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베토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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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가 워낙 다작을 하면서 여러 캐릭터들을 내세운 다양한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가끔은 정신이 없을 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그의 대표 시리즈로 음악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드뷔시, 라흐마니노프, 쇼팽까지 유명 음악가들을 거쳐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이 책에선 드디어 악성 베토벤을 내세운다. 여러 유명 영화 시리즈들이 프리퀄을 선보인 것처럼 

이 책도 미사키 요스케의 학창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나는데 베토벤과 같은 운명을 가진 미사키 요스케의

과거 얘기를 들려준다.


프롤로그에선 전편인 '언제까지나 쇼팽'의 여운을 잠시 흘리면서 미사키 요스케의 과거를 아는 인물이

그와의 추억(?)을 얘기한다. 산 고지대에 세워진 신설 학교 가모키타 고등학교 음악과에 미사키 요스케가

전학오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외딴 곳에 있는 학교에 온 잘생긴 전학생의 도우미(?) 역할을 맡게 된

다카무라를 비롯한 음악과 학생들은 우연히 음악 시간에 미사키 요스케가 연주하는 '월광'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그동안 나름 음악을 좋아하고 남들보단 음악을 잘한다고 생각했던 음악과 학생들은

미사키 요스케의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에 비하면 자신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괴감에 빠지며 그를

멀리하기 시작한다. 오로지 피아노를 잘 치는 것에만 관심이 있던 미사키는 다른 학생들의 반응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오히려 더 반감을 부추켰는데 이와쿠라처럼 대놓고 미사키를 괴롭히는 학생까지 

등장한다. 그래도 다카무라가 미사키를 도와주려고 노력하는데,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음악과 학생들이

학교에 고립된 상황에서 미사키가 용감하게 전봇대 위를 건너가서 도움을 청하러 간다. 미사키의 이러한

용감한 행위로 음악과 학생들이 무사히 구출되지만 마침 이와쿠라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미사키가 

용의자로 지목되는데...  


어릴 때부터 타고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주변에 위화감을 조성했던 미사키가 심지어 살인 혐의

까지 받으면서 학생들의 따돌림을 당하는데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선 진범을 잡아내는 방법밖에 없었다.

보통 사람들의 멘탈로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오직 피아노 생각밖에 없는 미사키에게는 남들의

시선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축제에서도 독주를 담당하게 된 미사키는 결정적인 순간 돌발성 난청이

재발하며 연주를 망치는데 전편에서 쇼팽 콩쿠르 결선을 망친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비난을

한 몸에 받았지만 꿋꿋하게 범인을 밝혀내며 반년 만에 전학을 간 미사키가 남긴 여운은 강렬했는데

더 이상 피아노를 치지 않겠다고 했던 미사키가 다시 피아노로 돌아오게 된 사연은 후속 작품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선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화자가 마무리를 짓는데 그의 정체가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어서 뜻밖의 반전을 선사했다. 그걸로 부족했지만 '협주곡'이라며 검사인 미사키 

아버지가 전근 온 동네에서 처리하는 사건을 다루면서 묘한 마무리를 하는데 과연 미사키에게 또 무슨

일들이 생겼을지 다음 작품인 '다시 한 번 베토벤'을 어서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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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영지순례 - 기운과 풍광, 인생 순례자를 달래주는 영지 23곳
조용헌 지음, 구지회 그림 / 불광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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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에 대해서는 그리 잘 모르지만 우리 문화에선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영지'는 소위 명당을 말하는 것으로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어 특별한 에너지가 솟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한반도 땅 전체에 영지가 가득하다며 대륙에서 툭 튀어나와 삼면이 바다와 접한 

한반도 자체가 천하의 명당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신령의 땅', '치유의 땅', '구원의 땅'으로 크게 

세 분류로 나누어 총 23곳의 영지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그곳에 가면 힘이 쏟는 '신령의 땅'으로는 오대산 적멸보궁을 소개한다.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인 적멸보궁이 오대산에 있는 줄을 몰랐는데 적멸보궁 외에 상원사와 월정사까지 

