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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발자국이다 - 우리 산짐승 발자국과 똥 ㅣ 어린이 산살림 1
도토리 기획, 문병두 그림 / 보리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7
겨울 발자국, 봄 발자국, 이웃 발자국
― 야, 발자국이다
보리 글
문병두 그림
보리 펴냄, 2003.1.20. 11000원
겨울이 저뭅니다. 바야흐로 봄을 맞이합니다. 봄이기에 겨울처럼 춥지는 않습니다만, 구름이 해를 가리고 바람이 싱싱 불면 제법 쌀쌀합니다. 다만, 춥지는 않고 쌀쌀합니다.
오늘 낮에는 구름이 자주 끼고 바람이 꽤 부는 날씨였는데, 큰아이가 묻더군요. “아버지 다시 겨울이야?” 나는 빙긋 웃으면서 대꾸합니다. “아니. 바람이 부니까 좀 춥다고 느낄 뿐이야. 바람이 쌀쌀하지만, 해가 나면 따뜻하지.”
한겨울에 새로 장만한 긴신을 꿴 두 아이는 어느 길이든 척척 걷습니다. 긴신을 꿰고 걷는 아이들은 “아버지는 왜 긴신 안 신어?” 하고 묻는데, “그러면 너희가 아버지 긴신을 마련해 줘.” 하고 대꾸합니다. 나는 이 시골에서 한겨울에도 고무신 한 켤레로 났습니다.
흰 눈에 짝짝이 발자국 좀 봐. 짧은 발이 한 쌍, 긴 발도 한 쌍. 긴 발은 발가락이 다섯 개고 짧은 발은 발가락이 네 개야. 누구 발자국일까? (2쪽)
‘어린이 산살림’ 이야기 가운데 첫째로 나온 《야, 발자국이다》(보리,2003)를 읽습니다. 겨울에 숲에서 느끼거나 헤아릴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겨울이면 눈이 소복히 쌓인 숲에서 발자국 찾기 놀이를 할 수 있거든요.
다만, 우리 집이 있는 전남 고흥은 한겨울에도 눈 구경을 하기 몹시 어렵습니다. 눈이 쌓이는 일이 한 해에 하루나 이틀이 될랑 말랑 한데다가 밤새 눈이 한 번 쌓이는 날에도 낮이 되면 햇볕에 몽땅 녹아요. 눈 발자국을 찾기가 참 까다롭습니다.
그래도 이른아침에는 마당이나 뒤꼍을 누군가 지나간 발자국을 보아요. 첫째, 마을고양이가 지나갑니다. 둘째, 온갖 새가 마당에 내려앉았다가 날아오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와, 눈이다!” 하면서 발자국을 엄청나게 남깁니다.
여기저기 똥이 흩어져 있어. 동글납작하고 누렇게 말랐어. 늘 이리로 다니나 봐. 길이 다 났네. 누굴까? “나야 나, 멧토끼야.” (13쪽)
겨울에는 ‘눈 발자국’입니다. 그러면 봄에는? 봄에는 ‘진흙 발자국’이지요. 겨우내 꽁꽁 언 땅이 녹으면서 흙길은 질척거립니다. 봄비가 지나가면 흙길은 더욱 질척거리지요. 우리 집 작은아이는 흙길이 보이면 일부러 흙길로 찰박찰박 걷습니다. 신에 옷에 얼굴에 흙이 튀어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흙이 튀면 “오잉?” 하면서 싱긋 웃습니다.
일부러 흙길을 걷고, 일부러 웅덩이에 빠집니다. 일부러 흙자국을 내다가, 어느새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기도 합니다.
오솔길에 난 이상한 발자국 좀 봐. 발가락도 없고 무늬도 있네. 무엇을 찾아다녔나?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발자국이 삐뚤빼뚤해. 누구 발자국일까? (34쪽)
그림책 《야, 발자국이다》는 아이들이 어머니 아버지랑 숲마실을 하면서 마주하는 재미난 놀이를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눈이 소복히 덮인 조용한 숲길을 눈 밟는 소리만 가볍게 내면서 숲이웃을 찾아보는 기쁨을 들려준다고 할 만해요.
우리 이웃은 옆집에만 있지 않아요. 우리 이웃은 숲에도 있어요. 우리 이웃은 도시에만 있지 않아요. 우리 이웃은 시골에도 있고, 바다에도 들에도 골짜기에도 있어요.
발자국을 살피면서 우리 이웃이 어떤 살림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돌아봅니다. 발자국을 헤아리면서 우리 이웃이 저마다 어떤 삶터에서 아기자기하게 삶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생각합니다. 겨울이 저물고 찾아온 새봄에 아이들하고 흙 발자국을 내면서 새로운 봄이웃을 기다립니다. 개구리를 기다리고, 풀벌레를 기다리며, 나비를 기다리고, 제비를 기다립니다. 2016.3.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