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안데스의 시간 - 그곳에 머물며 천천히 보고 느낀 3년의 기록
정성천 지음 / SISO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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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 되었지만 해외여행에 대한 열망마저 꺾지는 못한 것 같다.

다들 코로나 사태가 빨리 종식되어 해외여행을 떠날 그 날만을 기다리는 심정이기에 그때까지는 

책으로나마 여행을 즐기곤 하는데 이 책은 쉽게 도전하기 힘든 페루와 안데스 산맥 일대에서 직접 

생활하고 여행한 기록이어서 더욱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난다고 해도 남미를 여행하긴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과연 남미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페루와 안데스는 어떤 곳일까 기대가

되었다.


교사 출신인 저자는 교육부가 퇴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해외 교육자문관에 선발되어 페루에서 

근무하게 되었다고 한다. 교육부에 퇴직자 대상 해외 근무 프로그램이 있다니(물론 아무나 선발되진

않겠지만) 역시 교사라는 직업의 혜택이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재직 중에도 4년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국교육원장으로 근무했다니 저자 말처럼 남미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았다. 얘기는 저자가 페루

교육자문관으로 선발되어 페루로 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페루 모케과라는 곳에서 근무를 하게 되는데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는 얘기와 함께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페루에도 인도 카스트 제도와 비슷한 계급 제도가 있다는 것인데 그것도 피부색에 따른 계층이 존재했다.

최상위는 '끄리오요'라는 백인이 약 15%를 차지하고, 다음으론 백인과 페루 원주인의 혼혈인 메스티죠가

약 50%, 그 다음이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 약 25%인 페루 원주민은 네 번째, 페루 원주민과

흑인 혼혈인 쌈보는 그 다음이라 한다. 주로 저자가 페루 교육자문관으로 근무하면서 인근 지역을 

여행한 얘기들이 등장하는데, 아레끼파와 아따까마 사막, 꼬따와시와 아만따니 섬 등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곳들이 적지 않았고, 티티카카 호수와 우유니 소금사막, 잉카 문명의 보고인 마추픽추

등 세계적인 관광지들도 뺴놓지 않았다. 흔히 피사로 일당이 잉카문명을 정복할 수 있었던 사유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등에선 전염병 등을 들고 있지만 이 책에선 잉카 주민들의 순박함을

들고 있고, 찬란했던 잉카 문명에 바퀴가 없었던 이유로는 안데스 산맥의 지형상 바퀴를 사용하는 것보단

가파른 절벽길을 도보로 다니는 게 더 빨랐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추측한다. 이렇게 페루와 안데스

지역을 여행하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과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그동안 잘 몰랐던 이 지역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은데 이 책에선 저자의 3년간 페루 생활 중 모케과에서의 2년을

다루었고 나머지 1년 동안 쿠스코에서의 생활은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페루 인근의 유명 

관광지뿐만 아니라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까지 책으로나마 여행을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는데 언젠가 남미를 여행할 수 있는 날이 꼭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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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조커 3 - 완결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5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이규원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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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권을 읽은 후 서평할 책들이 쌓여 3권을 좀 미뤄두었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약 한 달 정도가 

지나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해져서 복습이 필요한 것 같았지만 일단 그냥 읽어 나갔는데 히노데 맥주의

스기하라의 자살 이후의 얘기가 펼쳐진다. 2권에서는 레이디 조커 멤버들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는데

3권에선 그들이 다시 주연(?)으로 돌아온 것이 사뭇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었다.


경찰은 레이디 조커 일당 중 한 명이 경찰이란 유력한 단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행만 붙일 뿐 직접

소환해 추궁을 하지 않는다. 아직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서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경찰의 미온적인 대처에

고다는 실망하고 본인이 직접 나설 것인지 고뇌한다. 레이디 조커 사건이 흐지부지해질 무렵 이번에는

히노데 맥주의 경쟁사인 마이니치 맥주에 붉은 색 맥주가 등장하고 다음에는 청산가리를 넣겠다는 

협박까지 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이른다. 한편 레이디 조커 사건의 다른 측면을 파고들던 도호

신문의 네고로는 정보원인 사노가 연락이 끊기자 블길한 예감을 하면서 자신도 미리 모종의 준비를

한다. 레이디 조커 일당 중 적어도 경찰 내부 인물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여건이 됨에도 미적거리는

수뇌부의 태도에 답답해하던 고다는 직접 범인에게 자신이 알고 있음을 알리는 편지를 보내기 시작하고

레이디 조커 멤버들 사이에도 서서히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사실 3권에선 당연히 레이디 조커 일당을 일망타진(?)하는 얘기가 전개될 거라 예상했는데 기대와 

