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주주브 웅진 세계그림책 64
앤 윌즈도르프 지음, 이정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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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9



아홉 아이들이 돌보는 ‘새 아기’

― 소중한 주주브

 앤 윌즈도르프 글·그림

 이정임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1.2.25. 7000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말을 들려주리라 생각해요. 저마다 스스로 가장 아끼거나 사랑하는 것을 꼽을 테지요. 어쩌면 ‘사랑’을 말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 수 있어요. ‘꿈’도 돈을 주고 살 수 없고, ‘믿음’이나 ‘생각’이나 ‘마음’이나 ‘웃음’이나 ‘눈물’도 돈을 주고는 도무지 살 수 없어요. 여기에 ‘아이’도 돈을 주고 살 수 없습니다.



맙소사! 웬 뱀 한 마리가 벌거숭이 갓난아기를 통째로 삼키려 들지 뭐예요. 파라피나는 불끈 용기를 냈어요. 막대기 하나를 집어들고는, 머리를 냅다 쾅! 내리쳤어요. (5쪽)




  앤 윌즈도르프 님이 빚은 그림책 《소중한 주주브》(웅진주니어,2001)를 읽습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어느 자그마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에는 ‘파라피나’라는 어린 가시내가 주인공으로 나와요. 그런데 이 아이는 이 아이를 낳은 어머니한테 꽤 뒤쪽에 있는 아이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파라피나네 집에는 모두 아홉 아이가 있거든요. 파라피나는 거의 막내입니다.


  아무튼 파라피나는 어머니 생일을 앞두고 뭔가 멋진 선물을 하려고 생각하면서 숲에 가요. 숲에서 고운 꽃을 꺾어서 선물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파라피나는 숲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요. 더군다나 아기 울음소리가 나는 곳에 갔더니 파라피나보다 훨씬 덩치가 커다란 뱀이 아기를 먹으려고 아가리를 쩍 벌리는군요.


  이때에 파라피나는 씩씩하게도 막대기 하나를 주워서 뱀 머리통을 냅다 내리칩니다. 다시 후려갈기고 또 두들겨서 끝내 뱀을 저승으로 보내요. 이러고 나서 ‘죽은 뱀’으로 아기를 둘둘 말아서 집으로 가지요. 파라피나는 어머니가 저희한테 늘 들려준 말이 떠올랐어요.




“마침 잘 됐다. 생일 선물로 널 갖다 드리면 엄마가 아주 기뻐할 거야! 엄마는 우리들이 가장 값지고 귀한 금은보화고 보물 단지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거든. 우리 엄마는 아이들이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대.” (9쪽)



  아마 ‘숲에 버려진 아기’일 텐데, 파라피나가 숲에서 데려온 아기를 본 어머니는 깜짝 놀랍니다. 숲에 버려진 아기는 살갗이 흰 아기였어요. 어머니는 아기 살갗 때문에 놀라지 않아요. ‘우리 집에 있는 아홉 아이’로도 얼마든지 기쁘고 좋으며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이제 여기에 아기를 하나 더 넣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파라피나네 어머니는 이 아기를 ‘아기가 없는 이웃 아줌마’한테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아이들한테 말합니다.



로돌프, 이레네, 느겡드렝, 라쉬드, 코코셀, 메리메, 파블리타, 마자린 그리고 파라피나는 다들 넋이 빠져, 젖병을 빠는 아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어요. “와,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아기들이 다 그렇지 뭐.” 엄마는 구시렁댔어요. (18쪽)




  아이들은 어머니 말에 손사래를 칩니다. 아기가 없는 이웃 아주머니는 아이들을 썩 안 좋아한다면서 그 집에 아기를 보내면 안 된다고 말려요. 이러면서 아이들은 어머니한테 바라지요. 꼭 하루만 우리 곁에 두자고, 다문 하루만 우리가 이 아기를 돌보자고.


