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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북플에서 이 책 소개를 보았습니다.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의 저자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네요. 노벨문학상은 몰랐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서친분들이 이 책의 글들을 인용한 부분을 읽었을때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뒤늦게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비틀고 있습니다. 성경 속 '카인' 이란 인물은 동생 아벨을 죽인 죄로 하나님에 의해 이마에 낙인찍힌 '죄 지은 자' 입니다. 그런 '카인' 이 이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해 성경 속의 여러 이야기들을 경험하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카인의 시선과 생각을 따라가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인용하고 싶은 글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너무 많아서 그냥 책 전체를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12p 이며 아주 재미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에 대해서 좀 더 배경지식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성경이야기를 요약한 책 아시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가의 또 다른 책 <예수복음>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래의 글은 하나님이 소돔과 고모라를 불바다로 만든 것을 본 후에 돌아오는 길에서 카인과 아브라함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소돔과 고모라는 동성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도시 전체가 불탑니다. 오늘날 동성연애를 반대하는 교인들의 근거가 되는 성경 속 이야기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우연히 아브라함이 여호화와 이야기를 했던 곳에서 잠깐 발을 멈추었고, 그때 카인이 말했다,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게 뭐요, 아브라함이 물었다. 불에 타버린 소돔과 다른 도시들에도 틀림없이 죄 없는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여호와가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내게 하신 약속을 지켰겠지요.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카인이 물었다, 아이들은 틀림없이 죄가 없었을텐데요. 맙소사, 아브라함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신음 같았다. 그래요, 노인장의 하나님일지는 모르나 그 사람들의 하나님은 아닌 거지요.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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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리뷰]에서는 이 책에 대해서 개략적인 소개만 했습니다. 책 속의 글들을 소개하면 좀 더 와닿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전후 맥락이 빠져있어 전혀 이해가 안 될수도 있습니다. 잘 요약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촘스키의 말씀입니다.


  로나   선생님과 푸코의 정치적 불일치는 어떤 것이었나요?


 촘스키  저는 두 가지 지적 과제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인간 본성의 긴급한 필요에 부응하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는 겁니다.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말입니다. 다른 하나는 현재의 여러 사회에 존재하는 권력과 압제의 성격을 분석하는 겁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푸코의 입장은 이러했습니다. 우리가 현재 상상할 수 있는 것은 현대 부르주아 사회가 만들어낸 것뿐이다. 정의와 '인간 본질의 실현' 같은 개념은 우리 문명이 만들어낸 것이고, 우리의 계급 제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하여 정의라는 개념은 권력을 잡은 계급 혹은 권력을 잡으려는 계급이 내놓는 구실에 불과하다는 거지요. 개혁가나 혁명가의 과제는 권력을 잡으려는 것이지 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하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추상적 정의는 제기할 수도 없고 설령 제기한다 하더라도 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제기될 수는 없다는 거였어요.

 제가 그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푸코는 계급투쟁에 참가하는 사람은 이기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지 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말했어요. 이 점에 대해 저는 아주 다른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사회적 투쟁이라는 것은 어떤 뚜렷한 주장이 있어야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잘 이해되지 않는 가치관과 사실에 바탕을 둔 간접 주장일지라도 주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 주장은 투쟁의 끝에 인간에게 이로운, 더 정의로운 사회가 앞당겨질 것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폭력을 예로 들어봅시다. 저는 절대적인 평화주의자는 아닙니다. 그래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가령 자기방어를 위해서는 폭력을 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폭력 사용을 정당화할 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느라 불가피하다든가 하는 주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만약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적 승리가 온 세상 모든 사람을 화장장으로 보내는 것이라면 계급투쟁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계급의 압제를 끝내고, 그리하여 근본적인 인권을 회복시켜줄 것이라는 주장이 뒷받침되어야 계급투쟁은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물론 복잡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정치에 관한 한 푸코와 저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정의를 말하는데 그는 권력을 말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의 견해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p177~179


 꽤 깁니다만 전문을 수록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촘스키는 절대적인 '정의' 라는 것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자유와 평등을 중시합니다. 이에 반해 푸코는 정의라는 개념은 권력을 잡은 계급 혹은 권력을 잡으려는 계급이 내놓은 구실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정의라는 것의 권력의 산물이다.' 라는 의견입니다. 둘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푸코의 말처럼 역사 속에서 권력은 정의를 만들어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촘스키가 말하는 보편적인 '정의'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유와 평등을 추구합니다. 권력을 쥔 사람은 자유와 평등이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보다 많은 사람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권력이 바라지 않는 '정의' 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복지를 이야기하면 빨갱이라고 몰아가듯이요. 