있어 오대산이 명당 중의 명당임을 잘 보여주었다. 그 밖에 백양산 운문암, 오봉산 주사암, 대성산 

정취암, 계룡산 등운암, 보리산 오하산방이 '신령의 땅'으로 소개되는데 대부분 암자들이 있는 장소들로 

이 장소들이 기운이 센 곳이라 이곳에 암자들이 들어선 것 같다. 장락산 통일교 본부도 포함되어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다음으론 '치유의 땅'이 소개되는데 서산 간월암, 사자산 법흥사, 철원 고석정, 운길산

수종사, 경주 문무대왕릉, 팔공산 갓바위, 십승지가 선정되었다. 이 중에서 팔공산 갓바위는 어릴 때

몇 번 가본 곳이라 반가웠는데, '신령의 땅'과는 달리 임꺽정이 숨어지냈다는 철원 고석정이나 삼국을

통일한 문무대왕릉, '10군데의 아주 좋은 피난 터'란 의미의 십승지까지 불교와 관련이 없는 곳들도  

여럿 포함되어 좀 의미가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구원의 땅'으로는 도솔산 선운사, 선운산

도솔암, 가야산 해인사, 지리산 영랑대, 노고단과 오행사찰, 원통암, 삼신동, 덕유산 영각사가 선정

되었는데 그야말로 지리산의 독무대라 할 수 있었다. 예전에 지리산을 만만하게(?) 생각하게 무작정

산행을 따라나섰다가 고생한 기억이 있는데 산 전체가 제단이라고 하는 지리산에는 화엄사같은 큰

절은 물론 곳곳에 작은 절과 암자들이 영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새롭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은 비밀

결사 승려 집단인 '당취'와 관련된 얘기인데 고려시대에 귀족 신분이던 승려들이 조선시대에 되어

천민 신분으로 전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고 한다. 이들이 임진왜란에서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을 필두로 승병으로 활약하게 된 것이 갑작스레 이뤄진 것이 아니라 평소부터 군사 훈련을 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불교 사찰들이 위치하고 있는 곳에 영지가 많았는데 불교 사찰이 들어선 

자리의 상당수가 원래 토속신앙의 성지여서 예로부터 명당은 정해져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풍수와

관련해선 아무런 지식이 없다 보니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적지 않았는데 꼭 풍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아도 여행지로서도 손색이 없는 곳들이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영지들을 찾아가 그곳의 기운을 받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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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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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인간의 흑역사'라는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인류의 온갖 바보짓과 삽질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 책도 인류의 기나긴 역사 속에 일어난 대표적인 흑역사를 101가지 선정해 그 적나라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고대 - 근대편'과 '현대편'의 두 권으로 나눠서 101가지 흑역사를 소개하고 

있는데 훨씬 긴 시간인 '고대 - 근대편'의 50가지 흑역사를 먼저 만나볼 기회가 생겼다.


시간순으로 흑역사들이 차례로 등장하는데 먼저 첫 번째 얘기는 아테네와 페르시아 간에 오해가 불러온 

참극으로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 세계는 두 패권국가인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양분했는데, 스파르타가

두려웠던 아테네는 페르시아와 동맹을 맺으며 페르시아의 요구에 따라 '흙과 물'을 페르시아에 바쳤다. 

페르시아는 아테네가 영원한 충성과 복종을 맹세하는 것으로 해석한 반면 아테네는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결국 별 생각 없던 아테네가 일방적으로 동맹 철회를 통보하면서 페르시아의 분노를

사면서 그리스 페르시아 전쟁이 벌어지게 되고 말았다.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법처럼 무의미한 게

없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재미를 주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책에서는 각 흑역사마다 그런 흑역사가 

없었다면 과연 어떤 역사가 만들어졌을지에 대한 나름의 예상도 보여준다. 아테네의 착각이 불러온

그리스 페르시아 전쟁이 없었다면 아테네의 발전된 문화가 훨씬 오래 영향을 미쳐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을지도 몰랐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았다. 알렉산드로스가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에는 당시

