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달걀부침을 잘 못한다. 달걀말이는 그럭저럭 한다. 젓가락질을 꽤 하던 아이가 한동안 젓가락질을 않더니, 이제는 영 못한다. 차근차근 해 보렴.

 - 20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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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읍내 장날에 아이하고 마실을 나가 보니, 미용실에 할머니들이 북적댔다. 아이를 안고 다니느라 사진은 요 하나 겨우 찍는다.

 - 2010.12.2. 충북 음성군 음성읍 읍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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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불과 글쓰기


 아이가 기름을 이불에 잔뜩 쏟았다. 인형 얼굴을 손으로 닦아 주는 시늉을 하더니, 인형한테도 ‘아이를 씻긴 다음 몸에 바르는 기름’을 발라 주겠다면서 부엌에 가서 기름병을 들고 오는데 질질 흘리면서 온 데다가 이불에 그만 쫙 쏟았다. 날이면 날마다 속이 터지도록 하는 말썽만 신나게 부리는 아이가 또 큰일을 터뜨렸다. 기름이 밴 이불을 어쩌나. 힘들고 짜증스러워 이틀을 그대로 두다가 오늘 아침에 빨래를 한다. 이불을 빨면서 아이를 씻긴다. 아이는 씻을 때에마저 머리를 안 감겠다며 땡깡을 부린다. 참 괴롭다.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며 아이를 품에 안고 머리를 감긴다. 머리를 감기고 나서 이불을 구석구석 뒤집어 가며 빤다. 미끌미끌한 데는 이제 없다 싶을 때까지 빨래를 한 다음 마당에 내다 넌다. 날이 춥기 때문에 이불 빨래는 끔찍히 안 마른다. 그래도 어찌하는 수 없다. 빨아야 한다. 슬슬 저녁이 되니 이제 이불을 걷어 방에 놓고 말려야겠지. 이불이 얼추 마르면 이불 밑에 있던 깔개도 빨아야 한다. 비나 눈은 안 올 듯하니까 깔개를 빨아서 널어도 되겠지. 그래도 모처럼 엊저녁에는 기저귀 빨래가 두 장만 나와 빨랫감은 아주 적다. 내 웃옷과 반바지를 빤다. 빨랫감이 적으니 내 옷을 함께 빨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보면, 옆지기랑 아이 옷가지를 빨래하느라 내 옷은 늘 뒷전이다. 아니, 늘 뒷전에 둘밖에 없다. 나는 면티 한 벌을 한 주 즈음 입는데, 빨래를 해야 하는 줄 잊으며 지나치고, 갈아입고 빨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고단한 채 드러누우며 잊는다. 옆지기 옷가지는 내 옷가지보다 자주 빠니까 빨래를 하면서 손이 덜 가고, 내 옷가지는 드문드문 빠니까 한 번 빨래를 할 때마다 조금 더 힘을 써야 하고 품이나 겨를이 많이 든다.

 옆지기는 빨래기계를 사자고 이야기한다. 읍내에 나가 전기제품 파는 데에 가 보니, 10킬로들이 빨래기계는 40만 원, 17킬로들이 빨래기계는 70만 원 한다. 이불을 넣으려면 17킬로들이가 되어야 할 테지. 드럼세탁기라는 녀석은 110만 원부터 있다. 빨래기계 하나가 이렇게 비쌌나? 일손을 덜어 준다는 빨래기계인데, 새것으로 쓰자면 돈이 참 많이 나가겠구나. 더욱이, 물이나 전기를 꽤 많이 먹잖은가. 손으로 이불이건 옷이건 빨래를 하면 헹굼물을 얼마든지 되쓸 뿐더러, 머리 감은 물로 헹굼물을 쓰고, 또 이 헹굼물은 마지막에 걸레를 빨고 씻는방을 닦을 때에 쓴다.

