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 언급되어서 읽게 되었다. 이어령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인터뷰했던 기자 김지수씨는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의 저자 케이틀린 도티를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도 찾아 읽어보고 싶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장의사의 일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었다. 3분의 2쯤 읽었는데 만족스럽다.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유머가 있다. 저자는 중세를 전공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들도 많아 더욱 좋았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병원의 위생적인 환경에서 죽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다. 19세기 말에,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은 가진 것 없고 식구도 없는 궁핍한 사람에게나 있는 일이었다. 누구나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집에 있는 침대에서, 친구들과 가족에게 둘러싸여 죽고 싶어 했다.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미국인의 85퍼센트 이상이 집에서 죽었다. -p80


 지금도 모두가 병원보다 집에서 죽고 싶어하리라 생각한다. 친구들과 가족에게 둘러싸여 죽는 것만큼 좋은 죽음이 또 있을까? 하지만 한 편으로는 핵가족화, 맞벌이로 인해 집에 있는 환자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진 건 아닐까? 



 오늘날, 시체를 억지로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선진국에서만 누리는 특권이다. 바라나시의 보통날, 인도의 갠지스 강둑 위에는 80개에서 100개쯤 되는 화장터가 자리 잡고 불이 타오른다. 매우 공개적인 화장(때로는 인도의 불가촉천민 계급의 어린 아이들이 담당하는)이 끝나면 뼈와 재는 성스러운 강물 속으로 흘려보낸다. -p89 


 나는 20대 초에 인도 바라나시를 여행했다. 바라나시의 화장에 대해 몰랐다. 그래서 굉장히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시체를 봤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화장을 봤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의도적으로 보는 것을 회피했던 거 같다. 단순 관광객의 시선으로 구경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래도 기억이 생생한 장면은 있다. 화장터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웃으며 뛰어노는 장면이다. 그 모습을 보며 '죽음과 생이 그다지 멀지 않구나. 인도에서는 이렇게 가깝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느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죽음과 생이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 그 둘이 그렇게 다른 것이 아니라는 느낌. 


 

 아래는 지하철에서 자살을 한 제이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제이콥 쪽으로 질주하는 열차를 제때 멈출 길이 없어 그의 두 눈을 들여다봐야 했던 열차 기관사 입장에서 입은 피해는, 금전적인 것이 아니다. 열차 기관사들은 일하는 동안 본의 아니게 평균 세 명을 치어 죽인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안정적이고 심지어 바람직하기까지 한 이 직업에서 가장 정 떨어지는 지점은 누군가(혹은 여러 명)를 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p94  


 저자는 제이콥의 자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의 자살 방식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금전적인 피해와 더불어 수많은 사람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그의 방식은 나도 좋지 못하다 생각한다. 


 

  1800년대 후반, 파리 시민들은 매일 수천 명씩 시체 보관소에 와서 신원 미상의 시체를 구경했다. (중략) 시체 보관소 전시가 파리 시민들 사이에서 '너무' 인기가 많아지는 바람에, 결국 나중에는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p95

 

 우리는 시체를 보지 못한다. 죽은 자의 프라이버시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우리는 너무 죽음과 시체로부터 격리되고 멀어졌다. 



  티베트 고산 지대에서는 땅에 바위가 너무 많아 매장을 하지 못하는 데다 나무마저 드물어 화장에 필요한 장작을 만들 수 없다. 티베트인들은 망자를 처리하는 색다른 방식을 발달시켰다. 직업적인 로규빠(시신을 부수는 사람)가 시신에서 살을 잘게 자르고, 남은 뼈는 보리 가루와 야크 버터와 함께 밯는다. 시체는 높고 평평한 바위 위에 놓아두어 독수리들이 먹도록 한다. 새들이 날아들어 그 시체를 파먹고 하늘로 날아올라 사방팔방으로 실어 나른다. 이렇게 남은 살을 다른 짐승들이 먹도록 놔두는 것은 시체를 처리하는 너그러운 방식이다. -p130

 

 예전부터 궁금했던 티베트의 장례, 천장의 이유에 대해 알게 되서 좋았다. 역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만약 브루스 같은 장사꾼이 자기 친어머니한테는 결코 하지 않을 짓이 방부처리라면, 왜 우리는 아무에게나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나는 궁금했다. -p131 


 브루스는 저자가 함께 일하는 방부처리사다. 이 책에서는 방부처리에 대해서도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자신의 어머리를 직접 화장할 수는 있겠지만, 어머니를 방부처리를 못하겠다고 브루스에게 말한다. 브루스 역시 동의한다. 



