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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이지혜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평점 :
며칠 전에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 사전'이란 책을 읽고 멀게 만 느낀 클래식과 조금은 친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던 차에 클래식을 다룬 이 책을 만나 그 기세를 이어가려 했다. 제목만 봐서는 가을에
어울리는 클래식만 소개할 것 같지만 출간 시점만을 기준으로 한 게 아닌 가을부터 겨울, 봄, 여름
순으로 모든 계절을 다루면서 그 계절에 맞는 클래식 음악들과 관련된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가을편은 타레가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시작한다. 친숙한 음악이라 그런지 클래식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기타 연주곡임에도 클래식 반열에 올라 당당히 이 책의 포문을 열었다. 다음으론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 소개되는데 앞서 읽은 책에선 바람둥이쪽에 포커스가 맟춰져 있었다가 이 책을
읽으니 리스트가 사뭇 다르게 보였다. 특히 그는 무대 정중앙에 피아노를 두고 연주자의 옆모습이
보이도록 비치하는 설정의 선구자라고 한다. 피아졸라를 거쳐 리스트와 인연이 있던 쇼팽의 '녹턴'이
등장하고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1등상을 수상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얘기까지 언급된다.
쇼스타코비치, 그리그, 거슈인 등 여러 거장들의 작품들이 소개되는데 역시 음악을 직접 들어봐야
가을에 제격인 작품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이 가을이지 추위가 너무 일찍 찾아와 오히려 겨울
느낌도 나는데 겨울 하면 역시 제목에도 겨울이 들어가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빼놓을 수 없다.
겨울에는 연말과 새해가 있기 때문에 이때 자주 공연되는 작품들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의 발레 '호두
까기 인형'이나 새해 첫날 빈 필하노닉의 신년음악회에 늘 빠지지 않는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등 친숙한 곡들이 추천되었다.
새로운 시작과 겨울잠을 자던 자연이 다시 깨어나는 봄에는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 D장조'라는
작품이 먼저 등장한다. 잘 모르는 작품이었는데 모차르트가 고향인 잘츠부르크에서 만든 작품이라
한다. 봄하면 역시 비발디의 사계가 떠오르는데 모차르트에 밀려 두 번째로 소개된다. 그 밖에 '봄의
제전'의 스트라빈스키,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아의 이발사' 등이 추천되었다. 마지막 여름에선 예상
대로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필두로 슈베르트의 '송어'(숭어 아님), 베토벤의 '비창' 등 유명
작품들과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 책에선 좀 더 음악 자체에 대한
소개에 집중했는데, 작품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특히 오페라 같은 경우 막과 장마다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는지를 압축하여 소개하고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음악은 역시
글로만 설명해선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을 직접 찾아들으면서 책에서
설명해준 내용들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하는 시간을 가져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