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현 1
야마모토 오사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14.

노래하고 싶다면 나무를 품지


《天相의 弦 1》

 야마모토 오사무

 천강원 옮김

 서울문화사

 2003.11.29.



  《天相의 弦 1》(야마모토 오사무/천강원 옮김, 서울문화사, 2003)를 읽고서 찾아보니, 이 그림꽃책은 우리말로 석걸음까지 나온 다음 판이 끊어집니다. 일본말로는 열걸음까지 나왔습니다. 시골에서 고삭부리로 태어나 흙이랑 나무를 만지며 놀기를 좋아하던 어린 날을 보낸 뒤, 칼을 찬 경찰이 아닌 사랑어린 눈빛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홀로 일본으로 건너갔고, 조선사람은 교원자격증을 땄어도 길잡이를 할 수 없을 뿐더러, 1945년 뒤로 1950년을 지나면서 돌아갈 길이 막힌 채 스스로 발버둥을 치고 밑바닥으로 몰려 멧골 깊은 곳에서 나무를 베는 일을 하다가 조금씩 소릿가락에 눈을 뜨고서 바이올린에 아름다이 숨결을 불어넣은 진창현이라는 사람이 걸어온 나날을 줄거리를 다룹니다.


  그림꽃책 《천상의 현》 첫걸음은 이 삶길 가운데 ‘고삭부리로 태어난 진창현을 어머니가 고개 넘어 옆마을로 젖동냥을 다니며 키운’ 이야기, ‘늘 놀림이나 따돌림을 받지만 홀로 흙이며 나무를 주무르면서 빛살을 새롭게 만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진창현 님이 남긴 글을 죽 읽어 보면, 바이올린을 잘 짜는 이도, 바이올린을 잘 켜는 이도, ‘어떡해야 노랫가락을 아름다이 켜는 바이올린을 짤 수 있는지’를 밝히지도 말하지도 알려주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아니,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깨닫고 마음으로 읽어 몸에 새길 뿐이라고 하더군요.


  이녁은 밑바닥으로 늘 내몰렸는데, 그 밑바닥에서도 더 밑바닥으로 처박히도록 끝없이 내몰렸다고 합니다. 이때에 이녁은 어머니하고 누이를 그리면서 다시 일어섰고 새롭게 꿈을 마음에 새기면서 모든 고빗사위를 바로바로 받아들여서 녹여냈구나 싶어요. 젖동냥을 하며 살려낸 어머니, 이 어머니 곁에 남아서 어머니를 돌보고 지켜준 누이, 멧골에 홀로 오두막을 짓고 바이올린을 짜는 이녁을 사랑스레 여긴 곁님,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 두 사람을 미덥게 여긴 마을사람이며 이웃, 무엇보다 두 사람을 둘러싼 드넓은 숲과 멧골과 물줄기와 바람과 하늘과 나무와 흙, 이 모두가 어우러져서 ‘스트라디바디가 아닌 진창현’이라는 새로운 노랫가락을 품은 바이올린하고 첼로하고 비올라가 태어났지 싶어요.


  스트라디바디도 진창현도 배움터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둘은 책으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둘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한테 걸맞는 숲을 고이 품고서 나뭇결하고 몇 가닥 줄에 얹었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글은 어디에서 태어날까요? 사랑을 속삭이는 책은 누가 쓸까요? 마음을 깨우는 노래는 어디에서 피어날까요? 사랑을 들려주는 이야기는 누가 지을까요? 《하이디》처럼 《초원의 집》처럼 《플란다스의 개》처럼, 모든 아름다운 사랑이 태어나고 피어나고 자라나는 바탕은 숲이요, 이 숲을 품고서 삶을 노래할 줄 아는 웃음꽃이라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지두 계집이란 이유로 학교도 못 갔고 글도 읽을 줄 모릅니더. 뭐 가끔 불편하기는 하지예. 하지만 내가 사내보다 못하다고 생각해도 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으면, 엄마가 되길 잘했다 싶네예. 아이를 낳을 수 있어서 참말로 행복합니더.” (21쪽)