  아이들 말이라면 이기지 못하는 어머니는 아이들 말대로 따르기로 합니다. 어머니가 참으로 ‘착하’지요.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니 아이들 말을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지요.


  이때에 아이들은 새로운 일을 벌여요. 아홉 아이는 무슨 일을 벌일까요? 아홉 아이는 어떤 일을 벌일 만할까요?



모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이레네는 옷본을 뜨고, 로돌프는 옷감을 잘랐어요. 또 느겡드렝이 핀으로 꽂아 놓은 옷본대로, 라쉬드가 재단을 하고, 코코셀은 옷 조각을 이어 맞췄지요. 메리메는 바늘에 실을 꿰고, 파블리타는 바느질을 하고, 마자린은 단을 꿰맸어요. 마침내 파라피나가 아기에게 꼬까옷을 입혔어요. (23쪽)




  아홉 아이는 나이도 몸도 솜씨도 눈썰미도 재주도 다 다릅니다. 그럴밖에요. 다 다른 목숨이요 숨결이니까요. 이 다 다른 아홉 아이는 저마다 온힘을 쏟아서 ‘아기 옷’을 지어 주기로 합니다. 아홉 아이가 저마다 한손씩 거드니 아기 옷쯤 한나절도 안 되어 척척 짓습니다. 아홉 아이가 있는 집살림을 건사하는 어머니는 ‘아기가 하나 늘어’서 집일이나 집살림이 더 늘까 걱정했지만, 어머니 걱정과는 다르게 아홉 아이가 저마다 즐겁고 씩씩하고 예쁘게 힘과 슬기를 모아서 아기를 돌봐요.


  자, 이제 하룻밤이 지난 뒤에 이 ‘버려진 아기’는 어떻게 될까요? 눈치가 빠른 분이라면 이쯤 되면 마무리를 어림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 이름은 《소중한 주주브》예요. 그림책에 나오는 ‘주주브’라는 이름은 누구 이름일까요?


  그리고, 한 가지를 새롭게 물어볼 만합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그림책을 읽은 분이라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손길’이나 ‘서로 사랑하는 마음’ 같은 말을 들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16.3.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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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 권혁도 세밀화 그림책 시리즈 4
권혁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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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02



나비를 보면서 봄인 줄 깨닫다

― 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

 권혁도 글·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2010.5.25. 1만 원



  며칠 앞서 마당에서 평상을 손질하는데 널빤 뒤쪽에 달랑달랑 붙은 번데기를 보았습니다. 빈 번데기인가 꿈꾸는 번데기인가 하고 살피니, 아직 깨어나지 않은 번데기입니다. 어느 나비 번데기인지 알 길은 없지만 용케 평상 널빤에 붙었어요.


  나비 번데기는 나뭇잎이나 풀잎에도 매달리지만, 헛간 벽에도 매달리고 짐을 쌓은 뒤쪽 틈에도 매달립니다. 나비로 새롭게 깨어나려고 꿈을 꾸는 동안 꼼짝을 않고 잠을 자니까, 이동안 고요히 잠을 자려는 뜻에서 아늑하고 구석지며 조용한 자리를 찾는구나 싶어요.


  어제는 우리 집 뒤꼍 뽕나무 둘레에서 쑥을 뜯는데 애벌레를 잔뜩 보았습니다. 어느 애벌레인지 잘 모르겠지만 얼추 스무 마리 즈음 쑥잎에 붙어서 쑥잎을 갉습니다. 이 애벌레는 갓잎도 갉던데, 머잖아 번데기를 볼 수 있을 테고, 한 달 즈음 뒤면 어떤 나비로 깨어나는지 알 수 있을 테지요.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예쁜 나비를 본 적 있니? 나비들은 모두 나비 애벌레가 자라서 된 거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풀잎이나 나뭇잎에 나비 애덜레들이 살고 있어. (2쪽)



  바야흐로 봄빛이 무르익는 첫봄에 《세밀화로 보는 나비 애벌레》(길벗어린이,2010)를 새삼스레 들춥니다. 참말 봄은 봄꽃으로도 느끼고 봄바람으로도 느끼지만, 봄에 눈부시게 깨어나서 팔랑거리는 나비로도 느껴요. 아니 봄에 나비를 보지 못한다면 봄다운 철이라고 하기 어렵지 싶습니다. 꽃이 피고 벌이랑 나비가 날며 바람이 따스하게 뺨을 어루만지는 고운 날을 맞이할 적에 비로소 봄이네 하는 소리가 절로 터져나옵니다.




