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은 어떤 식으로든 파울리를 따라다녔다. 동료들 사이에, 특히 실험물리학자들 사이에, '파울리 효과' 라는 말이 유행했다. 물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이론이 하나 있다. 이론물리학자와 실험물리학자 사이에 '천재 보존의 법칙' 이 적용된다는 이론이다. 천재 이론가가 한 명 있으면, 멍청한 실험가가 한 명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파울리는 이 이론의 살아 있는 증거이다. 그의 천재성은 모두 이론 쪽에 쏠려 있다. 파울리가 등장하는 곳에서는 뭔가가 깨진다는 미신이 자리를 잡았다. 파울리가 천문대를 방문하자, 갑자기 거대한 굴절망원경이 고장 났다. 한 번은 괴팅겐의 한 실험실에서 원자를 연구하기 위한 복잡한 실험 장치가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망가졌다. 실험가들이 놀랐다. 파울리는 지금 멀리 스위스에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실험실 책임자가 취리히의 파울리 주소지로 이 사건에 대한 익살맞은 편지를 보냈다. 덴마크 소인이 찍힌 답장이 왔다. 파울리는 코펜하겐에서 잡장을 쓴 것이다. 실험 장치가 고장 난 바로 그 순간에 파울리가 탄 기차가 괴팅겐역에 정차해 있었다! 함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가는 실험실 문이 잠겨 있을 때만 파울리와 얘기했다. 자신의 실험 장치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p354


 예전부터 '파울리 효과'는 참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였다. 물리학자들도 미신을 믿었다니 왠지 더 귀엽다. 실제로 '파울리 효과'는 굉장히 유명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수에 사로잡혀 있다. 파울리는 종종 알파로 표기되는 전자기력의 강도를 나타내는 우주의 기본값, 미세구조 상수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한다. 그의 스승 조머펠트는 그것을 1/137이라고 기록했다. 왜 하필 137일까? 누가 또는 무엇이 알파를 그렇게 지정하여 원자와 붕괴가 붕괴하지 않게 했을까? 

 137! 융은 이 수를 카발라에서 보았다. 그렇다. 137은 카발라다! 히브리어의 모든 알파벳은 수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카발라' 라는 단어의 알파벳을 합하면 137이 된다. 융과 파울리는 그것이 우연일 수가 없다고 믿었다. -p366 


 (중략) 그리고 1958년 12월 5일 극심한 위통으로 적십자병원에 이송되었고, 병실 번호를 본 파울리가 외쳤다. "137호야! 살아서 나갈 수 없겠군." 그는 열흘 뒤에 사망했다. -p367


 파울리에 관한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다. 파울리는 정신과 상담을 위해 융을 방문했다. 둘은 137이라는 숫자에서 물리학과 유대교 신비주의의 연관성을 보았다. 둘은 <자연의 해석과 정신>이라는 책을 같이 썼다. 어떤 책일지 궁금하다. 


 
















 1945년 8월 6싱 라침, 히로시마에 햇살이 비친다. 8시에 25만 명의 시민 대다수가 아침을 먹고 신문을 읽고 출근을 하거나 등교했다. 분홍색 불빛이 하늘을 밝히고 나자 8만 명이 즉사했다. -p474


 찬란했던 양자역학은 제 2차 세계대전을 거쳐 히로시마 원자폭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책은 1945년으로 막을 내린다.



 아래는 이 책의 에필로그 마지막 글이다. 


 양자역학은 누구도 혼자 힘으로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기이한 이론이였다. 그들은 양자역학을 탄생시키기 위해 협력하고 경쟁하고 친구이자 적이 되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썼던 편지, 메모, 연구 논문, 일기, 회고록에서 양분을 얻어 이 책이 탄생했다. 

