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큐!! 3 - 팀 카라스노, 출발
후루다테 하루이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너 혼자 하지 않아



《하이큐 3》

 후루다테 하루이치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3.7.30.



  《하이큐 3》(후루다테 하루이치/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3)을 읽으면 배구라고 하는 공놀이에서 서로 어떻게 맞물려서 하나로 흐르는가 하는 줄거리가 도드라집니다. 다만, 《하이큐》를 죽 보면 이처럼 ‘어울림’을 다루는 줄거리가 드문드문 나오되, 큰줄기는 이다음에도 뛸 수 있도록 저쪽을 이기느냐 지느냐입니다. 이기고 지는 대목을 안 다룰 수는 없겠지만, 이기거나 지는 이야기만 다룬다면 삶이라는 길이 덧없어요. 이기든 지든 즐겁게 뛰고 달리고 놀고 얘기하고 웃다가 눈물을 흘릴 줄 안다면, 오늘 이곳에서 누리는 하루는 아름답습니다.


  그림꽃 하나가 이 모두를 다루기 어려울까요? 이기고 지는 판을 다루기가 쉬울까요? 그런데 그저 이기거나 지는 판을 다룰 뜻이라면, 구태여 사람들이 겨루지 않아도 됩니다. 로봇을 쓰면 되지요. 이기도록 채찍질을 하면 되겠지요. 배움수렁(입시지옥)처럼 가두어 놓고서 닦달을 할 노릇이겠지요. 배구이든 어느 마당이든 이기고 지는 판보다는 온마음을 다한 숨결로 온몸을 다 쓰는 땀방울에서 빛을 한 줄기 찾으려 한다면, 바로 이 길을 담고 다루고 그릴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2021년 2월 한복판에 ‘학교폭력 이재영·이다영 자매’ 이야기가 불거졌습니다. 두 사람이 벌인 괴롭힘질은 가볍지도 짧지도 않았는데 여태 감추었다지요. 맞거나 들볶인 사람은 벌벌 떨다가 엄두를 못 낸 채 오늘에 이르렀고, 때리고 들볶은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홀로 잘난순이가 되어 우쭐거렸습니다.


  배구는 혼자서 할 수 있을까요? 농구나 축구는? 아니 혼자 해내는 길이란 아예 없습니다. 책조차 혼자 쓰지 못합니다. 우리는 혼자서 붓을 깎고 종이를 짓고 실을 잣지 않잖아요. 이웃 손길 하나도 없이 혼자서 다 해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숲에서 자라는 나무가 있어야 하고, 나무를 살찌우는 해랑 비랑 흙이 있어야 합니다. 언제나 함께 움직이고 같이 돌아가는 삶입니다. 이 ‘함께’를 느끼고 말할 줄 알기에 제대로 맞물려 흘러가는 배구요 살림이며 삶이자 사랑이겠지요. 이런 얼개를 잊어버린 ‘학교폭력 이재영·이다영 자매’ 같은 사람은 톡톡히 값을 치를 노릇일 뿐 아니라, 이들처럼 주먹다짐에다가 이름팔이에다가 뒷힘을 써 온 모든 이들은 차근차근 걷어내도록 눈을 뜨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조용하다. 아까 본 서브 리시브는 진짜로 딱 그런 느낌이었어.’ (11쪽)


“그렇지만 리베로는 키가 작아서 하는 포지션이 아니라, 리시브를 잘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포지션이잖아요?” (14쪽)


“시합 중에 경기장에 가장 큰 함성이 울려퍼지는 건, 어떤 굉장한 스파이크보다 슈퍼 리시브가 나왔을 때야.” (20쪽)


“설령 키가 2m라고 해도 나는 리베로를 할 거야. 스파이크를 날리거나 블로킹을 하지 못해도, 공이 바닥에 떨어지지만 않으면, 배구는 지지 않아. 그리고 그걸 제일 잘하는 사람이 바로 리베로다.” (21쪽)


“지금까지 수없이 블로킹을 당해 왔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더 많은 스파이크를 성공시켜 왔잖아요. 그래서 모두 아즈마네 선배를 ‘에이스’라고 부르는 거예요.” (46쪽)


“아무리 스파이크가 안 들어가도 원망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어. 하지만, 멋대로 포기하는 건 용서 못해.” (82쪽)


“속공을 쓰지 못해 블로킹에 완벽히 마크를 당해도, 막힐지 뻔히 알아도, 블로킹과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장면에서 마지막 공을 처리하는 게 바로 에이스야.” (101쪽)


“에이스가 블로킹을 뚫고 얻어낸 한 점이나, 네가 블로킹을 피해서 얻어낸 한 점이나, 똑같은 한 점이야.” (152쪽)


“호칭이나 포지션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적이 제일 두려워하는 선수가 가장 멋진 게 아닐까?” (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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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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