달리 진도가 거의 나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너무 소극적인 수사진의 태도가 결정적인 것 같았는데

그러다 보니 또 다른 맥주 공격(?)이 벌어지게 되고 히노데 맥주는 또다시 곤경에 처하게 되면서 결국

시로야마 사장 등이 사퇴를 하게 된다. 게다가 히노데 맥주를 괴롭히던 총회꾼 일당에 대한 내부 고발이

터지면서 사태는 새로운 방향으로 커지게 되는데 레이디 조커 일당이 시작한 반란(?)이 결국 정치 

스캔들로까지 번졌다. 사노와 네고로의 실종사건 등 심각한 사태에까지 이르고 고다의 계속된 압박에

범인이 결단을 하면서 고다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지만 어느 하나 후련하게 해결되는 게 없었다. 

고다의 커밍아웃까지 전혀 의외의 마무리를 하고 마는데 그만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악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후련한 결말을 기대했다면 뭔가 씁쓸한 기분을 맛볼 수밖에 

없었는데 일본 사회의 그늘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촘촘하게 그려낸 대작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커다란 

벽에 막힌 듯한 답답한 현실을 새삼 실감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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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읽는 조선사 - 아홉 가지 키워드로 보는 조선의 낯선 모습
표학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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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최근인 조선사에 대해서는 워낙 다양한 책들이 나와 있어 웬만한 이야기는 낯설지가 않은데

이 책은 왕, 영웅, 정치인, 출세, 직업, 재테크, 전쟁, 역병, 음식의 9가지 키워드로 조금은 낯선 조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도한다. 카페와 조선사의 조합이 저자는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굳이 제목에 '카페에서 읽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먼저 '왕'에선 세종, 세조, 정조, 철종을 다룬다. 조선왕조에 대해선 여러 책들로 충분히 접해 새삼스런

감도 없지 않았는데, 유교 정치가 원하는 이상적인 왕의 자질을 갖춘 왕이 필요한 시점이 되자 공부를

잘했던 세종이 왕이 될 수 있었던 반면 준비되지 않았던 세조는 쿠데타로 왕이 되긴 했지만 공신들의

등쌀과 횡포에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챙겨야 해서 전국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계몽군주로

각광받는 정조에 대해선 이덕일의 '조선 왕 독살사건'에서 논란의 독살설이 제기되지만 저자는 동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18세기 유럽에선 왕정 타도의 시기였다며 정조는 근대 개혁 군주로 보기 

어렵고 타도의 대상으로 영국의 찰스 1세나 프랑스의 루이 16세처럼 사형당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당시 서양의 시대변화에 맞게 조선에도 시민혁명이 일어났어야 한다는 좀 황당한 얘기라

우물에 가 숭늉 찾는 느낌이 드는 얘기였는데 저자 혼자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었다. 


'영웅'편에선 유성룡, 이순신, 의적, 임경업과 박씨 부인을 다루는데, 유성룡에 대해서도 치세에는 

간신이고 난세에는 영웅이었다는 마치 조조와 비슷한 평가를 해서 좀 당황스러웠다. 이순신에 대해선

여전히 부족한 평가를 받는다며 격찬을 하는데 그가 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 질 싸움은 아예 하질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임꺽정, 홍길동, 장길산의 조선 3대 의적(?)을 거쳐 조선 후기의 소설로

'국뽕 영웅'이 된 임경업과 박씨 부인의 얘기를 들려준다. '정치인'에선 한명회, 송시열, 김조순이

등장하는데, 훈구파의 두목격인 한명회에 대해서야 워낙 많이 다뤄져 친숙하다 보니 그리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이덕일이 노론의 두목(?)으로 보는 송시열에 대해선 이상 사회를 꿈꾼 고매한 학자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세도정치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조순에 대해선 조선 왕조에 필요한 리더십을

보여준 마지막 정치인이라는 의외의 평가를 내놓았다. 이렇게 기존에는 몰랐던 사실들이 계속 등장

하는데 과거 급제 평균 연령이 무려 40세였다고 하고, 조선 후기 당쟁에 대한 막연한 비판은 일제 

식민사관의 영향이 크다거나 명청 교체기에 광해군의 대응과 관련해서도 급진적인 외교, 안보정책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이었다. 전반적으로 기존에 알고 있던 조선사와는 사뭇 다른 내용들이 적지 않았는데

저자의 주장을 모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준 측면에선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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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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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도 모르게 클래식에 빠져들고 말았다. 사실 클래식 자체에 빠져든 건 아니고 클래식을 주제로

