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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망정은 부숴야 한다 24
후지타 카즈히로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3년 7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8.19.
만화책시렁 772
《쌍망정은 부숴야 한다 24》
후지타 카즈히로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3.7.25.
글은 무엇이나 담을 만하지만, 굳이 무엇이든 담지 않습니다. 그림에 무엇이나 얹을 만하되, 구태여 무엇이나 안 얹습니다. 스스로 앞길을 헤아리지 않을 적에는 ‘아무렇게나’ 흐르게 마련입니다. 스스로 오늘을 안 바라볼 적에도 ‘함부로’ 담을 쌓거나 허물게 마련입니다. 《쌍망정은 부숴야 한다》는 ‘오늘·앞날이라는 길과 꿈’을 헤아리지 않는 뭇사람이 얼크러지고 뒤섞이면서 마구잡이로 부풀다가 막바지에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그리는 듯싶습니다. 붓 한 자루를 쥐면 무엇이든 다 담거나 그리거나 얹을 수 있다고 여기는 뜻으로 이 줄거리를 짰다고 느껴요. 그런데 언제나 ‘끝(멸망)’을 바닥에 놓고서 ‘싸움(대결·전쟁)’으로 밑밥을 깔면서 ‘죽이고 죽는 굴레’를 피튀기면서 아주 사납게까지 그리려고 하는 얼거리입니다.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고 여겨서 막장까지 그려도 될는지 곰곰이 짚을 노릇입니다. ‘그림꽃에 나오는 사람’뿐 아니라, ‘그림꽃을 빚으려고 붓을 쥔 우리’부터 스스로 오늘 이곳에서 뭘 그리려는지 생각할 노릇이에요. 무엇을 쓰거나 읽는가요? 무엇을 말하거나 듣는가요? 입으로는 ‘꿈과 길’이라 읊지만, 막상 ‘싸움과 죽임짓’을 감추는 탈놀이는 아닌가요?
ㅍㄹㄴ
“나는 혼자서 그리는 것을 택했다. 이미 세상은 장사꾼들에게 ‘간택되고 싶어’ 아양이나 떠는, 역겨운 사이비 화가투성이니까.” “데셍은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다.” (34쪽)
“인간은 우주에 단 하나뿐인, 따뜻한 존재라는 거다, 소년이여.” (128쪽)
“그러니까 댁에게는 댁의 ‘잘 그리는’ 기준이 있다면, 누님에게도 누님만의 ‘잘 그리는’, ‘따스한’ 그림이 있었던 게 아닐까?” (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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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망정은 부숴야 한다 24》(후지타 카즈히로/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3)
그림 선생님이나 사사(師事)한 스승님이 있었어?
→ 그림 길잡이나 가르친 스승님이 있어?
→ 그림을 가르친 분이 있어?
33쪽
이렇게 범속한 내 반응이 신경 쓰이나
→ 이렇게 시시한 내 말이 마음 쓰이나
→ 이렇게 수수한 내 대꾸가 마음 쓰이나
35쪽
결사항전 앞에 차례로 섬멸되어 간다
→ 목숨다짐 앞에 하나씩 걷혀 간다
→ 하냥다짐 앞에 천천히 무너진다
→ 퍼부어대어 차근차근 물리친다
4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