 손빨래를 할 때에는 품이나 겨를을 많이 써야 하지만, 이동안 무겁거나 어수선했던 마음을 추스르거나 다스린다. 옆지기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애 아빠로서 하루하루 참말 고되게 보내야 하니, 옆에서 보기에 무척 안쓰러우리라. 내가 생각해도 내가 안쓰럽다. 아이한테 피아노를 하나 선물하고 싶은데, 빨래기계 값이 이렇게 비싸다면, 피아노고 빨래기계이고 영 눈알이 핑핑 돌며 꿈 같은 일인가 싶다. 나는 몇 살까지 손빨래를 하면서 우리 집 살림을 꾸릴 수 있을까. 마당가 이불 빨래를 걷으러 나가서 아래쪽을 꾹꾹 비틀어 짠다. 바람이 차고 이불이 차며 물이 차다. 물이 투두둑 떨어진다. 빙 돌며 한참을 짠 다음 걷어서 집으로 들어온다. (4343.1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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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두 권 함께 쓰기


 책 두 권을 함께 씁니다. 먼저, 사진책을 이야기하는 책을 하나 씁니다. 사진책을 이야기하는 책은 낱권으로 엮을 만한 부피로 글을 다 모았으나, 그러모은 글 가운데 절반쯤 되는 글을 덜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다른 데에 쓰기로 했어요. 나라안 사진쟁이들은 아직 ‘사진 이야기’를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해서 ‘나라안 사진쟁이 이야기’를 쓴 글은 통째로 덜었습니다. 그래서 이만큼 새로 씁니다.

 다음으로, 우리 말을 이야기하는 책을 하나 씁니다. 그동안 쓴 다른 ‘우리 말 이야기’만으로도 책을 열 권 넘게 내놓고 남지만, 새 글을 새삼스레 씁니다. 진작에 쓴 글이 잔뜩 있으면서 새 글을 쓰자니 눈이 아프고 등허리가 휩니다. 그렇지만 여느 사람들은 교재나 참고서처럼 앎조각이 환히 드러나도록 글을 적지 않으면 제대로 읽어 주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에, 저로서는 참 쓰기 싫은 글을 씁니다.

 두 가지 책을 함께 쓰면서 생각합니다. 글은 저 스스로 좋아하는 결대로 씁니다. 따로 남한테 읽힐 마음으로 쓰는 글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말을 이야기하는 책은 다른 사람이 읽는다는 생각으로 써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골이 아파, 원고지 예순 장 남짓 되는 첫머리를 쓰고 난 뒤 지끈지끈 아픈 머리를 어찌저찌 가눌 길이 없습니다. 하루를 푹 쉬고 사진책을 이야기하는 책에 넣을 글을 하나 여밉니다. 이렇게 다른 책 글을 하나 여미고 나니 조금은 개운합니다. 어차피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지만, 내가 쓴 내가 좋아하는 글을 다른 사람이 읽기도 하고 안 읽기도 하는데, ‘다른 사람한테 읽히려는 글’이라고 생각하면서 쓰기보다, ‘언제나처럼 내가 좋아하는 내 삶을 고스란히 담는 글’로 갈무리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곱씹습니다.

 이러면서 새로운 책 하나를 또 엮기로 다짐합니다. 두 가지 책 글만 쓰다 보면 아무리 저 스스로 마음을 가벼이 다스린다 할지라도 때때로 머리가 터질는지 모르거든요. 세 번째로 함께 쓰기로 한 책은 환경책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는 수많은 갈래 책 가운데 환경책을 몹시 좋아합니다. 인천에서 시골로 살림집을 옮기며 사진책 도서관을 조촐히 열어 놓는데, 저 스스로 사진책 도서관을 열어 놓을 뿐 아니라, 제가 가장 마음 쏟아 적바림하는 글은 ‘우리 말 이야기’이건만, 제가 가장 아끼는 책은 환경책입니다.

 환경책은 사람이 살아가는 밑틀을 다룹니다. 요즈음 쏟아지는 적잖은 환경책은 이와 같은 ‘사람이 살아갈 밑틀’이 아닌 ‘환경 지식’을 다루기 일쑤인데, 참다운 환경책이나 옳고 어여쁜 환경책은 ‘환경 지식’을 다루지 않아요. 환경 지식을 다루는 책은 환경책이 아니라 여느 학문책입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한국땅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환경책’은 속알을 살피면 환경책이 아닌 ‘학문책’이거나 ‘지식책’이에요.