여러 마리가 모여 있으니까 더 무섭고 징그러워. 그런데 진짜 놀라운 것은 이렇게 못생긴 애벌레가 자라서 멋진 나비가 된다는 거야. (7쪽)



  애벌레는 징그러울까요? 어쩌면 징그러울 수 있습니다. 애벌레는 예쁠까요? 어쩌면 예쁠 수 있습니다. 다 다른 나비는 다 다른 애벌레로 살다가 깨어납니다. 다 다른 나비이기에 다 다른 애벌레로 살기 마련입니다.


  애벌레 모습만 들여다보고서 나비를 그릴 수 없어요. 참말 나비하고 애벌레는 사뭇 다르거든요. 불을 좇는 불나비(나방)이든, 해를 좇는 낮나비(나비)이든, 모두 오래도록 꿈을 꾸면서 새롭게 태어난 숨결입니다. 꼼틀꼼틀 천천히 기면서 푸른 잎사귀만 갉던 아이들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으며 아무것도 듣지 않는 기나긴 꿈에 포옥 잠겨서 이제부터 새로운 몸으로 깨어나기를 바라는 그 엄청난 탈바꿈을 거쳐서 살풋 고개를 내밀어요. 더는 기어다니지 않아도 될 몸뚱이가 되지요. 하늘을 훨훨 날면서 어디로든 나들이를 할 수 있는 날개를 달지요. 꽃가루와 꿀을 먹으면서 아름다운 삶을 짓는 새로운 길을 열어요.



나비 애벌레는 자라면서 허물이 함께 늘어나거나 커지지 않아. 아이들이 자랄 때 더 큰 옷이 필요하듯 애벌레는 몸을 감싸고 있던 작은 허물을 벗어 버려. 이것을 허물벗기라고 해. 애벌레는 허물벗기를 할 때마다 나이를 한 살씩 먹어. (35쪽)




  애벌레는 허물벗기를 하면서 새로운 몸으로 거듭납니다. 아이들은 애벌레처럼 허물을 벗지 않지만 날마다 조금씩 눈에 뜨이게 자랍니다. 말솜씨가 자라고 마음밭이 자랍니다. 머리카락이 자라고 뼈마디가 자랍니다. 살집이 오르고 키가 큽니다. 생각이 자라고 꿈이 큽니다. 사랑이 한결 따스하게 자랄 뿐 아니라, 손놀림도 몸짓도 씩씩하고 아름답게 자라요.


  새로 맞이한 봄에 마당도 뒤꼍도 마을도 들판도 마음껏 날아다니는 나비를 바라보며 속삭입니다. ‘겨우내 잘 잤니, 반갑구나. 새봄을 맞이한 기쁨이 얼마나 크니, 너 참 곱구나. 나도 이제 묵은 허물을 벗고 즐겁게 기지개를 켜는 하루를 열려고 해. 싱그러운 봄바람을 마시고 밝은 봄볕을 먹으면서 아름다운 살림을 짓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려고 해. 우리 이 아름다운 곳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하면서 살자.’


