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와 사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1
제임스 도허티 글, 그림 |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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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4



내 마음에 담는 꿈 하나

― 앤디와 사자

 제임스 도허티 글·그림

 이선아 옮김

 시공사 펴냄, 1995.2.24.



  숲을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숲을 만납니다. 나무가 아주 많아 커다랗게 우거진 숲을 만날 수 있고, 숲을 찍은 사진을 만날 수 있으며, 손바닥만큼 조그마한 풀숲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숲은 모두 숲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숲도 숲이요, 두 눈으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걸어서 지나갈 수 있는 숲도 숲입니다. 나비나 잠자리가 날갯짓을 쉬려고 가볍게 내려앉는 조그마한 풀숲도 숲이며, 시골마을 한쪽에 조그맣게 있는 뒷동산 숲도 숲입니다.


  마음 가득 숲을 담기에 언제나 숲내음을 맡습니다. 마음에 숲노래를 싣기에 언제이든 숲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 아주 맑은 날이었습니다. 산들바람이 깃발을 팔랑팔랑 흔들고 있습니다. 앤디는 도서관에 가서 사자도감을 빌려 와, 읽고 또 읽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읽고 ..  (3∼6쪽)





  아이들은 놀 생각을 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놀 생각을 합니다. 뛰놀 생각을 하고, 뒹굴며 놀 생각을 합니다. 뛰놀 적에는 온몸에 땀을 내면서 즐겁습니다. 뒹굴며 놀 적에는 이불을 뒤집거나 옷장을 헤집으면서 즐겁습니다.


  노는 동안에는 놀이만 생각합니다. 오직 놀이만 생각하기에, 놀면서 무엇을 어지르는지 쳐다보지 않습니다. 아니, 한창 놀 적에는 어지른다는 생각조차 없습니다. 이것을 갖고 놀다가 저것을 갖고 놀아요. 이것저것 갖고 놀다가 다리가 아프거나 지치면 바닥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바닥은 온갖 장난감이 널브러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칠 생각마저 안 하면서 다시금 까르르 웃으면서 놉니다. 놀이로 가득한 마음이니, 놀면서 노래하고, 노래하며 놀 수 있습니다.



.. 해님이 창으로 들여다보고, 강아지 프린스가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사자는 사라졌지만, 앤디의 머릿속은 사자 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  (14쪽)




  제임스 도허티 님이 1938년에 처음 빚었다고 하는 그림책 《앤디와 사자》(시공사,1995)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 ‘앤디’는 어느 날 도서관에 가서 ‘사자’를 다룬 책을 빌렸다고 합니다. 앤디라는 아이는 그만 사자에 폭 빠집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사자를 생각합니다. 밥을 먹건 잠을 자건 오직 사자 생각입니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늘 사자 생각입니다.


  이리하여 사자가 참말 앤디 앞에 나타납니다. 앤디는 사자를 참말 만납니다. 사자를 머릿속에 담고 다시 담던 앤디는 깜짝 놀랍니다. 아니, 사자가 책이 아닌 내 눈앞에 있다니!


  자, 앤디는 어떡하지요? 사자를 보고 싶던 마음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참말 보다니요. 사자가 앤디를 잡아먹을까요. 앤디는 사자를 물리칠까요. 사자는 왜 앤디한테 나타났을까요. 앤디는 사자를 만나면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요.



.. 마침내 둘 다 숨이 찼습니다. 사자는 앞발을 내밀어 앤디에게 보였습니다. 사자의 발에는 커다란 가시가 박혀 있었습니다. 그때, 앤디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앤디는 사자에게 가시를 뽑아 줄 테니 조금만 참으라고 말했습니다 ..  (38∼40쪽)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하고픈 일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에 품은 대로 하루를 엽니다. 우리는 누구나 스스로 걷고 싶은 길을 걷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에 지은 생각대로 하루를 누립니다.


  앤디는 오직 사자 하나를 마음에 담으며 지내다가 사자를 만나서, 사자와 동무가 됩니다.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에 무엇을 담으면서 하루를 지어 어떻게 삶을 가꾸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사랑을 바라나요? 사랑을 바란다면 오직 사랑을 생각해요. 평화를 바라나요? 평화를 바란다면 오직 평화를 생각해요. 이래야 사랑이고 저래야 안 사랑이 아닙니다. 전쟁무기가 있어야 평화가 아니고, 간디 같은 분이 우리 곁에 있어야 평화가 아닙니다. 사랑을 바라면 한결같이 사랑을 마음에 담으면 됩니다. 평화를 바라면 가없이 넓고 깊게 평화를 마음에 담으면 돼요.