 다음은 푸코의 말씀입니다. 진리에 대한 말씀인데, 어렵습니다.


 '진리' 는 진술들(담론) 의 생산, 규제, 분배, 유통, 작동을 원활하게 만드는 규칙적 절차의 체계로 이해되어야 한다.

 '진리' 는 그것을 생산하고 지탱하는 권력 체계와 순환 관계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이 유도하고 그것을 확대하는 권력 효과와도 연계되어 있다. 이것을 가리켜 진리의 '체제' 라고 한다.

 이 체제는 단지 이데올로기나 상부구조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본주의를 형성하고 발달시키는 전제 조건이다. 약간 수정되기는 했지만 이와 똑같은 체제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작동한다(중국에 대해서는 잘 모르므로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

 지식인에게 핵심적인 정치적 문제는 과학과 연계된 이데올로기의 내용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과학적 실천에 정확한 이데올로기를 동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가 탐구해야 할 것은 새로운 진리 정치학을 구성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의식- 혹은 그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 이 아니라,. 진리를 생산하는 정치적, 경제적, 제도적 체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권력의 체계로부터 진리를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진리가 이미 권력이므로 해방 운운은 환상입니다), 진리의 권력을 각종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헤게모니 형태- 현재 이 안에서 진리가 작동합니다- 로부터 떼어내는 것입니다.

 요약하면,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오류, 환상, 소외된 의식, 이데올로기 등이 아닙니다. 문제는 진리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니체의 사상이 중요해집니다. -p216

 

 역시 먼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헤게모니란 '가장 통상적인 의미에서 한 집단·국가·문화가 다른 집단·국가·문화를 지배하는 것을 이르는 말' 이라고 합니다. 정치적 지배라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진리는 권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정도밖에 모르겠습니다. 진리는 규칙적 절차의 체계이며, 권력 체계, 권력 효과와도 연계되어 있다. 진리의 권력을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인 지배로부터 떼어내야 한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정치적 합리성은 서구 사회의 역사를 관통하면서 점점 성장했고 굳건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목자권력의 관념을 취했고 이어 국가이성의 형태를 취했습니다. 그 불가피한 효과가 개인화와 전체주의화입니다. 해방은 두 가지 효과 중 어느 하나만을 공격해서는 얻을 수 없고, 정치적 합리성의 근본을 파헤쳐야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 -p258


 위 글은 더 이해가 안가실 겁니다. 용어의 개념이 낯설기 때문입니다. 앞의 글에서 정치적 합리성, 목자권력, 국가이성, 개인화, 전체주의화 등의 용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문단만을 때어놓으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서구사회에서 국가가 형성되었고 국가는 막대한 권력을 손에 넣었습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이게 국가를 유지 운영하는 것을 정치적 합리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정치적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이성을 국가이성이라고 합니다. 국가는 고대의 목자개념을 빌려와서 개인을 돌보고 이끕니다. 그러면서 국가는 개인을 합친 인구라는 개념을 가지고 이를 다룹니다. 출산율, 사망율 등을 관리합니다. 개인을 돌보는 목자권력의 효과가 개인화이며, 인구를 다루는 것의 효과가 전체주의화입니다. 이런 국가의 형성과정을 이해해야지 국가의 권력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렇듯 이 책은 조금 어렵습니다만, 지금껏 접해보지 못했던 개념과 사유들을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푸코의 저서들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오랜만에 어려운 책을 읽고 재미없는 페이퍼를 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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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4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임상의학의 탄생>의 번역이 구리다는 독자 평을 봤어요. <촘스키와 푸코...> 책은 이종인 씨가 번역했는데, 그런데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제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배경지식 없이 덤비듯이 읽었던 터라 지금도 이 책에 본 내용들이 1도 기억나지 않아요. ^^;;

