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책이라 기대했는데 다소 실망한 책입니다. 



 최대한으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학은 세상에 대한 지식을 모아서 그 지식을 시험 가능한 법칙과 원리로 응축하는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탐구이다. -p112 


 저는 과학에 대한 과학자들 정의를 좋아합니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입니다. 



 그렇다면 통섭 세계관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현상들 - 예컨대, 별의 탄생에서 사회 조직의 작동에 이르기까지 - 이 비록 길게 비비 꼬인 연쇄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물리 법칙들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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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스 팟캐스트를 보고 알게 된 책이다. 유시민,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했다고 한다. 팟캐스트에서 저자 분이 나오셨는데 어찌나 말씀을 재밌게 하시던지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까 했는데 베스트셀러라 그런지 모든 책이 대여 중이고 예약도 3명씩 꽉 차있었다. 결국 구입해서 보았고 재미있게 보았다. 올해 Top 5 안에 들 것 같다. 23년 1월 최고의 책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해학과 유머, 풍자가 가득한 멋진 책이었다. 웃겼다 울렸다하는 작가의 솜씨가 놀라웠다. 



 불타는 마을, 쨍한 가을 하늘을 온통 틀어막은 잿빛 연기, 그 연기 속에 오줌을 지리며 까무러친 아홉살의 작은 아버지, 총을 세방이나 맞고 눈도 감지 못한 채 조상 대대로 시를 읊던 정자 앞에 주검으로 누워 있던 할아버지, 큰 언니의 이야기가 어찌나 생생했는지 나도 잠시 1948년의 가을 반내골에 서 있는 것 같았다.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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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스 드 발의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었다. 그의 다른 책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인간과 고등동물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의 차이는

 비록 크기는 하지만, 분명히 정도의 문제이지 종류의 문제는 아니다.


 -찰스 다윈(1871)


 가끔 진화론의 역사를 보면 다윈이 얼마나 선구적이었는지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다윈의 말을 무시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다윈의 견해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 인지에 관해서도 그렇다. 과거에 동물의 감정과 마음을 무시한 스키너를 필두로 한 행동주의자들은 이제 설 자리를 잃었다. 아래는 행동주의자가 외부 단서들에만 완전히 의존하는 태도를 삐고는 농담이다. 


 사랑을 나누고 나서 한 행동주의자가 다른 행동주의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나눈 사랑은 당신에게는 아주 좋은 것이었어. 나는 어땠어?"  -p71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질문 방법에 노출된 자연이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58) 


 동물을 인간의 기준으로 관찰하고 해석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이야기들도 나온다. 기억나는 두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첫째, 한 때 과학자들은 코끼리는 자기인식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험과정에서 잘못이 드러났다. 거울이 충분히 크지 않아서 코끼리가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었다. 코끼리가 자신의 몸 전체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큰 거울로 실험하자 코끼리는 자신을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두번째로 침팬지는 얼굴인식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침팬지에게 인간의 얼굴을 구별할 수 있는지 실험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인간의 오만에서 비롯된 실험이었다. 침팬지가 인간의 얼굴을 왜 구별해야 하는가?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들의 얼굴을 아주 잘 구분하고 기억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침팬지의 얼굴만으로 침팬지를 구별하려면 충분히 많은 시간을 관찰해야 한다. 인간에게 침팬지 얼굴을 구별하는 실험을 하고 얼굴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인간에게 얼굴인식능력이 없다고 결론짓는 것처럼 어이없는 실수였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할 때가 많았다. 아래는 그 중 하나이다. 동물은 특정 부분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인지 능력을 보여준다. 


 클라크잣까마귀는 가을에 수 평방킬로미터 면적의 땅에서 수백 군데에 잣을 2만 개 이상 숨겨 놓는다. 그리고 겨울과 봄에 그중 대부분을 회수한다. -p27


 아마 이것을 해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재밌게 봤다.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충분히 신기하고 놀랍진 않았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에서 동물이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너무 많이 봐서 일까?  



 















 침팬지의 정치와 권력 투쟁, 권모술수를 다룬 저자의 다른 책 <침팬지 폴리틱스>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군주론>도 이런 침팬지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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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3-01-03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까마귀 넘 똑똑해서 놀랐어요. 새 붙은 욕 쓰면 안 될거 같아요 ~ 전 문어 다큐 보고 그 후론 문어를 못 먹겠어요. 넘 똑똑하고 귀여워서요 ㅠㅠ

고양이라디오 2023-01-03 20:11   좋아요 1 | URL
저도 문어 다큐보니 문어 먹기 싫어지더라고요ㅠ 원래도 잘 안먹었지만ㅠ

까마귀랑 까치 앵무새 너무 똑똑해요. 앵무새는 덧셈도 한데요ㅎㄷㄷ
 
















 오랜만에 정희진 작가의 책을 읽었다. 영화를 좋아하는지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보고 싶은 영화와 책들을 기록해 본다. 

