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현 1
야마모토 오사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1.2.14.

노래하고 싶다면 나무를 품지


《天相의 弦 1》

 야마모토 오사무

 천강원 옮김

 서울문화사

 2003.11.29.



  《天相의 弦 1》(야마모토 오사무/천강원 옮김, 서울문화사, 2003)를 읽고서 찾아보니, 이 그림꽃책은 우리말로 석걸음까지 나온 다음 판이 끊어집니다. 일본말로는 열걸음까지 나왔습니다. 시골에서 고삭부리로 태어나 흙이랑 나무를 만지며 놀기를 좋아하던 어린 날을 보낸 뒤, 칼을 찬 경찰이 아닌 사랑어린 눈빛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홀로 일본으로 건너갔고, 조선사람은 교원자격증을 땄어도 길잡이를 할 수 없을 뿐더러, 1945년 뒤로 1950년을 지나면서 돌아갈 길이 막힌 채 스스로 발버둥을 치고 밑바닥으로 몰려 멧골 깊은 곳에서 나무를 베는 일을 하다가 조금씩 소릿가락에 눈을 뜨고서 바이올린에 아름다이 숨결을 불어넣은 진창현이라는 사람이 걸어온 나날을 줄거리를 다룹니다.


  그림꽃책 《천상의 현》 첫걸음은 이 삶길 가운데 ‘고삭부리로 태어난 진창현을 어머니가 고개 넘어 옆마을로 젖동냥을 다니며 키운’ 이야기, ‘늘 놀림이나 따돌림을 받지만 홀로 흙이며 나무를 주무르면서 빛살을 새롭게 만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진창현 님이 남긴 글을 죽 읽어 보면, 바이올린을 잘 짜는 이도, 바이올린을 잘 켜는 이도, ‘어떡해야 노랫가락을 아름다이 켜는 바이올린을 짤 수 있는지’를 밝히지도 말하지도 알려주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아니,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깨닫고 마음으로 읽어 몸에 새길 뿐이라고 하더군요.


  이녁은 밑바닥으로 늘 내몰렸는데, 그 밑바닥에서도 더 밑바닥으로 처박히도록 끝없이 내몰렸다고 합니다. 이때에 이녁은 어머니하고 누이를 그리면서 다시 일어섰고 새롭게 꿈을 마음에 새기면서 모든 고빗사위를 바로바로 받아들여서 녹여냈구나 싶어요. 젖동냥을 하며 살려낸 어머니, 이 어머니 곁에 남아서 어머니를 돌보고 지켜준 누이, 멧골에 홀로 오두막을 짓고 바이올린을 짜는 이녁을 사랑스레 여긴 곁님,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 두 사람을 미덥게 여긴 마을사람이며 이웃, 무엇보다 두 사람을 둘러싼 드넓은 숲과 멧골과 물줄기와 바람과 하늘과 나무와 흙, 이 모두가 어우러져서 ‘스트라디바디가 아닌 진창현’이라는 새로운 노랫가락을 품은 바이올린하고 첼로하고 비올라가 태어났지 싶어요.


  스트라디바디도 진창현도 배움터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둘은 책으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둘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한테 걸맞는 숲을 고이 품고서 나뭇결하고 몇 가닥 줄에 얹었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글은 어디에서 태어날까요? 사랑을 속삭이는 책은 누가 쓸까요? 마음을 깨우는 노래는 어디에서 피어날까요? 사랑을 들려주는 이야기는 누가 지을까요? 《하이디》처럼 《초원의 집》처럼 《플란다스의 개》처럼, 모든 아름다운 사랑이 태어나고 피어나고 자라나는 바탕은 숲이요, 이 숲을 품고서 삶을 노래할 줄 아는 웃음꽃이라고 생각합니다.


ㅅㄴㄹ


“지두 계집이란 이유로 학교도 못 갔고 글도 읽을 줄 모릅니더. 뭐 가끔 불편하기는 하지예. 하지만 내가 사내보다 못하다고 생각해도 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으면, 엄마가 되길 잘했다 싶네예. 아이를 낳을 수 있어서 참말로 행복합니더.” (21쪽)


“여기 이렇게 앉아서 오늘 본 것들을 몇 번이고 떠올리는 거예요. 그러면 점점 분명하게 그 형태가 머릿속에 떠올라요. 이 물고기는 성철이들이랑 강에 놀러갔을 때 본 거예요 …… 물고기가 내 발밑으로 왔어요. 도망가지 않게 움직이지 않고 계속 쳐다봤어요. 물고기가 무이 흘러가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살짝 틀었는데, 그랬더니 등에 있던 비늘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50∼51쪽)


“예쁘고 아름다운 건 물건뿐만이 아니란다. 사람의 마음도 부처님의 자비도 아주아주 아름다운 거야.” “엄마도 예뻐요.” (68쪽)


“일본이든 조선이든 상관없어. 넌 엄마의 보물이니까.” (92쪽)


‘노력하고 연구해 정진하면 할수록 신비한 힘이 발동해, 만들어진 사물에 생명이 깃든다는 사실. 물건을 만드는 자는 생명의 탄생을 볼 수 있다는 사실.’ (137쪽)


“그들에게는 나이든 부모도 있을 거고! 사랑하는 가족도 있을 거야! 장래에 대한 꿈도 있고! 하지만 죽는다고! 적도 아군도 모두 죽어! 자신도 죽고! 전쟁이란 건 그런 거야!” (196쪽)


#山本おさむ #天上の弦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