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예서 찾는 책 (2025.11.8.)

― 부산 〈스테레오북스〉



  누리책집에서 어떤 책을 살는지 고르는 누구나 ‘누리책집에 있는 책’ 가운데 고릅니다. 어느 책은 그날 바로 띄워서 우리집으로 날아올 테지요. 저처럼 두멧시골에서 사는 사람은 ‘그날길(당일배송)’이 없습니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산다면 아침에 시킨 책을 낮이나 저녁에 받는다지요. 그렇지만 누리책집에 시켜도 여러 날이나 이레나 달포가 걸리는 책이 있습니다.


  마을책집에 찾아갈 적에는 ‘마을책집에 있는 책’ 가운데 살펴서 고릅니다. 이곳에 없는 책은 안 살피고 못 골라요. 누구나 ‘그곳·이곳·저곳에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여서 배우는 삶입니다. 나한테서 찾을 길 없는 모습을 나한테서 찾으면 안 되고, 너한테서 볼 수 없는 매무새를 너한테서 찾지 않을 노릇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이한테서 못 찾을 모습’을 아이를 닦달하며 시키곤 합니다. 일터나 마을이나 집이나 배움터도 매한가지입니다. ‘저마다 있고 품고 가꾸는 빛’을 마주하고 바라보며 헤아릴 노릇입니다.


  부산 〈스테레오북스〉를 함께 나들이하는 하루입니다. 오늘은 어린씨랑 푸른씨도 함께하는군요. ‘어린씨랑 푸른씨를 이끌고 책집마실을 즐기는 어른’이 있다니, 놀랍고 반갑습니다. 다만, 책 곁에 있는 어린씨와 푸른씨도 ‘손수 책을 골라서 사기’까지는 할 수 있되, ‘내 책이 아닌 책집살림인 이웃 책’을 어떻게 만지고 다루고 넘겨야 할는지 아직 모릅니다. 책집에 있는 모든 책은 살며시 들여다볼 노릇입니다. 책집뿐 아니라 책숲에서도 같고, 새책집과 헌책집도 똑같습니다. 들춰서 펼치고서 내려놓을 책이면 얌전히 놓아야 합니다. 손댄 자국이 없도록 깔끔하게 제자리로 돌려야지요.


  몸에 묻은 물이나 땀을 닦는 수건이 있고, 손에 묻은 물이나 땀을 닦는 손수건이 있듯, 책마실을 하는 길에 작은수건을 챙겨서 ‘책수건’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합니다. ‘내 살림’이 아닌 ‘네(이웃) 살림’인 책을 고맙게 만져서 펼칠 수 있는 만큼, 손에서 나오는 기름을 그때그때 ‘책수건’으로 닦아가면서 천천히 곱게 살며시 만져서 살펴야 비로소 ‘책읽기 첫걸음’입니다.


  뛰어나거나 빼어난 책은 안 읽어도 됩니다. 나무와 돌이 몸을 내주어서 종이와 먹물(잉크)을 얻기에 책을 묶습니다. 책집지기가 책시렁을 짜고 책을 들이고 달삯을 치르기에 책집마실을 합니다. ‘사서 쓰고 버리는 책’이 아니라 ‘만나고 품고 읽고 새기는 동안 두고두고 물려줄 책’입니다. 늘 ‘예서 찾는 책’입니다. 예서 배우고 느끼고 나누면서 노래하는 책입니다.


《극야일기》(김민향, 캣패밀리, 2025.3.16.)

《책의 계절》(정지현, 버터북스, 2025.6.23.)

《밑바닥에서》(김수련, 글항아리, 2023.2.10.)

《보물 찾기 딱 좋은 곳, 바르셀로나》(미겔 팡/김여진 옮김, 후즈갓마이테일, 2025.4.21.)

#MiguelPang

《아름답다는 건 뭘까?》(사이하테 타히 글·아라이 료지 그림/정수윤 옮김, 문학동네, 2025.10.21.)

#最果タヒ #荒井良二 #うつくしいってなに

아름답다는 건 뭘까? → 아름다움은 뭘까? . 아름다움은? 무엇이 아름다울까? . 뭐가 아름다워? . 아름답다니, 뭐가?

《나는 두렵지 않아》(장프랑수아 세네샬 글·시모네 레아 그림/최현경 옮김, 킨더랜드, 2025.9.20.)