  나비도 ‘나비꿈’을 꾸고, 아이들도 나도 ‘나비꿈’을 꿉니다. 애벌레에서 나비로 다시 태어나는 꿈을 꿉니다. 어제와 다를 뿐 아니라, ‘다르다’에서 그치지 않고 ‘새롭다’고 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바라면서 꿈을 꿉니다. 봄바람이랑 봄볕이랑 봄비랑 봄구름이랑 모두 반가이 맞이하면서 우리 밭에 심을 씨앗을 헤아리고, 내 마음에 담을 ‘꿈씨앗’을 함께 생각합니다. 2016.3.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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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 곰 춤추는 카멜레온 154
박종진 글, 박소연 그림 / 키즈엠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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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8



무지개옷을 입으며 무지개 같은 마음이 되어요

― 색동 곰

 박종진 글

 박소연 그림

 키즈엠 펴냄, 2015.9.4. 8000원



  박종진 님이 글을 쓰고 박소연 님이 그림을 그린 《색동 곰》(키즈엠,2015)을 읽으면서 고운 옷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이 그림책에는 색동옷을 입고 싶은 아기 곰이 나와요. 마을에 사는 아이는 한가위를 앞두고 색동옷 한 벌을 얻었어요. 고운 색동옷을 입고 나들이를 다니는 아이를 본 아기 곰은 저도 그런 고운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리하여 달 밝은 어느 날 아이네 집을 찾아가지요. 숲에서 사는 아기 곰은 따로 옷을 입지 않아도 되는 몸이지만, 색동옷에 이끌립니다. 낮에 본 색동옷을 다시 보고 싶고, 다시 볼 뿐 아니라 한 번 몸에 걸쳐 보고 싶기도 합니다. 씩씩하게 마을로 내려갔고, 새롭게 기운을 내어 아이네 집에 이르며, 아이가 자는 방으로 살그마니 들어갑니다.



어느 날 아기 곰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알록달록한 색깔을 보았어요. (5쪽)



  알록달록 고운 옷을 누가 맨 처음에 지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마 처음에는 온갖 빛깔을 두루 섞은 옷을 지어서 입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흙으로 빚은 그릇을 살피면 그렇거든요. 처음에는 민무늬인 흙그릇을 썼고, 나중에 비로소 무늬를 넣은 흙그릇을 썼다고 해요. 옷도 처음에는 한 가지 빛깔인 실을 엮어서 지었을 테고, 차츰 새로운 빛깔인 실을 얻어서 알록달록한 옷을 지을 수 있었으리라 느껴요.


  그리고 이 여러 빛깔 실로 한결 고운 옷을 지을 수 있었고, 귀여운 아이들한테 그야말로 고운 옷을 입혀서 활짝 웃으면서 뛰놀도록 북돋았지 싶습니다. 옷이 날개라고 하는 말처럼, 고운 옷은 고운 날개가 되어 고운 마음을 새삼스레 길어올리는 구실을 했을 테지요.


  옷 한 벌을 짓기까지 들인 품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오늘날에는 옷집에 가서 돈을 치르면 예쁜 옷도 멋진 옷도 훌륭한 옷도 어렵지 않게 장만할 수 있어요. 지난날에는 집집마다 풀줄기에서 섬유질을 얻은 뒤, 이 섬유질을 다스려서 실을 얻고, 이 실을 물레를 잣고 베틀을 밟아 천을 얻은 다음, 비로소 알맞게 마름을 하고 한 땀씩 바느질을 해서 옷을 얻었어요.


  오랜 나날을 들이고 깊은 손품을 들인 알뜰한 옷이지요. 긴 나날에 걸쳐 너른 사랑을 들인 살뜰한 옷이에요.



아기 곰도 색동옷이 입고 싶었어요. 그래서 달 뜬 밤에 작은 아이의 집을 찾아갔지요. (9쪽)



  아기 곰은 아이 방에 들어갑니다. 아기 곰은 아이 몰래 색동옷을 꺼냅니다. 아기 곰은 이제껏 옷을 입은 적도 본 적도 없기에 어떻게 몸에 걸쳐야 하는지 모릅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니 아이는 어느새 잠에서 깼어요. 아기 곰이 색동옷을 손에 쥐고 이리저리 둘러 보려고 용을 쓰는 모습을 본 아이가 아기 곰한테 한 마디 해요. 뭐라고 할까요?



