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주주브 웅진 세계그림책 64
앤 윌즈도르프 지음, 이정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9



아홉 아이들이 돌보는 ‘새 아기’

― 소중한 주주브

 앤 윌즈도르프 글·그림

 이정임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2001.2.25. 7000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말을 들려주리라 생각해요. 저마다 스스로 가장 아끼거나 사랑하는 것을 꼽을 테지요. 어쩌면 ‘사랑’을 말하는 사람이 가장 많을 수 있어요. ‘꿈’도 돈을 주고 살 수 없고, ‘믿음’이나 ‘생각’이나 ‘마음’이나 ‘웃음’이나 ‘눈물’도 돈을 주고는 도무지 살 수 없어요. 여기에 ‘아이’도 돈을 주고 살 수 없습니다.



맙소사! 웬 뱀 한 마리가 벌거숭이 갓난아기를 통째로 삼키려 들지 뭐예요. 파라피나는 불끈 용기를 냈어요. 막대기 하나를 집어들고는, 머리를 냅다 쾅! 내리쳤어요. (5쪽)




  앤 윌즈도르프 님이 빚은 그림책 《소중한 주주브》(웅진주니어,2001)를 읽습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어느 자그마한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에는 ‘파라피나’라는 어린 가시내가 주인공으로 나와요. 그런데 이 아이는 이 아이를 낳은 어머니한테 꽤 뒤쪽에 있는 아이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파라피나네 집에는 모두 아홉 아이가 있거든요. 파라피나는 거의 막내입니다.


  아무튼 파라피나는 어머니 생일을 앞두고 뭔가 멋진 선물을 하려고 생각하면서 숲에 가요. 숲에서 고운 꽃을 꺾어서 선물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파라피나는 숲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요. 더군다나 아기 울음소리가 나는 곳에 갔더니 파라피나보다 훨씬 덩치가 커다란 뱀이 아기를 먹으려고 아가리를 쩍 벌리는군요.


  이때에 파라피나는 씩씩하게도 막대기 하나를 주워서 뱀 머리통을 냅다 내리칩니다. 다시 후려갈기고 또 두들겨서 끝내 뱀을 저승으로 보내요. 이러고 나서 ‘죽은 뱀’으로 아기를 둘둘 말아서 집으로 가지요. 파라피나는 어머니가 저희한테 늘 들려준 말이 떠올랐어요.




“마침 잘 됐다. 생일 선물로 널 갖다 드리면 엄마가 아주 기뻐할 거야! 엄마는 우리들이 가장 값지고 귀한 금은보화고 보물 단지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거든. 우리 엄마는 아이들이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하대.” (9쪽)



  아마 ‘숲에 버려진 아기’일 텐데, 파라피나가 숲에서 데려온 아기를 본 어머니는 깜짝 놀랍니다. 숲에 버려진 아기는 살갗이 흰 아기였어요. 어머니는 아기 살갗 때문에 놀라지 않아요. ‘우리 집에 있는 아홉 아이’로도 얼마든지 기쁘고 좋으며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이제 여기에 아기를 하나 더 넣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파라피나네 어머니는 이 아기를 ‘아기가 없는 이웃 아줌마’한테 보내면 어떻겠느냐고 아이들한테 말합니다.



로돌프, 이레네, 느겡드렝, 라쉬드, 코코셀, 메리메, 파블리타, 마자린 그리고 파라피나는 다들 넋이 빠져, 젖병을 빠는 아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어요. “와,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아기들이 다 그렇지 뭐.” 엄마는 구시렁댔어요. (18쪽)




  아이들은 어머니 말에 손사래를 칩니다. 아기가 없는 이웃 아주머니는 아이들을 썩 안 좋아한다면서 그 집에 아기를 보내면 안 된다고 말려요. 이러면서 아이들은 어머니한테 바라지요. 꼭 하루만 우리 곁에 두자고, 다문 하루만 우리가 이 아기를 돌보자고.


  아이들 말이라면 이기지 못하는 어머니는 아이들 말대로 따르기로 합니다. 어머니가 참으로 ‘착하’지요.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니 아이들 말을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지요.


  이때에 아이들은 새로운 일을 벌여요. 아홉 아이는 무슨 일을 벌일까요? 아홉 아이는 어떤 일을 벌일 만할까요?



모두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이레네는 옷본을 뜨고, 로돌프는 옷감을 잘랐어요. 또 느겡드렝이 핀으로 꽂아 놓은 옷본대로, 라쉬드가 재단을 하고, 코코셀은 옷 조각을 이어 맞췄지요. 메리메는 바늘에 실을 꿰고, 파블리타는 바느질을 하고, 마자린은 단을 꿰맸어요. 마침내 파라피나가 아기에게 꼬까옷을 입혔어요. (23쪽)




  아홉 아이는 나이도 몸도 솜씨도 눈썰미도 재주도 다 다릅니다. 그럴밖에요. 다 다른 목숨이요 숨결이니까요. 이 다 다른 아홉 아이는 저마다 온힘을 쏟아서 ‘아기 옷’을 지어 주기로 합니다. 아홉 아이가 저마다 한손씩 거드니 아기 옷쯤 한나절도 안 되어 척척 짓습니다. 아홉 아이가 있는 집살림을 건사하는 어머니는 ‘아기가 하나 늘어’서 집일이나 집살림이 더 늘까 걱정했지만, 어머니 걱정과는 다르게 아홉 아이가 저마다 즐겁고 씩씩하고 예쁘게 힘과 슬기를 모아서 아기를 돌봐요.


  자, 이제 하룻밤이 지난 뒤에 이 ‘버려진 아기’는 어떻게 될까요? 눈치가 빠른 분이라면 이쯤 되면 마무리를 어림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 이름은 《소중한 주주브》예요. 그림책에 나오는 ‘주주브’라는 이름은 누구 이름일까요?


  그리고, 한 가지를 새롭게 물어볼 만합니다.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 그림책을 읽은 분이라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손길’이나 ‘서로 사랑하는 마음’ 같은 말을 들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16.3.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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