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스 드 발의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었다. 그의 다른 책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도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인간과 고등동물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의 차이는
비록 크기는 하지만, 분명히 정도의 문제이지 종류의 문제는 아니다.
-찰스 다윈(1871)
가끔 진화론의 역사를 보면 다윈이 얼마나 선구적이었는지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다윈의 말을 무시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다윈의 견해로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된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 인지에 관해서도 그렇다. 과거에 동물의 감정과 마음을 무시한 스키너를 필두로 한 행동주의자들은 이제 설 자리를 잃었다. 아래는 행동주의자가 외부 단서들에만 완전히 의존하는 태도를 삐고는 농담이다.
사랑을 나누고 나서 한 행동주의자가 다른 행동주의자에게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나눈 사랑은 당신에게는 아주 좋은 것이었어. 나는 어땠어?" -p71
우리가 관찰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질문 방법에 노출된 자연이다.
-베르너 하이젠베르크(1958)
동물을 인간의 기준으로 관찰하고 해석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이야기들도 나온다. 기억나는 두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첫째, 한 때 과학자들은 코끼리는 자기인식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험과정에서 잘못이 드러났다. 거울이 충분히 크지 않아서 코끼리가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었다. 코끼리가 자신의 몸 전체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큰 거울로 실험하자 코끼리는 자신을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두번째로 침팬지는 얼굴인식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침팬지에게 인간의 얼굴을 구별할 수 있는지 실험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인간의 오만에서 비롯된 실험이었다. 침팬지가 인간의 얼굴을 왜 구별해야 하는가?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들의 얼굴을 아주 잘 구분하고 기억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침팬지의 얼굴만으로 침팬지를 구별하려면 충분히 많은 시간을 관찰해야 한다. 인간에게 침팬지 얼굴을 구별하는 실험을 하고 얼굴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인간에게 얼굴인식능력이 없다고 결론짓는 것처럼 어이없는 실수였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할 때가 많았다. 아래는 그 중 하나이다. 동물은 특정 부분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인지 능력을 보여준다.
클라크잣까마귀는 가을에 수 평방킬로미터 면적의 땅에서 수백 군데에 잣을 2만 개 이상 숨겨 놓는다. 그리고 겨울과 봄에 그중 대부분을 회수한다. -p27
아마 이것을 해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재밌게 봤다. 신기하고 놀라웠지만 충분히 신기하고 놀랍진 않았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에서 동물이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너무 많이 봐서 일까?
침팬지의 정치와 권력 투쟁, 권모술수를 다룬 저자의 다른 책 <침팬지 폴리틱스>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군주론>도 이런 침팬지의 마음과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