  가을바람이 부는 들에 섭니다. 높다랗게 잘 자란 나무 곁에 섭니다. 가을바람은 누런 들판을 지나 내 곁에 있는 나뭇가지를 살그마니 건드립니다. 나는 나무 곁에서 들내음과 나무내음이 섞인 가을바람을 마십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속에 꿈을 씨앗 한 톨로 심습니다. 나는 내 꿈을 내 삶에서 이룰 수 있도록 내 길을 즐겁게 걸어갈 생각입니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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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마을의 유치원 웅진 세계그림책 146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 웅진주니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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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3



예쁘장한 숲 놀이터에서

― 도토리 마을의 유치원

 나카야 미와 글·그림

 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14.9.11.



  빵집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빵내음을 맡고 자랍니다. 언제나 어깨너머로 빵굽기를 들여다봅니다. 밥집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밥내음을 맡고 자랍니다. 언제나 어깨너머로 밥짓기를 살펴봅니다. 가겟집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온갖 손님을 마주하며 자랍니다. 언제나 어깨너머로 사람맞이를 바라봅니다.


  요즈음 거의 모든 아이들은 도시에서 태어나 자랍니다. 요즈음 거의 모든 아이들은 시골을 모르고, 시골살이는 생각하지 않으며, 시골일을 알 턱이 없습니다. 이러면서 거의 모든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보고, 만화영화에서 흐르는 도시 모습을 다시금 들여다봅니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학교에 들어가면,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끄는 대로 ‘진로 교육’을 받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도시에서 돈을 버는 일자리입니다. 시골에서 흙을 만지는 일이나 바다에서 김을 훑거나 고기를 낚는 일을 가르치거나 알려주는 교사는 없습니다.





.. 나뭇잎이 휘리리 날아올랐다가 사르르 떨어졌어요. “깜짝 놀랐네!” 잠시 마음을 놓았을 때예요. “휘잉! 회오리바람이다!” 코타가 떨어진 나뭇잎을 두 손 가득 모아 하늘을 향해 휙 던졌어요 ..  (10쪽)



  어릴 적부터 빵내음을 맡고 자란 아이 가운데에는 빵이라면 보기 싫은 아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빵내음을 맡고 자랐기에 누구보다 빵내음을 살가이 여기면서 새롭게 빵굽기를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학자 집안에서 학자가 나오고, 교사 집안에서 교사가 나오며, 정치꾼 집안에서 정치꾼이 나오듯이, 노동자 집안에서 노동자가 나오곤 하고, 노래꾼 집안에서 노래꾼이 나오곤 해요. 그렇지만, 시골마을 농사꾼 집안에서 농사꾼이 나오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빵집이 되려면 누군가 밀씨를 심어서 밀알을 거두어야 합니다. 밥집이 되려면 누군가 볍씨를 심어서 벼알을 거두어야 합니다. 빵집이나 밥집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빵과 밥을 먹으니, 누군가는 밀씨와 볍씨를 심어서 가꾸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학교와 사회와 마을에서는 농사꾼 이야기를 보여주지도 들려주지도 알려주지도 않을까요. 왜 우리 교육과 사회와 정치는 아이들한테 ‘스스로 삶을 짓는 길(자급자곡)’을 안 보여주고 안 들려주며 안 알려줄까요.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친구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엄마, 가게 놀이 축제 때 초대할 거니까 꼭 와야 돼요!” ..  (20쪽)



  나카야 미와 님이 빚은 예쁜 그림책 《도토리 마을의 유치원》(웅진주니어,2014)을 읽습니다. 도토리 마을은 숲에 있습니다. 모두 도토리이니 숲에 마을이 있고 유치원이 있겠지요. 저마다 나무가 낳은 아이인 도토리입니다. 도토리 마을 유치원을 보면, 올망졸망 이쁘장한 도토리 아이가 나옵니다. 이 도토리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어버이가 저마다 다른 살림을 꾸리면서 돌봅니다.


