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삶창시선 68
변홍철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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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4.28.

노래책시렁 401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

 변홍철

 삶창

 2022.4.15.



  이파리란, 풀과 나무를 살리는 숨결이면서, 풀과 나무한테는 손이요, 이 땅에는 옷이며, 풀벌레랑 사랑한테는 밥 노릇을 합니다. 이파리란,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면서 푸르게 빛나고, 온누리에 푸른 숨결을 새롭게 베푸는 징검다리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이 이파리 같다면, 아이어른이 어깨동무하면서 마음을 잇는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이 이파리하고 등지거나 동떨어졌다면, 어른이라고 내세우면서 꼰대스러운 어려운 말로 굴레를 씌우거나 담을 친다는 뜻입니다.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를 곰곰이 읽는데, 낱말도 말결도 스스로 갇힌 듯싶습니다. 새술을 새자루에 담는다고 하는데, 새길이라면 새말에 담을 노릇입니다. 일본 한자말에도 중국 한자말에도 길들지 않을 줄 아는 넋일 적에 비로소 새말입니다. 옮김말씨에도 일본말씨에도 휩쓸리지 않는 마음일 적에 바야흐로 새글이에요. 굳이 한자말을 안 쓰려고 애쓸 까닭은 없되, 애써 한자말을 쓰려고 할 까닭도 없습니다. ‘푸른길’을 말할 줄 모르는 ‘녹색당’처럼, ‘잎말’을 노래할 줄 모르는 ‘인문지식’과 ‘문학’이라면, 이 나라에는 아무런 새길도 새뜻도 새넋도 새빛도 새말도 없는 굴레요 수렁일 뿐이지 싶습니다.


ㅅㄴㄹ


시도, 철학도, 그림도 / 역사의 피눈물과 인간의 위대함도 / 다 제각각 다른 혈관을 만나 하늘이 / 먹구름 둟고 피워내는 불가능의 꽃말 (꽃은 활짝 피었구나/34쪽)


아직 나에겐 두 병의 막걸리가 남아 있다 / 아마 금요일까지 남겨놓긴 어려울 듯하다 (저물녘의 운산/71쪽)


+


《이파리 같은 새말 하나》(변홍철, 삶창, 2022)


떠날 준비를 해둔 살림처럼 구근은 제 스스로 땅이고 별이다

→ 떠나려고 해둔 살림처럼 알뿌리는 스스로 땅이고 별이다

→ 떠나려고 챙긴 살림처럼 알은 제가 땅이고 별이다

13쪽


교정 곳곳은 새로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 배움뚤 곳곳은 새로 대는터가 되었다

→ 배움뜨락 곳곳은 새로 둠칸이 되었다

14쪽


여기 와 있다는 것을 안다

→ 여기 온 줄을 안다

18쪽


역사의 피눈물과 인간의 위대함도 다 제각각 다른 혈관을 만나

→ 피눈물 자국과 뛰어난 사람도 다 다른 핏줄을 만나

34쪽


그중 하나일 뿐인 내 박명의 심장은

→ 거기서 하나일 뿐인 내 짧은 가슴은

42쪽


천사는 이따금 나그네의 모습으로 날아온다

→ 바람꽃은 이따금 나그네 모습으로 날아온다

→ 별님은 이따금 나그네 모습으로 날아온다

51쪽


군호를 외치듯 언 강가, 띄엄띄엄

→ 서로 알리듯 언 냇가, 띄엄띄엄

→ 알리고 외치듯 언 냇가, 띄엄띄엄

56쪽


사발통문 같은 오월 하늘에 마음을 빼앗겨 오늘도 거사는 실패

→ 대접글 같은 닷달 하늘에 마음을 빼앗겨 오늘도 큰일은 뒤뚱

→ 둥근글 같은 닷달 하늘에 마음을 빼앗겨 오늘도 일은 꽈당

62쪽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는 대출이자는 참 꼬박꼬박 나간다

→ 쪽글로 알려주는 빌린곱삯은 참 꼬박꼬박 나간다

→ 글월로 알려주는 빌린덧돈은 참 꼬박꼬박 나간다

70쪽


봄의 리듬으로 와서

→ 봄가락으로 와서

→ 봄바람으로 와서

75쪽


능선의 경계에서 배어 나와

→ 등성이 끝에서 배어 나와

→ 멧줄기 가에서 배어 나와

88쪽


이 배의 좌표는 어디인가

→ 이 배는 어느 길인가

→ 이 배는 어디로 가는가

97쪽


전운을 피할 수 없을 때조차도

→ 싸움을 그을 수 없을 때조차도

→ 불길을 벗을 수 없을 때조차도

11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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