“여기 이렇게 앉아서 오늘 본 것들을 몇 번이고 떠올리는 거예요. 그러면 점점 분명하게 그 형태가 머릿속에 떠올라요. 이 물고기는 성철이들이랑 강에 놀러갔을 때 본 거예요 …… 물고기가 내 발밑으로 왔어요. 도망가지 않게 움직이지 않고 계속 쳐다봤어요. 물고기가 무이 흘러가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살짝 틀었는데, 그랬더니 등에 있던 비늘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50∼51쪽)


“예쁘고 아름다운 건 물건뿐만이 아니란다. 사람의 마음도 부처님의 자비도 아주아주 아름다운 거야.” “엄마도 예뻐요.” (68쪽)


“일본이든 조선이든 상관없어. 넌 엄마의 보물이니까.” (92쪽)


‘노력하고 연구해 정진하면 할수록 신비한 힘이 발동해, 만들어진 사물에 생명이 깃든다는 사실. 물건을 만드는 자는 생명의 탄생을 볼 수 있다는 사실.’ (137쪽)


“그들에게는 나이든 부모도 있을 거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을 거야! 장래에 대한 꿈도 있고! 하지만 죽는다고! 적도 아군도 모두 죽어! 자신도 죽고! 전쟁이란 건 그런 거야!” (196쪽)


#山本おさむ #天上の弦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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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가 하나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5
타카노 후미코 지음, 정은서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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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14.

두려움 더하기 눈속임


《막대가 하나》

 타카노 후미코

 정은서 옮김

 북스토리

 2016.6.25.



  《막대가 하나》(타카노 후미코/정은서 옮김, 북스토리, 2016)가 다루는 줄거리는 수수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어느 곳에나 이야기가 있고, 이 이야기는 스스로 사랑하려는 마음에서 피어난다는 대목을 넌지시 짚습니다.


  사랑은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늘 사랑이거든요. 나무 한 그루를 보며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훌륭하게 여길는지 모르나, 나무도 늘 나무입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 스스로도,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숨결도 ‘있는 그대로’입니다. ‘있는 그대로’에서 깎으니 미움이나 멍울이나 두려움으로 흘러요. ‘있는 그대로’에서 보태니 자랑이나 우쭐질이나 막짓으로 흐릅니다.


  공 하나를 사이에 놓고서 즐겁게 놀 적에는 다툴 일이 없습니다. 이기거나 지는 놀이란 없어요. 놀이란 ‘놀다 = 움직이다’인 터라, 서로 마음껏 움직이면서 땀흘리며 웃고 즐기는 살림입니다. 공 하나로 하는 ‘운동경기(스포츠)’를 하는 이들은 ‘공놀이’란 말을 꺼려요. 그도 그럴 까닭이, 운동경기(스포츠)란 이름을 붙이면 반드시 이기거나 지거든요. 서로 즐거이 어우러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공놀이(생활체육) 아닌 운동경기(스포츠)란 이름에서는 지지 않으려고, 그저 이기려고, 닦달을 하지요. 억지로 시키고 때리지요. ‘돈·이름·힘을 얻거나 차지하려는 운동경기(스포츠)’가 되기에 주먹질(폭력)이 불거집니다.


  2021년 2월 한복판에 불거지는 ‘배구판 주먹질(학교폭력)’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배구이든 농구이든 축구이든 온갖 놀이판을 보면 누구나 맨몸으로 뻘뻘 땀흘립니다. 이들은 늘 ‘다섯 사람 넘게 모여서 살을 부대끼’지요. 그런데 놀이판에서 땀흘리며 살을 부대낀 이들 가운데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은 여태 없습니다. 놀이판 아닌 절집(예배당)에서 잔뜩 걸렸다지요. 골프를 하거나 스키를 타는 곳에서, 또 백화점이며 대형마트이며 우글우글 바글바글한 곳에서 누가 뭘 걸린 적이 있을까요? 도서관하고 학교와 작은모임은 왜 닫아걸면서 운동경기와 전철역과 국회의사당과 스키장과 대형마트는 왜 안 닫아걸까요?