  도토리 마을 유치원에서는 늘 ‘숲놀이’를 합니다. 숲에 있는 마을 유치원이니 ‘숲 유치원’이기도 합니다. 나뭇잎이 동무이고, 흙이 벗이며, 햇볕과 바람이 곁님입니다. 도토리 아이들은 저마다 꿈을 하나씩 키웁니다. 저마다 제 어버이가 하는 일을 어깨너머로 살피면서 ‘나도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되겠어요!’ 하는 꿈을 키워요.


  도토리 아이를 낳은 도토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주 기쁘리라 생각해요. 무척 보람을 느끼리라 생각해요. 조그마한 숲에서 조그맣게 마을을 이루는 도토리 이웃들은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삶을 짓습니다. 다투거나 싸우는 하루가 아닌, 아끼며 보살피는 하루입니다. 그러니, 도토리 아이들은 도토리 어버이한테서 즐거운 노래를 물려받을 테지요.





.. 선생님들이 손님들에게 우산을 나눠 주었어요. 아이들도 선생님을 도왔지요. “우산 가게가 있어서 다행이네!” 손님들이 말했어요. “우와, 정말 멋지다!” 우산을 펼치니 친구들이 그린 그림이 조각조각 붙어 있었어요 ..  (31쪽)



  도토리 마을 유치원에서 가을잔치를 엽니다. 도토리 아이들은 스스로 잔치를 마련하여 엽니다. 도토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듯이 밥을 짓고 빵을 굽는 시늉을 합니다. 흙과 열매와 잎으로 모든 일을 해요. 도토리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잔치를 열도록 도우면서 조용히 한 가지를 챙깁니다. 비가 올 수 있기에 우산을 챙겨요. 우산에는 도토리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붙였고요.


  아이들은 어른을 믿으면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바라보면서 즐겁게 웃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을 믿으며 신나게 뛰놀며 큽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마주보면서 즐겁게 하루를 짓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숲마을 이야기인 《도토리 마을의 유치원》인데, 이러한 모습이 도토리 아이들뿐 아니라 사람마을 아이들한테서도 흐른다면 참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서울에서도 부산에서도 모든 아이들이 맑게 웃고 노래하면서 꿈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시 한복판에도 숲이 있기를 바라고, 도시에서도 텃밭을 가꾸어 푸성귀와 열매를 싱그러이 얻어서 누릴 수 있기를 바라요. 아이들이 기쁘게 보고 배울 만한 사회와 마을과 터전을 어른들이 알뜰살뜰 새로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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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가야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1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글, 그림 | 김명숙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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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2



아이와 함께 자라는 어버이

― 안녕, 아가야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글·그림

 김명숙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8.2.20.



  아이를 재울 적에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아무 말 없이 가슴을 토닥이기도 합니다. 바깥마실을 하며 아이를 재워야 할 적에는 살포시 무릎에 누이거나 가슴으로 안거나 등에 업습니다. 두 아이를 한꺼번에 재워야 하면 두 아이한테 어깨를 한쪽씩 내주기도 하고, 한손에 한 아이씩 안기도 합니다.


  아이와 나란히 누워서 노래를 부르면 언제나 가장 보드라우면서 따사로운 목소리로 바뀝니다. 아이한테 들려주는 노래는 늘 나한테 돌아오는 노래가 되고, 따사로우면서 보드라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아이들 마음뿐 아니라 내 마음을 촉촉히 적십니다.


  왼손은 작은아이한테 뻗고, 오른손은 큰아이한테 뻗습니다. 두 손으로 두 아이를 토닥입니다. 늦게까지 잠을 안 자려던 작은아이는 토닥토닥 부드럽게 다독이는 손길을 받으면서 이내 고요합니다. 새근새근 가늘게 숨소리를 내면서 꿈나라로 갑니다. 동생 못지않게 더 잠을 미루려던 큰아이도 살그마니 숨소리를 고르면서 꿈나라로 갑니다. 두 아이한테 한 손씩 내밀어 토닥이다 보면, 내 손에서는 어느새 따스한 기운이 흘러나옵니다. 아이를 모두 재우고 나서 두 손을 내 가슴에 대 보고, 내 뺨에 대 보며, 내 머리에 대 봅니다. 즐거우면서 상냥한 기운이 흐릅니다.



