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기 위하여 문학과지성 시인선 177
김연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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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노래책시렁 428


《詩를 쓰기 위하여》

 김연신

 문학과지성사

 1996.4.25.



  우리가 서로 들려주고 듣는 모든 말은 노래이고 가락입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아낸 소리인데, 다 다른 마음을 다 다르게 느끼거나 알도록 다 다른 결로 가다듬은 터라, 높고낮은 소리에 밀고당기는 소리는 모두 새롭게 노래요 가락이에요. 나한테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들을 수 있다면, “나는 늘 노래를 듣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내가 들려주는 말을 곰곰이 새길 수 있다면, “나는 언제나 노랫가락을 펴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詩를 쓰기 위하여》를 읽으며 꽤 싱거웠습니다. 1996년이 어떤 해였나 하고 돌아봅니다. 아직 차갑고 메마른 나라였고, 배움터에서는 길잡이가 대놓고 아이들을 두들겨패던 무렵이었어요. 쇠(토큰)나 종이(표)를 내고서 버스를 타던 무렵이요, 웬만하면 누구나 걸어다니던 즈음입니다. 요즈음도 집안일을 안 하는 사내가 꽤 있는데, 지난날에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는 사내가 흔했습니다. 붓만 쥘 적에는 글을 쥐어짜게 마련입니다.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아기를 돌보고 집살림을 건사한다면, 이 삶에서 늘 새롭게 글이 쏟아집니다. 억지로 ‘詩’를 쓰려 하니, 노래나 가락하고 멀어요. 예나 이제나 글바치는 그닥 집안일을 안 하는 듯싶습니다. 삶이 바로 말이면서 노래인 줄 배운 적이 없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연필을 깎는다. / 詩를 쓰기 위하여 / 연필이 뾰족하게 깎인다. / 연필은 뾰족한 끝으로 내 배를 지그시 찌른다. / 연필만 갂아서 詩가 써지느냐고. / 손가락을 깎으면 詩가 써지느냐고 내가 묻는다. (詩를 쓰기 위하여-연필/11쪽)


연필 끝에 분홍 실을 매어보기로 했어 / 연필은 다른 연필이 갖지 못한 장식으로 기뻐할 것 같아서 / 시인의 연필 말고 또 무엇이 자기 목에 그런 좋은 표지를 가지고 있을 수 있겠어 (詩를 쓰기 위하여-연필 2/16쪽)


詩를 써보기 위하여 저녁나절 들길을 걸어나갔지. / 바람이 지나가면서 상쾌한 마음이 차올라왔었지 / 지나간 날들이 다시 한번 뒷걸음치면서 멀어지고 (詩를 쓰기 위하여-산책/3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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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사람에게 - 안태운 시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550
안태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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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5.31.

노래책시렁 426


《산책하는 사람에게》

 안태운

 문학과지성사

 2020.11.9.



  언제나 “책을 사읽”습니다. 그러나 모든 책을 사읽을 수 없는 가난한 주머니입니다. 여덟 살부터 열세 살 사이에는 어머니가 하루에 120원씩 길삯(왕복 버스비)을 주셨는데,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한테도 제법 먼 길을 즐겁게 걸어다니면서, 이 푼돈을 모아서 만화책이나 우표를 샀고, 통장에 30원이나 50원이나 120원씩 하루나 이틀마다 가서 돈을 맡기곤 했습니다.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갇힌 열네 살부터 열아홉 살 사이에도 책집마실을 틈틈이 했습니다. 자율학습·보충수업을 이레마다 이틀씩 빼먹고 달아나면서 책집에서 늦도록 죽치고서 책을 읽었습니다. 인천을 떠나 서울에서 딸배(신문배달부)로 일하던 무렵에는 짐자전거로 서울 곳곳 헌책집을 찾아다니면서 ‘서서읽기’를 했습니다. 《산책하는 사람에게》를 읽으면서 “늘 걷는 나”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저는 걷거나 두바퀴(자전거)를 달립니다. ‘산책’도 ‘산보’도 안 합니다. 저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서 살아가니까 그냥 우리말을 쓸 뿐입니다. 멋부리는 일본스럽거나 중국스런 한자말은 안 나빠요. 그저 겉멋일 뿐입니다. 배운 티를 팍팍 내는 영어는 안 나빠요. 그저 배운 먹물을 티내는 말씨일 뿐입니다. 여덟 살부터 익힌 ‘서서읽기’는 쉰 살에 다다르는 2024년에도 고스란히 합니다. 모든 책을 다 살 수 없거든요. 부디 ‘사서읽기’를 할 만한 노래를 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너는 찾고 있다. 무엇이 너의 기억이 될 수 있다. 너는 어떤 것에 마모되는가. 너는 어떤 것에 잦아드는가. (그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움직임/15쪽)


호수에서 눈이 녹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렇게 했다. 호수 속으로 눈이 녹아 떠내려간다면, 녹은 눈 속으로 호수가 떠내려간다면, (호수 눈/5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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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삶창시선 68
변홍철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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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4.28.