 영아 화장은 성인 화장과 대부분 같은 방식으로 행해진다. 혹시 이름이 있다면, 우리는 아기들의 이름을 기입했다. 종종 아기들의 이름은 그저 '존슨네 아기' 혹은 '산체스네 아기' 이런 식으로 라벨이 붙여진다. 그들에게 완전한 이름이 있는데, 심지어 원래 이름인 'Caitline'을 잘못 적어 ' KateLynne' 으로 쓰는 식으로 뭔가 고약한 일이라도 있으면 더 슬프다. 완전한 이름을 보면, 아기가 태어나 가족의 일원이 되기를 그 부모들이 얼마나 바랐는지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p141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슬펐던 부분이다. 아이들의 죽음은 다른 죽음보다 항상 더 슬프게 느껴진다. 



 웨스트윈드에서 배운 모든 것에 대해 나는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외치고 싶다. 매일 죽음을 되새기다 보면 날마다 더 생생해지는 색채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p184


 날마다 죽음을 되새기면 현재의 삶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이해할수록, 

우리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케이틀린 도티,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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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0 0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0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락방님의 찬사 때문에 읽은 책입니다. 저 역시 이 책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다시 읽을 책 리스트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이 책은 당연히 포함입니다. 최근에 보르헤스의 글을 읽었는데 새로운 책을 읽기보다는 읽은 책을 다시 읽으라고 권하시더군요. 예전에는 공감이 덜 됐는데 요즘은 공감이 많이 됩니다.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가 가져 마땅한 미치광이들이 생겨난다." 영국의 역사가 로이 포터가 언젠가 쓴 말이다. -p146


 
















 저는 다른 동물들의 인지 능력에 관심이 많습니다. <물고기는 알고 있다>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다른 동물들의 인지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래는 이 책의 중요한 스포일러입니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물고기에 관해 생각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빛 물고기 한 마리가 내 머릿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모습을 그려본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우리가 자연 위에 그은 선들 너머에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어떤 범주들이 무너질 참일까? 구름도 생명이 있는 존재일 수 있을까? 누가 알겠는가. 해왕성에서는 다이아몬드가 비로 내린다는데. 그건 정말이다. 바로 몇 년 전에 과학자들이 그 사실을 알아냈다.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p263


 이후로도 2페이지 이상 이어지는 글이 너무나 좋은데 전부 옮기기는 귀찮아서 일부만 소개합니다. 


 

 책의 마지막을 읽으면서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 깨달음을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알고 있던 개념들인데도 이 책의 스토리텔링과 구성에 매료되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념, 범주들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입니다. 자연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생각, 믿음조차 사실은 우리가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합니다.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해.', '나는 쓸모없는 존재야.' 등등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 혹은 '나는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 와 같은 생각들도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자아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합니다. 자아조차도 믿지 말라고 말합니다. 


 저도 요즘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항상 의심해 봅니다. 지나친 믿음과 신념을 버리고 항상 자신의 생각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들여다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제니퍼 마이클 헥트의 <살아야 할 이유>는 자살에 반대하는 훌륭한 비종교적 주장을 펼쳐놓은 책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가 추천한 책이라 읽어보고 싶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의 책입니다. 룰루 밀러의 책이 나오면 읽고 싶고 이 책도 다시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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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07 1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살아야 할 이유>를 준비해두었답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2-09-07 15:55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은 책의 저자가 추천한 책은 그냥 지나칠 수 없죠^^ㅎ