.. 우리는 네가 태어나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  (4쪽)




  어느 어버이라도 이녁 아이를 잘 재웁니다. 다만, 아직 서툴거나 어설플 수 있습니다. 아이도 모두 알아요. 아직 서툴거나 어설픈 어버이를 잘 압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때때로 빽빽거리면서 울곤 해요. 좀 제대로 하라는 뜻일 테고, 좀 제대로 알아들으라는 뜻일 텐데, 서툴거나 어설픈 어버이는 이녁 삶도 서툴거나 어설픕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아이하고 사랑을 오순도순 나눌 줄 알 만큼 거듭나는 어버이는 스스로 하는 일을 늘 씩씩하고 힘차게 즐깁니다. 아이를 돌보는 살림이 서툴거나 어설프다면, 집안에서뿐 아니라 집밖에서도 서툴거나 어슬프기 마련입니다.


  아이가 찾아오는 일은 둘도 없는 사랑입니다. 아이한테 물려줄 사랑뿐 아니라, 내가 나를 아끼는 사랑입니다. 어버이가 이녁 마음밭에 스스로 사랑씨앗을 심을 때라야 비로소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줍니다. 아이를 쏙 낳은 뒤에 끝나는 삶이 아니라, 이제 막 태어난 아이와 앞으로 걸어갈 기나긴 나날이 고스란히 사랑입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스스로 어느 대목에서 서툴거나 어설펐는지 찬찬히 알려줍니다. 어버이는 허둥지둥 땀을 빼다가 한 달 두 달 한 해 두 해 열 해 스무 해 흐르면서 차근차근 배우거나 깨닫습니다. 삶을 배우고 사랑을 깨닫습니다.




.. 따뜻하기만을 바라겠지 ..  (11쪽)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님이 빚은 그림책 《안녕, 아가야》(시공주니어,1998)를 읽습니다. 우리 집에 곧 찾아올 셋째를 그리면서 그림책을 읽습니다. 일곱 살 첫째 아이는 혼자 씩씩하게 그림책을 읽습니다. 참말 첫째 아이는 이제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그림책 읽어 달라 말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읽습니다. 둘째 아이는 누나가 읽는 소리를 옆에서 듣습니다.


  첫째 아이가 어릴 적을 돌아봅니다. 첫째 아이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느라 그야말로 진땀을 빼던 일이 아련합니다. 첫째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진땀을 빼던 지난날을 알까요. 떠올릴까요. 알거나 떠올리지는 못해도 온몸에 그득그득 아로새겼겠지요. 즐거움을 새기고 사랑을 심었겠지요.




.. 태어났을 때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에 말이야 ..  (22쪽)



  아기가 어버이한테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따뜻함, 그러니까, 사랑입니다. 어버이가 아기한테 나누어 주고 싶은 것은 오로지 하나, 따스함, 다시 말하자면, 사랑입니다.


  아이한테 어떤 밥을 먹일 때에 서로 즐거울까요? 아이와 어떤 놀이를 누릴 때에 함께 즐거울까요?


  아이가 자라고, 어른이 자랍니다. 어른이 자라며, 아이가 자랍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늘 새롭게 배웁니다. 어른들도 아이와 나란히 날마다 늘 새롭게 배웁니다. 새롭게 배우기에 어린이요, 어른입니다. 새롭게 자라기에 어른이며, 어린이입니다.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배울 때에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아직 서툴거나 어설프다면 아직 덜 배웠거나 아직 제대로 못 배웠다는 뜻입니다.


  다 같이 마음을 열어요. 우리 모두 마음을 활짝 열고 배워요. 아이를 배우고 사람을 배우면서 삶과 사랑을 배워요.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자라요.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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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세티아의 전설 - 멕시코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41
토미 드 파오라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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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1



꽃을 사랑하던 시골지기

― 포인세티아의 전설

 토미 드 파올라 글·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펴냄, 2007.12.18.