노래책시렁 401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변홍철

 삶창

 2022.4.15.



  이파리란, 풀과 나무를 살리는 숨결이면서, 풀과 나무한테는 손이요, 이 땅에는 옷이며, 풀벌레랑 사랑한테는 밥 노릇을 합니다. 이파리란,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면서 푸르게 빛나고, 온누리에 푸른 숨결을 새롭게 베푸는 징검다리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이 이파리 같다면, 아이어른이 어깨동무하면서 마음을 잇는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이 이파리하고 등지거나 동떨어졌다면, 어른이라고 내세우면서 꼰대스러운 어려운 말로 굴레를 씌우거나 담을 친다는 뜻입니다.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를 곰곰이 읽는데, 낱말도 말결도 스스로 갇힌 듯싶습니다. 새술을 새자루에 담는다고 하는데, 새길이라면 새말에 담을 노릇입니다. 일본 한자말에도 중국 한자말에도 길들지 않을 줄 아는 넋일 적에 비로소 새말입니다. 옮김말씨에도 일본말씨에도 휩쓸리지 않는 마음일 적에 바야흐로 새글이에요. 굳이 한자말을 안 쓰려고 애쓸 까닭은 없되, 애써 한자말을 쓰려고 할 까닭도 없습니다. ‘푸른길’을 말할 줄 모르는 ‘녹색당’처럼, ‘잎말’을 노래할 줄 모르는 ‘인문지식’과 ‘문학’이라면, 이 나라에는 아무런 새길도 새뜻도 새넋도 새빛도 새말도 없는 굴레요 수렁일 뿐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시도, 철학도, 그림도 / 역사의 피눈물과 인간의 위대함도 / 다 제각각 다른 혈관을 만나 하늘이 / 먹구름 둟고 피워내는 불가능의 꽃말 (꽃은 활짝 피었구나/34쪽)


아직 나에겐 두 병의 막걸리가 남아 있다 / 아마 금요일까지 남겨놓긴 어려울 듯하다 (저물녘의 운산/71쪽)


+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변홍철, 삶창, 2022)


떠날 준비를 해둔 살림처럼 구근은 제 스스로 땅이고 별이다

→ 떠나려고 해둔 살림처럼 알뿌리는 스스로 땅이고 별이다

→ 떠나려고 챙긴 살림처럼 알은 제가 땅이고 별이다

13쪽


교정 곳곳은 새로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 배움뚤 곳곳은 새로 대는터가 되었다

→ 배움뜨락 곳곳은 새로 둠칸이 되었다

14쪽


여기 와 있다는 것을 안다

→ 여기 온 줄을 안다

18쪽


역사의 피눈물과 인간의 위대함도 다 제각각 다른 혈관을 만나

→ 피눈물 자국과 뛰어난 사람도 다 다른 핏줄을 만나

34쪽


그중 하나일 뿐인 내 박명의 심장은

→ 거기서 하나일 뿐인 내 짧은 가슴은

42쪽


천사는 이따금 나그네의 모습으로 날아온다

→ 바람꽃은 이따금 나그네 모습으로 날아온다

→ 별님은 이따금 나그네 모습으로 날아온다

51쪽


군호를 외치듯 언 강가, 띄엄띄엄

→ 서로 알리듯 언 냇가, 띄엄띄엄

→ 알리고 외치듯 언 냇가, 띄엄띄엄

56쪽


사발통문 같은 오월 하늘에 마음을 빼앗겨 오늘도 거사는 실패

→ 대접글 같은 닷달 하늘에 마음을 빼앗겨 오늘도 큰일은 뒤뚱

→ 둥근글 같은 닷달 하늘에 마음을 빼앗겨 오늘도 일은 꽈당

62쪽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대출이자는 참 꼬박꼬박 나간다

→ 쪽글로 알려주는 빌린곱삯은 참 꼬박꼬박 나간다

→ 글월로 알려주는 빌린덧돈은 참 꼬박꼬박 나간다

70쪽


봄의 리듬으로 와서

→ 봄가락으로 와서

→ 봄바람으로 와서

75쪽


능선의 경계에서 배어 나와

→ 등성이 끝에서 배어 나와

→ 멧줄기 가에서 배어 나와

88쪽


이 배의 좌표는 어디인가

→ 이 배는 어느 길인가

→ 이 배는 어디로 가는가

97쪽


전운을 피할 수 없을 때조차도

→ 싸움을 그을 수 없을 때조차도

→ 불길을 벗을 수 없을 때조차도

11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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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시대 창비시선 495
장이지 지음 / 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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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4.27.