 















 조지 클루니의 <인 디 에어>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착각이 매우 슬프고 외로운 방식으로 나타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은 안착을 거부하는 자신과 비슷한 연애관을 가진 줄 알았던 여성을 찾아가는데, 그 여성은 '행복한 가정의 주부'였고 그는 도망치듯 떠난다. -p30


 그가 주연한 <시리아나>, <마이클 클레이튼>, <인 디 에어>를 보길 권한다. 특히 <시리아나>를 강력히 추천한다. 이 영화들에서 그는 반미주의자 혹은 공산주의자이며, 인생의 바닥을 수십 번 치고도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매력적인 루저이며, 패배를 반복하고도 변화할 줄 아는 인간을 연기한다. -p122




 아래는 공감가는 글이다. 


 최근 작고한 철학자 장춘익은 그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주 인용하게 된다. "오래가는 항의는 아무튼 짜증나는 거야. 내가 잘 돌보고 싶은 아이도 자꾸 울면 짜증나는데, 별로 동의해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자꾸 하면 정말 짜증이 안나겠어? ...... 항의는 내가,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같은 항의가 오래 반복된다는 것은 그렇게 오랫동안 결핍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항의 기간이 길어지면 저쪽은 짜증나고 이쪽은 초라하고 비참한 거야. ...... 네가 세상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흡수하는 것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야. ...... 페미니즘9다른 입장도 마찬가지다 -필자)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는 것이야. 페미니즘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p53


 


 


 






 이경미 감독, 손예진 주연의 <비밀은 없다>도 한 번 보고 싶다. 감독의 전작 <미쓰 홍당무>를 재밌게 봐서 관심이 간다. 책에서 스포를 당했지만 그래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는 2017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작품상 후보작이었다. 미국 흑인민권운동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궁금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신뢰하는 감독이라 그의 첫 영화 <이투마마>도 보고 싶다. 정희진씨는 이 영화를 '황홀했다'고 평했다.




  1957년에 처음 출간된 에드가 모랭의 <스타>는 우상의 역사부터 시작해 현대 사회 대중문화의 정치경제학과 심리학을 다룬 역작이다. -p129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아일랜드 '자주국방'을 다룬 켄 로치 감독 작품이다. 켄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도 아름다운 영화라고 하니 궁금하다.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도 재밌을 거 같다. 류준열 배우도 나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도 보고 싶다. <어느 가족> 외에도 <아무도 모른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그의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 




 내 취향의 작품들은 많지 않았지만 생각해볼 거리를 주거나 진지하고 좋은 작품들을 알게 되어 좋았다. 당분간 영화에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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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픽션 소설입니다. 과학자들의 이야기에 허구를 첨가해서 멋지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슈바르츠실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은 것은 이것이었다. 물질이 이런 종류의 괴물을 낳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 정신과도 상관관계가 있을까? 인간 의지가 충분히 집중되면, 수백만 명의 정신이 하나의 정신 공간에 압축되어 하나의 목적에 동원되면 특이점에 비길 만한 일이 벌어질까? 슈바르츠실트는 그런 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조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쿠란트는 그를 달래려 애썼다. 슈바르츠실트가 두려워하는 종말의 징조는 전혀 보지 못했으며 자신들이 빠져든 전쟁보다 나쁜 일은 일어날 리 없다고 말했다. (중략) 특이점은 어떤 경고도 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돌아올 수 없는 지점, 한번 넘으면 무지막지하게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한계에는 어떤 표시도 경계도 없다고. 그 선을 넘는 사람은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모든 가능한 궤적이 돌이킬 수 없이 특이점으로 이어지기에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슈바르츠실트가 눈에 핏발이 선 채 물었다. 그 문턱의 성질이 이렇다면 우리가 이미 특이점에 들어섰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p71~72 


 슈바르츠실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해를 최초로 구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특이점과 블랙홀의 존재를 인식합니다. 슈바르츠실트는 특이점의 개념을 인간의 정신에도 적용해봅니다. 때문에 나치의 독일을 두려워합니다. 


 특이점은 인공지능의 개념에서도 많이 인용됩니다. 인공지능이 더 나은 인공지능을 설계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을 넘어서면 인공지능은 짧은 시간에 급격한 발전을 이룹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특이점을 넘어선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금 특이점을 향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양자역학은 우리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우리는 양자역학을 이용할 줄 알며 양자역학은 마치 신기한 기적처럼 작동하지만, 이것을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막론하고 단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정신은 양자역학의 역설과 모순을 감당할 수 없다. 양자역학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떨어진 이론 같아서 우리는 유인원처럼 그 주위를 뛰어다니고 만지작거리고 노리개로 쓸 뿐 결코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p253 


 이 책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과연 인류가 양자역학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날이 올까요? 



 레몬나무, 연어, 청어로 든 은유도 신선했습니다. 죽음을 앞둔 풍요는 인류의 파괴적 성장과 비슷해보입니다. 우리의 파괴적 성장은 죽음을 앞둔 풍요의 징조일까요?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는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아래는 저자가 참고한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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