고양이라디오 2016-11-04 17:45   좋아요 0 | URL
저도 <임상의학의 탄생>의 번역이 구리다는 독자평을 봤습니다. 번역이 구리다는 평을 보게되면 책을 보려는 생각이 줄어듭니다ㅠㅋ

<촘스키와 푸코...>은 확실히 배경지식이 없으면 굉장히 어려운 책입니다. 1장은 거의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ㅎㅎ 하지만 2장 부터는 조금 읽을만 했습니다. 저도 제가 확실히 이해했는지, 오독하진 않았는지 모르겠지만요. cyrus님도 지금 읽으시면 충분히 읽어내실 수 있을겁니다ㅎ

긴 글 관심있게 읽어주시고 댓글달아주셔서 감사해요 cyrus님ㅎ 좋은 주말 되시고요~^^

AgalmA 2016-11-05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안 읽고 있었는데 두 분 말씀 참고해서ㅎ; 뭔 소린지 이해하기 위해 애써 보겠습니다~ <과학 혁명의 구조> 번역보다는 좀 낫길 빌어요. 문장이 너무 안 읽혀서 스트레스 때문에 중반까지 읽고 중단 사태;;: 인용하신 부분으로 봐서는 <과학 혁명의 구조>보다는 훨씬 낫네요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1-07 12:24   좋아요 0 | URL
<과학혁명의 구조>... 1/3 쯤 보다가 내려놓은 책입니다. 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읽기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번역도 구렸나보네요ㅠㅋ 읽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 책은 읽는데 힘들지는 않았는데, 이해는 안되더라는...ㅎ 이 책은 번역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ㅎ
 














 알랭 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은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의 개정판입니다. 전 제목인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 먼가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어보이지만 책 내용을 잘 나타내는 제목은 <철학의 위안> 입니다. 알랭 드 보통이 건네는 '철학의 위안' 너무나 고맙게 잘 받았습니다. 지금껏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책 중에 최고였습니다.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이 소개하는 철학자들은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 입니다.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을 빌려서 자신의 생각을 전합니다. 


 첫번째로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빌려서 인기없는 존재들을 위로해줍니다.


 비판의 가치는 비평가들의 숫자나 지위 고하가 아닌, 그들의 사고 과정에 달려 있다.

 

 "모든 이의 의견을 다 존중할 필요 없이 단지 몇 명만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무시해도 된다는 사실, 훌륭한 의견은 존중하되 나쁜 의견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다는 사실, 그것 참 멋진 원칙이라고 자네는 생각하지 않는가? 훌륭한 의견은 이해력을 가진 사람들의 것인 반면, 나쁜 의견은 이해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것이지......

 그러니 훌륭한 나의 친구여, 우리는 민중이 우리에 대해 어떤 말을 하든 마음 쓸 필요가 없소. 하지만 전문가들이 정의와 불공평의 문제에 대해 하는 말에는 신경을 써야 하오." -소크라테스, p57


 멋진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남들의 모든 비난과 비판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이의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비판은 받아들여야 겠지만, 나쁜 의견은 무시해도 상관없습니다. 이로서 우리는 남들의 시선, 판단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은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상상하다가 <엘리펀트 맨> 이라는 비디오를 보다가 흐느껴 울었던 어느 날 오후를 떠올립니다. 


 "소크라테스와 그 영화의 주인공은 가장 슬픈 운명으로, 말하자면 선한 존재인데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악한 존재라고 비난받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p67

 

 소크라테스는 대중에게 오해를 받고 재판에서 패해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철학이란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대중의 비난에도 전혀 흔들림없이 초연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 또한 남들의 비난을 이성적으로 분별해서 받아들인다면 나쁜 의견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 에피쿠로스를 통해서 물질적인 쾌락보다 우정, 사색, 예술, 자연, 소박함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세번째는 세네카를 통해 좌절에 대한 위안을 줍니다. '가벼운 슬픔은 말이 많고 큰 슬픔은 말이 없다.' 등 수많은 격언으로 기억되는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 그는 네오 황제의 광기로 인해 죽음을 선고받았지만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초연하게 받아들입니다. 세네카는 운명에 순응하는 체념의 기술을 알려줍니다.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 걸. -p179

 

 네번째로, 몽테뉴를 통해 부적절한 존재들에게 위안을 줍니다. 몽테뉴는 인간의 하찮음, 평범함에 주목했습니다. 그동안 철학자들이 그렸던 이성적이고 완벽한 인간의 모습이 아닌 방귀 뀌고, 트름하는 보통의 자연적인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의 <수상록> 을 사놓고 읽다가 말았는데, 다시 꺼내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다섯번째로, 쇼펜하우어는 사랑에 실패하고 상심한 마음을 위로해줍니다. 그는 염세주의 철학자로 유명한데요, 그런 그에게 위안을 받다니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쇼펜하우어에 대해서 알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어서 빨리 그의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읽어보고 싶습니다.