노래책시렁 419


《편지의 시대》

 장이지

 창비

 2023.12.22.



  손으로 밥을 지어서, 손으로 수저를 쥐고서 먹습니다. 손으로 씨앗을 심고서, 손으로 호미나 낫을 쥐고서 거두거나 캡니다. 손으로 아이를 씻기고 돌보노라면, 어느새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서 손을 맞잡고서 거닐다가, 어느새 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저만치 앞서 달려갑니다.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손수 짓는 살림을 말로 담았습니다. 말을 담는 그림은 글이 태어난 뒤에도 아주 오래도록 손으로 글을 적었습니다. 이제는 손으로 글을 쓰거나 적는 일이 확 줄었는데, 어떻게 옮기는 글이어도 ‘마음을 담은 글’일 적에라야 비로소 마음이 만나거나 흐릅니다. 《편지의 시대》는 글월과 나래꽃 사이에서 오간 마음을 적는 듯싶습니다만, 어쩐지 “편지의 시대”라는 이름부터 일본스럽습니다. 우리나라 웬만한 자리마다 일본말에 일본빛이니 어쩔 길이 없다고 할 테지만, 조금씩 마음을 기울이면 하나씩 씻거나 털면서, 우리 이야기를 도란도란 펼 만합니다. 글월을 주고받는 ‘글월철’입니다. ‘글날’입니다. ‘글빛나날’에 ‘글길’이에요. 글을 글로 여기는 눈길일 적에 마음을 마음으로 나누는 마음길을 열어요. 억지스레 짜거나 맞추는 글로는 어떤 마음도 못 움직여요. 더 멋지거나 드문 나래꽃을 얻으려는 마음으로는, 그저 시늉이었겠지요.


ㅅㄴㄹ


누가 먼저였는지 잊었지만 편지와 함께 외국의 멋진 우표도 동봉하게 되었는데 진귀한 우표를 찾으려고 발품깨나 팔았지요 우리의 편지는 차츰 우표를 교환하기 위한 것이 되더니 어떤 일로 영영 끊어지게 되었어요 (우표수집―삼총사/65쪽)


너는 그것을 몰라 너를 보지 않겠다고 한 건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너에게 주려던 편지를 흐르는 강물에 버린 것을 네가 알까 (졸업/75쪽)


+


《편지의 시대》(장이지, 창비, 2023)


사랑의 취기가, 도취의 파도가 소인으로 찍히는 것을 상상하면서

→ 거나한 사랑이, 반한 물결이 쿵 찍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 비칠대는 사랑이, 기쁜 물결이 톡 찍히는 무늬를 그리면서

8쪽


은하의 실타래 위에 이미 있었네

→ 별밭 실타래에 이미 있네

→ 별숲 실타래에 이미 있네

→ 별떼 실타래에 이미 있네

12쪽


천변만화의 구름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 덩굴진 구름이 흩어졌다가

→ 물결치는 구름이 뿔뿔이 가다가

12쪽


대관람차의 형해(形骸)가 방치돼 있다

→ 큰바퀴 뼈대를 내버린다

→ 큰고리가 덩그러니 나뒹군다

→ 고리눈 부스러기가 구른다

18쪽


칠이 벗겨진 말들이 막사 안에서 선잠을 잔다

→ 겉이 벗겨진 말이 오두막에서 선잠이다

→ 옷이 벗겨진 말이 움막에서 선잠이다

18쪽


나뭇잎 사이로 흘러내리는 햇빛의 무늬를, 초록색의 점자를 갑충이 더듬더듬 읽는다

→ 나뭇잎 사이로 흘러내리는 햇빛무늬를, 푸른글씨를 딱정벌레가 더듬더듬 읽는다

23쪽


너머에서 도시가 비의 부식(腐蝕)을 견딘다

→ 너머에서 마을이 비에 삭지 않으려 한다

→ 너머에서 서울이 비에 슬지 않으려 한다

25쪽


백지와 마주할 때 나는 역광을, 광배(光背)를 얻는다

→ 나는 흰종이와 마주할 때 뒷빛을 얻는다

→ 나는 빈종이와 마주할 때 빛살을 얻는다

25쪽


외국의 멋진 우표도 동봉하게 되었는데 진귀한 우표를 찾으려고

→ 이웃나라 멋진 나래꽃도 넣었는데 값진 나래꽃을 찾으려고

→ 옆나라 멋진 날개꽃도 담았는데 드문 날개꽃을 찾으려고

65쪽


너는 그것을 몰라 너를 보지 않겠다고 한 건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 너는 몰라 너를 보지 않겠다고 한 말은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 너는 몰라 너를 보지 않겠다고 했는데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7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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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가 맨 앞 문학동네 시인선 52
이문재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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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3.31.

노래책시렁 372


《지금 여기가 맨 앞》

 이문재

 문학동네

 2014.5.20.



