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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가야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1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글, 그림 | 김명숙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42
아이와 함께 자라는 어버이
― 안녕, 아가야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글·그림
김명숙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8.2.20.
아이를 재울 적에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아무 말 없이 가슴을 토닥이기도 합니다. 바깥마실을 하며 아이를 재워야 할 적에는 살포시 무릎에 누이거나 가슴으로 안거나 등에 업습니다. 두 아이를 한꺼번에 재워야 하면 두 아이한테 어깨를 한쪽씩 내주기도 하고, 한손에 한 아이씩 안기도 합니다.
아이와 나란히 누워서 노래를 부르면 언제나 가장 보드라우면서 따사로운 목소리로 바뀝니다. 아이한테 들려주는 노래는 늘 나한테 돌아오는 노래가 되고, 따사로우면서 보드라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아이들 마음뿐 아니라 내 마음을 촉촉히 적십니다.
왼손은 작은아이한테 뻗고, 오른손은 큰아이한테 뻗습니다. 두 손으로 두 아이를 토닥입니다. 늦게까지 잠을 안 자려던 작은아이는 토닥토닥 부드럽게 다독이는 손길을 받으면서 이내 고요합니다. 새근새근 가늘게 숨소리를 내면서 꿈나라로 갑니다. 동생 못지않게 더 잠을 미루려던 큰아이도 살그마니 숨소리를 고르면서 꿈나라로 갑니다. 두 아이한테 한 손씩 내밀어 토닥이다 보면, 내 손에서는 어느새 따스한 기운이 흘러나옵니다. 아이를 모두 재우고 나서 두 손을 내 가슴에 대 보고, 내 뺨에 대 보며, 내 머리에 대 봅니다. 즐거우면서 상냥한 기운이 흐릅니다.
.. 우리는 네가 태어나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 (4쪽)
어느 어버이라도 이녁 아이를 잘 재웁니다. 다만, 아직 서툴거나 어설플 수 있습니다. 아이도 모두 알아요. 아직 서툴거나 어설픈 어버이를 잘 압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때때로 빽빽거리면서 울곤 해요. 좀 제대로 하라는 뜻일 테고, 좀 제대로 알아들으라는 뜻일 텐데, 서툴거나 어설픈 어버이는 이녁 삶도 서툴거나 어설픕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아이하고 사랑을 오순도순 나눌 줄 알 만큼 거듭나는 어버이는 스스로 하는 일을 늘 씩씩하고 힘차게 즐깁니다. 아이를 돌보는 살림이 서툴거나 어설프다면, 집안에서뿐 아니라 집밖에서도 서툴거나 어슬프기 마련입니다.
아이가 찾아오는 일은 둘도 없는 사랑입니다. 아이한테 물려줄 사랑뿐 아니라, 내가 나를 아끼는 사랑입니다. 어버이가 이녁 마음밭에 스스로 사랑씨앗을 심을 때라야 비로소 아이한테 사랑을 물려줍니다. 아이를 쏙 낳은 뒤에 끝나는 삶이 아니라, 이제 막 태어난 아이와 앞으로 걸어갈 기나긴 나날이 고스란히 사랑입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스스로 어느 대목에서 서툴거나 어설펐는지 찬찬히 알려줍니다. 어버이는 허둥지둥 땀을 빼다가 한 달 두 달 한 해 두 해 열 해 스무 해 흐르면서 차근차근 배우거나 깨닫습니다. 삶을 배우고 사랑을 깨닫습니다.
.. 따뜻하기만을 바라겠지 .. (11쪽)
알리키 브란덴베르크 님이 빚은 그림책 《안녕, 아가야》(시공주니어,1998)를 읽습니다. 우리 집에 곧 찾아올 셋째를 그리면서 그림책을 읽습니다. 일곱 살 첫째 아이는 혼자 씩씩하게 그림책을 읽습니다. 참말 첫째 아이는 이제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그림책 읽어 달라 말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읽습니다. 둘째 아이는 누나가 읽는 소리를 옆에서 듣습니다.
첫째 아이가 어릴 적을 돌아봅니다. 첫째 아이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느라 그야말로 진땀을 빼던 일이 아련합니다. 첫째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진땀을 빼던 지난날을 알까요. 떠올릴까요. 알거나 떠올리지는 못해도 온몸에 그득그득 아로새겼겠지요. 즐거움을 새기고 사랑을 심었겠지요.
.. 태어났을 때에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들에 말이야 .. (22쪽)
아기가 어버이한테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따뜻함, 그러니까, 사랑입니다. 어버이가 아기한테 나누어 주고 싶은 것은 오로지 하나, 따스함, 다시 말하자면, 사랑입니다.
아이한테 어떤 밥을 먹일 때에 서로 즐거울까요? 아이와 어떤 놀이를 누릴 때에 함께 즐거울까요?
아이가 자라고, 어른이 자랍니다. 어른이 자라며, 아이가 자랍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늘 새롭게 배웁니다. 어른들도 아이와 나란히 날마다 늘 새롭게 배웁니다. 새롭게 배우기에 어린이요, 어른입니다. 새롭게 자라기에 어른이며, 어린이입니다.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날마다 새롭게 배울 때에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아직 서툴거나 어설프다면 아직 덜 배웠거나 아직 제대로 못 배웠다는 뜻입니다.
다 같이 마음을 열어요. 우리 모두 마음을 활짝 열고 배워요. 아이를 배우고 사람을 배우면서 삶과 사랑을 배워요.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서 자라요. 4347.10.1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