페르시아의 황제 다리우스 3세의 어리석은 선택이 결정적이었는데 가우가멜라 평원에서의 전투에서

자신의 바로 앞까지 공격이 다가오자 다리우스 3세는 25만의 군사를 놔두고 줄행랑을 치는 바람에

압도적인 우세의 전력도 지휘관을 잃고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알렉산드로스도 후계자를 남기지

않는 바람에 대제국이 부하들에 의해 쪼개지게 되었고, 로마도 로마제국에 동화될 여지가 충분했던

서고트족을 탐관오리들이 착취하고 배신하는 바람에 멸망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콜럼버스는 1마일을 헷갈린 결과 자신이 도착한 곳을 끝까지 신대륙이 아닌 인도라고 믿었고, 아즈텍

황제는 스페인 침략자들을 무찌를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우유부단한 대처를 하다가 문명을 통째로

말아먹었다. 200억 명의 신앙을 바꾼 헨리 8세의 이혼은 정말 세기의 이혼이라 할 수 있었고, 위대한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도 외교 사절단을 군대로 착각하고 궤멸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던 반면 의사

들의 과잉치료로 허망하게 목숨을 잃게 되었다. 여러 책에서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단 훨씬 좋은(?) 

사람이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충분히 탈출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화려한 

마차를 고집하다 결국 탈출하지 못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음을 알게 되었고, 나폴레옹의 

몰락에는 미셸 네 장군의 실수와 착각이 결정적이었음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남북전쟁과 관련한 내용도

여럿 있었는데 남부 연합이 10년만 일찍 연방에서 탈퇴했다면 미국이 남북으로 나뉘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 등 그동안 제대로 몰랐던 여러 역사적인 사건들의 숨겨진 진실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과 판단이 역사를 완전히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

역사를 공부하는 재미를 배가시켜준 책이었는데 '근대편'에선 과연 어떤 흥미로운 흑역사들이 담겨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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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쇼팽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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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악가 쇼팽의 곡은 막상 떠오르는 곡이 없지만 그의 곡들을 들어보면

귀에 친숙한 곡들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가제보의 'I Like Chopin'이란 팝송도 좋아하지만 이 책의

주된 무대인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위를 차지하면서 더 알려지게 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미사키 요스케가 쇼팽 콩쿠르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리고 있는데

그 이전부터 폴란드 대통령이 탄 비행기가 테러로 폭파되는 등 분위기가 흉흉했다.  


음악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에서 미사키는 주연 역할을 하기 보다는 다른 인물들이 이끌어 가는

얘기에 등장해 탐정 등의 중요 임무를 수행한다. 이 책에서도 주연은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얀 

스테판스라 할 수 있는데 폴란드를 대표하는 음악가의 이름을 딴 콩쿠르다 보니 홈 그라운드의 이점이

있는 반면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존재했다. 쇼팽 콩쿠르의 예선부터 결선까지 참가자들의

연주가 차례로 묘사되는데 요시카와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배경으로 했던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

연상되기도 했다. 쇼팽 콩쿠르에서의 치열한 경쟁만 다뤘다면 '꿀벌과 천둥'과 비슷한 작품이 되었겠지만

테러범이 '피아니스트'라 불린다는 사실을 알아낸 폴란드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는 가운데 담당 

형사가 열 손가락이 모두 잘린 채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콩쿠르와 관련된 인물 중에 테러범이 

있음이 확실해진다. 한편 나름 자신이 있던 얀은 일본 출신의 두 명의 참가자의 연주를 듣고 경악한다. 

시각장애인인 사카키바의 연주는 '폴란드의 쇼팽'을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미사키의 연주에도 

전율을 느끼며 자신이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깨닫는다. 연이은 테러로 인해 콩쿠르가 정상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최측은 진행을 강행하는데 결선에 오른 미사키는 하필 돌발성 난청이

도져 연주 중간에 지정곡이 아닌 다른 곡으로 대체 연주를 하는데...


