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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그리고 죽어 6
토요다 미노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6월
평점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9.7.
책으로 삶읽기 1048
《이거 그리고 죽어 6》
토요다 미노루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5.6.30.
《이거 그리고 죽어 6》(토요다 미노루/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5)을 읽고서 이다음을 굳이 더 사읽어야 하나 마나 망설인다. 열여덟 살 큰아이하고 열다섯 살 작은아이는 함께 읽고서 “아버지가 읽으려면 사고, 우린 이제 안 읽어도 되겠어요. 이미 이 만화는 2권부터 샛길로 뺘졌고, 3권부터는 ‘만화 아니면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나오는데, 이 삶을 너무 모르는 채 이 삶으로 들어오려고도 하지 않잖아요?” 하면서 가볍게 핀잔을 한다. 두 아이가 들려준 말을 두 달 남짓 곱씹었다. 참으로 맞다. 그림꽃님은 붓끝에 온힘을 바치려는 듯하되, 정작 ‘온힘’이 무엇인지 파고들지는 않는다고 느낀다. 밤샘일을 하고서 멍하니 아침햇살에 잠드는 하루가 나쁠 일은 없지만, 글·그림·그림꽃·빛꽃에 무엇을 담는지 헤아릴 노릇이다. 우리는 붓끝만으로 줄거리나 이야기를 못 짠다. 붓끝이 아닌 온몸으로 살아낸 오늘 하루가 있어야 비로소 붓끝이 살아난다. 어디서 구경한 듯한 줄거리로는 글은커녕 그림도 안 된다. 이렇겠거니 여기는 마음은 ‘생각(상상력)’이 아닌 ‘삶을 안 바라보면서 굳힌 외곬(편견)’일 뿐이다. 섬과 시골에서 살면서도 막상 하늘빛과 바다빛과 멧들숲빛을 안 품고 안 보고 안 느낀다면, 이 아이들은 무엇을 그릴 수 있을까? 《이거 그리고 죽어 6》에 이르러서야 겨우 섬과 바다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흘깃 구경은 하지만, 정작 섬일이나 바닷일이나 집안일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아이들은 없다. 붓끝만으로는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고, 자리맡에 오래 앉아야 무엇을 그려내지 않는다. 몸으로 살아낸 하루를 마음으로 살펴보면서 생각을 씨앗으로 심는 오늘일 적에 비로소 줄거리(삶)가 태어나고, 이 줄거리를 바탕으로 이야기(사랑)를 들려주는 길에 눈을 뜨게 마련이다.
ㅍㄹㄴ
“코코로, 산은 무슨 색이게?” (43쪽)
‘마코토 언니는 초목과 생물 이름을 많이 알고 있었다. 나도 흉내내어 많이 외웠다.’ (78쪽)
“테시마 선생님!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어질 수 있을까요?” (130쪽)
‘신뢰해 준 담당을 버리고, 친구를 깔보고, 과거에 그린 자기 작품을 부정하고, 이쪽으로 가겠다고 결심했잖아. 이게 하찮은 나의 전부라고, 오장육부를 모두 작품에 처넣어, 죽어도 돼. 죽어!’ (191쪽)
#これ描いて死ね #とよ田みの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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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연필을 가지고 위에 계조를 더해 보는 것도
→ 빛붓으로 바림해 보아도
→ 빛깔붓으로 짙옅게 더해도
69
일곱 색깔을 그러데이션으로 그려 봤어
→ 일곱 빛깔을 바림해 봤어
→ 일곱 빛깔을 짙옅빛으로 그려 봤어
69
언니는 초목과 생물 이름을 많이 알고 있었다
→ 언니는 꽃나무와 뭇목숨 이름을 많이 안다
→ 언니는 푸나무와 뭇숨결 이름을 많이 안다
78
일단 전부 기각으로 하죠
→ 뭐 모두 버리기로 하죠
→ 먼저 다 내치기로 하죠
98쪽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어질 수 있을까요
→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요
→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하나요
130쪽
이게 나의 하찮은 전부라고
→ 이 모두 하찮은 나라고
→ 나는 이렇게 다 하찮다고
→ 나는 이처럼 하찮다고
191
오장육부를 모두 작품에 처넣어 죽어도 돼
→ 삭신을 모두 그림에 처넣어 죽어도 돼
→ 온몸을 모두 그림꽃에 처넣어 죽어도 돼
19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