“내가 도와줄까?” 까무룩 잠들었던 작은 아이가 일어나 말했어요. (14쪽)



  사람들이 색동옷을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하고 그려 봅니다. 알록달록한 빛깔은 무지개에도 있고, 가을숲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봄숲에도 있지요. 겨우내 시든 잎 사이사이 새롭게 돋는 푸른 새싹에다가 온갖 봄꽃은 저마다 알록달록 어우러져요.


  아기 곰은 아기 곰 나름대로 숲에서 새로운 옷을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사람은 한가위를 앞두고 색동옷을 짓는다면, 곰 같은 숲짐승은 알록달록 물드는 숲에서 나뭇잎이나 풀잎으로 ‘색동잎옷’을 손수 지어서 입을 수 있을 테지요.


  아무튼, 아기 곰은 마을에 있는 아이네 집에서 함께 색동옷을 입으면서 놉니다. 아이는 스스럼없이 아기 곰한테 색동옷 한 벌을 내어줍니다. 곰하고 아이는 서로 동무가 되어요. 아이는 ‘색동아이’가 되고, 곰은 ‘색동곰’이 됩니다. 둘은 ‘색동동무’가 되는 셈입니다. 색동옷을 입은 ‘색동놀이’를 즐겨요.


  그림책 《색동 곰》을 덮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입는 알록달록 고운 옷을 돌아봅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언제나 고운 옷을 입습니다. 큰아이가 입던 고운 옷은 어느새 작은아이가 물려입는데, 마을에서나 둘레에서나 우리 집 작은아이를 보며 가시내로 여기곤 합니다. 사내한테는 알록달록 고운 색동옷 같은 온갖 빛깔하고 무늬가 깃든 옷은 잘 안 히는 요즈음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색동옷을 입어야 무지개 같은 마음이 된다고 할 수 없을는지 모르지만, 아이도 어른도 ‘색동옷’하고 ‘무지개옷’을 입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빛깔로 달라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이도 어른도, 사내도 가시내도, 가을숲을 닮은 옷을 입고 봄숲을 닮은 옷을 입으면 얼마나 고울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하늘빛을 닮은 옷을 입고, 바닷물을 닮은 옷을 입습니다. 바람을 닮은 옷을 입고, 봄꽃을 닮은 옷을 입습니다. 고운 옷처럼 곱게 웃고, 밝은 옷처럼 밝게 노래합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르게 환하거나 눈부시거나 아름다운 옷을 입으면서 환하거나 눈부시거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거듭난다면 더없이 즐거운 나라가 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볕이 좋은 하루이니, 아이들이 어제 입고 벗어 놓은 옷을 신나게 빨아서 마당에 널어야겠습니다. 언제나 정갈하면서 고운 옷을 입고 신나게 뛰놀 수 있도록 하루를 씩씩하게 열어야겠습니다. 2016.3.1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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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발자국이다 - 우리 산짐승 발자국과 똥 어린이 산살림 1
도토리 기획, 문병두 그림 / 보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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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7



겨울 발자국, 봄 발자국, 이웃 발자국

― 야, 발자국이다

 보리 글

 문병두 그림

 보리 펴냄, 2003.1.20. 11000원



  겨울이 저뭅니다. 바야흐로 봄을 맞이합니다. 봄이기에 겨울처럼 춥지는 않습니다만, 구름이 해를 가리고 바람이 싱싱 불면 제법 쌀쌀합니다. 다만, 춥지는 않고 쌀쌀합니다.


  오늘 낮에는 구름이 자주 끼고 바람이 꽤 부는 날씨였는데, 큰아이가 묻더군요. “아버지 다시 겨울이야?” 나는 빙긋 웃으면서 대꾸합니다. “아니. 바람이 부니까 좀 춥다고 느낄 뿐이야. 바람이 쌀쌀하지만, 해가 나면 따뜻하지.”