 진짜 역사는 끝나지 않는다. 그러나 책은 언젠가 끝난다. 이 책의 물리학자들은 1945년 이후에도 계속 활동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누구도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에 견줄 만한 진보를 더는 이루지 못했다. 아인슈타인은 세계 공식을 찾고자 했다. 하이젠베르크 역시 뭔가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찾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100년 전에 세운 그들의 이론은 오늘날까지 굳건히 서 있고, 우리의 컴퓨터칩과 의료장비 안에 들어 있고, 당시 이런 이론의 해석을 두고 그들이 겨뤘던 논쟁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심에 있다.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에 제기한 이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회의적인 물리학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이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p479 



 뉴턴의 중력 법칙이후 200년의 시간이 흘러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나왔다. 그리고 100년이 지났다. 앞으로 이만큼 거대한 이론, 세계들 변화시킬 이론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상상하긴 힘들지만 아마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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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미술 관련 책을 읽는다. <방구석 미술관>은 3년 연속 예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라고 한다. 베스트셀러라 그런지 책 제목을 많이 들어봤다. 19세기에서 20세기 서양미술가들의 이야기와 작품,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다룬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술 입문서이다. 

 


˝지금 나는 용기도 재능도 부족하다. 곡물 창고로 가서 목을 매는 게 낫지 않은가 매일 자문한다. 그림만이 나를 지탱해준다.˝

-p155


˝내 그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이젠 명성을 기대하지 않아. 모든 것이 암담한 지경이고 무엇보다도 나는 여전히 빈털터리야. 좌절과 치욕, 기대 그리고 더 큰 좌절.˝ -p208


 첫 번째는 고갱의 말이고 두 번째는 모네의 말이다. 둘 다 미술을 시작하고 10년 후에 한 말이다. 10년을 열심히 그림을 그렸지만 둘 다 인정을 받지 못하고 좌절한다. 다행인 건 좌절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그만큼 둘은 그림에 대한 열망이 컸다.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만큼. 



 "나는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는 이들을 혐오한다. 회화는 탐구이며 실험일 뿐이다." -p255 


 피카소가 한 말이다. 나는 이런 말을 한 피카소를 혐오한다. 미술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피카소가 시작이 아닌가 싶다. 아름다움과 멀어진. 그 후 현대미술은 정말 아름다움과 결별하고 탐구와 실험이 되어갔다. 나는 아름다운 미술이 좋다. 반 고흐와 모네의 그림이 좋다. 


 아직 예술가 두 명이 남았지만 미리 페이퍼를 쓴다. 혹시 추가할 게 있으면 추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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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역학은 막스 플랑크로 인해 시작된다. 그는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했다. 그가 한 교수에게 음악대학의 전망을 묻자 퉁명스럽게 생각을 바꾸라고 이야기했다. 막스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자 아버지가 그를 물리학교수에게 보냈다. 그런데 그 교수는 물리학을 전공하지 말라고 열심히 설득하는 사람이었다. 뉴턴의 운동법칙, 에너지 보존법칙의 발견이후 물리학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학문이고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시각이 그 당시 팽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막스 플랑크는 이런 물리학이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막스 플랑크는 혁명가라기보다 공무원같은 인물이었다. 막스는 양자를 발견했지만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몰랐다. 


 막스 플랑크는 양자에서 다시 벗어나려고 수년간 노력했다. 영국의 존 윌리엄 스트럿, 제임스 진스, 핸드릭 로렌츠 같은 다른 물리학자들도 양자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그들은 에테르의 연속체를 믿었다. 그들은 뉴턴과 맥스웰을 믿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무너질 것이다. 그러나 양자는 유지될 것이다. -p29  



 시간은 흘러 1918년 스페인 독감에 관한 재미난 사실이 있어서 이야기해본다. 1918년 세계 1차대전시기에 세계를 강타한 독감이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5천만명이 이 바이러스로 인해 죽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두 배나 많은 수치다.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지만 그 당시 스페인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전쟁 선전과 보안 검열이 없었다. 그래서 스페인 신문만이 전명병 기사를 낼 수 있었다. 



 아래는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재미난 일화이다. 3년 만에 조우한 두 사람은 만자나마다 물리학에 관한 대화에 깊이 빠져들었다. 전차를 타고 보어의 연구소로 향하는데 이야기에 몰두하느라 계속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쳤다. 


 보어는 나중에 이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전차를 타고 같은 구간을 여러 번 오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안중에 없었다." -p150  

 

 두 천재의 집중과 몰입을 보여주는 재미난 일화이다. 


 

 아래는 디랙에 관한 재미난 일화이다. 나중에 밝혀졌듯이, 디랙은 자폐 성향이 있었다. 


