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둑길에서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다
우체국으로 가면서 논둑길을 달리다가 그만 미끄러진다. 뭔가 물컹한 것을 밟고 미끄러지는데 오른쪽으로 엎어지면서 무릎이 깨지고 팔꿈치가 벗겨진다. 내 몸은 살피지 않고 아이들은 안 다치기를 바라니, 이대로 아이들은 멀쩡하고 내 몸은 군데군데 깨지고 긁히고 찢어지고 파였다.
다쳐서 흙과 짚과 돌이 엉킨 생채기는 마을 샘터에서 한참 물로 헹구어서 씻어낸다. 이러고서 소독약을 바른다. 다친 곳을 한 시간 남짓 만진 뒤 자전거를 일으켜세워서 우체국과 병원과 약국을 다녀온다. 집으로 돌아오니 비로소 온몸이 쑤시고 뜨끈뜨끈하다. 옷을 갈아입고 땀을 씻은 다음에, 다시 소독을 하고서 드러누워야겠지. 이에 앞서 밥이랑 국을 마저 끓여 놓고서. 4348.9.2.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