  한겨울에 새로 장만한 긴신을 꿴 두 아이는 어느 길이든 척척 걷습니다. 긴신을 꿰고 걷는 아이들은 “아버지는 왜 긴신 안 신어?” 하고 묻는데, “그러면 너희가 아버지 긴신을 마련해 줘.” 하고 대꾸합니다. 나는 이 시골에서 한겨울에도 고무신 한 켤레로 났습니다.




흰 눈에 짝짝이 발자국 좀 봐. 짧은 발이 한 쌍, 긴 발도 한 쌍. 긴 발은 발가락이 다섯 개고 짧은 발은 발가락이 네 개야. 누구 발자국일까? (2쪽)



  ‘어린이 산살림’ 이야기 가운데 첫째로 나온 《야, 발자국이다》(보리,2003)를 읽습니다. 겨울에 숲에서 느끼거나 헤아릴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겨울이면 눈이 소복히 쌓인 숲에서 발자국 찾기 놀이를 할 수 있거든요.


  다만, 우리 집이 있는 전남 고흥은 한겨울에도 눈 구경을 하기 몹시 어렵습니다. 눈이 쌓이는 일이 한 해에 하루나 이틀이 될랑 말랑 한데다가 밤새 눈이 한 번 쌓이는 날에도 낮이 되면 햇볕에 몽땅 녹아요. 눈 발자국을 찾기가 참 까다롭습니다.


  그래도 이른아침에는 마당이나 뒤꼍을 누군가 지나간 발자국을 보아요. 첫째, 마을고양이가 지나갑니다. 둘째, 온갖 새가 마당에 내려앉았다가 날아오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와, 눈이다!” 하면서 발자국을 엄청나게 남깁니다.




여기저기 똥이 흩어져 있어. 동글납작하고 누렇게 말랐어. 늘 이리로 다니나 봐. 길이 다 났네. 누굴까? “나야 나, 멧토끼야.” (13쪽)



  겨울에는 ‘눈 발자국’입니다. 그러면 봄에는? 봄에는 ‘진흙 발자국’이지요. 겨우내 꽁꽁 언 땅이 녹으면서 흙길은 질척거립니다. 봄비가 지나가면 흙길은 더욱 질척거리지요. 우리 집 작은아이는 흙길이 보이면 일부러 흙길로 찰박찰박 걷습니다. 신에 옷에 얼굴에 흙이 튀어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흙이 튀면 “오잉?” 하면서 싱긋 웃습니다.


  일부러 흙길을 걷고, 일부러 웅덩이에 빠집니다. 일부러 흙자국을 내다가, 어느새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기도 합니다.



오솔길에 난 이상한 발자국 좀 봐. 발가락도 없고 무늬도 있네. 무엇을 찾아다녔나?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발자국이 삐뚤빼뚤해. 누구 발자국일까? (34쪽)




  그림책 《야, 발자국이다》는 아이들이 어머니 아버지랑 숲마실을 하면서 마주하는 재미난 놀이를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눈이 소복히 덮인 조용한 숲길을 눈 밟는 소리만 가볍게 내면서 숲이웃을 찾아보는 기쁨을 들려준다고 할 만해요.


  우리 이웃은 옆집에만 있지 않아요. 우리 이웃은 숲에도 있어요. 우리 이웃은 도시에만 있지 않아요. 우리 이웃은 시골에도 있고, 바다에도 들에도 골짜기에도 있어요.


  발자국을 살피면서 우리 이웃이 어떤 살림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돌아봅니다. 발자국을 헤아리면서 우리 이웃이 저마다 어떤 삶터에서 아기자기하게 삶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생각합니다. 겨울이 저물고 찾아온 새봄에 아이들하고 흙 발자국을 내면서 새로운 봄이웃을 기다립니다. 개구리를 기다리고, 풀벌레를 기다리며, 나비를 기다리고, 제비를 기다립니다. 2016.3.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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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
카테리나 마놀레소 그림, 스므리티 프라사담 홀스 글, 엄혜숙 옮김 / 풀과바람(영교출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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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6



육식공룡은 풀을 먹으면 안 될까?