 하루는 식사 도중 어떤 사람이 디랙과 대화를 나눠보기 위해 휴가 때 어디로 갈 생각인지 물었다. 그러나 그는 침묵했다. 후식을 먹은 뒤에 디랙이 되물었다. "그게 왜 궁금합니까?" 타인의 관심이 싫어서 이렇게 대꾸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그런 일에 관심이 있을 수 있는지 그로서는 정말로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디랙은 스몰토크 감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원자와 특수상대성이론이다. 그리고 위대한 시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p190


 디랙은 뛰어난 수학자였다. 나도 스몰토크 감각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디랙에게 공감이 됐다. 



 책을 보면 재밌게도 세계의 모든 의견은 대립하는 거 같다. 물리학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에 반대할 때 기분이 상한다. 인격에 대한 공격이 아니지만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아래는 파울리가 슈뢰딩거에게 보내는 사과의 편지의 내용이다. 

 

 "친애하는 슈뢰딩거 교수님, 부디 날 비난하진 마십시오. 당신의 이론은 아주 멋집니다만, 세계와 맞지 않습니다." 

 이것은 정말로 티끌만큼도 인격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이 곧 인격인 사람이라면 이것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p250  



 아래는 다시 디랙에 관한 글이다.


 디랙은 코펜하겐에서 단 세 가지 표현으로 대부분의 대화를 해결했다. "네", "아니요.", "모릅니다." 그는 거의 이마누엘 칸트처럼 매우 규칙적으로 생활했다. 일주일에 5일은 이론을 작업하고, 토요일에는 기술 프로젝트를 작업했다. 일요일에는 트레킹을 했다. 매주 똑같은 리듬이 다시 반복되었다. -p259



 아래는 하이젠베르크가 불확정성의 원리를 논문으로 쓴 후의 이야기다.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의 논문으로,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가 물리학의 토대라고 여겼던 인과성을 흔들었다. "현재를 정확히 알면, 미래를 계산할 수 있다'는 인과법칙의 명확한 진술에서 틀린 것은 결론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우리는 현재를 알 수 없다. 우리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전자의 미래 위치와 속도의 가능성 확률만을 계산할 수 있다. "양자역학을 통해 인과법칙의 무효성이 명확히 입증된다." 논문의 마지막 문장이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한 시공간혁명에서 감히 그렇게 멀리까지 가지 못했었다. 한때 뉴턴이 상상했던 시계태엽 우주는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변화는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 일어난다"는 이마누엘 칸트의 문장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 -p287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물리학 세계를 굳걷히 지탱했던 인과법칙이 양자의 세계에서는 더는 통하지 않았다. 우리는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측정할 수가 없다. 확률만을 계산할 수 있다.


 

 아래는 물리학자들의 모임인 제 5차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의 발표이다. 


 아인슈타인이 조심스럽게 발표를 시작했다. "나는 양자역학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깊이 숙고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는 몇 가지 일반적인 언급만 하고자 합니다." 이 말은 완전히 거짓말이었다. 그는 나중에 한 친구에게 "일반상대성이론보다 양자 문제를 100배나 많이 숙고했다" 고 털어놓았다. 어떤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약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잘못 알았다. 그는 양자역학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이해했다. 그는 그것이 불완전하다고 여겼기에 단지 동의하지 않았을뿐이다. -p317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와 확률론을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양자역학을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받아들이던지 받아들이지 않던지 둘 중 하나다. 받아들이던지 받아들이지 않던지 양자역학은 현실세계에서 아주 잘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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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의 힘>의 저자 팀 마샬의 신작이다. 역시나 지리를 바탕으로 세계 속의 장벽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려준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 방화벽' 부터 영국의 브렉시트까지 다양한 장벽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부분은 약간 흥미가 떨어졌지만 전체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지리의 힘2>도 마저 읽어야겠다. 



 범죄가 반드시 이민과 연결되지는 않지만 빈곤과는 연결되며, 둘 다 아프리카 전역에 널리 퍼져 있다. 통계가 보여주듯이, 범죄율과 관련해서, 특히 살인사건 발생률과 관련해서 아프리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2012년 세계 범죄율에 대한 국제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그 해에 43만7000건의 살인 사건 중 36퍼센트가 미국에서 발생했고, 31퍼센트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p235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미국의 살인범죄율이 세계 1위라는 것이다. 총기자유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총기 자유만의 문제는 아닌듯하다. 캐나다도 총기 자유화국가이지만 거의 총기살인사건이 없는 수준이다. 