 

 잠시 쇼펜하우어의 인생을 들여다보겠습니다.


 1818년 쇼펜하우어는 스스로 걸작이 될 것으로 믿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집필을 끝낸다. 그 책에서 그는 자신에게 친구가 없는 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천재성을 타고난 사람은 좀처럼 사교적이기 어려운데, 어떤 대화가 있어 그 자신의 독백만큼 지적이고 유쾌하겠는가?" -p276


 1840년 그는 하얀 암컷 푸들을 새로 한 마리 얻어 이름을 브라만의 우주령을 본따서 '아트마' 로 짓는다. 그는 대체로 동양 종교에, 그 중에서도 브라만교(그는 매일 밤 <우파니샤드> 몇 쪽을 읽는다)에 특별히 이끌린다. 그는 브라만을 '가장 고귀하고, 가장 오래된 사람들' 이라고 묘사하며, 자신의 청소부인 마가레타 슈네프가 그의 서재에 놓여 있던 불상의 먼지를 털지 말라는 자신의 지시를 무시할 때면 그녀를 해고하겠다고 협박한다. -p282


 1851년 그는 에세이와 금언을 골라 엮은 <소논문과 보충 논문>(국내에는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이라는 제목으로 분역 출간되었다.) 을 출간한다. 작가 본인도 깜짝 놀라게끔, 이 책은 뜻밖에 베스트셀러가 된다. -p284 


 쇼펜하우어는 자기 어머니의 친구인 괴테가 사랑이 안겨주는 고통의 상당 부분을 지식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그를 무척 존경했다. -p317

 


















 사랑에 실패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사랑을 거부당한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한다. 그는 더 이상 혼자서만 고통받고 외로워하고 혼란을 겪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침내 그는 인류사를 내려오면서 종의 번식을 위해서 애를 쓰느라 다른 인간과 사랑에 빠졌던 수많은 인간군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그의 고통은 약간 통증이 누그러지면서 보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되고, 개인적인 저주는 조금씩 빛을 잃게 된다. 이런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그 자신이 삶의 여정에서, 그리고 삶의 불행에서 그 사람은 이제 자신의 개인적인 운명보다는 전체로서 인류의 운명을 더 돌아볼 것이다. 따라서 그 사람은 고통받는 존재보다는 뭔가를 아는 사람(knower)으로서 행동할 것이다."


 어둠 속에서 땅을 파는 사이사이에 우리는 자신의 눈물을 지식(knowledge)으로 바꾸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p321


 어쩌면 저의 지식욕도 눈물을 지식으로 바꾸기 위한 욕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여섯번째는 제가 좋아하는 니체입니다. 니체는 곤경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나와 약간이라도 인연을 맺고 있는 인간 존재들에게 나는 고통과 절망, 질병, 냉대, 경멸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나는 그 사람들이 지독한 자기경멸과 자기불신의 고문, 패배당한 자의 열등감과 동떨어져 지내지 않기를 희망한다. 


 가장 훌륭하고 가장 풍부한 결실을 남긴 사람들의 삶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그대 자신에게 악천후와 폭풍을 견디지 못하는 나무들이 앞으로 거목으로 훌쩍 자랄 수 있을지를 한번 물어보라. 불운과 외부의 저항, 어떤 종류의 혐오, 질투, 완고함, 불신, 잔혹, 탐욕, 그리고 폭력, 이런 것들이 사실은 호의적인 조건에 속하지 않는지 곰곰 따져보라. 이런 것들을 경험하지 않고는 어떠한 위대한 미덕의 성장도 좀처럼 이룰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p322


 곤경은 우리를 더욱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 라는 말도 있고, 니체는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라고도 말했습니다.