  꽤 오랫동안 살을 부대끼며 땀흘리고 겨루는 사람 가운데 어느 누구도 돌림앓이에 안 걸리는데, 또 서울 한복판 버스나 전철에서 아직 아무도 돌림앓이에 안 걸리는데, 왜 ‘다섯 사람 넘게 모이면 안 될(5인 이상 집합금지)’까요?


  눈속임 아닌지요? 거짓말 아닌지요? 우리 몸은 늘 우리가 스스로 튼튼하며 맑고 환한 마음인 ‘사랑’일 적에 지키는데, 우리 마음에서 사랑을 걷어내고 두려움과 미움을 심으려는 얼거리이니 않나요? 영화나 연속극을 찍는 자리에서, 기자가 우르르 모이는 자리에서, 나라지기나 벼슬꾼이 심부름꾼을 잔뜩 이끌고 우르르 다니는 자리에서, 시청이나 군청 같은 곳에 우르르 몰려서 일하는 자리에서는 막상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수수하게 살아가는 자리에서 수수하게 마음이 만나며 피어나는 사랑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그림꽃책 《막대가 하나》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여 받아들일 적에 사랑이 될까요?


ㅅㄴㄹ


‘작은 마을이라 상점가를 빠져나가면 금방 처마가 깊숙한 농가로 바뀌고 저기를 지나면 금방 막다른 골목이다. 대나무가 우거진 언덕길을 올라간다. 숲 기슭에 냇물이 흐르고 있다.’ (15쪽)


‘지금의 일도 하나의 추억이 될까. 자식이 태어나고 다 자라 독립한 후 다시 둘만 남으면, 과거의 추억이라며 떠올리게 될까.’ (44쪽)


‘달릴 필요 없어. 멈춰 서서 기다리면 돼. 느긋하게 멈춰 서서 기다리면 돼.’ (84쪽)


“물건을 부수고 강아지를 발로 차고 꽃을 뽑고, 웃으면 안 될 때는 웃고, 웃어도 좋을 때는 웃지 않고, 장미를 건드리다 가시에 찔리면 누가 달래줄 때까지 한없이 우는, 그런 아이가 잔느야.” (98쪽)


“잔느의 옷에는 제대로 달려 있는 단추가 거의 없지만, 피아니의 옷은 대개 엄마가 꿰매 주시지.” (99쪽)


‘착한 아이가 되면 뭔가 좋은 일이 있나요?’ (110쪽)


“본인은 의외로 믿을 수가 없답니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은 타인만 볼 수 있거든요.” (184쪽)


#高野文子 #棒がいっぽ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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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3 - 팀 카라스노, 출발
후루다테 하루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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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너 혼자 하지 않아



《하이큐 3》

 후루다테 하루이치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3.7.30.



  《하이큐 3》(후루다테 하루이치/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3)을 읽으면 배구라고 하는 공놀이에서 서로 어떻게 맞물려서 하나로 흐르는가 하는 줄거리가 도드라집니다. 다만, 《하이큐》를 죽 보면 이처럼 ‘어울림’을 다루는 줄거리가 드문드문 나오되, 큰줄기는 이다음에도 뛸 수 있도록 저쪽을 이기느냐 지느냐입니다. 이기고 지는 대목을 안 다룰 수는 없겠지만, 이기거나 지는 이야기만 다룬다면 삶이라는 길이 덧없어요. 이기든 지든 즐겁게 뛰고 달리고 놀고 얘기하고 웃다가 눈물을 흘릴 줄 안다면,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하루는 아름답습니다.


  그림꽃 하나가 이 모두를 다루기 어려울까요? 이기고 지는 판을 다루기가 쉬울까요? 그런데 그저 이기거나 지는 판을 다룰 뜻이라면, 구태여 사람들이 겨루지 않아도 됩니다. 로봇을 쓰면 되지요. 이기도록 채찍질을 하면 되겠지요. 배움수렁(입시지옥)처럼 가두어 놓고서 닦달을 할 노릇이겠지요. 배구이든 어느 마당이든 이기고 지는 판보다는 온마음을 다한 숨결로 온몸을 다 쓰는 땀방울에서 빛을 한 줄기 찾으려 한다면, 바로 이 길을 담고 다루고 그릴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2021년 2월 한복판에 ‘학교폭력 이재영·이다영 자매’ 이야기가 불거졌습니다. 두 사람이 벌인 괴롭힘질은 가볍지도 짧지도 않았는데 여태 감추었다지요. 맞거나 들볶인 사람은 벌벌 떨다가 엄두를 못 낸 채 오늘에 이르렀고, 때리고 들볶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홀로 잘난순이가 되어 우쭐거렸습니다.