― 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

 스므리티 프라사담 홀스 글

 카테리나 마놀레소 그림

 엄혜숙 옮김

 풀과바람 펴냄, 2016.1.4. 1만 원



  당근 먹는 육식공룡 이야기가 흐르는 그림책 《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풀과바람,2016)를 아이들하고 재미나게 읽으며 생각합니다. 풀을 먹는 공룡을 잡아먹는다고 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인데, 이 공룡 가운데 고기 아닌 풀을 먹는 아이가 나온다고 하는 대목은 언뜻 보기에 터무니없다고 여길 수 있어요. 어쩌면 ‘사람 생각’으로 지어낸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어쩌면 ‘고기 아닌 풀 먹는 육식공룡’이 참말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공룡 시대에서 살던 모습을 떠올리지 못하니까 어느 쪽이 참인지 알 수 없겠지요.


  그림책 《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를 읽다 보면, 이 그림책에 나오는 ‘쿵쾅이’라는 아이는 당근 같은 남새나 풀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쿵쾅이라는 아이는 밥짓기(요리)를 무척 좋아해요. 쿵쾅이네 어머니랑 아버지는 언제나 고기만 먹고 아이한테도 언제나 고기만 먹으라고 하니까, 쿵쾅이로서는 집에서 ‘먹고 싶은 남새나 풀’을 먹을 길이 없어요. 쿵쾅이 스스로 남새를 얻어야 하고, 밥을 따로 지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육식공룡 쿵쾅이는 ‘풀만 먹는’ 공룡이 아니라 ‘손수 밥을 지어서 먹을 줄 아는’ 공룡이에요. 스스로 살림을 짓는 무척 멋진 아이입니다.



그런데 걱정거리가 하나 있어요. 밥 먹을 때 친구들과 못 어울려요. 친구들은 우적우적 스테이크를 먹는데……, 쿵쾅이는 아작아작 당근 케이크를 먹거든요! (3∼4쪽)


“맙소사! 넌 어디가 잘못된 거니?” 아빠가 혀를 차며 말했어요. “너는 고기, 고기, 고기를 먹어야 해!” 엄마도 기막혀 하며 말했지요. (8쪽)




  그런데 말이지요, 쿵쾅이는 동무들하고 홀가분하게 어울리고 싶지만 ‘밥 먹을 때’에 몹시 괴롭습니다. 집에서도 늘 밥 때문에 힘들지요. 쿵쾅이는 육식공룡인 몸으로 태어나다 보니, 어버이뿐 아니라 다른 동무는 모두 고기만 먹어요. 쿵쾅이 혼자 고기를 안 먹습니다. 초식공룡인 몸으로 태어났다면 아무 걱정이 없었다고 할 터이나, 육식공룡인 몸으로 태어나서 ‘고기가 몸에 안 맞’는데다가 ‘풀이 몸에 잘 받으’니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육식공룡 주제에 왜 고기를 안 먹어?’ 같은 생각으로 바라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쿵쾅이는 제 둘레에서 저를 넉넉히 살피거나 너그러이 헤아리는 눈길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기쁘지 못합니다. 풀을 먹는 육식공룡이지만 달리기도 잘하고 힘도 센데, 아픈 데도 없는데, 고기를 안 먹고 풀만 먹으니 뭔가 잘못된 녀석이라고만 여겨요.


  참말 동무들은 쿵쾅이를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쿵쾅이네 어머니하고 아버지조차 쿵쾅이가 ‘기막히다’고 여깁니다. 이녁 아이인 데에도 이녁 아이가 어떤 몸이요 마음인가를 제대로 읽으려 하지 못해요. 아이가 무엇을 바라는가를 찬찬히 짚지 못합니다.