  니체는 우리가 좌절에 봉착했을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기를 원했을까?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심지어 우리가 그것을 갖지 않았을 때라도, 아니 결코 가질 수 없을지라도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계속 굳게 믿으라고 가르쳤다. 달리 표현하면, 어떤 선한 것들을 손에 넣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만으로 그것들을 모욕하고 악으로 치부하고픈 유혹에 굴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 행동 방식의 가장 좋은 모델을 우리는 끝없이 비극적이었던 니체 자신의 삶에서 엿볼 수 있다. -p377


 인간의 병 중에서 가장 나쁜 병은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다스리는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치유로 보이는 것이 결국에는 그 치유의 대상이 되었던 병보다 더 독한 무엇인가를 낳았다. 즉각적으로 효과를 나타내는 수단들, 마취와 도취, 소위 말하는 위안들은 무지하게도 치유책으로 여겨졌다.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고통을 즉각 진정시키는 방법들은 그 고통을 낳은 불만을 더욱 악화시키는 대사를 치른다는 사실 말이다. -p385

 

 아! 너무나 멋진 말들입니다. 특히 마지막 문단은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증상을 숨기는 치료는 훗날 더 큰 질병을 불러옵니다. 자신의 힘, 자생력으로 병을 물리쳐야 진정으로 질병을 물리치는 것입니다. 예를들면, 잠이 안 온다고 계속 수면제를 복용하면 훗날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수면제는 치매의 위험도를 높입니다. 수면제는 잠이 못 드는 정신과 신체의 원인을 살피기 보다는 당장의 눈가리는 식의 치료입니다. 계속 수면제를 복용하면서 정신과 신체를 돌보지 않으면 병은 악화될 뿐입니다. 


 이 책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인기없음, 가난, 좌절, 상심, 어려움 등의 문제를 갖고 계시는 분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철학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성찰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를 이겨내고 극복해낼 힘을 얻으실 겁니다. 니체가 당신에게 힘과 용기를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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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1-03 18: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디오님 덕분에 또 책탑은
높아만 갑니다요
지름신 영접할 듯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1-03 18:59   좋아요 2 | URL
죄송합니다ㅎ 저도 저때문에 힘듭니다. 여기 소개된 책들은 저도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요ㅠㅋ

책을 여러 권 사면 몇 권은 읽게 되고 몇 권은 안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1~2권씩 사서 읽는게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너무 지르지 마세요~ㅎㅎ

매너나린 2016-11-03 1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쩜 이리도 자상하게 소개를 해주시는지..북프리쿠키님 말씀처럼 책욕심을 마구마구 부추켜 주시는군요^^

고양이라디오 2016-11-03 19:19   좋아요 3 | URL
칭찬감사합니다^^ 알랭 드 보통의 위안보다 매너나린님의 칭찬이 더 기분좋습니다ㅎ 좋은 책들은 욕심내셔도 괜찮지 않을까요ㅎ?

AgalmA 2016-11-04 0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극적인 시랑이야기로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개인차라고 할 수 있겠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많은 젊은이들이 자살했던 걸 생각하면... 그러고보니 알랭 드 보통 사랑 소설들은 그 계보를 잇는 것이었다 하겠군요.
몽테뉴가 수상록에서 세네카를 하도 극찬해서 세네카를 읽어보고 싶긴 하던데 책탑이 줄어들지 않으니^^;;

고양이라디오 2016-11-04 09:22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 생각했어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도 시간이 흐른 뒤에 봐야하나봐요. 알랭 드 보통 소설도 읽어봐야겠고, 세네카의 책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세네카도 맘에 들었어요ㅎ

저도 책탑이 줄어들지는 않고 점점 쌓여갑니다. 그래서 요즘 도서관에서 빌리는 권수를 줄이고 있어요ㅠ 왜 산 책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더 잼있을까요?ㅎㅎㅎ

AgalmA 2016-11-04 09:43   좋아요 1 | URL
맞아요ㅎㅎ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좋아 사면 그 책이 시들해서 괜히 샀나 할 때도 있어서^^;;
요즘은 도서관에서도 바로 읽을 책만 빌려요. 무리하게 빌려서 다 못 읽고 반납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책 여러 권 샀다가 안 읽고 미뤄두는 책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상황ㅎ