  시골 면사무소와 보건소에서 여러 날에 걸쳐 마을방송을 합니다. 마을 할매와 할배더러 ‘거저로 놓아 주니’까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합니다. 마을 할매와 할배는 거리끼지 않고 보건소에 가서 주사를 맞습니다. 거저로 놓는다니까 맞고, 주사를 맞으면 안 아프다니까 맞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마을마다 가을일이 마무리될 즈음, 시골에 있는 병원에서 마을마다 돌면서 ‘무료 건강검짐’을 해 주고 낮밥 한 끼니까지 대접할 뿐 아니라 병원차로 모셔 갔다가 다시 모셔다 드린다고 신나게 광고를 합니다. 마을 할매와 할배는 마을 어귀로 찾아오는 병원차를 타고 이 병원에서도 검진을 받고 저 병원에서도 검진을 받습니다. 밥 한 끼니를 얻어먹고는 기념품으로 수건 한 장을 받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플 일이 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제 손으로 씨앗을 심어서 거둔 풀열매와 나무열매를 먹는 시골지기가 아플 일이 왜 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예전에 돌림병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돌림병은 왜 생겼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쉬 듣는 이야기인데, 시골에 농약과 비료가 들어오기 앞서 아픈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예 없었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잘못 먹을 만한 것이 없던 시골이고, 비닐쓰레기조차 없던 시골입니다. 흙에서 나온 것을 먹는데 몸이 잘못될 수 없습니다. 농약도 비료도 안 쓰고, 비닐을 태우거나 파묻는 일도 없으니, 몸이 뒤틀릴 까닭이 없습니다. 자동차가 없어 배기가스가 없을 뿐 아니라, 아무리 멀다 하는 길도 두 다리로 걸어다니고 지게를 짊어집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어 밥을 짓고 구들을 달굽니다. 기름을 때지 않습니다. 화학성분으로 된 옷을 입지 않고, 풀줄기에서 얻은 실로 옷을 지어서 입습니다. 참말 아플 까닭이 없습니다.


  오늘날 시골은 어디에서나 농약과 비료와 비닐을 듬뿍 씁니다. 항생제도 많이 씁니다. 군청이나 도청에서 싼값으로 파는 ‘유기질’은 항생제와 사료를 먹은 돼지와 소가 눈 똥으로 만드는 ‘화학 거름’입니다. 집집마다 경운기를 몰기에 기름찌꺼기가 논과 밭으로 흘러듭니다. 경운기가 달리면서 매연이 나옵니다. 농약병이 도랑에서 뒹굴고, 비닐을 태우는 냄새가 여기저기 퍼집니다.




.. 루시다는 멕시코의 높은 산간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에 살았어요. 엄마 아빠와 파코와 루페라는 두 동생과 함께요. 아빠는 당나귀 페피토를 데리고 들판에서 일을 했어요. 루시다는 저녁마다 페피토에게 먹이와 깨끗한 물을 주고 마굿간에 새 짚을 넣어 주었지요 ..  (5쪽)



  예부터 시골은 어디나 꽃골이었습니다. 꽃마을이요 꽃동네이며 꽃숲이었어요. 오늘날 시골은 어디나 꽃골이 아닙니다. 시골에서 시골꽃을 만나기 몹시 어렵습니다. 쑥꽃도 고들빼기꽃도 모조리 베어넘길 뿐입니다. 감꽃이 핀들 감꽃을 올려다보지 않습니다. 깨꽃이나 고추꽃이 한들거려도 눈여겨볼 겨를이 없습니다. 돌울타리를 타고 호박꽃이 피기도 하지만, 쑥부쟁이가 마음껏 자랄 틈바구니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억새와 갈대는 뽑거나 베지 않고 그대로 둡니다. 도시에서 자가용을 타고 시골을 지나는 사람은 억새와 갈대가 한들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곱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참말 이뿐입니다. 이제 한국에서 꽃골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꽃나무도 꽃숲도 거의 모두 사라집니다.



.. 집에 와서 엄마는 털실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였어요. 루시다가 옆에서 도왔지요. 아빠는 루시다와 엄마가 베틀에 털실을 한 가닥씩 끼우는 걸 바라보며 말했어요. “색이 참 곱군. 교회가 환해지겠는걸.” ..  (13쪽)




  토미 드 파올라 님이 빚은 그림책 《포인세티아의 전설》(비룡소,2007)을 읽습니다. 찬찬히 읽습니다. 멕시코에서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를 담은 이쁘장한 그림책을 곰곰이 읽습니다.


  멕시코라는 나라에는 예방주사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깊디깊은 두멧자락에 예방주사가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병원이나 약국도 없겠지요. 편의점이나 술집도 없겠지요. 그러나, 깊은 두멧자락에는 조그맣게 마을이 있고, 사랑스러운 보금자리가 있습니다. 두멧자락 마을에서는 걱정하는 일이 없습니다.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에서는 근심하는 일이 없습니다.