  이럴 때에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혼자 고기를 먹지 않고 풀을 먹기에, 쿵쾅이는 스스로 밥을 차려서 먹고, 게다가 ‘당근 케이크’까지 손수 구워서 먹을 줄 아는데, 이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초식 동물들은 콩쾅이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 도망쳐 버렸어요! (18쪽)




  그림책에 나오는 쿵쾅이는 집을 떠나기로 합니다. 쿵쾅이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으로 나아가기로 합니다. 집에서 씩씩하게 살림을 짓고 밥도 지을 줄 아는 쿵쾅이인 터라 집을 떠나기로 한 다짐이 걱정스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쿵쾅이는 ‘육식공룡인 몸’이기에 새롭게 동무를 사귀지 못해요. 초식공룡은 쿵쾅이를 보기 무섭게 달아납니다. 고기를 안 먹고 풀을 먹는 쿵쾅이입니다만, 초식공룡은 이 대목을 하나도 모르지요. 동무가 되고 싶어 찾아오는 쿵쾅이인데, 차분히 기다리면서 말을 들으려 하는 초식공룡은 아무도 없어요.



고향에 있는 친구들은 쿵쾅이가 그리웠어요. 우람이가 말했어요. “과일이랑 채소 먹는 게 어때서? 쿵쾅이는 누구보다도 티라노사우루스다워. 빨리 쿵쾅이를 찾아보자.” (21쪽)




  집과 마을에서도 마음을 나눌 동무나 이웃이 없는 쿵쾅이는 다른 곳으로 떠난 뒤에도 마음을 나눌 동무나 이웃을 만나지 못합니다. 무척 쓸쓸한 마음이 되고 마는 쿵쾅이입니다. 쿵쾅이가 이렇게 마음앓이를 할 무렵, 쿵쾅이가 없는 마을에서 ‘옛 동무’들이 쿵쾅이를 그리워 합니다. 먼저 동무 공룡 하나가 ‘무엇을 먹느냐’로 동무를 따지지 말자고 얘기해요. 무엇을 먹든 동무는 똑같이 동무라고 얘기하지요.


  어버이한테는 모든 아이가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잘생긴 아이나 못생긴 아이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똑똑한 아이나 어리숙한 아이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그저 똑같이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걸음이 빠르든 느리든, 얼굴이 까맣든 하얗든 모두 똑같이 사랑스러운 아이일 뿐이에요.


  우리 이웃도 모두 똑같이 이웃입니다. 어떤 옷차림이든 어떤 모습이든 어떤 삶과 살림이든 모두 똑같이 이웃입니다. 저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른 삶이고, 저마다 이루려는 꿈이 다른 살림이며, 저마다 짓는 하루가 다른 사랑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르면서 아름다운 숨결인지 안다면, 서로 다른 모습을 내세워 다투거나 자랑해야 할 일이 없으리라 생각해요. 우리가 서로 다르면서 사랑스러운 넋인지 안다면, 숫자를 앞세워 겨루거나 금을 갈라야 할 까닭이 없으리라 느껴요.


  그림책 《당근 먹는 티라노사우루스》는 육식공룡 쿵쾅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풀을 먹는 육식공룡이 아닌 ‘고기를 먹는’ 초식공룡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도 똑같겠지요. 초식공룡 사이에서 풀을 먹는 아이가 있으면 이 아이는 어떻게 될까요? 다른 초식공룡은 풀을 못 먹고 고기를 먹어야 하는 초식공룡을 어떻게 마주할까요?


  무엇을 먹든, 무엇을 좋아하든, 무엇을 하든, 따사로이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동무요 어버이요 이웃으로 짓는 살림을 되새깁니다. 무슨 놀이나 일을 하더라도 곱게 어깨동무할 수 있는 삶을 생각합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서로 한결 널리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을 길러야겠다고 느껴요. 2016.3.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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