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우리 말 93] Caution미끄럼주의

 


  경기도 파주 책도시에 있는 숙소에서 잠을 잔다. ‘숙소(宿所)’란 “묵는 곳”을 가리킨다. 이곳 숙소 이름은 ‘guest house 紙之鄕’이다. 따로 한글로 안 적고 ‘게스트 하우스’와 ‘지지향’을 알파벳과 한자로 적는다. 때로는 ‘hotel 紙之鄕’으로도 적으나, 어떻게 적든 한국말이나 한국글로는 안 적는다. 나라밖에서 손님들 찾아와 이곳에서 으레 묵기에 영어로 이름을 지었나 헤아려 본다. 한자로 나란히 적은 이름은 지구별을 지구마을로 여기는 매무새라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하다. 왜 한국사람은 한국말로 ‘숙소’나 ‘여관’이나 ‘호텔’ 같은 곳을 일컫는 낱말을 짓지 않을까. 따로 한국말로 안 짓더라도 이런 한자말과 저런 영어로 적으면 좋다고 여길까. 이러거나 저러거나 대수롭지 않을 뿐더러 마음쓸 일이 없다고 느낄까. 곰곰이 따지면, ‘hotel’은 ‘호텔’로 적을 때가 가장 나을는지 모른다. 그러면 ‘guest house’는 어떻게 적어야 할까. ‘紙之鄕’은 “종이의 고향”을 뜻한다 할 텐데, 왜 한국말로 “종이 고향”이나 “종이 마을”이나 “종이 나라”처럼 이름을 짓지 않았을까. 나라밖 사람들이 한국으로 찾아올 때에는 한국 문화와 삶터와 이야기를 느끼고 싶어 할 텐데,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로 한국 문화와 삶터와 이야기를 돌보지 않는다면, 한국사람이 바깥으로 보여줄 만한 꿈이나 사랑은 무엇이 될까. 하룻밤 묵는 곳으로 들어가 두 아이 씻기려 하다 보니, 씻는 자리 유리문에 “Caution미끄럼주의”라고 적힌다. ‘Caution’은 “잘 살피라”는 뜻일 테니 “미끄러워요”나 “잘 살피셔요”라 적어야 올바르지 않을까 궁금하다. (4345.5.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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