 이렁저렁 세 가지 책을 함께 쓰는데, 이 세 가지 책을 쓰기 앞서 또다른 책 하나를 써 왔습니다. 음, 네 번째 책이라 해야 하나요? 정작 맨 처음 쓰던 책인데. 아무튼, 네 번째 책은 골목길 마실을 하며 사진을 찍는 이야기를 다루는 책입니다. 이 책은 인천문화재단에서 해마다 하는 문예기금 공모에 넣으려고 글을 갈무리했어요. 인천문화재단 기금 공모는 어제로 끝났습니다. 그러니까 어제 문화재단에 글을 보내 주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모에 제 글을 보내지 않았어요. 한참 망설이다가 그만두기로 했어요. 이 글을 마무리짓고 이래저래 지원 서류를 쓰자니 몹시 골치가 아프더군요. 다른 무엇보다 지원 서류 쓰기가 참 번거롭고 까다로와서 못 하겠더군요. 이 지원 서류를 쓰자면 여러 날 다른 일을 붙잡지 못하는데, 둘째를 밴 몸아픈 옆지기를 보살피면서 스물여덟 달을 함께 사는 딸아이랑 놀자면, 도무지 엄두가 안 납니다. 글은 다 써 놓았으나 책으로 여미는 틀을 짜지 못했어요. 아니, 안 짜기로 했어요. 언젠가 누군가 이 글을 책으로 내 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주섬주섬 다시 그러모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오늘 제 삶으로서는 집식구랑 오순도순 지내는 데에 더 크게 힘을 쏟아야 한다고 느껴요.

 그러면 다른 세 가지 책도 안 써야 옳다고 여길 만한데, 이 가운데 두 가지 책은 출판사에서 내주기로 했답니다. 우리 말 이야기책은 출판사에서 우리 살림돈을 보태어 준다며 아직 계약서도 안 쓰고 글도 안 모였는데 계좌번호부터 알려 달라 하더군요. 몹시 고마운 일입니다. 세 번째 책도 출판사에서 내주리라 믿으며 글을 갈무리합니다. 될까 안 될까 모를 노릇이지만, 되리라 믿으며 글을 갈무리한답니다.

 오늘은 모처럼 아이가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나 주어, 아빠는 아침에 글조각을 살짝 다듬었습니다. 아이하고 아침을 맛나게 먹었으니, 아이보고 한 시간쯤 혼자 놀라 해 놓고, 아빠는 아빠 일을 조금 더 하고 나서 아이하고 놀아야지 싶어요. 이제 열한 시 즈음에 빨래를 하고, 이때부터 저녁을 먹을 때까지는 아이랑 복닥이고 씨름하며 얼크러져야지요. 날이 가장 따뜻할 때에 산에 올랐다가, 보일러집에 전화를 넣어 우리 집 망가진 콘트롤박스(이 녀석을 무어라 다른 이름으로 고쳐서 일컬어야 할까 모르겠군요)를 바꿀 수 있는가 여쭈어야겠습니다. (4343.1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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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책 읽는 즐거움 ㉡ 사진책을 어디에서 살까
  ― 새책방과 헌책방을 나란히 찾아다닌다


 책은 책방에서 삽니다. 책방은 책을 갖추는 가게입니다. 사진책 또한 책방에서 삽니다. 그러나 작은 책방은 사진책까지 갖추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제법 크다 싶은 책방쯤 되어야 비로소 사진책을 함께 갖추곤 합니다.

 이제는 동네 자그마한 책방은 참 많이 문을 닫았습니다. 시골 면내에는 책방이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읍내 책방은 책이 그리 안 많거나 문방구 구실에 조금 더 힘을 쏟는다는 느낌이 짙곤 합니다. 사진책을 찾아보려는 분들로서는 제법 큰 곳이 되어야 비로소 사진책을 갖추니까, 외려(?) 사진책 구경하기에 한결 낫다 여길 만합니다.

 오늘날은 인터넷이 무척 발돋움해서 여러 인터넷책방에서 사진책을 찾아보면 손쉽게 책을 장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크기가 어떠하며 두께는 어떠하고 사진은 어떠한가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책방에서는 몇 가지 퍽 사랑받는 사진책을 빼놓고는 속에 담긴 사진을 거의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겉그림마저 구경할 수 없는 책이 꽤 많습니다.