덕분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락방님 아니었으면 지나쳤을지도. 감사합니다^^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달라이 라마의 책이 광고에 떠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레타 툰베리는 19살의 기후변화 지도자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혜롭고 용기있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그레타 툰베리의 이름과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다 읽었는데 마음이 무겁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은 다들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각종 수치와 현실을 보여준다. 상황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21세기 말에는 수억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수많은 생물종이 멸종의 길을 걸을 것이다. 가뭄, 폭우, 태풍, 허리케인 등의 기후현상은 훨씬 심해질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문제는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아무런 대응도 대비책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인식하고 행동으로 옮겨야하는데 하면서 걱정하는 단계이다. 온난화 현상은 악순환의 피드백 루프를 가지고 있다. 온난화 현상이 심해질수록 더욱 가속화되는 구조다. 그리고 티핑포인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티핑포인트를 넘어서면 더이상 손 쓸 수 없다. 산 정상에서 굴러 떨어지기 시작한 바위는 막을 수 없다. 산 정상까지 올라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이 책은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해 대중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할 일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너무 부담갖지 마시라.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일단 공부가 먼저다. 이 책을 읽고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리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첫번째로는 에너지 소비 줄이기. 두번째로는 지구온난화를 정책적으로 고려하는 정치인에 투표하기이다. 모두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다. 조금씩이라도.



 아래부터는 이 책의 내용들을 소개하겠다. 


 30년 전 열린 리우회의에서 이미 참석자 전원이 환경과 기후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이전과 다름없는 잘못된 방향으로, 게다가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고 있다. -p120   


 이게 가장 두려운 점이다. 우리는 기존의 습관, 삶의 방식,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우리는 중독되었다. 최근에 책에서 읽은 마약 중독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중독자는 마약에 중독되어서 집에 있는 살림을 하나씩 팔아서 마약을 샀다. 결국에는 자신의 잠을 자던 침대까지 팔았다.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자본주의, 편리, 소비, 향락, 쾌락에 취해 우리는 자연을 팔아치우고 있다. 이대로 계속가면 결국에는 우리의 보금자리까지 팔아치우게 될지도 모른다.  



 따뜻해진 바다와 늘어난 수증기의 조합은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을 발생시킨다. 발생 지역에 따라 허리케인, 사이클론 또는 태풍이라는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이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은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후 모델은 앞으로 태풍이 더욱 자주 출현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p155


  최근 5등급 태풍 힌남노가 경상도를 지나갔다. 현재 5등급은 태풍 최고등급이다. 어쩌면 우리는 머지않아 6등급의 태풍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온난화의 영향으로 태풍, 허리케인이 강력해지고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국은 허리케인, 일본은 태풍에 큰 피해를 겪고 있는 국가들이다.


 

 "최근 특정한 날씨가 더욱 자주 나타난다는 인상을 받으면서 이 피드백 루프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더위가 아주 오래 이어집니다. 어떤 곳에서는 추위가 아주 길어지기도 하고요. 가뭄이 장기간 계속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장마가 오래가는 지역도 있지요. 제트기류 피드백 루프의 영향으로 장마 지역에서는 장마가 더 심해지고, 가뭄 지역에서는 가뭄이 더 심해지는 현상이 일반적인 추세가 될 것입니다." -p161   


 세계 각지에서 극단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에서 비가 안오고 더위가 계속되는가 하면 최근 파키스탄은 홍수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세계 각지에서 관측이래 최고의 폭우, 폭염, 가뭄 등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제트기류와 연관이 있다. 제트기류와 이상기후 현상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책을 참고하시길.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투표하는 일입니다.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 문제가 인간 활동의 탓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지구온난화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합니다." -p162


 우리는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선출해야 한다. 



 "불과 40년 사이에 북극 해빙 면적이 75퍼센트나 줄어들었습니다. 그렇게 짧은 기간에 그토록 많은 해빙이 사라지다니, 정말 끔찍한 일이지요. -p175


 책은 위처럼 각종 수치들을 알려준다. 내가 생각했던 거 보다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 책에 달라이 라마와 글타 툰베리의 대화는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그 점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솔직히 낚인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낚임이었다. 좋은 책이다.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너무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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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령씨를 알게 되서 기쁘다. 앞으로 그의 책을 많이 읽어보고 싶다. 시대의 지성, 시대의 스승을 만나볼 수 있는 값진 책이었다.

















 특수청소부 김완씨가 쓴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책이다. 특수청소부 김완은 고독사, 범죄 현장 등 여러 이유로 생명이 떠난 '죽은 집'과 저장 강박증으로 오물이 쌓이 '쓰레기 집'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가 들려주는 죽음, 청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어령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모두 재미와 감동을 주었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야기들도 1-2개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혈액형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럼, 내가 B형이야. 얼마나 무질서한데. 나는 A형하고는 갑갑해서 못 살아." -p186 


 농담이신지 진담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의외였다. 덩컨 맥두걸이라는 학자가 영혼을 무게를 재는 시험을 인용한 부분도 의외였다. 그 실험도 내가 알기론 논란이 많은 실험이다. 