  배구는 혼자서 할 수 있을까요? 농구나 축구는? 아니 혼자 해내는 길이란 아예 없습니다. 책조차 혼자 쓰지 못합니다. 우리는 혼자서 붓을 깎고 종이를 짓고 실을 잣지 않잖아요. 이웃 손길 하나도 없이 혼자서 다 해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숲에서 자라는 나무가 있어야 하고, 나무를 살찌우는 해랑 비랑 흙이 있어야 합니다. 언제나 함께 움직이고 같이 돌아가는 삶입니다. 이 ‘함께’를 느끼고 말할 줄 알기에 제대로 맞물려 흘러가는 배구요 살림이며 삶이자 사랑이겠지요. 이런 얼개를 잊어버린 ‘학교폭력 이재영·이다영 자매’ 같은 사람은 톡톡히 값을 치를 노릇일 뿐 아니라, 이들처럼 주먹다짐에다가 이름팔이에다가 뒷힘을 써 온 모든 이들은 차근차근 걷어내도록 눈을 뜨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조용하다. 아까 본 서브 리시브는 진짜로 딱 그런 느낌이었어.’ (11쪽)


“그렇지만 리베로는 키가 작아서 하는 포지션이 아니라, 리시브를 잘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포지션이잖아요?” (14쪽)


“시합 중에 경기장에 가장 큰 함성이 울려퍼지는 건, 어떤 굉장한 스파이크보다 슈퍼 리시브가 나왔을 때야.” (20쪽)


“설령 키가 2m라고 해도 나는 리베로를 할 거야. 스파이크를 날리거나 블로킹을 하지 못해도, 공이 바닥에 떨어지지만 않으면, 배구는 지지 않아. 그리고 그걸 제일 잘하는 사람이 바로 리베로다.” (21쪽)


“지금까지 수없이 블로킹을 당해 왔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스파이크를 성공시켜 왔잖아요. 그래서 모두 아즈마네 선배를 ‘에이스’라고 부르는 거예요.” (46쪽)


“아무리 스파이크가 안 들어가도 원망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어. 하지만, 멋대로 포기하는 건 용서 못해.” (82쪽)


“속공을 쓰지 못해 블로킹에 완벽히 마크를 당해도, 막힐지 뻔히 알아도, 블로킹과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장면에서 마지막 공을 처리하는 게 바로 에이스야.” (101쪽)


“에이스가 블로킹을 뚫고 얻어낸 한 점이나, 네가 블로킹을 피해서 얻어낸 한 점이나, 똑같은 한 점이야.” (152쪽)


“호칭이나 포지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적이 제일 두려워하는 선수가 가장 멋진 게 아닐까?”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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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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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라고 합니다 1
츠케 아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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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허울을 벗어야 보는 삶



《노다라고 합니다 1》

 츠케 아야

 강동욱 옮김

 미우

 2019.7.31.



  《노다라고 합니다 1》(츠케 아야/강동욱 옮김, 미우, 2019)를 곰곰이 읽으며 겉모습하고 속마음 사이에 무엇이 흐르는가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우리는 왜 열린배움터라는 곳을 바라보거나 들어가야 할까요? 한자로 적는 ‘대학교’란 이름처럼 ‘크게 배우는’ 데라서 바라보거나 들어가나요? 누구나 크게 배우도록 열어 놓은 터전이기에 바라보거나 들어가나요?


