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우리 말 92] 내리실 승객과 하차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마실을 한다. 버스 유리창에 적힌 큼지막한 글월을 읽어 본다. “내리실 승객은 버스가 정차한 후 일어나 하차해 주시기 바랍니다”라 적혔다. 어딘가 말이 얄궂구나 싶더니, 글월 앞쪽에는 “내리실 승객”이라 하더니, 글월 뒤쪽에는 “하차해 주시기”라 했다. 그래, 앞이나 뒤나 “내리다”라는 한국말을 넣으면 되는데, 갑작스레 ‘하차(下車)’라는 중국말이 튀어나왔다. 마치, “파일을 올릴 때에는 이렇게 업로드하시기 바랍니다” 하고 말하는 꼴이라고 할까. 한국사람답게 사랑스러우며 살갑고 손쉽게 나누는 말을 생각하지 못하는 슬픈 말매무새라고 할까.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버스 알림글을 적는다면, “내리실 분은 버스가 선 다음 일어나 내리시기 바랍니다”처럼 적겠지. (4345.3.10.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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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91] 수봉도서관 하늘누리

 

 2011년 12월부터 2012년 1월까지였나 2월까지였나, 인천 도화동 수봉도서관에서 인천 골목길 사진잔치가 열린다. 인천 골목길을 어여삐 보여주는 사진잔치를 열도록 도우려고 사진 몇 점 보내기 앞서 한번 마실을 했다. 새로 지은 수봉도서관 있던 자리는 몇 해 앞서까지 조그마한 골목집이 앙증맞게 모여서 오래도록 이야기꽃 피웠는데,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아마 잘 모르겠지. 비탈길을 따라 도서관으로 걸어올라가면서, 이 길에 어느 집이 어떻게 있었는가 헤아려 본다. 이제 아득한 옛일이 된 탓인지 좀처럼 그림을 그리기 힘들다. 나는 인천 도화1동 수봉공원 밑자락에서 태어났다는데, 내가 어린 날 뛰놀던 골목은 어디쯤이었을까. 땀이 살짝 날 즈음 수봉도서관에 닿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알림판을 살피는데 온통 ‘누리’투성이로구나. 아, 누리, 누리로구나. 옥상 옆에 ‘하늘누리’라 적은 말이 오래도록 남는다. 이렇게 어여쁜 말을 잘 골라서 쓸 수 있구나. 더군다나 공공기관 건물에서. 비록 이곳 수봉도서관 찾는 어린이와 푸름이와 어른까지 지난날 도화동 골목동네를 그리거나 떠올리거나 되새기지 못하더라도, 이처럼 어여쁜 새말 새삶 새꿈을 새로운 사랑으로 빚을 수 있으면 참으로 기쁘겠구나. ‘세미나실’ 같은 이름은 어쩔 수 없으나, 이렇게 하나하나 ‘누리’로 담은 말틀을 잘 아끼며 북돋우리라 믿는다. (4344.12.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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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90] TEL 하고요

 한국사람이 영어 아무 데나 쓰기 좋아하는 버릇은 언제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아리송하다. 다만, 요즈음 들어 생각하면, 일본 문학이나 만화를 한국말로 옮기는 자리에서 이와 같은 ‘영어 아무데나 쓰며 좋아하기’를 쉬 찾아본다. “전화 하고요” 아닌 “TEL 하고요”는 일본 만화책에 ‘TEL’이라 적혔기에 이러한 모습을 고스란히 적바림한 글월일 테지. (4344.5.3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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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89] BUS 타는곳

 버스는 ‘BUS’로 적고, 타는 곳은 ‘타는 곳’이라 적는다. 모두 한글로 적으면 될 텐데, 왜 버스를 ‘BUS’로 적어야 할까 궁금하다. 그나마, 시골자락에서 ‘BUS STOP’이라고까지 안 적었으니 고맙다고 여겨야 할까. (4344.5.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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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우리 말 88] Noodle Menu

 요즈음 한국땅에서는 분식집에서조차 영어사랑이 아주 마땅한 노릇이기 때문에 ‘Noodle Menu’ 같은 글월이야 아무 거리낌이 없을 뿐 아니라 몹시 귀엽게 보이기까지 한다. (4344.4.1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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