 



  












 소포클레스가 쓴 비극 <필록테테스>라는 작품을 이어령씨가 이야기해주서 재밌었다. 빛나는 작품인데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고 하셨다. 


 















 악, 퇴폐, 질병 이런 것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진짜 건강한 사회라는 그의 말씀에 공감한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과 <마농 레스코>라는 소설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바깥에서 나를 바꾸도록 용납하지 않는다네. 남이 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나?"


 "......어렵지요."

 

 "어려운 일이야. 성인군자의 아들도 나쁜 짓을 해. 아버지의 선한 피를 받았는데도 교화가 안 되지. 공자님은 아들을 가르치지 않았어. 가르칠 수 없는 거지. 가장 가까운 피붙이조차 가르칠 수 없어. 결국 남을 가르친다는 것은 엉터리라네."


 -p235 


 그러면서 이어령씨는 인간은 결국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다. 



 이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가 가장 감동적이고 가슴에 와 닿았다. 이어령씨가 말씀하시는 '지성에서 영성으로' 에 해당하는 에피소드가 아닌가 싶다. 에필로그만이라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에필로그 속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을 울린다.


 "나 절대로 안 죽어."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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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이어령씨의 강연을 듣게 됐습니다. 첫 만남이었습니다. 이어령씨에 대해 이름만 들어봤을뿐 모르고 살았습니다. 앞으로 이어령씨의 책들을 읽어나가고 싶습니다. 


 강연을 봤을 때 느낌이 왔습니다. 아, 지혜를 사랑하는 분이시구나. 아이의 호기심을 잃지 않은 분이시구나. 한국의 지의 거인을 만나게 되서 기쁩니다. 책의 모든 내용이 다 좋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을 직접 듣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용기를 내서 의문을 제기해야 하네. 간곡히 당부하네만, 그대에게 오는 모든 지식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지 말게나." 

-p40


 

 















 이 책은 이어령 선생님의 인터뷰어 김지수씨가 언급한 책입니다. LA의 장의사 케이틀린 도티가 쓴 책입니다.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 제목부터 읽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죽음 앞의 인간>은 이어령 선생님이 언급한 책입니다. 김지수 기자와 이어령 선생님의 인터뷰는 이어령 선생님이 암투병 중에 나눈 인터뷰를 옮긴 책입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평생 메멘토 모리를 강조하셨다고 합니다. 생의 감각이 희미해지는 요즘, 죽음에 대해 읽어보고 싶습니다.



 



 

 










 주말에 <세렌디피티>를 봐야겠습니다. 우연의 신비를 담은 영화입니다. 



  아흔아홉 마리 양을 버려두고 한 마리 양을 구하러 간다는 예수의 말을 생각해보라고. 왜 그랬을까? 아흔아홉 마리가 한 마리보다 귀한 것 같지? 경중이 다를 것 같지? 아니야. 아흔아혼 마리도 다 한 마리씩이야." -p121


 이어령 선생님은 성경이야기를 많이 인용합니다. 성경이야기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들려주는 성경이야기라고 합니다. 다음에 읽어보고 싶습니다.



  생각을 다루는 인지론, 실천을 다루는 행위론, 표현을 다루는 판단론. 인간으로 풍부하게 누리고 살아가려면 이 세 가지 영역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네."  -p135


 "럭셔리한 삶...... 나는 소유로 럭셔리를 판단하지 않아. 가장 부유한 삶은 이야기가 있는 삶이라네.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럭셔리지." -p153


 이어령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럭셔리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꼽은 백 년의 10대 고전이라고 합니다. 궁금해서 어서 읽고 싶은 책입니다.


 

















 앙드레 지드의 단편 <탕자, 돌아오다> 입니다. e북 밖에 없네요. 구입했습니다. 핸드폰으로 틈틈이 봐야겠습니다.


