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가 하나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5
타카노 후미코 지음, 정은서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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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14.

두려움 더하기 눈속임


《막대가 하나》

 타카노 후미코

 정은서 옮김

 북스토리

 2016.6.25.



  《막대가 하나》(타카노 후미코/정은서 옮김, 북스토리, 2016)가 다루는 줄거리는 수수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어느 곳에나 이야기가 있고, 이 이야기는 스스로 사랑하려는 마음에서 피어난다는 대목을 넌지시 짚습니다.


  사랑은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훌륭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늘 사랑이거든요. 나무 한 그루를 보며 대단하거나 놀랍거나 훌륭하게 여길는지 모르나, 나무도 늘 나무입니다. 곰곰이 보면 우리 스스로도,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숨결도 ‘있는 그대로’입니다. ‘있는 그대로’에서 깎으니 미움이나 멍울이나 두려움으로 흘러요. ‘있는 그대로’에서 보태니 자랑이나 우쭐질이나 막짓으로 흐릅니다.


  공 하나를 사이에 놓고서 즐겁게 놀 적에는 다툴 일이 없습니다. 이기거나 지는 놀이란 없어요. 놀이란 ‘놀다 = 움직이다’인 터라, 서로 마음껏 움직이면서 땀흘리며 웃고 즐기는 살림입니다. 공 하나로 하는 ‘운동경기(스포츠)’를 하는 이들은 ‘공놀이’란 말을 꺼려요. 그도 그럴 까닭이, 운동경기(스포츠)란 이름을 붙이면 반드시 이기거나 지거든요. 서로 즐거이 어우러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공놀이(생활체육) 아닌 운동경기(스포츠)란 이름에서는 지지 않으려고, 그저 이기려고, 닦달을 하지요. 억지로 시키고 때리지요. ‘돈·이름·힘을 얻거나 차지하려는 운동경기(스포츠)’가 되기에 주먹질(폭력)이 불거집니다.


  2021년 2월 한복판에 불거지는 ‘배구판 주먹질(학교폭력)’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배구이든 농구이든 축구이든 온갖 놀이판을 보면 누구나 맨몸으로 뻘뻘 땀흘립니다. 이들은 늘 ‘다섯 사람 넘게 모여서 살을 부대끼’지요. 그런데 놀이판에서 땀흘리며 살을 부대낀 이들 가운데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은 여태 없습니다. 놀이판 아닌 절집(예배당)에서 잔뜩 걸렸다지요. 골프를 하거나 스키를 타는 곳에서, 또 백화점이며 대형마트이며 우글우글 바글바글한 곳에서 누가 뭘 걸린 적이 있을까요? 도서관하고 학교와 작은모임은 왜 닫아걸면서 운동경기와 전철역과 국회의사당과 스키장과 대형마트는 왜 안 닫아걸까요?


  꽤 오랫동안 살을 부대끼며 땀흘리고 겨루는 사람 가운데 어느 누구도 돌림앓이에 안 걸리는데, 또 서울 한복판 버스나 전철에서 아직 아무도 돌림앓이에 안 걸리는데, 왜 ‘다섯 사람 넘게 모이면 안 될(5인 이상 집합금지)’까요?


  눈속임 아닌지요? 거짓말 아닌지요? 우리 몸은 늘 우리가 스스로 튼튼하며 맑고 환한 마음인 ‘사랑’일 적에 지키는데, 우리 마음에서 사랑을 걷어내고 두려움과 미움을 심으려는 얼거리이니 않나요? 영화나 연속극을 찍는 자리에서, 기자가 우르르 모이는 자리에서, 나라지기나 벼슬꾼이 심부름꾼을 잔뜩 이끌고 우르르 다니는 자리에서, 시청이나 군청 같은 곳에 우르르 몰려서 일하는 자리에서는 막상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수수하게 살아가는 자리에서 수수하게 마음이 만나며 피어나는 사랑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그림꽃책 《막대가 하나》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여 받아들일 적에 사랑이 될까요?


ㅅㄴㄹ


‘작은 마을이라 상점가를 빠져나가면 금방 처마가 깊숙한 농가로 바뀌고 저기를 지나면 금방 막다른 골목이다. 대나무가 우거진 언덕길을 올라간다. 숲 기슭에 냇물이 흐르고 있다.’ (15쪽)


‘지금의 일도 하나의 추억이 될까. 자식이 태어나고 다 자라 독립한 후 다시 둘만 남으면, 과거의 추억이라며 떠올리게 될까.’ (44쪽)


‘달릴 필요 없어. 멈춰 서서 기다리면 돼. 느긋하게 멈춰 서서 기다리면 돼.’ (84쪽)


“물건을 부수고 강아지를 발로 차고 꽃을 뽑고, 웃으면 안 될 때는 웃고, 웃어도 좋을 때는 웃지 않고, 장미를 건드리다 가시에 찔리면 누가 달래줄 때까지 한없이 우는, 그런 아이가 잔느야.” (98쪽)


“잔느의 옷에는 제대로 달려 있는 단추가 거의 없지만, 피아니의 옷은 대개 엄마가 꿰매 주시지.” (99쪽)


‘착한 아이가 되면 뭔가 좋은 일이 있나요?’ (110쪽)


“본인은 의외로 믿을 수가 없답니다.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은 타인만 볼 수 있거든요.” (184쪽)


#高野文子 #棒がいっぽん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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