한 책들을 연이어 보게 되었는데,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며칠 사이에 보고도 부족해 이 책에까지 손이 닿았으니 뭔가에 홀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암튼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클래식을 충분히 접하고 있음을 다양한 분야의 사례들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총 7장에 걸쳐 분야별로 클래식이 사용된 예를 들고 있는데, 먼저 일상 속 클래식으로는 자동차 후진음

으로 베토벱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엘리제가 누구냐 하는 흥미로운 얘기도

다뤄지는데 베토벤의 어린 제자였던 테레제 말파티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비발디의 사계는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지하철의 안내 방송에 사용되고 있다고 하는데 '가을'과 '봄'이 헷갈려 이번에 다시

들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은 소개하는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QR코드를 제공해 바로 음악을 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인데,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저자가 직접 만든 클래식 소개 유튜브 동영상으로 연결된다.

유럽 나라들은 클래식 음악을 국가로 사용하고 있는데, 프랑스의 '라 마르세예즈'는 이탈리아 작곡가

비오티의 '다장조 주제와 변주곡'과 일치해 프랑스 국민들이 충격에 빠졌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대중음악 속에도 클래식이 사용되었는데 1990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변진섭의 '희망사항'의 끝부분에

실린 부분이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라고 하고, 노라조의 '니 팔자야'는 너무도 유명한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의 선율에 가사를 입혔다. 작곡가와 곡 제목만 말하면 무슨 음악인지 몰라도 실제 들어보면

'아, 이 곡'이란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친숙한 곡들이 많았는데 책 제목대로 클래식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음에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클래식은 TV 광고의 단골 손님이기도 한데,

시몬스 침대의 '에디슨편'에 사용된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이나 까스활명수 광고에 사용되었던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 아리아' 등이 대표적이었다. 드라마, 영화, 만화는 물론 문학 작품에도 클래식이

큰 역할을 하는데 어떻게 클래식이 사용된 작품들을 모두 찾아냈을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멀게 만 느꼈던 클래식이 늘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귀에

친숙한 멜로디의 곡들을 직접 들으면서 책을 읽으니 훨씬 공감이 되었다. 그동안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클래식 음악들을 찾아 듣는 재미를 제대로 맛보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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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뉴욕이다
이여행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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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디스 이즈 뉴욕'이란 책을 통해 비록 책으로나마 뉴욕 여행을 해봤지만 코로나 시대가 오면서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인 시절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여행 관련 책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곤 하는데

뉴욕을 다룬 이 책에선 과연 뉴욕의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사실 뉴욕 곳곳에 대한 사진과 저자의 얘기가 담긴 여행 에세이 성격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세 개 챕터로 나눠 뉴욕의 구석구석을 누비는데 뉴욕을 가보지 못해서 그런지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먼저 뮤지컬의 메카라는 브로드웨이로 시작하는데 브로드웨이에서 보는 뮤지컬의 맛은 아마

뭔가 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영화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에서도 인상적으로 등장했던

브루클린 다리나 센트럴 파크, 영화 '시애틀의 잘 못 이루는 밤' 등 로맨틱 영화의 성지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무수한 명소들이 차례차레 등장했다. 이렇게 뉴욕의 명소들이 하나씩 소환되다 보니

적어도 이름은 들어본 곳들이 많았지만 플러싱 미도우 코로나 공원(하필 이름이 코로나 공원이라니 ㅋ),

우드버리 아울렛, 허드슨 야드에 들어선 거대 조형물 '베슬' 등 낯선 장소나 조형물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한 페이지는 사진, 한 페이지는 사진과 관련된 저자의 얘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의

사연이나 소개하는 장소에 얽힌 얘기도 흥미로웠다. 브라이언트 공원을 부루마불의 무인도에 비유하고,

뉴욕 대학교에는 캠퍼스가 없고 대신 인근에 워싱턴 스퀘어가 있으며, 미친 물가의 뉴욕에서도 1달러로

피자 한 조각을 맛볼 수 1달러 피자, 퀸스에 있는 프랭크 시나트라 예술고등학교를 보고 우리도 임창정

고등학교(프랭크 시나트라급으로 임창정을 언급하는 건 좀 안 맞는 것 같지만 저자가 팬인가 보다ㅎ)를 

설립해 보는 게 어떠냐는 등 아기자기하고 재밌는 얘기도 늘어놓는다. 단지 뉴욕의 명소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뉴욕 사람들의 삶도 간혹 엿볼 수 있었는데 세계 최대 도시라 할 수 있는 뉴욕의 여러 모습을

저자가 들려주는 얘기를 곁들여 보고 나니 더 가고 싶어졌다. 언제가 될 것인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지만

이 책에 등장한 여러 장소들을 누비며 이 책에서 언급된 얘기들이 떠오를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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