기도 하고, 어느 날은 빗자루를 꺼내어 마당을 슥슥 쓸기도 한다. 마당을 쓸던 비를 한쪽에 두고 부엌으로 들어와 밥을 짓는 사이, 우리 집 살림순이가 슬그머니 큰 비를 단단히 잡으며 비질놀이를 한다. 살림순이는 비질을 꽤 잘 한다. 네 살 적부터 이 빗자루로 눈도 쓸고 가랑잎도 쓸었다. 석석 소리가 노랫가락처럼 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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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4. 돌콩을 까자 (2014.9.29.)



  마을 들녘에서 돌콩을 줍는다. 아무도 안 심은 돌콩이지만,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서 해마다 잔뜩 열린다. 돌콩을 줍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 늙고 힘든데다가 여기까지 쳐다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을 할매와 할배가 손수 심은 콩을 훑는 일로도 바쁘니 돌콩까지 줍지는 않는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마실을 하면서 주운 돌콩을 집으로 가져와서 톡톡 꼬투리를 벗긴다. 우리 집 살림순이는 한 번 두 번 하면서 이내 익숙하게 손을 놀린다. 그렇지만 콩이 톡톡 튀기면서 멀리 굴러가기도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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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3. 동생 양말 신기기 (2014.9.20.)



  날씨가 갑자기 썰렁해서 양말을 신으려고 하는 두 아이. 사름벼리는 먼저 제 양말을 신고, 동생한테 긴 양말을 신겨 주려 한다. 한 짝을 신기고 다른 한 짝을 신긴다. 양말을 거의 안 신으며 봄과 여름을 지내고 가을을 맞이했기 때문인지, 산들보라는 누나가 양말을 다 신긴 뒤에 아무래도 답답한지 벗겨 달라고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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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2. 빨랫대에 양말 올리기 (2014.8.29.)



  작은아이가 빨랫대를 흔들며 놀다가 양말 한 짝을 떨군다. 작은아이더러 양말을 주워서 올려 놓으라 이야기한다. 작은아이는 까치발을 하면서 양말을 올리려고 용을 쓴다. 아직 너한테 꽤 높지? 한참 용을 쓴 끝에 드디어 양말을 올린다. 참으로 너는 자그마한 아이로구나. 아직 자랄 키가 한참 남았구나. 그러나, 재미있었겠지? 까치발도 하고, 너한테 퍽 큰 빨랫대에 양말을 올리는 놀이란. 앞으로 살림돌이가 되어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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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1. 밥상에 수저 놓기 (2014.8.24.)



  살림은 늘 가장 작은 데에서 비롯한다. 살림은 아주 수수한 데에서 빛난다. 맛난 밥을 차려도 살림이지만, 수저를 가지런히 놓을 줄 알아도 살림이다. 쓸고 닦을 줄 알아도 살림이지만, 이것저것 알뜰살뜰 보듬을 줄 알아도 살림이다. 사름벼리야, 밥을 먹을 적에는 늘 수저부터 잘 챙겨서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 먹고 나면, 빈 그릇을 스스로 치우고, 천으로 밥상을 닦고.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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