 

 가자지구 장벽, 방글라데시 주변의 장벽, 헝가리와 세르비아 사이의 철조망은 우리의 감성을 해치고, 우리가 차이를 해결하지 못함을 증명한다. 

 장벽을 세우는 추세를 비난하기는 쉽다. (중략) 장벽은 일시적이고 부분적으로 문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 -p334


 저자는 <장벽의 시대>에서 세계에 세워진 여러 장벽들과 장벽들이 세워진 지리적, 역사적 원인에 대해 알려준다. 물론 장벽은 우리에게 갈등과 분리를 상징하는 불쾌한 요소이다. 하지만 저자는 중립적으로 장벽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벽이 세워진 것은 그것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는 만리장성을 비롯하여 언제나 장벽, 울타리를 세워왔다. 장벽은 현실이다. 장벽을 없애자는 단순히 순진하고 이상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당장에 본인의 집 문을 없앤다 생각해봐라. 



 대부분의 언어에 "좋은 울타리는 좋은 이웃을 만든다"는 격언이 있다. 이것은 진부한 속담이 아니다. 그것은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한계에 관한 피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다. 우리는 최선을 희망하고 최악을 두려워하기에 미래를 위해 계획하며, 두려움 때문에 장벽을 세운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성에 대한 암울한 견해로 보인다면, 긍정적인 면도 있다. 생각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또한 우리에게 장벽 사이의 공간을 희망으로 채울 수 있는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준다. -p345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장벽을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그리고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문이다.



 아래는 옮긴이의 글에서 발췌했다. 이 책에 대해 설명해주는 글이다.


 이 책 <장벽의 시대>는 전 세계에 걸쳐 국가 간에 세워진 장벽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분쟁과 분열, 갈등이 벌어졌는지를 생생하게 보고한다. 그 분쟁과 분열, 갈등은 국가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종교적, 계급적, 민족적, 부족적 차이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의 큰 줄기는 다음과 같다. 중국에서는 외부 세계와 분리된 '거대한 방화벽', 미국에서는 멕시코와의 국경선 장벽과 내부의 인종적, 정치적 분열, 중동 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대립, 남아시아에서는 인도와 그 주변 국가들 간의 분쟁과 이주민 문제, 아프리카에서는 끊임없는 국가적, 민족적, 부족 간의 갈등, 유럽에서는 유럽 통합 세력과 민족주의적 분리 세력의 갈등과 난민 문제,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과 내부적 분열.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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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5-27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벽의 시대]
꽂아만 두고 아직 ....^^
고양이라디오님께서 2권 읽으실 때까지 전 과연 1권을 읽을 수 있을까요?

˝미국의 살인범죄율이 세계 1위˝ 그럴 거라고 짐작했어도 막상 공식적인 선언처럼 들으니 다시금 무섭네요.
수년 전 읽었던 책에서 청소년 범죄가 영국의 경우는 칼, 미국은 총....그런 유형이 있다 언급했던 게 생각나요
총이 문제일까요?^^;;;

고양이라디오 2023-05-28 00:46   좋아요 1 | URL
<지리의 힘> 재밌었습니다. 추천입니다ㅎ

총도 이유 중에 하나겠지만 빈곤, 빈부격차, 인종차별, 복지의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나다도 총기자유국이지만 총기살인범죄율이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ㅜ

그레이스 2023-05-31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살폭탄 테러에 동원되던 가자지구의 청소년들, 감옥같은 그 지역으로부터 죽음으로라도 벗어나고 싶은 절망감, 분노를 느낀다고 들었어요 ㅠ

고양이라디오 2023-05-31 18:14   좋아요 1 | URL
현존하는 가장 최악의 장벽이 가자지구 장벽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해하고 같이 살면 좋을텐데ㅠ 해결이 요원해보입니다. 안타깝습니다ㅠ
 
















 나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에 언제부터 흥미를 가지게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언뜻 떠오르는 이야기는 크게 2가지 이다. 첫번째는 대학생 때 본 만화 <기생수>. 만화 <기생수>에는 사람을 재미로 죽이는 연쇄살인범이 나온다. 그 캐릭터가 너무 기괴하고 무서워서 강렬한 인상이 남았었다. 두번째는 대학생 때 본 영화 <조디악>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이고 조디악이라는 실존했던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였다. 이후에 영화, 소설, 만화 등에서 수많은 연쇄살인범들을 만났다. 


