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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 곰 ㅣ 춤추는 카멜레온 154
박종진 글, 박소연 그림 / 키즈엠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38
무지개옷을 입으며 무지개 같은 마음이 되어요
― 색동 곰
박종진 글
박소연 그림
키즈엠 펴냄, 2015.9.4. 8000원
박종진 님이 글을 쓰고 박소연 님이 그림을 그린 《색동 곰》(키즈엠,2015)을 읽으면서 고운 옷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이 그림책에는 색동옷을 입고 싶은 아기 곰이 나와요. 마을에 사는 아이는 한가위를 앞두고 색동옷 한 벌을 얻었어요. 고운 색동옷을 입고 나들이를 다니는 아이를 본 아기 곰은 저도 그런 고운 옷을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리하여 달 밝은 어느 날 아이네 집을 찾아가지요. 숲에서 사는 아기 곰은 따로 옷을 입지 않아도 되는 몸이지만, 색동옷에 이끌립니다. 낮에 본 색동옷을 다시 보고 싶고, 다시 볼 뿐 아니라 한 번 몸에 걸쳐 보고 싶기도 합니다. 씩씩하게 마을로 내려갔고, 새롭게 기운을 내어 아이네 집에 이르며, 아이가 자는 방으로 살그마니 들어갑니다.
어느 날 아기 곰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알록달록한 색깔을 보았어요. (5쪽)
알록달록 고운 옷을 누가 맨 처음에 지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마 처음에는 온갖 빛깔을 두루 섞은 옷을 지어서 입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흙으로 빚은 그릇을 살피면 그렇거든요. 처음에는 민무늬인 흙그릇을 썼고, 나중에 비로소 무늬를 넣은 흙그릇을 썼다고 해요. 옷도 처음에는 한 가지 빛깔인 실을 엮어서 지었을 테고, 차츰 새로운 빛깔인 실을 얻어서 알록달록한 옷을 지을 수 있었으리라 느껴요.
그리고 이 여러 빛깔 실로 한결 고운 옷을 지을 수 있었고, 귀여운 아이들한테 그야말로 고운 옷을 입혀서 활짝 웃으면서 뛰놀도록 북돋았지 싶습니다. 옷이 날개라고 하는 말처럼, 고운 옷은 고운 날개가 되어 고운 마음을 새삼스레 길어올리는 구실을 했을 테지요.
옷 한 벌을 짓기까지 들인 품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오늘날에는 옷집에 가서 돈을 치르면 예쁜 옷도 멋진 옷도 훌륭한 옷도 어렵지 않게 장만할 수 있어요. 지난날에는 집집마다 풀줄기에서 섬유질을 얻은 뒤, 이 섬유질을 다스려서 실을 얻고, 이 실을 물레를 잣고 베틀을 밟아 천을 얻은 다음, 비로소 알맞게 마름을 하고 한 땀씩 바느질을 해서 옷을 얻었어요.
오랜 나날을 들이고 깊은 손품을 들인 알뜰한 옷이지요. 긴 나날에 걸쳐 너른 사랑을 들인 살뜰한 옷이에요.
아기 곰도 색동옷이 입고 싶었어요. 그래서 달 뜬 밤에 작은 아이의 집을 찾아갔지요. (9쪽)
아기 곰은 아이 방에 들어갑니다. 아기 곰은 아이 몰래 색동옷을 꺼냅니다. 아기 곰은 이제껏 옷을 입은 적도 본 적도 없기에 어떻게 몸에 걸쳐야 하는지 모릅니다.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니 아이는 어느새 잠에서 깼어요. 아기 곰이 색동옷을 손에 쥐고 이리저리 둘러 보려고 용을 쓰는 모습을 본 아이가 아기 곰한테 한 마디 해요. 뭐라고 할까요?
“내가 도와줄까?” 까무룩 잠들었던 작은 아이가 일어나 말했어요. (14쪽)
사람들이 색동옷을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하고 그려 봅니다. 알록달록한 빛깔은 무지개에도 있고, 가을숲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봄숲에도 있지요. 겨우내 시든 잎 사이사이 새롭게 돋는 푸른 새싹에다가 온갖 봄꽃은 저마다 알록달록 어우러져요.
아기 곰은 아기 곰 나름대로 숲에서 새로운 옷을 지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사람은 한가위를 앞두고 색동옷을 짓는다면, 곰 같은 숲짐승은 알록달록 물드는 숲에서 나뭇잎이나 풀잎으로 ‘색동잎옷’을 손수 지어서 입을 수 있을 테지요.
아무튼, 아기 곰은 마을에 있는 아이네 집에서 함께 색동옷을 입으면서 놉니다. 아이는 스스럼없이 아기 곰한테 색동옷 한 벌을 내어줍니다. 곰하고 아이는 서로 동무가 되어요. 아이는 ‘색동아이’가 되고, 곰은 ‘색동곰’이 됩니다. 둘은 ‘색동동무’가 되는 셈입니다. 색동옷을 입은 ‘색동놀이’를 즐겨요.
그림책 《색동 곰》을 덮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입는 알록달록 고운 옷을 돌아봅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언제나 고운 옷을 입습니다. 큰아이가 입던 고운 옷은 어느새 작은아이가 물려입는데, 마을에서나 둘레에서나 우리 집 작은아이를 보며 가시내로 여기곤 합니다. 사내한테는 알록달록 고운 색동옷 같은 온갖 빛깔하고 무늬가 깃든 옷은 잘 안 히는 요즈음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색동옷을 입어야 무지개 같은 마음이 된다고 할 수 없을는지 모르지만, 아이도 어른도 ‘색동옷’하고 ‘무지개옷’을 입는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빛깔로 달라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아이도 어른도, 사내도 가시내도, 가을숲을 닮은 옷을 입고 봄숲을 닮은 옷을 입으면 얼마나 고울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하늘빛을 닮은 옷을 입고, 바닷물을 닮은 옷을 입습니다. 바람을 닮은 옷을 입고, 봄꽃을 닮은 옷을 입습니다. 고운 옷처럼 곱게 웃고, 밝은 옷처럼 밝게 노래합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르게 환하거나 눈부시거나 아름다운 옷을 입으면서 환하거나 눈부시거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거듭난다면 더없이 즐거운 나라가 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볕이 좋은 하루이니, 아이들이 어제 입고 벗어 놓은 옷을 신나게 빨아서 마당에 널어야겠습니다. 언제나 정갈하면서 고운 옷을 입고 신나게 뛰놀 수 있도록 하루를 씩씩하게 열어야겠습니다. 2016.3.1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