  누가 아파서 몸져누울까 걱정하지 않습니다. 누가 잘못될까 근심하지 않습니다. 모두 씩씩하게 튼튼하게 삽니다. 저마다 아끼고 돌보면서 살가이 지냅니다. 때때로 몸살이 나거나 고뿔이 들더라도 며칠 뒤면 말끔히 털고 일어납니다. 시골지기한테 찾아드는 몸살이나 고뿔이란, 몸을 너무 많이 부렸으니 며칠쯤 느긋하게 누워서 쉬라는 뜻입니다. 쉬면 낫는 몸살이요 고뿔입니다. 쉬면서 잘 먹고 싱그러운 바람 듬뿍 마시면 누구나 낫는 몸살이고 고뿔입니다.




.. “오, 루시다. 선물은 주는 사람의 마음 때문에 아름다운 거란다. 네가 뭘 가져가든지 아기 예수님은 좋아할 거야. 마음으로 주는 선물이니까.” 루시다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어요. “하지만 전 지금 가져갈 게 아무것도 없어요.” ..  (25쪽)



  그림책 《포인세티아의 전설》은 멕시코 들꽃 가운데 하나인 ‘포인세티아’와 얽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니까, ‘꽃 이야기 그림책’입니다. 꽃 한 송이로 마을을 곱게 가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꽃골이 어떻게 태어났고, 사람들 가슴에 꽃마음이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었는가 하는 대목을 가만히 짚습니다.


  어떻게 꽃마음이 자랄까요? 어떻게 꽃골이 될까요? 아주 쉽습니다. 꽃씨를 심으면 돼요. 꽃씨를 심으면서 아름다운 꿈과 사랑을 즐겁게 지으면 돼요. 웃으면서 꿈을 짓고, 노래하면서 사랑을 짓습니다.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꿈을 짓고, 서로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면서 사랑을 지어요.


  멕시코 시골자락에서는 ‘포인세티아’라는 들꽃과 얽혀 아름다운 이야기가 사람들 입에서 입을 거쳐 흐릅니다. 그러면, 한국 시골자락에서는 어떤 들꽃과 얽혀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오늘날 우리들은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서 어떤 ‘꽃 이야기’를 들을 수 있나요? 오늘날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이들한테 어떤 ‘꽃골’ 이야기를 물려줄 만한가요?


  권정생 님은 민들레 한 송이로 이야기를 지었습니다. 씀바귀꽃이나 냉이꽃이나 봄까지꽃이나 꽃마리꽃과 얽힌 이야기를 누가 지을 만한지, 맨드라미나 갓꽃이나 모과꽃과 얽힌 이야기를 누가 길어올릴 만한지 궁금합니다. 4347.10.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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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많은 생쥐 - 블랙베리를 혼자 다 먹고 싶은 생쥐가 참다운 우정을 알게 된 이야기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40
매슈 그림즈데일 글, 토니 린셀 그림, 김현좌 옮김 / 봄봄출판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0



시골사람이 나누어 주는 밥

― 욕심 많은 생쥐

 토니 린셀 그림

 매수 그림즈데일 글

 김현좌 옮김

 봄봄 펴냄, 2014.8.5.



  아이들과 함께 먹으려고 밥을 차립니다. 나 혼자 먹을 생각으로 밥을 차리지 않습니다. 나 혼자 먹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도 저희끼리만 먹지 않습니다. 언제나 함께 나누는 밥입니다. 가을에 뒤꼍에서 무화과를 따면 아이들은 게눈 감추듯이 먹어서 없앱니다. 여러 알을 먹고도 모자란지 더 없느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작은 접시에 몇 점을 남깁니다. 나는 아이들이 더 먹기를 바라며 내 몫을 따로 덜지 않는데, 아이들이 “아버지도 먹어야지.” 하면서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참습니다. 때로는 아이들한테 “자, 이만큼은 어머니 몫이야. 이 그릇은 건드리지 마.” 하고 말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참말 이 그릇에 담긴 먹을거리를 안 건드립니다. 일곱 살 큰아이는 아무 말이 없고, 네 살 작은아이는 그릇에 담긴 먹을거리를 바라보면서 “어머니 꺼야?” 하는 말을 여러 차례 묻습니다.