 책방마실을 한다 한들 비닐에 싸인 책을 함부로 뜯을 수 없습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비닐을 뜯어 안을 들여다본 다음 안 산다고 합니다. 사진책은 그냥 눈으로 슥 훑으면 다 볼 수 있는 책으로 여겨 버릇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사진책을 마주하는 매무새가 이와 같기 때문에 사진책이 안 팔리는지 모릅니다. 두고두고 즐기는 사진책이요, 사진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찬찬히 읽을 사진책이나, 이러한 사진책 빛깔을 옳게 헤아리는 책손은 퍽 적은 이 나라입니다.

 저는 사진책을 두 군데에서 삽니다. 먼저, 서울 혜화동에 자리한 인문책방 〈이음책방〉에서 삽니다. 다음으로, 헌책방에서 삽니다. 새로 나오는 나라안 사진책은 〈이음책방〉을 찾아가서 ‘책에 적힌 값’ 그대로 셈하면서 삽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멧기슭 시골집에서 살아가다 보니 서울로 마실할 일이 뜸해, 서울로 마실을 하면 〈이음책방〉에 들러 사진책을 사지만, 하는 수 없이 인터넷책방에서 사진책을 삽니다.

 헌책방은 서울이 아니어도 나라안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인천이든 수원이든 제주이든 부산이든 대전이든 진주이든 마산이든 청주이든 춘천이든 …… 나라안 곳곳 헌책방으로 마실을 하면서 사진책을 장만합니다.

 사진책을 장만할 때에는 헌책방을 안 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책은 금세 판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책 만드는 돈이 많이 들어 새책방에는 안 넣고 비매품으로 알음알이로 팔거나 나누는’ 일이 퍽 잦기 때문입니다. 대학교 사진학과에서 내놓는 졸업작품 또한 새책방에 없을 뿐더러 도서관에조차 없습니다. 이런 작품책은 흘러흘러 헌책방 책시렁에 꽂힙니다. 사진연감이나 보도사진연감도 매한가지입니다. 이런 사진책은 헌책방에서 찾아야 합니다. 《사진기자》 같은 잡지도 똑같습니다. 철지난 사진잡지를 찾을 때에도 헌책방이 가장 좋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나온 사진잡지를 비롯해 일본이든 미국이든 독일이든 프랑스이든, 나라밖에서 나온 사진잡지는 헌책방에 골고루 있습니다.

 다만, 내가 찾아간 그날 그곳 헌책방에 이 사진책들이 늘 골고루 있기는 어렵습니다. 다 팔려 없을 수 있고, 몇 권 겨우 남았으나 내가 다 가진 책일 수 있어요. 어느 날은 아주 반가운 사진책을 만날 수 있으며, 어느 날은 빈손으로 돌아설 수 있겠지요. 한두 번 헌책방마실을 한다 해서 반가운 사진책을 수십 수백 권 장만할 수 있지 않습니다. 한 번 마실을 할 때에 한 권 만날 수 있으면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꾸준하게 자주 찾아다녀야 사진책을 그러모을 수 있습니다.

 저는 헌책방을 1992년부터 다녔으나, 헌책방에서 사진책을 장만하기는 1999년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1998년에 비로소 사진찍기를 익혔고, 이때까지는 따로 사진책을 본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1998년에 처음 사진찍기를 익힐 때에는 신문배달을 하면서 먹고살았으며, 날마다 열 몇 가지 일간신문을 읽으며 ‘신문에 실린 사진’을 견주어 살피며 사진을 헤아렸습니다. 책에 실린 사진을 들여다보기로는 이듬해부터예요. 그러니까 1999년부터 차곡차곡 사진책을 그러모아서 2007년에 인천 배다리에서 사진책 도서관을 열 무렵에는 삼천 권 남짓 되었고, 2010년 9월에 사진책 도서관을 충주 멧골마을로 옮길 때에는 사천 권 남짓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루에 한두 권쯤 그러모은다는 생각으로 사진책을 장만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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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12-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책만 4천권이라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파란놀 2010-12-06 12:35   좋아요 0 | URL
대단할 일이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