 이 책은 오래 전에 중고서점에서 책 제목이 인상깊어서 구입한 책이었다. 오랫동안 책을 펼치지 않았다가 <마인드 헌터>라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마인드 헌터>는 동명의 책을 소재로한 드라마다. 공교롭게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연쇄살인범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세븐>, <조디악>, <마인드 헌터> 같은 연쇄살인범을 소재로한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었다. <마인드 헌터> 드라마를 보고 동명의 책도 보고 마침내 <살인자들과의 인터뷰>까지 봤다. 드디어 연쇄살인범과 FBI 프로파일러에 대한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마인드 헌터> 시즌 3는 없을 거라고 한다. 무척이나 아쉽다. 높은 제작비 대비 시청자 수가 적다고 한다. 내겐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인데 인기가 많지는 않은가 보다.



 아래는 드라마에서도 그랬고 책에서도 가장 긴장감있고 몰입감 있는 장면이다.

 

 "교도관이 와서 당신을 꺼내주려면 적어도 15분, 아니면 20분은 더 걸릴 거요."

 

 그가 말했다. 나는 냉정하고 태연해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만 확연하게 두려운 기색을 내비치고 말았는데 캠퍼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 난장판을 만들어버리면 당신은 무척 곤란해지겠지. 안 그래. 선생? 당신 머리통을 잡아뜯어서 탁자 위에 올려놨다가 교도관한테 보여줄 수도 있다고." -p93


 (중략)


 "그냥 장난이었다는 거, 당신도 알죠?"

 "당연하지."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나 자신은 물론이요 다른 FBI 면담자 역시 다시는 이런 상황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이후로 유죄가 확정된 살인범이나 강간범, 혹은 아동 성폭행범을 면담할 때는 절대로 혼자 가지 않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 되었다. 다시 말해 면담을 갈 때면 늘 짝을 지어서 함께 들어갔다. -p96


 이 책의 저자이자 FBI요원, 최초의 프로파일러 로버트 K. 레슬러는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실수가 됐을지 모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대담하게도 혼자서 캠퍼의 면담을 진행한 것이다. 에드먼드 캠퍼는 키 2미터 5센티미터에 몸무게는 135킬로그램을 육박하는 거구이다. 놀라운 지능의 소유자로 외조부와 자기 어머니를 포함해 8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다. 


 4시간에 걸친 면담이 끝나고 레슬러는 교도관을 호출하는 벨을 누른다. 그런데 15분이 지나도록 교도관이 오지 않는다! 아마도 식사 중이거나 근무 교대 중이었던 모양이다. 밖에 교도관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밀폐된 방에 거구의 연쇄살인범과 둘이 남게 된 상황, 결코 침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캠퍼는 장난인지 진담인지 레슬러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둘은 레슬러의 죽음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무사히 교도관이 나타나서 다행이지 정말 아찔했을 거 같다.   

 

 

 아래는 캠퍼에 관한 정신과 의사의 진찰 기록이다. 캠퍼는 외조부모 살해 후 4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지내다 조건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가석방 후 계속 정신과 검사를 받게 된다. 캠퍼는 정신과 검사를 받으면서 연쇄 살인을 저질렀다. 1972년 봄, 외조부모 살인 후 첫 살인을 저질렀다. 어느 날은 시체의 머리를 트렁크에 넣어 둔 채 정신과 의사에게 검사 받으러 가기도 했다. 


 1972년 9월 캠퍼를 검사했던 정신과 의사 두 명은 캠퍼가 아타스카데로 정신병원에서 지내면서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중 한 명은 다음과 같이 썼다. 


 이 환자의 과거 기록을 읽지 않았거나 환자가 그런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면, 본인은 정신병력이 전혀 없고 창의적이며 지성적인 젊은이를 상대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요컨대 과거에 살인을 저질러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15세 소년과 현재의 23세 청년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본인은 이 환자가 수년간 치료를 받고 회복기를 거쳐 병세가 상당히 호전되었으며, 자기 자신에게나 사회구성원 누구에게도 위험이 될 만한 정신의학적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두 번째 정신과 의사는 다음과 같이 추가했다.