 

 책을 반 읽었습니다. 앞으로 다시 읽고 쓰고 런닝하고 꾸준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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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2-08-26 18: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마리 잃어버린 양을 구하러 가지 않고, 아흔아홉 마리 양을 데리고 우리는 안전하다며 집으로 돌아온다면,

그 아흔아홉 마리 양도 언젠가 나도 버려질 수 있다는 트라우마에 속에 살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22-08-26 18:47   좋아요 2 | URL
네! 그 이야기의 메시지, 교훈이 바로 그겁니다! 성경이야기 이어령 선생님이 해주시니 너무 재밌어요^^

한 마리가 아흔아홉 마리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것. 아흔아홉 마리도 결국은 모두 한 마리씩이라는 것.

그러면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화도 언급하시고ㅎ(이건 인터뷰어 분이 하셨던듯)

mini74 2022-08-26 1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해봐야~ 저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죽음앞의 인간이 저는 궁금합니디 이야기가 있는 삶이 부유한 삶이라 정말 멋진 말입니다.
예전에 축소지향형 일본 읽은 기억납니다. 저 표지가 아니었고 분재이야기나 워크맨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어요 ~ 라디오님 우리 이야기 부자로 럭셔리하게 살아봐요 ㅎㅎㅎ

고양이라디오 2022-08-30 18:20   좋아요 1 | URL
<잘해봐야~> 미니님이 재밌게 읽었다니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미니님! 같이 럭셔리한 삶을 살아봐요!!!

Falstaff 2022-08-26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어령 씨가 1950년대 중반 종로에 있던 음악감상실 르네쌍스에서 살다시피 했었답니다. 큰 키와 큰 얼굴(당시엔 얼굴 큰 것이 흉이 아니었다네요)에 가을부터 봄까지 폴라 티를 받쳐 입고 다니면서 간혹 음악을 틀어주기도 했다던가 아닌가, 하여튼 같은 시기에 르네쌍스 죽순이 하시던 정여사께서 이야기하시고는 했습니다. 정여사는 이어령 씨보다 조금 더 키가 크고 자기 눈엔 훨씬 잘 생긴 다른 남자를 만났는데 결코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ㅋㅋㅋㅋ
이어령 씨의 대표작은 역시 초기 수필집인 <바람이 불어오는 곳>,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지성의 오솔길>을 꼽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요즘 독자들에게는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만.

얄라알라 2022-08-26 23:40   좋아요 3 | URL
얼굴 큰게 1950년대에는 흉이 아니었다..
갑자기 이 한 문자에 궁금증이 몽글몽글...

작은 얼굴(CD만한 얼굴?)을 미의 기준 삼는 거 훨 나중에 나온 건가보네요^^ 궁금궁금. 찾아보고 싶은데 어디를 봐야할지 싶어졌습니다

Falstaff 2022-08-27 21:42   좋아요 3 | URL
1980년대 중반까지는 확실히 머리 큰 것 가지고 뭐라 안 했던 걸로 압니다.
70년대엔 특히 아가씨들 얼굴 품평할 때, 흰 피부에 둥글고 큰 머리를, 달덩이처럼 참 환하고 예쁘다, 라고 칭찬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마치 지금 북한에서 미녀라고 하는 여자들처럼요. 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08-27 22:06   좋아요 3 | URL
아. 말씀 듣고 보니, ˝달덩이 같다˝는 말이 안색이 환하고 복스럽다(?) 의미였을 텐데 뾰족턱을 선호하게 되면서 모욕이 된 거 같네요.

골드문트님 덕분에 계속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흰피부에 대한 로망은 예나 지금이나...유독 한국은 흰피부 로망이 강한 거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22-08-30 18:19   좋아요 1 | URL
이어령씨가 키가 크시군요. 전 막연히 옛날 분이라 키가 작은 줄 알았네요ㅎ


얄라알라 2022-08-26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존 쿠삭은 제 꿈에서 인사동 녹두전을 같이 먹던 사이^^
Serendipity라는 단어만 들어도 존 쿠삭이 생각나요

시체 시리즈 최신간 [좋은 시체가~] 읽고, 먼저 나온 책 꼭 봐야싶었어요
인터뷰에 나온 책들을 하나씩 따라가며 읽는 방식도, 시간은 걸릴지라도 해보고 싶네요

고양이라디오 2022-08-30 18:18   좋아요 1 | URL
존 쿠삭이 꿈에 등장할 정도라니ㅎㅎ 영화도 재밌나보네요b

<좋은 시체가~> 라는 책은 어떤 책인가요? 궁금하네요ㅎ

전 책을 보다 보면 읽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 다 읽기는 벅차네요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