#JeanFrancoisSenechal  #SimoneRea #I Will Not Be Scared (무섭지 않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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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03 : 그런 생각 대신 거


그런 생각 대신 이런 생각을 하는 거야

→ 그렇게 보지 말고 이렇게 봐

→ 그렇게 여기지 말고 이렇게 봐

→ 그렇게 말고 이렇게 봐

→ 그때에는 이렇게 보면 돼

《죽고 싶지 않아!》(안느 가엘 발프·이자벨 카리에/김지연 옮김, 보랏빛소어린이, 2021) 24쪽


반짝이면서 눈을 밝히는 씨앗을 마음에 심을 적에 ‘생각’이라고 합니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가물어도 얼어붙어도 한결같이 솟아서 들숲메를 적시는 샘물과 같이 싱그럽게 흐르거나 솟는 빛이기에 ‘생각’입니다. 처음으로 이루고 새롭게 이루듯 생기는 길이라서 ‘생각’이에요. 이러한 결이 아닌, 걱정하거나 근심하거나 짚거나 살피거나 헤아릴 적에는 ‘걱정·근심·짚다·살피다·헤아리다’처럼 따로 밝혀야 알맞아요. 이 보기글은 ‘생각’이 아닌 ‘보다’나 ‘여기다’로 손질합니다. 그렇게 말고 이렇게 보는 길입니다. 그렇게 여기지 말고 이렇게 보는 눈이에요.


대신(代身) : 1.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음 2. 앞말이 나타내는 행동이나 상태와 다르거나 그와 반대임을 나타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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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02 : 번호 대신 갖게 되었


번호 대신 로봇 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 셈값 아닌 철이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 셈갈래 아닌 철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로봇 철이》(고정순, 길벗어린이, 2025) 3쪽


사람이 궂거나 힘든 일을 맡기는 심부름꾼한테 이름을 붙인다고 할 적에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같은 옮김말씨가 아니라 “이름이 붙습니다”나 “이름을 붙입니다”라 해야 맞습니다. 이름은 ‘갖지(가지지)’ 않습니다. 이름은 ‘있다’고 하지요. 벼슬을 거머쥐거나 힘과 돈이 있다고 여기는 이는 으레 밑사람을 마구 부르거나 부렸습니다. 총칼을 앞세운 이웃나라가 쳐들어온 뒤로는 셈값으로 매기는 버릇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이름을 찾으면서 서로 이름을 부를 일입니다. ㅍㄹㄴ


번호(番號) : 1. 차례를 나타내거나 식별하기 위해 붙이는 숫자 2, 제식 훈련에서, 횡대 대형에서는 오른쪽부터, 종대 대형에서는 앞에서부터 차례로 번호를 붙여 말하라는 구령

대신(代身) : 1. 어떤 대상의 자리나 구실을 바꾸어서 새로 맡음 2. 앞말이 나타내는 행동이나 상태와 다르거나 그와 반대임을 나타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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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01 : 위험 위해 -어진 로봇


위험한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 아슬한 일을 맡기려고 만든 망석중이

→ 궂은 일을 시키려고 만든 돌사람이

《로봇 철이》(고정순, 길벗어린이, 2025) 4쪽


궂거나 힘들거나 까다로운 일이 있습니다. 이런 일은 으레 아슬하거나 아찔합니다. 궂은 일을 시키거나 맡기려고 웃돈을 얹어서 일꾼을 쓰기도 하고, 요즈음은 돌사람이나 망석중을 따로 만들기도 합니다. 일본말씨인 “-기 위해”하고 옮김말씨인 ‘-어진’을 털어냅니다. ㅍㄹㄴ


위험(危險) : 해로움이나 손실이 생길 우려가 있음. 또는 그런 상태

위하다(爲-) : 1. 이롭게 하거나 돕다 2. 물건이나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다 3.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다

로봇(robot) : 1. [기계]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걷기도 하고 말도 하는 기계 장치 ≒ 인조인간 2. [기계] 어떤 작업이나 조작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 장치 3. 남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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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2200 : 깊은 침묵 속 -고 있었


깊은 침묵 속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어요

→ 아주 조용히 뜨개질을 해요

→ 아무 말이 없이 뜨개질을 해요

《끝없는 양말》(페드로 마냐스 로메로·엘레니 파파크리스토우/김정하 옮김, 분홍고래, 2024) 28쪽


옮김말씨인 “깊은 침묵 속에서”입니다. 말없이 있을 적에는 “아무 말이 없이”라 하면 돼요. “아주 조용하다”라 하면 되고요. “그저 조용하다”나 “아무 소리를 안 내며”라 해도 어울립니다. 군더더기인 “-고 있었어요”는 털어냅니다. ㅍㄹㄴ


침묵(沈默) : 1.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2. 정적(靜寂)이 흐름 3. 어떤 일에 대하여 그 내용을 밝히지 아니하거나 비밀을 지킴 4. 일의 진행 상태나 기계 따위가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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