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 - 꼿꼿하고 당당한 털의 역사 사소한 이야기
커트 스텐 지음, 하인해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털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털' 이란 단어를 떠올려 보라. 아마도 기껏해야 머리카락 혹은 동물의 털 정도 만이 생각날 것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이런 협소하고 근시안적인 사고에 갇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평생 털과 모낭을 연구한 과학자로서 털의 전체적인 그림과 털이 인간의 삶에 이제까지 해온 그리고 앞으로 기여할 역할에 대해 책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의 노고로 이처럼 풍부한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이 탄생했다. 먼저 저자의 모험은 약 4억 년 전 털이 최초로 포유류에게 나기 시작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류와 포유류를 털을 진화시켰다. 털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고마운 도구였다. 조류는 깃털, 포유류는 털로 몸을 감쌌다. 그런데 털북숭이 원시인은 열을 빠르게 배출하여 거대한 뇌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털을 벗었다. 대신 다른 동물의 털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이 책은 먼저1부에서 생물학적으로 털을 탐색한다. 털의 진화적 관점과 생물학적 관점을 털을 설명한다. 털이 모낭에서 어떤 식으로 자라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2부에서는 메시지 전달 수단으로서 털을 조명한다. 인류 사회에서 헤어스타일은 삶의 수준을 암시하고 개인의 사회적 위치도 나타냈다. 루이 14세 프랑스 왕의 헤어스타일을 보라. 여기 또 단적으로 헤어스타일이 메시지로서 작용하는 예가 있다.


 "고대뿐 아니라 현대의 군인들도 머리와 수염을 짧게 자른다. 이러한 규제는 알려진 세계는 모두 정복하라고 명령한 알렉산더 대왕이 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군인들은 칼과 방패, 주먹으로 싸웠는데 알렉산더 대왕은 머리나 수염이 길면 중무장한 보병이라도 적에게 쉽게 잡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모든 군인에게 머리를 짧게 깎으라고 지시했다. 이 관행은 과거와는 다른 실용적 목적과 병참적 이유에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군인의 짧고 단정한 머리는 이제 질서, 규율, 기강을 상징한다." -p93


 군인의 짧은 머리가 알렉산더 대왕에서부터 유래했다니 재미있고 신기했다. 요즘도 짧은 머리는 남성적인 성향을 나타 낸다. 헤어스타일에 얽힌 이발사와 미용사, 가발, 염색 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3부는 털이 인류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역사적 관점을 다룬다. 모피의 역사, 양모의 역사를 통해 흥미로운 역사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 <레버넌트> 에서 처럼 서부 개척민들과 원주민들은 모피를 거래했다. 양모는 과거 대영제국의 핵심 산업이었다. 


 "양모 무역을 통해 잉글랜드는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면서 운송, 탐사, 농경, 산업, 교육, 종교 등 경제와 사회 모든 부문이 발전하였다." -p176


 모피와 양모를 넘어 털은 시스테인 같은 식품첨가물로도 사용된다. 그리고 법정에서 주요한 증거물이 된다. 털에는 DNA 정보가 담겨있다. 털은 죽은 세포 덩어리이다. 


 에필로그에서는 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끝을 맺는다. 과학이 발전하면 털의 성장 메커니즘을 알게 되어 털의 성장을 조절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미용실은 기계화 되어 기계가 원하는 헤어스타일대로 머리르 잘라 줄 것이다. 


 털에도 이처럼 풍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몰랐다. 사소한 털이라도 집중 조명해보니 털이 그동안 인류의 역사 속에서 다양하고 중요한 역할들을 함께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풍성한 털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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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2-16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털 하니까 생각난건데요...
구스다운을 가진 거위가 생짜배기로 털을 뜯긴다는 생각이나서 오싹해집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17 12:20   좋아요 0 | URL
설마요ㅎㅎ...? 생각만해도 오싹합니다ㅠ;;
양모 깍을 때는 가위로 깍거나 요즘은 약물로 저절로 털이 빠지게 한다고 하더군요. 양들은 양호하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