콩쿠르와 테러가 양쪽에서 견인하는 이 작품에선 역시 콩쿠르에 연주되는 곡들에 대한 묘사가 한층

돋보였다. 사실 연주하는 곡들을 잘 모르다 보니 글로 표현하는 연주로는 잘 실감이 되진 않았지만

음악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테러와 음악이라는 정반대 성격의 일이

동시 진행되면서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테러가 음악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미사키도 중요한 순간에 고질병이 도지는 바람에 결선 연주를 망치지만 오히려 그의 대체 연주가 위력을

발휘해 큰 반향을 일으켰고 결국 테러범도 미사키에 의해 체포되며 아쉽지만 무난한 마무리를 한다.

마지막에 '간주곡'이라며 전편에 나왔던 기도 아키라 등이 등장해 이 작품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데,

쇼팽을 거쳐 다음 편에선 왠지 미사키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베토벤을 앞세워 과연 어떤 얘기를 들려

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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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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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는 최근에 가장 많이 만난 작가라 할 수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못지않는 화수분 작가에

매력적인 캐릭터와 반전의 제왕다운 스토리로 단숨에 최애 작가 반열에 등극했다. 너무 많은 시리즈를

쏟아내고 있어 그의 대표작 내지 대표 캐릭터를 꼽기도 쉽지 않은데 그중에선 아무래도 2009년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한 '안녕 드뷔시'의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를 뺴놓을 수 

없다. '안녕 드뷔시'의 후속작인 이 책은 라흐마니노프를 제목에 내세우고 있는데 아이치 음대를 

배경으로 고가의 첼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실종(?)과 학생들이 정기 연주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얘기들을 담고 있다.


작년 가을에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를 통해 클래식의 매력에 한껏 빠진 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클래식은 그렇게

친숙하다고는 할 수 없다. 곡 제목들은 익숙하지만 정작 선율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찾아 들어보면 '이 곡이었어'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만큼 클래식이 우리와 가까이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런 클래식을 글로 만나는 건 더 뜬구름 잡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의 첫 편이라 할 수 있는 '안녕 드뷔시'에서는 고등학교를 무대로 했다면

이번에는 한 단계 성숙한 대학교를 무대로 한다. 바이올린 전공인 기도 아키라라는 고학생이 화자가

되어 내용이 전개되는데 기도 아키라와 친한 첼로 전공인 쓰게 하쓰네가 연습할 때만 빌려 사용하던

고가의 첼로 스타라디바리우스가 사라지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밀실 상태에서 보관 중이던 첼로가

사라지자 학교에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고 은밀히 조사에 나서는데 별다른 단서도 없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그 와중에 가을 연주회 멤버 선발 절차가 진행되고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 얼떨결에

기도 아키라가 콘서트마스터로 선임되지만 첼로에 이어 피아노까지 테러를 당하면서 분위기는 점점

뒤숭숭해진다. 


음악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주요 등장인물들이다 보니 여러 유명 클래식 곡들을 연주하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학생들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가을 연주회를 하는 장면이 클라이

막스라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폭우로 인해 수재를 당한 주민들이 체육관에 모인 가운데 미사키와

기도가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를 연주하는 장면이 압권이라 할 수 있었다. 솔직히 어떤

곡인지는 잘 모르지만 물건들을 건지러 폭우 속으로 나가겠다며 통제가 되지 않던 분위기를 단숨에

제압하며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는 이들의 연주는 음악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음악이라는 게 노력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타고난 재능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에서도 재능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의 시기와 질투, 반목과 갈등이 그려지면서 연주회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오케스트라는 특정 악기만 잘 해서는 안

되는 악기들의 조화가 더 중요하다 보니 각자의 개성을 조금은 억제하면서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도

중요함을 잘 보여주었다. 미스터리로서는 어느 정도 추측이 되긴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출생의 비밀(?)이

도사리고 있었다. 여러 클래식 연주 묘사가 적지 않아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알면서 봤으면 훨씬

더 공감이 되었을 것 같은데 음악 전문가가 아님에도 작품 묘사를 마치 연주를 직접 듣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표현한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따름이었다. 음악이 주가 되다 보니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는 약간

덜한 느낌도 들지만 음악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점에서 의미가 있었는데 미사키 요스케가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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