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돼지야 그림책이 참 좋아 51
신민재 지음 / 책읽는곰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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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7.

그림책시렁 1625


《언니는 돼지야》

 신민재

 책읽는곰

 2018.9.3.



  남을 깎거나 얕잡거나 괴롭히는 사람이 숱하게 있습니다. 언제부터 이런 깎음말과 얕봄말과 괴롭힘말이 있었나 하고 돌아봅니다.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이루어 들숲메바다를 품는 사람은 하루 한 마디조차 막말을 안 합니다. 보금자리에 흐르는 사랑을 빼앗아서 위아래(신분·계급·지위)를 세우려는 무리가 선, 이른바 나라(국가·정부)가 나타난 무렵부터 더럼말이 불거졌다고 느낍니다. 《언니는 돼지야》를 보면 마침내 언니랑 동생이 성풀이(화해)를 합니다만, “언니는 돼지야!” 하면서 ‘돼지’라는 짐승을 엉뚱하게 얕보거나 낮잡은 대목을 뉘우치거나 바로잡지는 않습니다. 적잖은 아이들조차 ‘개돼지’라는 짐승이름을 함부로 쓸 뿐 아니라 하찮게 여깁니다만, 개도 돼지도 안 하찮습니다. 오히려 ‘한(하다·크다)’이라고 할 개와 돼지입니다. 그러니까, 언니동생 사이에서 누가 더 높고 낫고 좋아야 하느냐를 놓고서 싸우고 윽박지를 뿐 아니라, 서로 짓밟고 올라서려고 하기에 ‘아무말 큰잔치’를 집안에서 벌이고 맙니다. 엄마가 아빠보다 높아야 할 까닭이 없고, 아빠가 엄마보다 높을 까닭이 없습니다. 엄마아빠는 나란한 사람이요 사랑입니다. 언니동생도 나란한 사이요 삶입니다. ‘아이들 삶’을 그린다는 시늉으로 ‘쌈박질’을 덧바르지 않기를 빕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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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스 미소 그림책 12
이루리 지음, 문지나 그림 / 이루리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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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5.9.7.

그림책시렁 1624


《고양이 키스》

 이루리 글

 문지나 그림

 이루리북스

 2025.8.25.



  숱한 사람들이 ‘놀이’하고 ‘노닥이다’가 다른 줄 모르고, ‘놀다’하고 ‘장난하다’가 다른 줄 못 알아챕니다. 노을처럼 곱게 물들면서 노래하기에 ‘놀이·놀다’요, “놀이시늉·놀이척”을 하면서 마구 뒹구는 짓이 ‘노닥이다’에, ‘자질구레·잘게’ 함부로 벌이는 짓이 ‘장난’입니다. 어린이한테 ‘뽀뽀’도 ‘입맞춤’도 아닌 ‘키스’ 같은 영어를 함부로 써도 될는지 헤아리지 못 하는 《고양이 키스》를 보면, ‘사람시늉’을 하는 고양이하고 개를 나란히 그립니다. 왜 사람을 안 그리고 ‘사람시늉’을 그려야 할까요? 왜 고양이와 개를 안 그리고 ‘고양이시늉’과 ‘개시늉’을 그려야 하지요? 귀염이(애완동물)나 곁숨(반려동물)을 그리면 어린이도 어른도 좋아하리라 여기기에 이런 붓끝을 펴야 하는가요? 말노닥이나 말장난이 아닌 ‘말놀이’를 하려면, 우리 스스로 사람이라는 살림빛을 사랑으로 세우고서, 사람을 둘러싼 뭇숨결하고 어깨동무하면서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숲길”을 열 노릇입니다. 짐승한테 사람옷을 입히지 말아요. 짐승은 이미 털가죽이 저희 옷입니다. 사람시늉을 하는 짐승이 아닌, 푸른살림을 짓는 짐승빛을 찬찬히 짚고서 우리가 함께 배우고 받아들일 새길을 노래해야 비로소 ‘소꿉놀이’입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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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그리고 죽어 6
토요다 미노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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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9.7.

책으로 삶읽기 1048


《이거 그리고 죽어 6》

 토요다 미노루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5.6.30.



《이거 그리고 죽어 6》(토요다 미노루/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5)을 읽고서 이다음을 굳이 더 사읽어야 하나 마나 망설인다. 열여덟 살 큰아이하고 열다섯 살 작은아이는 함께 읽고서 “아버지가 읽으려면 사고, 우린 이제 안 읽어도 되겠어요. 이미 이 만화는 2권부터 샛길로 뺘졌고, 3권부터는 ‘만화 아니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나오는데, 이 삶을 너무 모르는 채 이 삶으로 들어오려고도 하지 않잖아요?” 하면서 가볍게 핀잔을 한다. 두 아이가 들려준 말을 두 달 남짓 곱씹었다. 참으로 맞다. 그림꽃님은 붓끝에 온힘을 바치려는 듯하되, 정작 ‘온힘’이 무엇인지 파고들지는 않는다고 느낀다. 밤샘일을 하고서 멍하니 아침햇살에 잠드는 하루가 나쁠 일은 없지만, 글·그림·그림꽃·빛꽃에 무엇을 담는지 헤아릴 노릇이다. 우리는 붓끝만으로 줄거리나 이야기를 못 짠다. 붓끝이 아닌 온몸으로 살아낸 오늘 하루가 있어야 비로소 붓끝이 살아난다. 어디서 구경한 듯한 줄거리로는 글은커녕 그림도 안 된다. 이렇겠거니 여기는 마음은 ‘생각(상상력)’이 아닌 ‘삶을 안 바라보면서 굳힌 외곬(편견)’일 뿐이다. 섬과 시골에서 살면서도 막상 하늘빛과 바다빛과 멧들숲빛을 안 품고 안 보고 안 느낀다면, 이 아이들은 무엇을 그릴 수 있을까? 《이거 그리고 죽어 6》에 이르러서야 겨우 섬과 바다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흘깃 구경은 하지만, 정작 섬일이나 바닷일이나 집안일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없다. 붓끝만으로는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고, 자리맡에 오래 앉아야 무엇을 그려내지 않는다. 몸으로 살아낸 하루를 마음으로 살펴보면서 생각을 씨앗으로 심는 오늘일 적에 비로소 줄거리(삶)가 태어나고, 이 줄거리를 바탕으로 이야기(사랑)를 들려주는 길에 눈을 뜨게 마련이다.