  놀고 싶다면 ‘대학생 아닌 젊은이’로서 놀면 됩니다. 놀면서 쓸 돈은 스스로 일해서 벌면 됩니다. 배우지 않고서 ‘대학생 이름’만 얻으면서 놀려 한다면, 구태여 비싼 배움삯을 갖다 바치거나 치러야 하지 않습니다. 그 돈으로 땅을 장만해서 집을 짓는다든지, 나들이를 다닌다든지, 이웃을 돕는다든지, 책을 장만한다든지, 자전거를 사서 온누리를 누빈다든지 하면 돼요.


  더 헤아려 보면, 푸른배움터인 ‘중·고등학교’도 굳이 다닐 까닭이 없습니다. 푸른배움터라는 이름처럼 푸르게 삶을 바라보고 살림을 꿈꾸며 사랑을 익히는 자리야면야 참말로 모든 어린이가 이곳에서 배움꽃을 피울 만해요. 이와 달리 ‘대학교 마침종이란 이름’을 얻고자 여섯 해 동안 배움수렁에 빠져야 하는 나날이라면, 어떤 어린이도 이딴 곳에는 보낼 까닭이 없어요. 아이를 괴롭히려는 셈이니까요.


  우리는 마침종이를 따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돈을 벌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먹고 마시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직 이 삶을 사랑하는 길을 저마다 다르면서 슬기롭게 짓고 누리고 가꾸고 나누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려고 태어납니다. 《노다라고 합니다》는 이 얼거리를 다룹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이나 종잇조각이 뭐냐고 넌지시 묻고, 생김새나 이름이나 돈이 뭐냐고 조용히 물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매한가지입니다. ‘정의·진보·좌파’라서 옳을 턱이 없습니다. 착하고 참되고 사랑스럽고 즐겁고 아름다울 적에 비로소 정의는 정의답고 진보는 진보다우며 좌파는 좌파답습니다. 안 착하고 안 참되고 안 사랑스럽고 안 즐겁고 안 아름다운 채, 허울·이름·돈·끼리질·힘싸움에 얽매인다면, 모두 거짓질입니다. 진보나 좌파라서 좋지 않고, 보수나 우파라서 나쁘지 않습니다. 착하기에 좋고, 참되기에 좋으며, 사랑이라서 좋아요.


ㅅㄴㄹ


‘안경을 써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안경 쓴 사람에게만 주어진 몇 안 되는 특권을 맛보게 할 수는 없다. 그런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었습니다. 내 자신이 의외로 속좁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 깨닫고 놀랐지만, 놀람과 동시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 게 기쁘기도 해요.’ (16쪽)


‘도쿄헤이세이 대학 러시아문학과 1학년 총 32명 중에서 노다는 그야말로 아웃사이더입니다. 이 F등급 대학의 F등급 학과에서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은 노다뿐이다. 이반은 바보라서 남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노다는 이반인 걸까.’ (31쪽)


‘그저 노다는 평범하게 지내고 있을 뿐이며, 확실히 그 모습이 내게는 부럽게 느껴진다.’ “시게마츠 씨는 무척 말이 없네요.” ‘속으로는 엄청 떠들고 있는걸.’ (34쪽)


“그거 MHK의 ‘멋쟁이 공방’에서 ‘우유팩 엽서 만들기’라는 걸 보고 만들었는데, 잘 만들어진 게 두 개뿐이라, 본가와 시게마츠 씨한테밖에 못 보냈어요.” (79쪽)


‘기적이 일어난 확률은 제로가 아니에요.’ (102쪽)


#野田ともうし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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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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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레 팡파레 1
마츠시마 나오코 지음 / 텀블러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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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제비꽃내음을 맡고 싶으면


《스미레 팡파레 1》

 마츠시마 나오코

 김명은 옮김

 텀블러북스

 2014.4.30.



  《스미레 팡파레 1》(마츠시마 나오코/김명은 옮김, 텀블러북스, 2014)를 읽고서 뒷걸음을 살피니, 우리말로는 넉걸음까지 나오고, 일본말로는 여섯걸음까지 나왔습니다. 그림꽃님은 다론 그림꽃은 안 그리고 오직 이 하나, 《스미레 팡파레》 여섯걸음만 그렸더군요.


