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희진 작가의 책을 읽었다. 영화를 좋아하는지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보고 싶은 영화와 책들을 기록해 본다.
조지 클루니의 <인 디 에어>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착각이 매우 슬프고 외로운 방식으로 나타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은 안착을 거부하는 자신과 비슷한 연애관을 가진 줄 알았던 여성을 찾아가는데, 그 여성은 '행복한 가정의 주부'였고 그는 도망치듯 떠난다. -p30
그가 주연한 <시리아나>, <마이클 클레이튼>, <인 디 에어>를 보길 권한다. 특히 <시리아나>를 강력히 추천한다. 이 영화들에서 그는 반미주의자 혹은 공산주의자이며, 인생의 바닥을 수십 번 치고도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매력적인 루저이며, 패배를 반복하고도 변화할 줄 아는 인간을 연기한다. -p122
아래는 공감가는 글이다.
최근 작고한 철학자 장춘익은 그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주 인용하게 된다. "오래가는 항의는 아무튼 짜증나는 거야. 내가 잘 돌보고 싶은 아이도 자꾸 울면 짜증나는데, 별로 동의해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자꾸 하면 정말 짜증이 안나겠어? ...... 항의는 내가,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같은 항의가 오래 반복된다는 것은 그렇게 오랫동안 결핍의 상태에 있다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항의 기간이 길어지면 저쪽은 짜증나고 이쪽은 초라하고 비참한 거야. ...... 네가 세상에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흡수하는 것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야. ...... 페미니즘9다른 입장도 마찬가지다 -필자)이 네 주장의 설득력을 보증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의 지식이 너의 페미니즘에 설득력을 가져다주는 것이야. 페미니즘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지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네 페미니즘도 신뢰한단다." -p53
이경미 감독, 손예진 주연의 <비밀은 없다>도 한 번 보고 싶다. 감독의 전작 <미쓰 홍당무>를 재밌게 봐서 관심이 간다. 책에서 스포를 당했지만 그래도 재밌지 않을까 싶다.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는 2017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작품상 후보작이었다. 미국 흑인민권운동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궁금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신뢰하는 감독이라 그의 첫 영화 <이투마마>도 보고 싶다. 정희진씨는 이 영화를 '황홀했다'고 평했다.
1957년에 처음 출간된 에드가 모랭의 <스타>는 우상의 역사부터 시작해 현대 사회 대중문화의 정치경제학과 심리학을 다룬 역작이다. -p129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아일랜드 '자주국방'을 다룬 켄 로치 감독 작품이다. 켄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도 아름다운 영화라고 하니 궁금하다.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도 재밌을 거 같다. 류준열 배우도 나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도 보고 싶다. <어느 가족> 외에도 <아무도 모른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그의 작품들을 만나보고 싶다.
내 취향의 작품들은 많지 않았지만 생각해볼 거리를 주거나 진지하고 좋은 작품들을 알게 되어 좋았다. 당분간 영화에 빠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