.. “와! 맛있겠다. 내가 좀 따 먹어도 될까?” 참새가 물었어요. “아니! 나 혼자 다 먹을 거야. 그러니 어서 가!” 생쥐가 사납게 대답했어요 ..  (5쪽)




  토니 린셀 님 그림하고 매수 그림즈데일 님 글이 어우러진 그림책 《욕심 많은 생쥐》(봄봄,2014)를 읽습니다. 책이름처럼 혼자 차지하려는 생쥐가 나옵니다. 이웃하고는 조금도 나눌 마음이 없는 생쥐가 나옵니다. 우악스럽다고 해야 할는지, 어리석다고 해야 할는지, 바보스럽다고 해야 할는지, 여러모로 어설픈 생쥐입니다.


  생각해 보셔요.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 밥이나 열매는 없습니다. 들이나 숲에서 나는 열매는 몇몇 사람이 다 먹어치울 만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먹어도 넉넉합니다. 다 먹을 수 없기 마련입니다.


  우리 집은 해마다 늦봄과 이른여름 사이에 들딸기를 실컷 먹습니다. 들딸기로 끼니를 삼을 만큼 먹습니다. 그런데, 이 들딸기는 우리만 먹지 않아요. 꽤 많은 들딸기는 도로 땅으로 돌아갑니다. 개미와 풀벌레와 나비와 벌이 수없이 찾아와서 함께 먹습니다. 들쥐와 여러 작은 짐승도 들딸기를 함께 먹습니다. 아마 새도 딸기넝쿨에 살몃살몃 내려앉아 들딸기를 콕콕 쫄는지 모릅니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도시사람은 시골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사다가 먹는 얼거리인데, 참말 시골사람은 혼자 먹지 않습니다. 논도 밭도 숲도 없는 도시사람이 굶지 않게끔 시골사람은 아주 넉넉히 일구어서 푸지게 나누어 줍니다. 한국 사회를 보면 2013년에 6퍼센트가 ‘농업 인구’라고 하니, 6퍼센트가 다른 94퍼센트를 먹여살리는 셈입니다.




.. “여우가 네 블랙베리를 훔쳐 가는 걸 두고볼 수는 없었어.” 다람쥐가 말했어요. “너는 우리한테 블랙베리를 나눠 주지 않았지만 말이야.” 참새가 덧붙여 말했어요 ..  (19쪽)



  우리 집 아이들을 찬찬히 돌아봅니다. 먹을것이 있으면 아이들은 어느새 달라붙습니다. 아이들은 허둥지둥 입에 먹을것을 집어넣다가 문득 멈추고는 어머니나 아버지 입에 먹을것을 넣어 줍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제 어버이더러 같이 먹자고 말합니다. 이 아이들은 이런 매무새를 어디에서 배웠을까요. 아마 어릴 적부터 어버이한테 ‘떠서 먹이는 밥’을 받아서 먹었기에, 아이 스스로 제 배가 고프면 제가 먹고 싶듯이, 옆에 있는 사람도 똑같이 배가 고픈 줄 여기는구나 싶습니다. 아이가 먹을것 한 점을 손을 집어서 내 입으로 곧게 뻗는 모습은, 내가 이 아이한테 밥을 먹이던 갓난쟁이 무렵하고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림책 《욕심 많은 생쥐》에 나오는 생쥐와 같은 모습은 선뜻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어리거나 철없거나 어리석은 생쥐라 하더라도, 갓 태어났을 무렵에는 어미젖을 물려 컸을 테니까요. 제 어미가 베푸는 먹이를 받아서 고맙게 먹으며 자랐을 테니까요.


  다만, 그림책으로 아이들한테 무엇 하나 가르치겠다는 뜻으로 작고 예쁘장한 짐승을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고 할 텐데, 일곱 살 큰아이가 이 그림책을 보더니 문득 한 마디를 해요. “아버지, 이 생쥐는 저만 먹으려고 해요. 동무들한테 나눠 주지 않아요. 왜 그래요?”


  어린이 마음이 될 때에 생쥐뿐 아니라 사람도 누구나 이웃하고 밥을 나눕니다. 어버이 마음이 될 때에 생쥐도 사람도 누구나 동무하고 밥을 나눕니다. 그러니까, 어린이가 되든 어버이가 되든, 다시 말하자면 어떤 곳에서 살아가는 어떤 사람이든, 이웃이랑 동무하고 밥을 나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서로 즐겁게 살아가고 싶으니 밥을 나누고,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기에 어깨동무를 하면서 함께 밥잔치를 누립니다. 4347.10.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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