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무궁화



전남 순천에 닿는다. 시외버스를 내려서 시내버스를 갈아탄다. 기차나루에 닿으니 새마을은 바로 지나간다. 40분 뒤에 오는 무궁화를 기다린다. 순천서 전주 가는 기찻길은 무엇을 타도 똑같다. 거의 모든 곳에 서거든. 이 고장에서는 모든 곳을 구경터(관광지)로 삼는다. 그러려니 싶지만, 곰곰이 보면 고속철도나 새마을이 꼭 서야 한다면서 뒷싸움이 대단하다. 돈 앞에서는 허벌나게 피튀기는 고장이랄까. “우리는 시골잉께 기차는 시끄러버 치우쇼.” 하고 내치는 고장이 없는 전라도이다.


무궁화는 칸이 딱 둘이다. 손님을 안 받겠거나 고속철도로 밀어넣겠다는 뜻이다. 참 바보스럽다. 이렇게 돈바라기로 찌들어야겠는가.


더 빨리 달리는 두바퀴(자전거)가 안 나쁘되, 나는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알뜰한 두바퀴를 몰면서 산다. 내가 쓰는 찰칵이도 붓도 책도 모조리 물려줄 수 있다. 우리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주어야 할까? 돈? 아파트? 자가용? 기차역? 고속도로? 공장? 농약? 주식? 벼슬? 졸업장?


내리사랑 치사랑과 같은 오래말처럼, 온누리 모든 어른이 참으로 어른으로서 어진씨앗을 물려주기를 빈다. 손길과 발길과 마음길과 숨길과 숲길과 멧길과 바닷길과 눈길과 살림길이면 넉넉하다. 2025.9.6.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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