 이 환자는 예전의 비극적이고 폭력적인 자아분열에서 훌륭히 회복된 듯 보인다. 이제 한 사람의 훌륭한 사회인이며 감정을 언어, 일, 운동 등으로 표출하고 스스로 신경증이 더는 발달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는 듯하다. 성인으로서 가능성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어린 시절의 전과를 영구 말소해 좀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한다. 최근 환자가 오토바이를 '끊은'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오토바이가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주기보다는 그 자신의 삶과 건강에 더 위험하므로 이후로도 계속 타지 않기를 바란다. -p395



 이렇듯 캠퍼는 정신과 의사의 검사를 통과해서 1972년 11월 29일 그의 전과기록은 공식적으로 말소되었다. 캠퍼는 소년시절 정신병원에서도 정신과 검사에서 매번 좋은 결과를 받았다. 훗날 그는 당시 28가지 검사와 그 정답을 모두 암기했었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들을 욕하고 싶진 않다. 의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였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여전히 의심스럽다) 정신의학은 캠퍼와 같은 사람들의 위험성을 결코 감지할 수 없었다. 환자의 진술만으로 진찰하는 것은 정신의학의 가장 큰 오류가 아닐까 싶다.(환자가 거짓말을 해도 곧이 곧대로 믿는다면 문제가 아니겠는가) 실제로 이와 같이 정신과 검사와 정신의학의 틈새를 이용해 빠져나간 범죄자가 많다. 그리고 그 범죄자는 또다시 범죄를 일으킨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싸이코패스 살인마를 척하면 척하고 알아챌 수 없다. 그들은 주위의 평판이 좋은 경우도 많다. 실제로 캠퍼는 지역 경찰관들과 친하게 지냈다. 경찰관 중 아무도 그를 의심한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그가 자백을 했을 때도 좀처럼 믿지 않으려 했다. 


   

 아래는 정신과 의사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다.


 그 사이 나는 리셀이 정신과 상담을 받는 중에도 강간 살인을 저질렀고, 그 정신과 의사는 리셀이 거짓말을 한다는 걸 간파하지 못하고 증세에 호전을 보인다고 진단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나는 이것이 조직적 살인범들이 쓰는 속임수의 한 예라고 설명하면서, 내 생각에 이런 문제는 정신의학계가 전통적으로 환자 자신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가 과거사를 털어놓으며 치료 과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부분에 지나치게 기댄다는 얘기였다. 나는 법 정신의학자들은 환자의 고백에만 의존하지 말고 외부 보고나 법원 기록 등을 참조해야 하며, 범죄를 저지른 환자가 자기 삶과 행동에 대해 털어놓는 이야기가 정확한지 끊임없이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p414 

 

 이런 시행착오들을 통해 개선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책 속에 심령술사 르니에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이런 심령술사가 근처에 있으면 보러 가고 싶다.


 르니에르는 1981년 초에 콴티코를 방문했다. (중략) 그날 르니에르는 경찰들 앞에서 월말에 레이건 대통령이 저격당하겠지만 미수로 그칠것이라고 예언했다. 대통령은 왼쪽 가슴에 총을 맞을 테지만 죽지 않고 회복될 것이며, 국민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고 더 큰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르니에르는 어떤 FBI 요원 친척의 시체가 숨겨져 있던 비행기를 찾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나에 관한 예언을 하기도 했다. 내가 6주간의 독일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그녀는 검은머리 여자와 관련된 일 때문에 곧바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독일에 도착하고 사흘 뒤, 나는 정말로 검은머리 여자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내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p420

 

 

 


 














 저자는 토머스 해리스란 소설가에게 자문을 줬다. 그로 인해 탄생한 소설이 <레드 드래곤>과 <양들의 침묵>이다. 저자는 한니발 렉터라는 등장인물의 탄생에 큰 기여를 했다.


 

 <마인드 헌터>로부터 시작된 연쇄살인범과 프로파일러에 대한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개인적으로 <마인드 헌터> 드라마와 책은 강추하고 싶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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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5 23: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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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1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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