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0세 마리코 15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7.16.
고양이랑 할머니랑 글꽃이랑
《80세 마리코 15》
오자와 유키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6.30.
《80세 마리코 15》(오자와 유키/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1)은 마리코 할머니가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줍니다. 앞선 열넉걸음도 이런 이야기가 가득했는데, 열다섯걸음에서는 글보람(문학상)을 받을지 모르는 할머니가 여태 느낀 적이 없던 설레는 마음으로 글하고 책을 새삼스레 생각하지요.
글은 젊을 적이든 늙을 적이든 쓰기 마련이지만, 나이가 든 글님을 자꾸 밀어내려는 둘레 물결에 그만 휩쓸리고 싶지 않아서 집을 나오고 펴냄터(출판사) 엮음이(편집자)하고 갈라서지요. 이러다가 길고양이를 만나서 품고, 여러모로 헤매고 떠돌고 아파하다가, 스스로 펴냄터를 차리고 달책(잡지)을 내요. “팔려서 돈이 될 젊은 글님만 눈여겨보거나 돌보겠다”는 낡은틀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글을 써서 팔려도 나쁘지 않겠으나, “팔릴 글을 쓰려는 마음”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마음을 글로 옮기고픈” 마리코 할머니이거든요.
모름지기 삶이 있어야 글이 있습니다. 삶이 없이 글만 꾸미거나 만든다면, 겉멋에 겉치레로 흐릅니다. 이른바 글멋·글치레인데요, 오늘날 숱한 글쟁이는 글멋하고 글치레에 사로잡혀서 “삶이 흐르지 않는 껍데기 글”을 쏟아냅니다.
왜 삶이 없는 채 글만 쓰려 할까요? 왜 글만 팔아먹으려 하나요? 스스로 즐거이 눈물웃음으로 하루를 지은 삶을 고스란히 옮기면 글인걸요? 아기를 낳아 돌보는 이야기로 넉넉히 글꽃입니다. 흙을 만지고 호미질을 하고 낫으로 풀을 벤 이야기로 너끈히 글꽃입니다. 가게 셈지기(계산원)로 일한 하루를 옮겨 새롭게 글꽃이에요.
자랑하려는 글로 기울기에 멋을 부립니다. 자라나려는 글을 헤아리기에 삶을 담습니다. 남한테 보여주려고 생각하기에 겉치레(글치레)를 합니다. 스스로 마음빛을 가꾸면서 사랑을 밝히고 싶기에 노래하며 글을 씁니다(삶을 짓습니다).
여든 살 할머니뿐 아니라 마흔 살 아줌마도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길을 즐겁게 옮기면 글꽃입니다. 아흔 살 할아버지나 쉰 살 아저씨도 오늘 이곳에서 살림꾼이 되어 집안일을 함께하고 아이를 돌보며 자장노래를 부르고서 기쁘게 옮기면 글꽃이에요.
글은 늘 우리 삶입니다. 고양이랑 할머니랑 글꽃을 곱다시 얽고 엮고 여민 《80세 마리코》라는 그림꽃책은 글쓰기를 하고픈 이웃님하고 젊은이하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상냥하면서 착한 길동무가 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뿐 아니라 살림짓기와 사랑살림을 이루고픈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와 어르신한테도 참하면서 고운 말동무가 될 만할 테고요.
ㅅㄴㄹ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물론 젊을 때는 받고 싶었지만 결국 이와아상은 특출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받는 거고,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 나이가 되어서도 좋은 일이 있구나.” (17∼18쪽)
‘마리코 할머님, 잘 지내요? 활약상 지켜보고 있어요. 단행본도 진짜 재미있고요. 저도 흉내내서 육아일기를 쓰고 있어요.’ (31쪽)
‘어른의 일상은 너무나 단조롭지만, 아이에 대해선 쓸 게 많죠. 소라는 365일 쉴새없이 성장해요. 마리코 할머님도 언젠가 증손자를 보러 오세요. 그리고 제가 쓰는 것도 읽어 줬으면 해요.’ (32쪽)
“아니, 돌아간 건가. 멋도 부리고 여행기 쓰던 시절의 어머니로. 이렇게 (사인지) 많이 부탁해서 미안해.” “코지가 사인을 해 달라는 날이 올 줄이야. 가출해서 노력한 보람이 있구나.” (54쪽)
“마리코. 다들 당신한테 기대하고 있다고. 그 순간에 같이 있고 싶은 거야. 그만큼 마리코의 책에 정성을 들였으니까.” (73쪽)
‘집 안이 좀 썰렁하네. 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엔 나를 제외한 전원이 가출을 했다.’ (151쪽)
“그렇게 이 집을 주겠다고 한다면 받아 주마! 그리고 내가 이 집과 가족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겠어.” (157∼158쪽)
#YukiOzawa #おざわゆき #傘寿まり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