  이 그림꽃은 어버이한테서 ‘제비꽃(스미레)’이란 이름을 받은 아이가 어린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림꽃님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 있고, 스스로 살아온 이야기일 수 있으며, 누이나 동무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어느 이야기를 담아내었더라도 삶이 어떻게 봄날 제비꽃처럼 피어나는가 하는 대목을 짚어요.


  제비꽃을 일부러 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없지는 않을 테지만 드뭅니다. 제비꽃을 보려고 봄마실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없지는 않을 테지만 좀처럼 못 만납니다.


  제비꽃은 개미가 가장 많이 심는다고들 하지만, 제비꽃 스스로 훨씬 많이 퍼뜨리고, 제비꽃하고 한또래인 나즈막한 봄들꽃을 사랑하는 아이들 손길이 꽤나 많이 심습니다.


  바쁘게 치달리는 어른이라면 제비꽃을 들여다볼 틈이 없어요. 자, 제비꽃은 으레 한켠이나 귀퉁이에 돋거든요. 큰고장 골목길에도 피어나고 번지는 제비꽃인데, 바쁘게 걸어도 못 보지만, 아침저녁으로 씽씽이(자동차)를 달린다면 아예 생각조차 못하기 마련입니다.


  제비꽃순이 스미레는 어린이로서 어린이답게 하루를 보냅니다. 어른스레 굴지 않아요. 그저 어린이로서 꿈을 키우고, 사랑을 그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제비꽃순이 스미레는 잘난 구석이 없다시피 하지만, 스스로 아끼고 돌보는 길을 스스로 익히면서 웃을 줄 압니다. 하루를 그리는 빛을 가슴에 품고, 하루를 사랑하는 생각을 말 한 마디나 글 한 줄에 옮길 줄 알아요.


  이 어린이가 자주 읊는 말 하나는 ‘빛(선물)’입니다. 눈부신 빛살에 스미고 싶습니다. 눈부시지 않더라도 스스로 빛을 건네고 싶습니다. 빛을 잃은 이웃이나 동무한테 다가가서 맑게 웃음빛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비꽃내음을 맡으려면 땅바닥에 엉덩이를 털썩 붙이고 앉으면 됩니다. 제비꽃빛을 보려면 땅바닥에 납죽 엎드리면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면 됩니다. 제비꽃이랑 동무가 되려면 맨손에 맨발로 풀밭을 거닐다가 바람 한 줄기를 마시면 됩니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봄꽃이며 제비꽃이 돋습니다. 굳이 눈여겨보려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가만히 마음을 다스리는 상냥한 눈길로 발걸음을 멈추면 되어요.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기에 서로 꽃빛이 됩니다.


ㅅㄴㄹ


“아빠는 건강해요?” “응, 건강하셔.” “머리는 길어요?” “응, 여전해.” “살쪘어요, 말랐어요?” “좀 말랐나.” “지금도 멋있어요?” “응, 멋있어.” “저 잊어버리진 않았어요?” (31쪽)


“뭔가 알 것 같기 전에는 진짜 모르겠어. 하지만 그 뒤에 꼭 알게 되니까, 걱정 안 해도 괜찮아.” (59쪽)


“실은 저, 소,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쓸쓸하다든가 하는 슬픈 감정은, 소설가가 되려는 저에게 인생이 주는 선물일지도, 요.” (71쪽)


“나도 저 빛 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니까 전 지금 굉장히 즐거워요! 그 속에 있다니 정말 기뻐요!” (115쪽)


“게다가 이 팀은 메뉴 계획서랑 다르게 주먹밥을 만들었구나. 이건 감정 대상이야.” “감점이니 실격 같은 얘긴 그만하세요. 애초에, 감사의 마음을 아이들이 경쟁하게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요!” (140쪽)


“죄송해요. 실격해도 좋아요. 하지만 2분만 더 만들게 해주세요.” (140쪽)


“누구한테 선물할 거면 난 한 송이를 추천할게.”“왜요?” “한 송이는 받는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잖아? 나도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할 땐 꼭 한 송이만 해.”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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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島直子 #すみれファンファー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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