ㅍㄹㄴ


“코코로, 산은 무슨 색이게?” (43쪽)


‘마코토 언니는 초목과 생물 이름을 많이 알고 있었다. 나도 흉내내어 많이 외웠다.’ (78쪽)


“테시마 선생님!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어질 수 있을까요?” (130쪽)


‘신뢰해 준 담당을 버리고, 친구를 깔보고, 과거에 그린 자기 작품을 부정하고, 이쪽으로 가겠다고 결심했잖아. 이게 하찮은 나의 전부라고, 오장육부를 모두 작품에 처넣어, 죽어도 돼. 죽어!’ (191쪽)


#これ描いて死ね #とよ田みのる


+


색연필을 가지고 위에 계조를 더해 보는 것도

→ 빛붓으로 바림해 보아도

→ 빛깔붓으로 짙옅게 더해도

69


일곱 색깔을 그러데이션으로 그려 봤어

→ 일곱 빛깔을 바림해 봤어

→ 일곱 빛깔을 짙옅빛으로 그려 봤어

69


언니는 초목과 생물 이름을 많이 알고 있었다

→ 언니는 꽃나무와 뭇목숨 이름을 많이 안다

→ 언니는 푸나무와 뭇숨결 이름을 많이 안다

78


일단 전부 기각으로 하죠

→ 뭐 모두 버리기로 하죠

→ 먼저 다 내치기로 하죠

98쪽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어질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요

→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하나요

130쪽


이게 나의 하찮은 전부라고

→ 이 모두 하찮은 나라고

→ 나는 이렇게 다 하찮다고

→ 나는 이처럼 하찮다고

191


오장육부를 모두 작품에 처넣어 죽어도 돼

→ 삭신을 모두 그림에 처넣어 죽어도 돼

→ 온몸을 모두 그림꽃에 처넣어 죽어도 돼

19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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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무궁화



전남 순천에 닿는다. 시외버스를 내려서 시내버스를 갈아탄다. 기차나루에 닿으니 새마을은 바로 지나간다. 40분 뒤에 오는 무궁화를 기다린다. 순천서 전주 가는 기찻길은 무엇을 타도 똑같다. 거의 모든 곳에 서거든. 이 고장에서는 모든 곳을 구경터(관광지)로 삼는다. 그러려니 싶지만, 곰곰이 보면 고속철도나 새마을이 꼭 서야 한다면서 뒷싸움이 대단하다. 돈 앞에서는 허벌나게 피튀기는 고장이랄까. “우리는 시골잉께 기차는 시끄러버 치우쇼.” 하고 내치는 고장이 없는 전라도이다.


무궁화는 칸이 딱 둘이다. 손님을 안 받겠거나 고속철도로 밀어넣겠다는 뜻이다. 참 바보스럽다. 이렇게 돈바라기로 찌들어야겠는가.


더 빨리 달리는 두바퀴(자전거)가 안 나쁘되, 나는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알뜰한 두바퀴를 몰면서 산다. 내가 쓰는 찰칵이도 붓도 책도 모조리 물려줄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 돈? 아파트? 자가용? 기차역? 고속도로? 공장? 농약? 주식? 벼슬? 졸업장?


내리사랑 치사랑과 같은 오래말처럼, 온누리 모든 어른이 참으로 어른으로서 어진씨앗을 물려주기를 빈다. 손길과 발길과 마음길과 숨길과 숲길과 멧길과 바닷길과 눈길과 살림길이면 넉넉하다. 2025.9.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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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9.6. 동트는 구름과 전주길



  새벽에 후두두 소나기가 가볍게 지나간다. 조용히 길을 나서려 했는데, 큰아이도 곁님도 작은아이도 새벽빗소리에 잠을 깬다. 이러면서 배웅까지 한다.


  동트는 논두렁을 슬금슬금 걷는다. 오늘만큼은 안 달린다. 하늘빛하고 구름결을 살피면서 걸어간다. 새벽을 여는 새소리가 자꾸 사라지는 시골이요, 풀죽임물이 넘실대며 살림길을 등지는 나라이되, 나는 늘 이 길을 곧게 거닐며 오늘을 노래하면 된다. 그들을 모르쇠하기보다는 그들 민낯을 지켜보면서, 나랑 우리집이 일굴 새길을 내다볼 노릇이지 싶다.


  옆마을 첫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나온다. 아침으로 접어든다. 제비 한 마리가 높이 난다. 구름이 걷히면서 해가 난다.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순천에 닿으면 기차로 갈아타서 전주로 건너가려고 한다.


- 2025.9.6. 14-16시

- 전주 책보책방 : 마음을 그리는 시쓰기.

말 마음 마실, 셋을 하나로 묶는.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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