고양이라디오 2016-11-04 09:51   좋아요 1 | URL
과유불급이라고 빌릴 때나 살때나 딱 읽을 책만 빌리거나 사면 좋을텐데요ㅠ 욕심이 많아서 그게 잘 안됩니다ㅎ
어제도 중고등록 해놓은 책이 하나 떠서 다른 책들도 함께... 사버렸어요ㅠㅋ

AgalmA 2016-11-04 10:08   좋아요 1 | URL
알라딘 중고도서는 정말 치명적이죠ㅎ;; 읽고 싶었던 책 알람을 받고 안 사긴 참 어려우니... 그저께 샀는데 오늘도 사야 하나ㅜㅜ 갈등하다가 누군가 잽싸게 채어가면 운명이야...하며 안도의 한숨을 쉴 때도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1-04 12:3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알라딘 중고도서 너무 치명적입니다. 안 사면 금방 없어져버려요ㅠ 홈쇼핑 시간제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랬었겠군요ㅠ

머피의 법칙처럼 꼭 사고 싶었던 중고도서는 책 구입 후 몇일 후에 알람이 뜹니다. 책 사고 이틀 후에 중고도서 때문에 또 책 권을 샀어요ㅠㅋㅋ

sb 2016-11-29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1-29 15: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이자 시리즈입니다. 네델란드 만화가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의 <종교가 된 사적인 고민들>입니다. 만화로 세계 5대 종교에 대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고 정리도 잘 되어있습니다.













 같은 저자의 다른 시리즈, <철학이 된 엉뚱한 생각들> 과 <과학이 된 무모한 도전들>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과학사, 철학사를 가볍게 산책해보시기 바랍니다.


 최근 들은 팟캐스트 <지대넓얕>에서 채사장이 인생 책 3권으로 <성경>, <우파니샤드>, <공산당 선언>을 추천했습니다. 종교에 대해서는 무지한데 종교서들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추천하는 책과 영화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불교관련서적과 영화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꼭 읽어보고 싶은 철학서입니다. <티벳 사자의 서>는 두 가지가 출판사가 있는데 앞에꺼는 류시화씨가 번역했으나 500p가 넘고 두번째는 김영사에서 출판되었고 300p정도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붓다가 주인공이고 붓다의 삶과 불교사상을 잘 보여주는 최고의 소설입니다. 영화 <아일랜드>가 불교랑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볼만한 영화입니다.


 힌두교 관련서적으로는 
















 <우파니샤드>와 <바가바드 기타>가 있습니다. 죽기전에는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영화 <도그마>입니다. 코믹액션판타지라고 합니다. 종교에 관한 영화입니다. 맷데이먼도 출연하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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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비>는 고전독작가 간호윤씨의 세상과 자신에 대한 솔직한 비평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7장 '읽고 본 것에 대한 단상' 에는 저자가 읽은 책과 영화에 대한 리뷰들이 담겨있습니다. 관심가는 책과 영화 몇 편을 기록해둡니다.


 














 알라딘 외국에세이 1위의 책입니다. 대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자연에서의 삶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220p의 얇은 책입니다. 도시의 삶에 지쳐서 자연이 그리울 때 한 번 펼쳐보고 싶은 책입니다. 


 



 











 저자 콜린 윌슨이 말하는 아웃사이더의 근본 문제는 "일상의 세계 대한 본능적인 거부이며 그 일상의 세계가 무언가 지루하고 불만족스럽다고 느끼는데 있다." (-417p, <아웃사이더>) 라고 하였다. 


 저도 요즘 스스로 아웃사이더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한 번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왕가위감독 양조위, 장만옥 주연의 <화양연화> 입니다. 제목은 익숙합니다.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합니다. 명성만큼 훌륭한 영화같습니다.















 말론 브란도 주연의 작품입니다. '성에 대한 가장 유명한 영화', '감독을 법정에까지 세웠던 위험한 영화', '예술이냐 외설이냐는 문제작' ...등 수많은 수식어를 단 영화라고 합니다.


 














 "실수해서 발이 엉키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지금 탱고를 시작한 겁니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장님인 알파치노가 한 말입니다. 탱고대신에 사랑이란 단어로 바꿔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대부>를 재미있게 봐서 그런가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를 다시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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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4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04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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