  모든 글은 말을 다룹니다. 말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줄거리하고 이야기가 다릅니다. 어느 말을 맞아들여서 줄거리를 짜느냐에 따라서, 글쓴이 눈길도 다르고, 둘레에 남기는 씨앗도 다릅니다. 아무 말이나 쓴다면, 아무 마음이나 엉키면서 산다는 뜻입니다. 하나하나 고르면서 쓴다면, 고르는 눈길을 닦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낱말은 고르지만 엉키거나 어지러울 때가 있고, 사랑씨앗이 아닌 미움씨앗으로 번지기도 합니다. 《지금 여기가 맨 앞》을 모처럼 되읽다가 책끝에 붙은 “우리가 이 시를 읽고 고은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를 떠올렸다면 이것이 두 시인 중 누구에게도 결례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202쪽).”를 읽고서, 이렇게 글밭 곳곳에 “고은 수렁”이 깊구나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그토록 말밥에 올랐어도, 그처럼 추레한 술짓이 드러났어도, 다들 입을 다무는 까닭이 있을 테지요. 글은 글로만 볼 까닭이 없습니다. 글로 옮긴 말이 있고, 말로 담은 마음이 있고, 마음에 놓은 삶이 있어요. ‘글·말·마음·삶’은 늘 하나입니다. 둘도 셋도 아닙니다. 글하고 삶이 다르다거나, 말하고 마음이 다르다면, 거짓으로 속여 왔다는 뜻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글재주를 걷어내어야 사랑씨앗을 심는 글빛이 깨어나겠지요.


ㅅㄴㄹ


지상에서 지상으로 난분분 / 난분분하는 봄눈은 난데없이 피어난 눈꽃이다. / 영문도 모른 채 빗방울의 꽃이 된 것이다. (삼월에 내리는 눈/20쪽)


한국에서 태어나 / 아직도 서울에 정착하지 못했으니 / 나 역시 난민이었다. / 나는 내국 디아스포라였다. (다시 디아스포라/174쪽)


우리가 이 시를 읽고 고은의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를 떠올렸다면 이것이 두 시인 중 누구에게도 결례는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해설 : 신형철/202쪽)


+


《지금 여기가 맨 앞》(이문재, 문학동네, 2014)


우리는 하나의 관점이기 이전에 무수한 감점(感點)이다

→ 우리는 들여다보기 앞서 숱하게 깎아낸다

→ 우리는 바라보기 앞서 끝없이 덜어낸다

→ 우리는 살펴보기 앞서 자꾸자꾸 떨군다

5쪽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

→ 어떤 때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뉘이다

→ 언제라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누리이다

13쪽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비손이다

→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비나리이다

14쪽


보름달은 온몸으로 태양을 정면한다

→ 보름달은 온몸으로 해를 마주본다

16쪽


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 부아앙 왼돌이하던 쇠자루가 확 멈춘다

17쪽


지상에서 지상으로 난분분 난분분하는 봄눈은

→ 땅에서 땅으로 나풀나풀하는 봄눈은

→ 이곳에서 이곳으로 날리는 봄눈은

→ 이 길에서 이 길로 나부끼는 봄눈은

20쪽


영문도 모른 채 빗방울의 꽃이 된 것이다

→ 영문도 모른 채 빗방울꽃이 된다

→ 영문도 모른 채 비꽃이 된다

20쪽


선뜻 착지하지 못하는 봄눈은

→ 선뜻 내려앉지 못하는 봄눈은

→ 선뜻 내려서지 못하는 봄눈은

20쪽


내륙이 온통 환해지고 있다

→ 땅이 온통 환하다

→ 땅덩이가 온통 환하다

30쪽


손의 백서(白書)

→ 손 이야기

→ 손 얘기

94쪽


장벽이 높고 길수록 문이 문다운 법

→ 담이 높고 길수록 턱이 턱다운 터

107쪽


괘종시계는 한 달에 한 번

→ 하루북은 한 달에 한 판

→ 하루꽃북은 한 달마다

128쪽


도시가 푸르러졌고

→ 서울이 푸르고

155쪽


무전여행이 여행의 마지막이었지요

→ 가난마실이 발걸음 마지막이었지요

→ 맨몸마실이 마지막 걸음이었지요

→ 빈몸마실이 마지막 길이었지요

164쪽


아직도 서울에 정착하지 못했으니 나 역시 난민이었다. 나는 내국 디아스포라였다

→ 아직도 서울에 자리잡지 못했으니 나도 나그네였다. 나는 이곳 나그네였다

→ 아직도 서울에 터잡지 못했으니 나도 떠돌이였다. 나는 이 나라 떠돌이였다

174쪽


귀경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 서울로 와서야 알았습니다

→ 돌아오고서야 알았습니다

→ 집에 와서야 알았습니다

17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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